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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열여섯-7
작성일 : 19-10-18 12:37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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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실 바바라처럼 멋진 일은 없었어.”

 

 이 말을 한 이후로 델리는 자신이 무엇을 겪었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듯 ‘음……’이라는 듣기 좋지 않은 진동을 내뱉었다.

 

 “아……. 내가 캠프 때문에 모임을 계속 빠졌는데…… 헤일리 저 며칠 만에 오는 거예요?”

 “음…… 거의 한달 정도? 캠프 다녀온 후로 계속 빠졌지.”

 “아……. 그렇구나. 그럼 6월에 여름 캠프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고 싶어. 14일부터…… 삼주 동안 그러니까 7월…… 7월 며칠이지…… 2일…… 그래 2일에 캠프에서 돌아왔거든. 거기서 연극을 했는데 정말 이상한 연극이었어. 나는 연극을 하고 싶지 않았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 그런데…… 고등부 선생님이 꼭 하라고 했어. 나는 짜증이 났어. 짜증이 났는데 어쩔 수 없이 연극을 했어. 나는…… 나무…… 나무 역할이었어. 불량한 사람들은 주인공이었는데 나는 나무였거든. 근데 거기서 이름이 잘 기억 안 나는데…… 앤…… 댄…… 벤…… 벤이라는 여자애가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 나무로 종이를 만들고 종이에 대본을 쓰니까 우리가 주인공이라고 했어. 정말 마음에 드는 말이었어. 나무가 주인공이라니……. 나무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잖아. 정말 천재 같아서 벤이라는 여자애한테 사랑에 빠진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같은 오두막 방에서 잠을 자던 스웨이지라는 불량한 남자애한테 얘기를 했는데 그 남자애가…… 이렇게 말했어. 벤은 너를 좋아해서 그런 말을 한 거니까 키스를 해주면 아주 좋아할 거라고. 그러니까 공연 바로 전에 키스를 하면 아주 좋아할 거라고 했어. 그래서 나는 연극이 시작하기 바로 전에 벤에게 키스를 했어. 벤은…… 벤은 깜짝 놀라 내…… 내 뺨을…… 때렸어. 그래서 나는 아주 놀랐어. 벤은 뛰쳐나갔고 연극은 망쳤지. 마지막 날이었는데 나는 엄마가 데리러 왔고 엄마의 차를 타고 떠났어. 그 다음 날 나는 교회에서 스웨이지가 하는 말을 들었어……. 스웨이지는 바보 같은 연극을 망치기 위해 나를 이용한 거라고. 화는 나지 않았어……. 나는 벤처럼 화를 내는 방법조차 알지 못하거든.”

 

 델리가 말했다.

 

 나는 델리의 말이 들지 않았다. 델리는 아주 멍청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바라 같은 천재가 아닌 델리는 같은 멍청이는 정말 내가 싫어하는 마티아스 와일더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벤한테 사과를……”

 “그러면 일주일 동안은 무슨 일이 있었길래 모임을 빠진 거니?”

 

 바바라는 헬시의 말을 끊었다. 헬시는 해밀턴 교장의 얍삽하고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바바라를 쳐다봤다. 바바라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델리를 쳐다봤다. 바바라는 델리에게 원하는 대답을 얻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그냥 집에 있었는데…….”

 

 델리가 말했다.

 

 바바라는 실망한 듯 보였다.

 

 “아……. 벤이 목사님한테 말해서…… 목사님이 또 엄마한테 말해서…… 나는 외출금지를 당했는데……. 엄마는 헤일리한테 말을 안 한 거고…….”

  “나는 네가 모임에 며칠 빠진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외출금지랑 여름 캠프는 못 들었어, 델리.”

 

 델리의 말에 헤일리가 정정을 하듯 말했다.

 

 바바라는 델리와 헤일리의 말에 고개를 수차례 끄덕였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내 이름을 불렀다.

 

 “해리 슈와일더. 너는 어떤 바보 같고 멍청한 일을 겪었니?”

 

 바바라가 말했다.

 

 나는 바바라의 말에 생각을 했다.

 

 나는 어떤 바보 같고 멍청한 일을 겪었고 어떤 바보 같고 멍청한 사실을 이들에게 말해줘야 할까……. 아주 깊은 늪에 빠져버렸다.

 

 “해리…… 해리?”

 

 헤일리가 나를 불렀다.

 

 아주 낯선 이름으로.

 

 나는 헤일리의 부름에 늪에서 나와 풀이 무성한 육지를 걸었다. 육지를 걷던 나는 무성한 풀 숲 사이로 가려진 쥐덫에 걸렸다. 피가 나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그 쥐덫은 아주 멍청한 해밀턴 교장의 볼품없는 싸구려 팔찌 같았다. 201호의 사람들은 내 말을 기다렸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될까…… 생각했다. 저 벽에 달린 시계 침 소리는 다이너마이트의 카운트다운처럼 서서히 줄어들수록 내 발을 더 세게 조였다. 발목을 자르고 싶지 않은 나는 입을 열었다.

 

 “안녕. 나는 해리 슈와일더.”

 “안녕, 해리 슈와일더.”

 “잭과의 상담이 끝나고 배가 고파진 나는 위드 타코에 가서 양고기 타코를 먹으려고 했는데 위드 타코에 바보 같고 한심한 풋볼 팀이 있었어. 그 풋볼 팀의 주장인 로버트 긴즈버그가 내게 다가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그 뒤에 있던 찌질하고 멍청한 찰리라는 녀석이 나를 보며 비웃고 시비를 걸다가 내게 주먹질 발길질을 했고 그러다 내가 찰리의 약점을 가지고 놀렸…… 놀린 거 맞나……? 난 찰리의 주먹을 잡고 이렇게 말했어. 아빠 제발요. 아빠 그만 하세요. 아파요. 벨트로 때리는 거 너무 아파요. 제발요. 아빠…… 그러더니 찰리가 경악을 했지. 그리고 바보 같은 풋볼 팀은 위드 타코를 나갔어. 나가자마자 트리스가 위드 타코 안으로 들어왔고…… 트리스가 양 고기 타코를 가져왔고…… 트리스가 난장판이 된 위드 타코를 치웠지. 별로 재미있는 일은 없었어. 그리고 오늘 여기 오기 전엔 바보 같은 해리 슈와일더의 스탠드 업 코미드를 봤어. 내가 말 한 그 해리 슈와일더는 내가 아니라 바보 같은 코미디언 해리 슈와일더야. 난 집에 가면 해리 슈와일더의 코미디 쇼를 볼 거야. 그래서 빨리 집에 가고 싶어.”

 

 내가 말했다.

 

 내 말에 헤일리는 나를 쳐다봤다. 왜 나를 쳐다볼까. 내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그런 걸까? 하지만 별 다른 이유 없는 눈빛이었다.

 

 “그래, 네 얘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해리 슈와일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집에 가려면 모두 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되거든. 그리고 이 모임은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야.”

 

 헤일리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헤일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앉은 헬시가 다리를 뻗어 내 발 위에 자신의 발을 올렸다. 나는 헬시를 쳐다봤다. “왜.” 내 말에 헬시는 “그냥”이라며 한심한 대답을 내려놓았다. 다음부터 헬시 옆에 앉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리 슈와일더가 빨리 집에 가고 싶으니 제가 어제 있던 이야기를 말 할게요.”

 

 남자애였다.

 

 어눌한 델리의 말투와는 정반대인 아주 당찬 말투였다. 바바라의 남자버전 같았다.

 

 “그래. 뉴트론.”

 

 바바라의 남자버전의 이름은 뉴트론이었다.

 

 중성자…….

 

 201호 안에서 가장 멋있는 이름이었다.

 

 “안녕. 뉴트론이야.”

 “안녕, 뉴트론.”

 “사실 나는 모험을 한 적도 특별한 일을 한 적도 없어. 학교에서 화학 반응에 대한 실험을 했고 너무 지루했지. 솔직히 이런 건 초등학생의 수준이었거든. 난 멍청하지 않거든. 그래서 급조폭발물을 만들 생각을 했지. 이 멍청한 학생들과 멍청한 선생들 그리고 멍청한 학교를 날려버리는 거야! 얼마나 재미있어. 그래서 집에 가자마자 동생 루이스의 멍청한 자동차 장난감을 분해했어. 자동차 장난감의 모터에 충격을 주니까 불꽃이 일어났거든. 학교를 날려버리려면 더 커다란 모터와 회로가 필요해. 그래서 어제 하루 종일 커다란 모터를 구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봤지. 난 커다란 급조폭발물을 만들어서 멍청한 학교를 날려버릴 거야.”

 

 뉴트론이 말했다.

 

 뉴트론은 아주 행복한 듯 입가에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주 행복해 보였고 그 누구도 뉴트론의 행복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듯 보였다.

 

 헤일리는 달랐다. 헤일리는 적잖아 당황한 표정이었다. 나는 헤일리의 표정을 읽고 싶었다. 헤일리의 생각을 읽고 싶었다. 하지만 읽을 수가 없었다. 헤일리의 표정은 가장 어려운 수학문제였다.

 

 “헤일리.”

 

 뉴트론이 말했다.

 

 “급조폭발물 만드는 방법 알아요?”

 

 뉴트론이 헤일리에게 물었다.

 

 “아니 모르는데.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헤일리가 말했다.

 

 “그런가요? 나는 크리스찬 선생님이 좋은데 크리스찬 선생님도 다칠까요?”

 “다칠 거야, 분명.”

 

 헤일리의 말에 뉴트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뉴트론의 반응에 대해 아주 크게 실망을 해버렸다. 사제 폭탄을 만드는 걸 보고 싶었는데 헤일리 때문에 보지도 못한다. 자동차 장난감의 모터에 어떻게 해야 불꽃이 일어나는 거지……? 모르겠다.

 

 “아쉽네요. 크리스찬 선생님은 멍청한 학교에서 유일하게 똑똑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다칠 수는 없으니까…….”

 

 뉴트론이 말했다.

 

 호박 마을에 가기로 했는데 부모님이 바빠서 못 가게 된 어린 아이의 표정과 말투였다. 뉴트론도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 이상했다.

 

 “그럼…… 헬시가 얘기해줄래?”

 “안녕 난 헬시야”

 “안녕, 헬시.”

 “나는 딜런 행크가 출연한 영화를 봤어. 내가 본 영화는 <블랙아웃(BLACK out)>이야. 나는 배우 중에서 딜런 행크를 제일 좋아하거든. 가수는 팀 맨더슨…… 아무튼 나는 딜런 행크 때문에 R등급인 <블랙아웃>을 봤는데…… 딜런 행크가 정말 멋있었어. 창녀들을 죽이고 마지막에 사랑하지 않았던 매켄지까지 죽이고…… 그 피를 마신 모습이 너무 멋있었었거든. 딜런 행크에게 죽임을 당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만큼…… 더러운 매캔지에게는 정말 아름다운 죽음이었어.”

 

 헬시가 말했다.

 

 아주 형편없는 영화 감상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어. 왜 딜런 행크는 R등급의 영화에만 출연을 할까……? 딜런 행크의 아름다움을 R등급을 관람할 수 없는 십대들이 보지 못 한다는 게 너무 아까웠어.”

 

 나는 헬시의 말들이 너무 우스웠다.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손으로 틀어막았다. 내 웃음소리에 헬시가 나를 째려봤다.

 

 “너 내 말이 웃긴 거야?”

 

 헬시가 내게 물었다.

 

 나는 헬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멍청한 말이라는 걸 너는 모르는 거야?”

 

 내가 헬시에게 물었다.

 

 “해리 슈와일더 그만 해.”

 

 헤일리였다.

 

 하지만 나는 그만 둘 마음이 없었다.

 

 “영화 속의 딜런 행크에게 죽임을 당하고 싶은데 실제로는 죽기 싫은 거 아니야? 그럼 딜런 행크에게 말 해! 날 좀 죽여 달라고. 네가 창녀가 되면 딜런 행크는 널 죽여줄지도 몰라!”

  “야!”

 

 내 말에 헬시가 소리쳤다.

 

 “내가 너 꼭 죽여 버릴 거야!”

 

 헬시의 말에 공기가 아주 차갑게 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공기는 날카롭게 변해 내 뺨을 스쳤다.

 

 “나는 딜런 행크가 아닌데.”

 

 헬시의 말에 혼잣말을 읊조렸다. 나는 우습게도 헬시가 아닌 헤일리를 쳐다봤다. 헤일리는 나를 보며 한숨을 깊게 쉬었다.

 

 “오늘은 여기까지가 좋을 거 같네…….”

 

 헤일리가 말했다.

 

 “도미노 네 얘기는 다음에 듣자.”

 

 헤일리의 말에 도미노라는 흑인 남자애가 섭섭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서로 이해하자……. 그리고 해리 슈와일더? 나가지 말고 나랑 얘기 좀 할래?”

 

 헤일리가 나를 붙잡았다.

 

 나는 헤일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201호 안에 있던 바바라 헬시 델리 뉴트론 그리고 도미노는 201호를 나갔고 201호 안에는 나와 헤일리 둘 만 남았다.

 

 “무슨 일이에요 헤일리?”

 

 내가 헤일리에게 말했다.

 

 “음…… 그러니까. 이 모임에 오는 아이들은 자폐증 과대망상 조현병…… 조현병을 가진 아이들이야. 그러니까 이 모임은 이 아이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듣기 위해 만든 모임이야. 헬시한테 한 거처럼 행동하면 안 돼.”

 

 나는 헤일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헤일리의 말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잭은 나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친 사람이 가득 한 이 모임에 나를 불렀다. 나는 미친 사람이기 때문에 이 미친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 나는 잭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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