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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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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0-18 20:06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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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있다가 밤에 사랑채로 오십시오.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매화는 모두가 나가고 자신 또한 사랑채로 나가기 전, 이안이 한 말을 기억해냈다. 밤에 몰래 사랑채로 오라고? 누가 언뜻 보면 밤에 밀회라도 하는 연인 같았다. 그녀는 흥- 콧바람을 뀌며 이불에 누웠다.

 

 "아가씨, 불 끌까요?"

 "내가 알아서 끌게. 덕이도 이만 자."

 "하지만…."

 "오늘 일도 많았잖니. 편하게 푹 쉬렴."

 

  손님이 갑자기 들이닥쳐 시종들 모두 바쁘게 움직였다. 덕이는 매화의 전담 시종이라 더욱 바쁘게 돌아다녔다. 아마도 피곤이 쌓여 졸린 눈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하품하며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다. 매화의 말에 덕이는 그럼 쉬겠다며 긍정의 대답을 하고 돌아갔다.

  후- 초에 붙은 불을 끄자 암흑이 도사렸다. 누운 매화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불에 가지 말까 하는 마음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러나 그가 할 이야기란 분명 복수에 관련된 이야기일 것이다.

  에이. 매화는 벌떡 일어나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밖은 아무도 없었고 풀벌레 우는 소리만 들렸다. 천천히 신발을 신은 매화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역시 아무도 없군. 그녀는 곧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자신의 방에서 사랑채까지는 좀 멀었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들키지 말아야 한다.

 

 "아니, 그니까 그 손님이 말이야."

 

  아, 누가 있다. 매화는 곧바로 나무 뒤로 숨어 힐끔 쳐다봤다. 시종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랑채 뒤에 있는 자신들의 숙소로 가는 모양이었다.

 

 "잘생겼어! 진짜."

 "오, 어디 귀족집 아들인가 보지?"

 "도련님이 데려오신 걸 보니까 아마도 지방 귀족 아닐까?"

 "을련국은 이제 전 세계를 통일했잖아. 음, 어쩌면 신흥 귀족일 수도?"

 "그럴수도 있겠다!"

 

  좋단다. 멍청이들. 자기 도련님이랑 있으면 위험한 인물인지도 모르고. 그나저나 쟤들 언제 가지? 매화는 난감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얼른 이야기를 끝내고 잠 들어야 하는데, 갈 생각을 안 하고 멈춰서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후, 할 수 없지.

  매화는 풀 숲 안으로 손을 뻗어 뒤적거렸다. 분명 이 근처에 있을 텐데. 그때 자신의 손에 올라탄 무언가를 느꼈다. 아, 여기 있다. 손을 들어올리자 다리를 부비적거리며 앉아있는 귀뚜라미가 보였다.

 

 "얘, 아가야. 미안한데 부탁이 있어. 저기 보이는 시종 둘 좀 쫓아줄래? 부탁할게."

 

  매화의 말에 귀뚜라미는 한참 손 안에서 돌아다니다 훌쩍 뛰어내렸다. 열심히 위아래로 뛰던 귀뚜라미는 한 시녀의 등에 안착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시녀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벌레!!"

 "무, 뭐?!"

 "네 등에 벌레가!!"

 '꺄아악! 어디?! 어디이!!"

 

  호들갑을 떨며 비명을 지르던 그녀들은 사랑채 뒤쪽으로 달아났다. 가볍게 그녀들의 등에 떨어진 귀뚜라미가 슬쩍 매화를 쳐다봤다. 매화는 잘 했다며 씩 웃어주었다. 엄지까지 척 세워주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곧장 사랑채 안으로 향했다. 안은 촛불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제가 왔다는 기척을 느꼈는지 문이 열리며 이안이 고개를 내밀었다.

 

 "오셨습니까."

 "네. 제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요."

 

  흥. 그래. 꼴에 태자라고 얼굴이 반반하긴 하네. 애들이 호들갑 떠는 이유가 있었어. 그런 생각을 하며 매화가 쓱 안으로 들어섰다. 단정하게 펴진 이불과 은은한 촛불, 그리고 책상에 놓인 책 하나가 보였다. 군자의 도리는…. 아, 군자학인가보다.

 

 "군자학을 보고 계셨네요."

 "도망칠 때 유일하게 들고 있던 책이거든요."

 "……."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겁니다."

 

  그는 깊숙한 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낡은 상자. 그러나 겉보기와 다르게 비싸고 고급진 나무로 만들어진 상자다. 상자를 연 그가 문서 하나를 꺼내들었다. 끈이 풀리고 문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나 문서 안에는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이게 뭐죠?"

 "모르십니까? 계약의 서입니다."

 "계약의 서?"

 

  매화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계약의 서. 가히 천문학적인 가격을 끌어내는 이 문서는 계약하는 자들의 영혼이 묶이게 되는 서다. 영혼이 묶인 계약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서. 주술사들이 온갖 힘을 써서 겨우 만든다는 것이 이거란 말인가. 이 비싼 걸 가지고 있어?

 

 "어떤 일이 있어도 전 당신을 지킬 겁니다."

 "……."

 "을련국을 무너뜨리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친우의 소중한 동생을 끌어들였기에 하는 계약이라고 봐주셔도 됩니다."

 "…정말 이걸 하겠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만약 제 계약이 어그러질 시, 제 목숨은 없는 겁니다."

 

  하, 참. 매화는 어이가 없어서 저절로 웃음이 터졌다. 한 나라의 태자라는 사람이 겨우 나를 위해? 바삐 나라를 재건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계약을 하겠다고. 그 사실 자체가 너무도 어이 없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참 우직한 사람이다 싶었다.

 

 "됐어요.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습니다. 뭐, 어차피 저도 제 이기적인 마음에 비롯되서 하는 일입니다. 당신 또한 그러면 되잖아요."

 "그렇죠. 저 또한 이기적인 이유에서 그러는 거, 맞아요."

 "……."

 "그렇기에 더더욱 하겠다는 겁니다. 모든 건 대가가 필요한 법이죠."

 

  그는 기어코 할 생각이었다. 작은 칼을 빼든 그가 천천히 자신의 손을 찔렀다. 피는 계약의 서를 깨우는 양분이다. 말릴 새도 없이 핏방울이 몇 방울 떨어졌다. 그러자 계약의 서가 금색 빛을 뿜었다.

 

 "나, 금이안은 약속한다. 반드시 설매화의 목숨을 지킬 것이며, 만약 이를 어길 시, 계약의 서가 원하는 대로."

 

  죽음을 청하겠노라. 그 말이 끝나자 금빛이 사방으로 강하게 퍼졌다 서서히 줄어들었다. 기어코 이걸 했어. 황당한 마음에 매화는 계약의 서만 보며 눈을 깜빡였다. 이게 아니지. 그녀는 그의 손에서 칼을 잽싸게 뺏었다.

 

 "지금 무슨…."

 "계약은 당신만 할 수 없죠. 이건 엄연히 쌍방으로 이루어진 약속이에요. 나는 그렇다면 금국을 세우는 일을 돕겠어요."

 "됐습니다. 그정도는 제가 할 수 있어요."

 "아뇨. 당신이 말했잖아요. 모든 일에는 대가가 필요하죠."

 "……."

 "금국이 세워지는 일 또한 제게는 이익이에요. 당신이 금국을 다시 세운다면 나이야족의 누명을 벗겨주겠죠?"

 

  그럴 거죠? 매화의 눈빛이 절절하게 빛났다. 나이야족은 그녀에게 너무도 아픈 손가락이었다. 억울한 일이 다 벗겨진다면 그것만 해도 그녀에게는 이익이었다. 이안은 가만히 매화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됐어요."

 

  그녀는 단호하고 빠르게 자신의 손가락을 찢었다. 핏방울이 계약의 서로 떨어졌다.

 

 "나, 설매화는 약속하겠노라. 반드시 금국의 건국에 도움을 보탤 것이며, 만약 이를 어길 시, 계약의 서가 원하는 대로 죽음을 청하겠노라."

 

  그러자 빛이 다시 한 번 뿜어내며 서서히 사그러들었다. 후. 짧게 한숨을 쉰 매화가 그에게 칼을 건넸다. 얼떨떨한 얼굴을 한 이안이 칼을 받아드렸다.

 

 "설 가는 어차피 저로 인해 위험을 껴안았어요. 당신이 오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단순히 위험만 껴안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죠."

 "……."

 "부탁할게요. 설 가를 지켜주세요."

 

  꾸벅 고개를 숙이는 매화를 보며 이안은 자신의 친우가 떠올랐다. 태자인 걸 들켰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친구를 해준 자. 어리석고 오지랖이 넓은 친구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랑스러운 친우. 이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저 또한 설 가가 해준 것이 너무도 많거든요."

 "……."

 "누가 저 같은 자와 친구를 해주겠습니까. 한낱 노예인 자를요."

 "…망국의 태자라고 하나 엄연히 태자 전하 아니십니까. 귀한 피가 어디 가는 건 아니지요."

 

  매화가 서툴게 위로하듯 말했다. 그 위로에 이안은 또 다시 웃음이 터졌다. 친우만 무르다고 생각했는데, 친우의 동생 또한 너무도 물렀다. 그렇기에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얼른 가서 주무세요."

 "앞으로는 숙녀를 이렇게 멋대로 부르지 마세요. 직접 찾아오시라구요."

 "알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얄밉게 웃으며 하는 말에 매화는 슬쩍 그를 노려봤다. 여유롭게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나쁜 자식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얄미워. 매화는 투덜거리며 조심스럽게 사랑채 밖으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밖은 아무도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향한 매화는 이불에 드러누웠다. 복잡한 심정을 차마 내비치지 못하고 눈을 꾹 감았다.

 

  불 타오르는 자신의 집을 기억한다. 비명과 절규가 가시지 않는다. 살아남아야 한다. 어미의 음성이 귓가를 스친다. 반드시. 너는 우리의 희망이야.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언제나 설 가문에서 보호 받고 사랑 받으며 자라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나이야족이 정말 저주스럽고 있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생각하며 귀 닫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는 그러지 않으리라.

  그녀는 결심했다. 반드시 해야만 했다. 자신을 시작으로 무엇이든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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