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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Off Side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19.9.26

세계적인 축구 스타와의 로맨스,
실종된 아빠를 둘러싼 미스터리,
시간을 매개로 한 반전의 판타지!
페어 플레이 룰을 비웃듯 반칙이 난무하는 그라운드 위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자기만의 경기를 뛰고 있는 중이다.
그 앞에 공을 차 주며,
나도 함께 뛰고 있다고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이 어려운 경기를 멋지게 이겨 보자고, 응원하는 목소리를 글에 담았다.

운명의 파트너, 시온과 정원이 펼치는 인생 최고의 경기!
휘슬은 불렸다. 원더골(Wondergoal)을 향해 함께 달려 보자, 내일이 없는 것처럼!

 
Off Side (2)
작성일 : 19-10-19 11:52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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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al!”

  짜릿한 감격에 시온은 손바닥이 벌겋게 되도록 격렬히 박수를 쳐댔다. 상대 전적에서 열등한 토트넘이 리버풀을 상대로 벌써 세 골이나 집어 넣고 있었다. 서로 얼싸안고 좋아하는 동료들을 보니, 그라운드를 비운 자신의 상황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도 옆자리를 채워준 헨리 덕에 외롭진 않았다.

  헨리는 시온과 같은 토트넘 소속으로 그보다 세 살 어리지만, 외국인 선수인 시온을 형처럼 챙겨준 고마운 친구였다. 불행하게도, 그는 지난 챔피언스리그(UCL) 조별예선 2라운드, 아포엘 FC와의 경기에서 당한 발목 부상으로 두 달째 교체 명단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윽고 토트넘 선수들이 리버풀의 골망을 네 번째로 흔들자, 시온은 헨리를 부둥켜 안으며 환호했다. “오늘 왜 이렇게 잘해, 다들 미친 거 아니야?”라고 말하며 헨리의 뺨에 뽀뽀 세례를 했다. 평소에 워낙 애정 표현을 즐겨 하는 시온이기에, 지금과 같이 극도의 흥분을 유발하는 특수 상황을 반영한다면 크게 이상할 것도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헨리의 반응은 영 어색했다. 활달하기로 절대 시온에게 뒤지지 않는 헨리가 그답지 않게 부끄러움을 탔다. 저들을 주목하고 있는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그런가, 하고 시온은 생각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은 시온은 차분히 경기를 관람하면서 헨리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괜찮아?”라고 물으니 그가 얌전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라, 얘 눈 색깔이 원래 이랬었나?’ 황록색의 눈동자가 어째 낯설게 느껴져 빤히 바라보자, 헨리가 시선을 피해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온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2:6의 스코어로 경기가 끝났을 때, 내내 거슬렸던 헨리의 이상 증세가 두드러져 나타났다. 그는 90분의 경기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리버풀을 상대로 네 골 차의 승리를 거뒀다는 보고에 깜짝 놀라, 부실한 발목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된 일이지.’ 시온은 염려 섞인 빛으로 헨리를 쳐다봤다. 얘 설마 약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의심하기도 했다. 선 채로 잠이 드는 신종 마약이 영국에서 성행 중이란 소릴 어디선가 들었던 게 번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고개가 설레설레 저어졌다. 그가 보였던 행동은 평소보다 침착했을 뿐, 의식이 또렷하여 잠든 상태로 보기 어려웠다. 망각을 호소하는 친구를 달래며 시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동자 색이 아까보다 짙어졌는데?

 

 

  * * *

 

 

  허리에 두른 회색 앞치마에 손의 물기를 닦아내며 미성은 본격적으로 플레이팅에 들어갔다. 정원의 손보다 더 곱다며 남생이 늘 놀려대는 그의 섬섬옥수가 섬세한 손길로 파스타를 그릇에 담았다.

  간장 베이스에 마늘과 고추로 매운 향을 낸 오리엔탈 파스타는 순전히 느끼한 걸 싫어하는 정원의 입맛을 고려한 메뉴였다. 붉게 익은 새우와 푸른 청경채, 기름에 노랗게 볶아진 양송이까지, 색깔도 식감도 심지어 영양마저 풍부한 요리에 남생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누군진 몰라도, 우리 성님 색시 될 사람은 참 좋겠어. 날마다 이런 훌륭한 밥상을 받는다고 생각해 봐, 남편의 사랑과 정성에 감동해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를걸? 인물 좋지, 똑똑하지, 다정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럽고 자상한 배려가 몸에 뱄으니 일등 신랑감은 따놓은 당상이야!”

  “글쎄,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일단 난 결혼해서 날마다 요리할 것 같진 않아, 휴일이라면 또 모를까. 퇴근하고 집에 오면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거든. 거기다 일상적으로 받는 밥상에 매번 감동 받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뭐든 당연하다고 여기는 순간, 뻔뻔한 권리자가 되어 감사하는 일에 나태해지지.”

  “그건 그 사람 인품의 문제야. 혹시 그런 여자가 형수 자릴 넘본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겠어. 깐깐한 시누이 역을 톡톡히 수행할 테니 기대해, 성님!”

  두 남자 사이에 오가는 미래 지향적 대화에 정원은 끼어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배급 받은 식량을 허겁지겁 먹어 치우기 바빴다.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있다가, 부엌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를 맡으니 회가 동했다.

  “체할라.” 미성이 정원의 앞으로 오렌지 주스를 밀어 주며 말했다. “오늘 경기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오프 사이드엔 뭐 하러 다녀왔어.”

  나무라는 말투였지만 그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이를 걱정으로 들리게끔 했다. 그도 그럴 게, 오프 사이드에 다녀온 날이면 정원은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려 하루의 남은 시간을 소진된 체력을 회복하는 데 보내야 했다. 그녀의 자발적 간병인인 미성은 늘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정원의 저작 운동이 점차 느릿해지더니, “그냥”이라는 성의 없는 대답이 나왔다. 미성은 면밀한 시선으로 정원의 자세, 표정, 기분을 살피며 “그냥”이 어떤 경로를 통해 생성되었는지를 유추하려 들었다.

  “토토라도 한 거 아니야? 적중률 100%의 유정원이 등판했으니, 그쪽 손해가 막심했겠어!”

  가만히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던 남생이 어쭙잖은 농담으로 사뭇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내가 이름 하난 잘 지었지. 미래에서 얻은 정보로 부당 이득을 취하는 누이에겐 오프 사이드 반칙이 딱이니까!”

  남생은 오른손을 들어올리며 부심이 반칙을 선언하는 모습을 흉내냈다. 알록달록한 깃발 대신 쥐고 있는 포크가 정확히 맞은편의 정원을 향했다. 정원의 비범한 능력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그리고 그 능력의 용도를 알았을 때, ‘오프 사이드 같은데?’라고 하며 정원을 놀리던 모습 그대로였다.

  “안 내려? 어디서 누나한테 삿대질이야.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어? 언제 어디서든 예절을 지켜라, 부모 없이 자란 티가 거기서 나는 거다, 그렇게 신신당부했거늘!”

  “그 무슨 섭섭한 소리요, 나한텐 런던에서 제일 엄하기로 소문난 엄마가 여기 이렇게 있소만!”

  남매의 투닥거림을 보며 미성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늘 허물없이 지내는 두 사람이 외동인 미성은 부러웠다. 이 세상에 동기(同氣)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으리라.

 

  식사를 마친 정원은 잠시 테라스 밖으로 나와 시원하기보단 차가운 저녁 공기를 마셨다. 경기장에서 묻혀 온 열기가 제피로스(Zephyrus)의 부드러운 입김에 식기를 기대하면서. 그러나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낮의 설렘을 고스란히 담은 기억은 마치 정원이 혼자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아우, 아까워! Did you see that, Henry?”

  경기 내용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던 시온의 옆얼굴은 축구를 향한 그의 순수한 열정을 오롯이 보여주었다. 튼실한 허벅지와 딱 벌어진 어깨, 검게 그을린 피부에서 짙은 사내의 향이 폴폴 풍겼지만, 하는 짓은 축구공을 껴안고 다니던 꼬마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그 모습이 반가워, 저도 모르게 살가운 미소가 튀어나왔다.

  경기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오프 사이드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성에겐 ‘그냥’이라고 둘러댔지만 실은, 화장실에서 맞닥뜨린 이후로 계속 잔상이 남은 시온을 보러 가기 위해, 예정에도 없던 시간 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그의 옆자리를 차지하게 된 건 놀라운 행운이었다! 아마도 뚜렷한 목적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 듯싶다.

  경기가 시작되고 10분도 더 지나서야, 씩씩거리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 시온의 울그락불그락한 얼굴에 풉, 하고 실소가 터졌다. 찾고 싶어하는 여자가 바로 옆에 앉아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를 터였다. 경기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하고부턴 차안대를 씌워 놓은 경주마처럼 그의 주변 시야가 어두워져, 굳이 눈치 봐가며 훔쳐볼 필요가 없었다. 토트넘의 선전에 흥분한 시온이 갑자기 뺨에 입을 맞춰 오지만 않았어도, 멋대로 품에 안지만 안았어도, 뭉근히 손을 잡지만 않았어도! 그리웠던 그의 얼굴을 좀 더 오래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여전히 그 순간의 속도 그대로 뛰는 심장을 어루만지며 정원은 부루퉁한 목소리를 냈다. “웃긴 애야, 정말.”

  그때 미성이 머그잔 두 개를 양손에 나눠 들고 테라스로 나왔다.

  “속 안 좋아?” 살살 가슴을 문지르는 게 속이 메스꺼워 그러나, 걱정이 되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정원이 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미성이 “다행이다”라고 하며, 다가와 머그잔 하나를 건넸다. 싱그러운 허브 향과 달콤한 사과향이 섞인 카모마일 차였다.

  “왜, 나 오늘 잠 못 잘까 봐? 머리에 베개만 대도 곧장 시체처럼 잘 수 있어, 쓸데없는 걱정은 사양이야.”

  “잘 아네, 카모마일이 숙면에 좋은 거. 고모가 가르쳐줬어?”

  “응, 세상의 허브란 허브는 죄다 꿰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꽃을 주제로 조물주랑 퀴즈 대결을 했어도 거뜬히 이겼을 거야. 제 버릇 남 못 주고, 주저리주저리 아는 척을 하느라 괜한 미움 안 샀나 몰라?”

  자연스레 정원은 밤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마치 그곳에 죽은 어미가 있기라도 하듯. 아무렇지 않게 엄마 얘기를 꺼내는 정원을 보며 미성은 점잖은 미소를 지었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유년기를 보낸 정원이 이 정도까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공이 컸다.

  “이 차 맛있다. 영국이 원산지라더니 뭐가 다르긴 한가 보네. 우리 엄마도 카모마일 즐겨 마셨는데……. 에이, 엄마 보고 싶어졌잖아. 이게 다 오빠 때문이야!”

  정원의 장난에 미성은 짧은 웃음을 토해냈다. “고모부는 안 보고 싶고?”

  질문을 받자마자 어두워진 정원의 표정에 미성은 마음 한쪽이 쓰라렸다. 고모에 대한 아픔은 어느 정도 치유가 된 반면, 고모부의 부재는 아직도 회복이 묘연한 상처인 듯싶다.

  “보고 싶어. 근데 괜찮아.” 정원이 기운을 차리며 씩씩하게 말했다. “다시 볼 수 있을 테니까.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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