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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포르피린의 그녀
작가 : 멜로윙
작품등록일 : 2019.10.4

나는 어느 날 병원에서 '포르피린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설유리라는 소녀에게 습격당하게 된다.
포르피린증이란 병은 뱀파이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병이며, 그녀는 조금 더 특별한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낸 걸까,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 못지않게 나 또한 변해가고 있었다.

 
포르피린의 그녀_11화
작성일 : 19-10-19 10:12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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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나는 병원 1층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앉아있었다.

 

  아주머니께선 내게 앉아있으라 하신 뒤 음료를 사러 카운터에 가셨다.

 

  과연 그녀의 어머니께선 내게 무엇을 이야기할 생각이신 걸까.

 

  어쩌면 ‘우리 딸아이와 만나는 것은 그만해주세요!’ 같은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대사를 장전하신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됐다.

 

  그리고 만약 그런 사태가 닥친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그런 혼자만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아주머니께서 음료가 든 일회용 긴 컵을 내 앞에 내려놓으셨다.

 

  건강한 청색의 청포도 향이 맡아지는 음료였다.

 

  “아줌마가 사는 거니깐 싹 다 먹어야 해요?”

 

  “감사합니다. ……아, 아주머니는 안 드세요?”

 

  아주머니라는 호칭이 일러 보여 조금 망설였다. 그리고 내가 사는 것도 아닌데 이런 질문은 좀 아닌가 싶었지만, 예의상이라 생각하고 여쭈었다.

 

  “아줌마는 아까 커피 마셔서 더 먹으면 살쪄요~.”

 

  솔직히 살 좀 찌셔야 할 것 같은데요.

 

  나는 눈앞에 음료를 빨대를 이용해 빨아드렸다. 청포도의 신맛과 단맛이 탄산을 머금고 목을 차게 간질였다. 순간 눈을 찌푸리게 하는 톡 쏘는 맛이었다.

 

  그리곤 아주머니의 말을 기다렸……, 저 표정…… 뭔가를 말해주길 기다리는 그런 사람의 표정이다.

 

  “마, 맛있어요. 굉장히.”

 

  그렇게 음료에 대한 솔직한 후기를 말하자 아주머니께서는 뿌듯한 표정으로 방긋 웃으셨다.

 

  “다행이네요. 그보다 주원 학생. 우선 고맙다는 말을 좀 하고 싶어요. 유리한테는 이야기 많이 듣고 있어요.”

 

  “네……. 근데 유리는 저에 대해 어떤 이야길 하던가요?”

 

  왠지 궁금해지는 부분을 캐치해 물어보았다. 과연 유리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나를 어떤 식으로 설명했을까?

 

  내심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됐지만, 꼭 들어보고 싶었다.

 

  “빨리 잡아먹고 싶다지 뭐에요?”

 

  “푸흡! 콜록, 콜록!”

 

  “어머, 농담이에요, 농담~!”

 

  그만 음료가 식도가 아닌 다른 길로 넘어가 크게 기침을 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장난을 치고 싶으신 걸까……. 어쩌면 진하영보다 텐션의 높이가 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순수하게 아이들을 놀리는 것을 즐기시는 분 같았다.

 

  그런 중에도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유리가 잡아먹고 싶다고 한다면, 그것은 뭔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모르는 대답일 것 같았다.

 

  그럴 경우엔 아마 살을 먹는 게 아닌 피를 마시는 거겠지.

  “농담을 되게 좋아하시네요.”

 

  “네! 당하는 애들 보면 귀엽잖아요.”

 

  슬슬 무서워요 아주머니…….

 

  나는 다음부터 어떤 농담이 날아와도 당황하지 말자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유리는…….”

 

  왜 문장 사이에 또 간격을 두시는 걸까. 이번에도 농담하시려나…….

 

  “주원 씨에 대해선 좋은 이야기밖에 안 했어요. 큰 카페에 처음 간 것처럼 굴어서 귀엽다던가.”

 

  아, 저건 농담이었으면 좋겠다. 알고 있었음에도 직접 듣게 되니 조금 부끄러웠다.

 

  그보다 그녀가 진짜 나를 귀엽다고 말했을까…….

 

  “생각보다 배려가 많다던가. 부끄럼이 많다던가. 아, 향수도 선물해줬다면서요?”

 

  “아, 하하…….”

 

  살짝 올려다보며 제법이라는 표정을 짓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유리가 겹쳐 보였다. 왠지 모를 쑥스러움이 등을 타고 올라와 목덜미를 한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첫날에 물렸다면서요. 그건 저도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아주머니께서는 갑자기 표정을 무겁게 하시더니, 걱정을 담은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와 첫날에 있었던 일을 사과하셨다. 그 걱정은 왠지 나만이 아닌 유리를 향한 것 같기도 했다.

 

  “아, 아니요. 이제는 아프지도 않고 괜찮아요.”

 

  나는 두 손바닥을 보이며 진심으로 괜찮다고 했지만, 아주머니의 표정에는 걱정이 영 가시질 않았다.

 

  “점점 피를 먹어줘야 하는 시간이 앞당겨지는 바람에……. 그때도 동생이 갔던 시간이 원래는 평소에 피를 먹던 시간이었어요.”

 

  “아…….”

 

  동생은 아마 간호사님을 말씀하시는 것이리라.

 

  그녀의 병이 점점 악화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또다시 들으니 차가운 현실이 와 닿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미소를 보면서 흐려졌던, 묽게 하여금 잊고 싶었던 사실이 결국에는 사라지지 않고 다시금 현실을 자각하게 한다.

 

  아주머니께서도 그것을 심히 걱정하시는 눈초리셨다.

 

  진지하게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표정을 하신 아주머니 앞에서, 나는 어떤 말도 쉽게 내뱉을 수 없었다.

 

  위로될 리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얼마나 걱정해봤자 아주머니와는 비교도 안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빨대로 입을 막고 청포도 주스를 마실,

 

  “사죄의 의미로 저희 딸아이를 드릴게요.”

 

  “크흡! 쿨럭, 쿨럭!”

 

  “푸하하핫! 농담이에요, 농담.”

 

  “아, 아주머니!”

 

  아니, 딸아이가 물건입니까! 그렇게 넘기게! 또 그렇게 쉽게 줘도 괜찮은 거예요?!

 

  진심으로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아주머니는 달래듯 내 어깨를 톡톡 치셨다.

 

  “그래도, 주면 받을 거잖아요? 유리.”

 

  “유, 유리는 물건이 아니에요.”

 

  나는 계속 그녀를 물건 취급하는 것 같은 말에 울컥해서 생각을 조금 흘려버렸다.

 

  그에 아주머니는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다.

 

  “네…… 유리는 물건이 아니지요. 한 명의 사람이에요. 그 어떤 희소병을 앓고 있어도 어엿한 사람이지요.”

 

  “……네.”

 

  나는 그렇게까지 유리를 진지하게 생각해주시는 그녀의 어머니 앞에서, 감히 유리가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려 들었다는 점이 창피해져 고개를 푹 숙였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은 꼴이었다.

 

  아마 아주머니께서는 내가 유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우리 유리를 끝까지 사람으로서 제대로 마주해 줘야 해요?”

 

  그것을 말하는 아주머니의 표정에는 결코 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감정과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아주머니께서도 분명…… 유리의 마지막을 걱정하고 계신 거겠지.

 

  유리는 과연 피를 먹어줘야 하는 간격이 좁아지고 좁아진 끝에, 마지막에는 결국 어떻게 되는 걸까?

 

  이성을 잃은 그녀의 모습이 흐릿한 인영이 되어 구상되려 했지만, 상상하기도 싫어 그만뒀다.

 

  그럼에도 처음 나를 습격했을 때의 그녀의 눈빛이, 행동이 머릿속을 강하게 스쳤다. 나는 그때 분명 유리를 보고 한 마리의 맹수를 떠올렸다.

 

  그것이 왠지 모를 죄책감을 몰고 와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유리를 마지막 순간까지 한 명의 사람으로서 대할 수 있을까?

 

  나는 유리와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두 개의 의문이 동시에 가슴속에 울렸다. 아직 이름을 붙이지 않은 여러 가지 온도의 감정들이 소용돌이쳐 가슴이 미어져만 갔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그저 긍정을 입에 담고 아주머니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한 말을 했다. 덜어지지 않을 것을 앎에도.

 

  “다행이에요, 정말. 유리가 당신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서.”

 

  아주머니께서는 어느새 음료수 잔을 잡고 떨고 있는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말씀하셨다.

 

  정말 다행이다. 유리가 이렇게 따듯한 손과 마음씨를 가진 어머니를 두어서.

 

  근데 과연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과연 내게 어울릴까? 딱히 내가 선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유리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을까…….

 

  “유리가 얼마 전까지 조금 어두웠죠. ……혹시 유리한테 뭔가 들으셨나요?”

 

  아주머니께서 다시 손을 제자리로 거두며 그렇게 물어오셨다.

 

  “아니요, 못 들었습니다.”

 

  유리가 그렇게 되어버렸던 이유. 유리의 어떤 상처가 어떤 모양으로 났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 나는 아직 알고 있는 바가 없었다.

 

  어쩌면 지금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 나는 다음에 오는 말을 조용히 경청했다.

 

  “사실, 조금 사건이 있었거든요. 원래는 밤에라도 꼬박꼬박 밖에 나가면서 학원이든, 모임이든 활동적으로 참여하면서 생활하던 아이였는데…….”

 

  역시 그녀는 나와 데이트했을 때 그 모든 환경이 익숙했구나.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그녀의 마음에서 포기하게 만든 사건은 대체 무엇일까.

 

  꿀꺽, 침을 삼키고 다음에 올 말을 기다렸다.

 

  “음…… 다음 내용은 아마 유리와 계속 친하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 분명 유리가 말해줄 거예요.”

 

  “네? 아…… 네.”

 

  아마 아주머니께선 그 사건을 말해야 하는 건 자신이 아닌 유리 본인이라고 판단하신 것 같았다.

 

  또, 유리가 말하지 않았다는 건 아직 내가 그 정도 사건을 알 정도는 아닌 거겠지.

 

  납득한 나는 애써 캐묻지 않았다.

 

  아주머니 말대로 유리와 더욱 가까워진다면 언제가 알게 될지도 모르는 내용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며, 나는 유리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곁에서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그럼 전 일이 있어서 여기까지네요. 멋대로 끌고 와서 죄송했어요~.”

 

  아주머니는 자리를 일어나셨다. 나는 문득 유리의 어머니께서 하시는 일이 궁금해졌다. 유리의 병을 고치기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일까? 어쩌면 의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부모의 직업을 먼저 묻는다니, 조금 예의에서 어긋난 느낌도 있지만, 유리의 어머니는 왠지 유능력해야만 가능한 직업을 가지고 계실 것 같았다.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어떤 일 하시는지 여쭤도 실례가 안 될까요?”

 

  그에 아주머니께서는 거리낌 없이 시원하게 대답해주셨다.

 

  “아, 저는 쇼핑몰운영에 모델 일을 겸업하고 있어요.”

 

  그 말을 들으니 자연스럽게 납득이 갔다. 괜히 스타일과 비율이 탁월하신 게 아니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아내 분 만나러 가도 돼요~.”

 

  “아, 아직 그런 관계 아니에요…….”

 

  “푸하핫! 아직 이래~.”

 

  아, 실수했다.

 

  유리의 어머니께선 즐겁다는 듯 그 말을 흘리시고 자리를 뜨셨다.

 

  나는 혼자서 얼굴이 빨개진 채 청포도 주스를 마셨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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