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3
작성일 : 19-10-18 16:13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29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해가 서서히 져가는 시간, 대문 안으로 설 가문의 수장인 설대환이 들어왔다. 밝게 웃으며 인사 나올 딸이 나오지 않는다. 대환은 집 안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옆에서 시종장만이 꾸벅 인사하고 있었다.

 

 "시종장."

 "네, 대감님."

 "매화는 자는가? 어찌 나오지 않는 건가."

 

  그 말에 시종장은 우물쭈물 입술만 달싹였다. 대환은 분위기가 어딘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대환은 빠른 걸음으로 앞서갔다. 도대체 누가 운단 말인가. 설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 딸이? 뛰어가는 자신을 따라 시종장이 뒤늦게 후다닥 뛰어왔다.

 

 "도대체 누가 우는 겐가? 우리 매화인가?"

 "아닙니다. 마님이십니다."

 "부인이? 어째서…."

 

  대환은 그 말에 더욱 놀라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사랑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더욱 놀라고 말았다.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사랑채에 누가 있나? 손님이라도 오신 건가? 그런데 왜 부인이 울고 있느냔 말이다. 후다닥 빠른 걸음으로 간 그는 시종이 문을 열기도 전에 벌컥 문을 열었다.

  거기서는 오열하며 울고 있는 제 부인과 난감하게 입술을 깨물고 시선을 돌리고 있는 아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낯선 이와,

  냉정하고 차가운 얼굴로 가만히 앉아있는 제 딸이 보였다.

 

 "부인?"

 "서방님."

 

  글썽이는 눈을 보며 대환은 머리 속이 어지러웠다. 도대체 무슨 일이냔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저 남자는 누구냐는 말이다. 어? 딸 옆에 앉아있는 낯선 자는…. 설마? 대환은 아름다운 혼례복을 입고 웃고 있는 딸을 떠올렸다.

 

 "안…!"

 "아버님, 오셨습니까. 이 분은…."

 "망국의 태자, 금이안이라고 합니다."

 

  아, 딸이랑 결혼하겠다고 온 자는 아닌 건가? 이 분위기가 아니었구나. 대환은 소리 지르며 반대하려는 마음이 푹 식었다. 큼. 목을 가다듬은 대환이 안으로 들어왔다.

 

 

 *

 

 

  손님이 왔다는 말에 안채에 있던 안주인, 서호는 곧장 사랑채로 향했다. 덕이에게 듣기로는 하문의 친우인 듯 싶다는데, 아무래도 뭐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녀는 곧 시종이 든 다과상과 함께 사랑채를 방문했다.

  사랑채 밖으로 말소리가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좋은 소리가 아닌 모양이었다. 커다란 외침까지 들려와 서호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 했다.

 

 "얘, 덕아. 얼른 문을 열어보렴."

 "네, 네. 마님."

 

  다과상을 문 앞에 둔 덕은 곧바로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남자를 노려보는 자신의 딸이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당황하며 고개를 숙이는 딸을 보며 서호는 더욱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제 딸이 누구에게 저럴 사람이 아닌데. 천천히 안으로 들어선 서호가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리도 시끄럽습니까."

 "어머니."

 "말해보세요, 매화. 무슨 일 있습니까?"

 

  매화는 그녀의 말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평소라면 입술 다친다고, 하지말라고 하는 하문마저 말이 없으니 서호는 일이 뭔가 심상치않게 돌아감을 느꼈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덕이에게 다과상을 두고 나가라고 말했다. 덕은 슬그머니 눈치를 보다 후다닥 다과상을 놓고 밖으로 나갔다.

  넷만 남은 공간에 정적이 일었다. 서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얼른 말해보세요. 무슨 일인 겁니까."

 "……."

 "하문, 왜 말이 없습니까."

 

  딸이 이야기하지 않으니 아들에게 묻는 수밖에 없었다. 다그치듯 말하는 서호로 인해 하문은 눈치만 볼 뿐이었다. 그때 낯선 자가 불쑥 끼어들며 말을 꺼냈다.

 

 "안녕하십니까. 망국의 태자, 금이안이라고 합니다."

 "뭐라고요?"

 

  망국이라고 칭해지는 나라는 단 한 나라밖에 없었다. 가장 강대했지만, 빠르게 무너져내린 '금'국. 을련국은 그런 금국을 조롱하듯 '금국이 아니라 망국'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망한 나라이기도 했지만, 공공연히 조롱하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런 망국의 태자가 왜 여기에. 그제야 자신의 딸 얼굴이 이해가 갔다.

 

 "도대체 여긴 무슨 일입니까."

 

  떨리는 손을 감추며 서호가 물었다. 만약 딸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거라면 어떡하지. 서호는 불안함을 감추며 애써 태연한 척 굴었다. 아닐 거야. 아무도 몰라야 해. 누구도 모르게 했는데….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녀가 나이야족이라는 것을요."

 "무, 뭐라고요?"

 

  당황하며 그녀는 하문과 이안을 번갈아봤다. 설마 하문이 들킨 것인가? 창백하게 질린 시선이 하문에게 꽂혔다. 하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머님. 이미 그가 알고 있었습니다."

 "어, 어떻게? 절대 알 수가 없을 텐데…."

 "저도 예언가로 인해 알게 된 겁니다."

 "예언가는 금국이 멸망하면서 다 죽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노파마저 죽으며 아무도 남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네.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 공식적으로는 그렇죠.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나이야족도 멸망하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서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딸이 어떤 소리를 들었을지 걱정이 된 그녀는 힐끔 딸을 쳐다봤다. 하지만 딸은 어두운 안색과는 다르게 의외로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걱정하는 자신의 어미에게 미미한 웃음을 지어보이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녀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어차피 그녀가 살아있다면 을련국은 언젠가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안은 서호에게 아까 하문과 매화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서호는 충격적인 진실에 몸을 비틀거렸다. 놀란 하문이 달려와 그녀를 붙잡았다. 하문에게 기대며 그녀는 몸을 떨었다. 어찌 이리도 잔인하단 말인가. 어찌 이리도…. 서호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매화야?"

 "소녀가 불효를 저지르겠습니다. 소녀, 복수를 꿈 꿉니다."

 "그건 내가 반대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오라버니가 반대하셔도, 설령 어머니와 아버지가 반대하셔도 할 겁니다. 여기 태자 전하마저 망설이시더군요. 하지만 전 할 겁니다."

 

  서호는 기어코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잔혹한 진실들보다 더욱 무서운 건 자신의 딸을 잃는 거였다. 흐느낌을 참지 못하고 그녀는 펑펑 울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대환이 사랑채 안으로 들이닥쳤다.

 

 

 *

 

 

 "매화야!"

 

  모든 자초지종을 들은 대환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자신이 소중하게 키운 딸이다. 비록 악몽같은 일들로 인해 고생했지만, 그것들을 다 잊었으면 하여 사랑만 듬뿍 주며 자라게 한 딸이었다. 그런데 그런 딸이 기어코 불구덩에 빠지겠다고 말한다. 대환은 그 사실이 너무도 끔찍했다.

 

 "안 된다. 제발 그런 선택을 하진 말아다오."

 "죄송합니다, 아버지."

 "매화야."

 "하지만 다 알아버렸어요. 제가 다 알았단 말입니다."

 

  아무런 죄도 없는 나이야족이 얼마나 돌팔매질 당해야했던가. 우리는 그 어떠한 죄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누명을 썼을 뿐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나라 하나 부강하자고, 우리를 모욕당하고 찢겨졌다. 매화는 그 사실이 너무도 치가 떨리게 싫었다. 뭐라도 하나 잡아서 누군가를 상처 내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제 마음 속 불길을 잡을 수 없을 터였다.

 

 "도대체 태자 전하는 왜 이 곳으로 온 겁니까. 왜…!"

 

  대환은 왜 잘 있는 자신의 딸을 들쑤시냐고 말하고 싶었다. 어릴 적 커다란 충격으로 인해 이제야 괜찮아진 제 딸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제 딸이었거늘, 왜. 대환은 씩씩 올라오는 분노를 참아내며 고개를 돌렸다.

 

 "죄송합니다. 제 이익만을 좇아 이 곳으로 온 겁니다."

 "그렇다면…!"

 "하지만 그녀가 필요합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사실 이안은 그녀가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기는 했다. 하지만 저도 복수에 사로잡혀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억울한 누명까지 다 뒤집어쓰고 죽어나간 제 가족들을 바라봤던 그녀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말릴 수 없다. 그녀와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비슷했다. 애초에 막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그녀가 원하는 일입니다. 사실 제가 이럴 자격은 없다는 거 알지만."

 "……."

 "저라도 그녀라면 가만히 있지 못 하겠죠. 저 또한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패배를 선언하고 무릎을 꿇는 자신의 아버지를 뒤에서 바라봐야 했다. 난도질 당한 어머니의 시체 앞에서 그는 기어코 아들에게까지 뻗으려는 더러운 손을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살아남았다고 좋은 건 아니었다. 이 온 몸에 차오르는 고통이 과연 좋은 것일까. 그 또한 어쩔 수 없었다.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한, 고통과 모욕을 준 을련국을 끌어내려야 했다.

 

 "하아. 조금만 시간을 주시오."

 "…아버지."

 "미안하다, 매화야. 하지만 나는…."

 "……."

 "난 아버지잖니."

 

  매화는 미안함에 불쑥 눈물이 나왔다. 애써 흐르기 전에 참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결국 시간벌이일 뿐이었다. 매화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걸 알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복수는 시작되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2 32 2019 / 12 / 10 241 0 4369   
31 31 2019 / 11 / 18 246 0 3686   
30 30 2019 / 11 / 10 251 0 3464   
29 29 2019 / 11 / 9 264 0 3767   
28 28 2019 / 11 / 8 226 0 4445   
27 27 2019 / 11 / 7 235 0 3117   
26 26 2019 / 11 / 6 236 0 3954   
25 25 2019 / 11 / 5 239 0 4526   
24 24 2019 / 11 / 4 237 0 3657   
23 23 2019 / 11 / 3 252 0 4252   
22 22 2019 / 11 / 3 263 0 5490   
21 21 2019 / 11 / 2 230 0 4355   
20 20 2019 / 11 / 2 225 0 4327   
19 19 2019 / 11 / 1 219 0 5553   
18 18 2019 / 10 / 31 224 0 4259   
17 17 2019 / 10 / 31 255 0 4371   
16 16 2019 / 10 / 30 247 0 4171   
15 15 2019 / 10 / 30 259 0 3965   
14 14 2019 / 10 / 28 229 0 4630   
13 13 2019 / 10 / 27 236 0 4786   
12 12 2019 / 10 / 26 228 0 4313   
11 11 2019 / 10 / 26 245 0 4171   
10 10 2019 / 10 / 25 246 0 4082   
9 9 2019 / 10 / 24 252 0 4351   
8 8 2019 / 10 / 22 251 0 4681   
7 7 2019 / 10 / 21 236 0 4482   
6 6 2019 / 10 / 20 236 0 4349   
5 5 2019 / 10 / 19 270 0 4027   
4 4 2019 / 10 / 18 248 0 4304   
3 3 2019 / 10 / 18 237 0 4296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용사의 세계로
어항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