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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 프로젝트
작가 : 히타히타
작품등록일 : 2019.9.2

죽음 너머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사람들

 
위험한 실험4
작성일 : 19-10-19 09:55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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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은 시를 읊었다.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 속에 묻었다. /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노인의 낚싯바늘이 박찬혁의 가슴을 후벼 팠다.

 박찬혁은 어머니의 납골당에 갈 때마다 이 시를 떠올렸다.

 어머니가 췌장암이 발견된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떴을 때 박찬혁은 끔찍한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노인이 말했다.

 

 “이건 제가 모르는 시입니다. 저 분의 영혼이 브레히트라는 사람의 시라고 가르쳐줬습니다.”

 

 책임연구원이 박찬혁에게 물었다.

 

 “저 시를 알고 있나?”

 “알고는 있습니다.”

 

 책임연구원이 팔짱을 끼고 계속 말했다.

 옆에서 연구팀장이 계속 헛기침을 하는데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선사님은 방금 아주 쉽고 객관적인 증명을 거부하셨습니다. 대신 다른 연구원이 기억하는 시 같은 애매모호한 증명을 선택하셨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유체이탈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고, 사전에 저 연구원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다.

 박찬혁은 누구에게도 어머니의 납골당에 대해, 또 브레히트의 시에 대해 얘기한 적 없었다.

 그것은 은밀한 상처 같은 것이었다.

 노인이 말했다.

 

 “저는 충분히 증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연구원은 고개를 저었다.

 

 “쉬운 증명 대신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증명을 선택하셨죠. 혹시 오컴의 면도날을 아십니까?”

 “모릅니다.”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의 진위를 가릴 땐 가장 단순한 방법이 가장 옳은 방법입니다. 선사님은 그 단순한 방법을 거절하셨습니다.”

 “호오...”

 

 노인이 책임연구원처럼 팔짱을 끼었다.

 회의장은 어느새 노인과 책임연구원의 결투장으로 변했다.

 기획조정실장이나 연구팀장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겠지만 연구원들은 마음속으로 책임연구원을 응원하는 표정이었다.

 

 과학 대 도술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박찬혁은 회의장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노인은 정말 영혼을 들여다봤을까.

 

 “미친 생각이야.”

 

 박찬혁이 중얼거렸다.

 전혜경이 안경을 고쳐 쓰고 박찬혁을 보았다.

 쌍꺼풀진 두 눈이 뿔테 안경 뒤에서 안경을 뚫고 나올 것처럼 커졌다.

 노인이 말했다.

 

 “그렇다면 증명을 다시 시도해보죠.”

 

 책임연구원이 웃었다.

 노인이 백기를 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 조교의 글자를 맞춰 보시겠습니까?”

 “아뇨. 전 그런 유치한 방법을 거부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이해해주십시오. 이건 제 긍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또 어떤 다른 증명을 하실 건가요?”

 “책임연구원님. 아까 영혼이 육체를 벗어나면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다고 말씀 드렸지요? 과거나 미래의 일을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다음 명상에선 어떤 분의 미래를 보려고 합니다.”

 “누구죠?”

 “바로 책임연구원님입니다.”

 

 책임연구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 미래를 보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유체이탈을 한 뒤부터 다른 사람의 몸의 상태에 대해서도 많은 걸 알게 됩니다. 책임연구원님은 심장 쪽이 안 좋으시군요.”

 “연구팀에 대해 조사를 많이 하셨네요. 그렇습니다. 전 2년 전에 스탠트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게 좀 불길합니다.”

 

 노인은 책임연구원이 걱정된다는 듯 턱을 괴었다.

 

 “조금 불길한 느낌이 들어요. 책임연구원님의 심장에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요. 다음 명상에서 그걸 알아보겠습니다.”

 

 노인은 책임연구원의 말을 듣지도 않고 명상에 돌입했다.

 5분간의 준비자세도 필요 없이 그의 심박동은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박찬혁은 이번엔 기습당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의 느낌과 망상을 계속 의심한다면 최면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심박동이 분당 30회입니다.”

 

 명상에 들어간 지 불과 3분 뒤, 심박동 측정을 담당한 연구원이 보고했다.

 

 “뇌파는 2분 전부터 렘수면 상태입니다.”

 

 뇌파를 담당한 연구원이 보고했다.

 연구원들이 술렁거렸다.

 노인은 정상인이었다면 뇌손상이 시작되는 생사의 경계선에 있었다.

 책임연구원이 소리쳤다.

 

 “이건 너무 위험해! 당장 중지시켜야 합...”

 

 책임연구원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갑자기 일어서서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어찌나 심하게 떨었는지 연구팀장과 기획조정실장이 양 옆에서 잡고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가슴이... ”

 

 책임연구원이 털썩 주저앉았다.

 바닥에 엎드려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뒷줄에서도 잘 보였다.

 

 “구급차를 불러!”

 

 연구팀장이 소리쳤다.

 연구원들이 우르르 책임연구원 주위에 모여들었다.

 책임연구원의 맥박과 동공을 확인하던 연구원이 말했다.

 

 “부정맥이야. 빨리 병원으로!”

 

 연구원들이 책임연구원을 부축하고 나갔다.

 그 소란의 와중에 기획조정실장과 박찬혁과 전혜경만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전혜경은 아까부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한번 생각에 잠기면 망치로 두드리기 전에는 깨우기 어렵다는 것을 박찬혁은 알고 있었다.

 노인의 심박동수가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되는 모습이 모니터에 보였다.

 

 노인이 눈을 번쩍 떴다.

 기획조정실장이 노인과 박찬혁을 번갈아 보며 씩 웃었다.

 

 **

 다음날 도솔선사의 뇌 MRI 촬영이 잡혔다.

 유체이탈을 시도할 때 뇌의 활동을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박찬혁은 노인의 얼굴을 다시 보기만 해도 속이 뒤집힐 것 같았지만 연구팀장은 심리학자가 꼭 필요하다며 참석을 종용했다.

 

 오후 2시 연구팀은 대정병원 MRI실로 들어갔다.

 환자용 가운을 입은 도솔선사는 어제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촬영기에 누워 있었다.

 연구팀장이 신호를 보내자 도솔선사는 천천히 기계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모니터가 작동했다.

 명상에 들어가기 전 노인의 뇌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관계하는 앞이마엽이 활성화돼 있었다.

 

 노인이 명상을 시작했다.

 맥박이 1분에 40회로 빠르게 떨어지며 MRI 영상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패턴을 알 수 없는 움직임이 잡혔다.

 앞이마엽의 활동은 둔화되고 뇌의 각 부분이 뜬금없이 반짝였다.

 그중에서도 관자놀이 부근의 측두엽이 가장 활발했다.

 

 도솔선사가 램수면 상태에 진입했다.

 맥박이 분당 38회까지 떨어졌다.

 

 박찬혁은 갑자기 노인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도솔선사가 자신 앞에 있었다.

 도솔선사가 아닌 다른 것을 떠올리려고 애썼지만 박찬혁은 지난 실험과 똑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박찬혁은 중얼거렸다.

 

 “저리 가요.”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이해되는 텔레파시 같은 목소리였다.

 

 “여행을 해봅시다.”

 

 그 목소리와 함께 주변이 어두워졌다.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올라 MRI 모니터와 주변의 연구원들을 가렸다.

 다시 주변이 밝아지는 순간 박찬혁은 초등학교 교실에 와 있었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어린 시절의 박찬혁이 창가 자리에 앉고 아이들은 건너편 책상 여자아이 주변에 몰려 있었다.

 박찬혁은 여학생을 보았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항상 얼굴에 버짐이 피어 있고 때 묻은 옷을 입은 가난한 아이였다.

 말을 조금 더듬는 데다 선생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기 일쑤였다.

 반 아이들은 그 여학생을 괴롭히는 재미로 하루를 보냈다.

 

 “입 벌리지 마. 하수구 냄새 나.”

 “정신이는 정신이 나갔어.”

 

 아이들이 여학생을 놀리고 있었다.

 여학생의 머리를 콕콕 찌르거나 공책을 뒤적이며 종이를 찢었다.

 아이들이 여학생의 이름을 부르자 박찬혁은 여러 기억이 살아났다.

 

 아이의 이름은 김정신이었다.

 박찬혁의 옆집 반지하방에서 살았기 때문에 등굣길에 자주 마주쳤다.

 정신이는 홀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다.

 여름에는 일주일 내내 체육복만 입기도 했고 겨울에는 몇 달 동안 손매에 반들반들하게 때가 낀 패딩을 입었다.

 

 정신이는 등굣길에서 항상 박찬혁에게 인사했다.

 박찬혁은 시큰둥하게 인사를 받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 날엔가는 몇 마디 나누기도 했다.

 그때 박찬혁은 청포도맛 사탕을 먹고 있었는데 정신이가 간절히 먹고 싶다는 눈빛을 보냈다.

 박찬혁은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정신이에게 주었다.

 

 “맛있어?”

 “응.”

 “넌 왜 만날 엉뚱한 대답을 하는 거야?”

 “내가 뭘?”

 “어제 선생님이 신라를 통일한 왕이 누구냐고 물으니까 넌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라고 대답했잖아.”

 “웃기려고 그런 거야.”

 “하나도 안 웃겨.”

 “나는 애들을 웃기면 좋아하지 않을까 하고.”

 

 박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신이가 학교에서 친구를 만드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어려웠다.

 무슨 짓을 해도 안 될 일이었다.

 박찬혁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조언을 해서 그녀의 삶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이날 아이들은 유독 짓궂었다.

 정신이의 가방을 털어 책과 필통을 바닥에 엎어놓고 그것들을 발로 차며 놀았다.

 고무줄로 묶은 뒷머리를 계속 잡아당기는 아이도 있었다.

 

 그때 정신이는 박찬혁을 보았다.

 눈물이 가득한 눈을 그에게 돌리며 도와 달라는 듯 입을 벌렸다.

 

 공룡책을 읽던 박찬혁이 일어섰다.

 그 이후의 행동을 박찬혁은 선명하게 기억했다.

 박찬혁은 책을 들고 다가가 정신이 앞에 섰다.

 아이들이 일제히 박찬혁을 보았다.

 박찬혁은 책으로 정신이의 정수리를 힘껏 내리쳤다.

 정신이의 흔들리는 머리, 출렁이는 미간, 부딪치는 이빨을 박찬혁은 도솔선사와 함께 지켜봤다.

 

 “날 왜 봐? 재수없게!”

 

 박찬혁은 소리쳤다.

 아이들이 자신을 정신이의 친구로 여기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정신이와 함께 거지라고 놀림 받느니 학교를 안 다니는 것이 나았다.

 박찬혁은 정신이를 함께 괴롭히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정신이가 책상에 엎드려 울었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자 아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정신이는 선생님이 오기 전에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었다.

 박찬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교과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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