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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포르피린의 그녀
작가 : 멜로윙
작품등록일 : 2019.10.4

나는 어느 날 병원에서 '포르피린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설유리라는 소녀에게 습격당하게 된다.
포르피린증이란 병은 뱀파이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병이며, 그녀는 조금 더 특별한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낸 걸까,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 못지않게 나 또한 변해가고 있었다.

 
포르피린의 그녀_10화
작성일 : 19-10-17 06:55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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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떡볶이집의 자동문이 열렸다가 다칠 때까지,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진하영은 나도 얼마 전에 든 적이 있는 작은 쇼핑백을 쥐고 있었다. 혼자서 향수를 구입하고 오는 길인 것 같다.

 

  “옆은…… 여자……친구야?”

 

  진하영은 유리의 차림새를 살피며 나오지 않는 말을 억지로 뱉어내듯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설유리라고 합니다. 여자 친구는 아니에요.”

 

  유리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은 건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주원이…….”

 

  진하영의 입술이 떨며 작게 내보낸 말.

 

  “아, 아하하~ 약속 있다더니…….”

 

  그녀는 갑자기 웃어 보이며 평소의 말투로 돌아가려 했지만, 무리가 보였다. 그것은 억지로 빚어낸 웃음이었다.

 

  “여기 떡볶이 집…… 가려고 한……흑.”

 

  그녀는 결국이라는 말을 써야 맞을까, 한순간 표정이 구겨지며 눈물을 보였다. 그리곤 뒤돌아서 도망치듯 빠르게 달려갔다.

 

  “지, 진하영!”

 

  다급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달려갔다. 아마 그녀의 감상은 이랬을 것이다.

 

  이곳, 떡볶이 집 또한 유리와 가기 위해 미리 사전 조사를 했던 것이라고. 자신은 그저 일회용 도구였을 뿐이라고.

 

  그런 진하영의 마음을 공감해버린 난, 그녀를 쫓아갈 수 없었다. 그녀를 따라잡는다 한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멀어지는 진하영의 등에 손을 뻗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육상부의 에이스답게 그녀는 이미 정말 빠른 속도로 눈앞에서 사라져있었다.

 

  “저, 저기, 어, 음…… 나, 나 때문…….”

 

  “아니야.”

 

  “따라가 봐야 하는 거…….”

 

  “괜찮아. 미안하다. 오늘 떡볶이는 못 먹을 것 같아.”

 

  유리도 적잖이 당황하였는지 그녀가 달려간 곳과 나를 번갈아 보면서 물었다. 하지만 나는 유리의 말을 자르며 부정했다.

 

  그녀의 탓은 없었다. 온전히 부주의하고 어리석은 내 잘못이었다.

 

  떡볶이를 못 먹겠다는 말의 이유를 그녀는 물어오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인 나를 조금이라도 달래주려는 듯 유리는 떨고 있는 내 손가락 끝을 조심스럽게 잡아주었다.

 

  그마저도 따듯하고 부드럽다고 느낀 내가 싫었다.

 

 

 7

 

  다음 날은 학교에 평소보다 늦게 도착했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에 이불속에서 뭉그적거린 나태하고 추한 결과였다.

 

  그리고 교실을 들어갈 때 나오고 있는 진하영과 마주쳤다.

 

  “아, 안녕…….”

 

  순간적으로 동시에 멈춰선 둘. 나는 당황을 겨우 눌러 넣으며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어제 그렇게 헤어져 놓고 인사를 건네는 건 가증스러운 짓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여기서 바로 사과를 하며 오해를 푸는 게 올바른 행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인사를 던져버렸다.

 

  “응, 안녕. ……좀 비켜 줄래?”

 

  진하영은 눈을 피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저기압 텐션으로 인사를 받아쳤다. 표정엔 일말의 웃음기도 없었다.

 

  그리곤 할 말이 없다는 듯 빠르게 옆을 지나쳐갔다.

 

  “저, 저기! 어제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사고를 확인할 틈도 없이 몸이 나서서 저지른 행위였다.

 

  진하영은 뒤돌지 않고 제자리에 멈췄다.

 

  “어제는…… 뭐.”

 

  “여, 여러모로 미안하게 됐다. 오해가 조금 있었어. 절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게 뭔데?”

 

  “응? …….”

 

  말문이 턱 막혔다. 어디부터 해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여나 진하영의 마음에 또 상처를 줄까 봐 두려웠다.

 

  잠시 후, 그녀로부터 얕은 한숨이 들려왔다.

 

  “어젠 나도 갑자기 슬픈 일이 생각나서 그런 거야. ……신경 안 써도 돼.”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다시 빠르게 멀어져갔다.

 

  정말 그런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 눈물은 분명 그런 의미를 담은 눈물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항상 진하영에게 받기만 한 것 같았다. 정도. 도움도.

 

  내가 먼저 말을 건 적은 요즘 일들은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건네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사과하는 일이 유난히 많았다는 걸 느꼈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그녀는 몇 번이나 나를 용서해줬다는 말이다.

 

  그날 이후로 진하영에게서는 달콤한 향수 냄새가 나지 않았다.

 

 

 8

 

  시간이 흐를수록 하루가 다르게 날씨는 추워졌다. 눈만 오지 않을 뿐 어엿한 겨울이란 생각이 들었다.

 

  진하영은 내게 평소와 똑같이 대하는 것 같았지만, 뭔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것처럼도 보였다.

 

  나는 그녀를 거부하지 않고 최대한 마주해주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

 

  유리의 환자실은 야간 자율학습이 없는 날이나 휴일을 이용해서만 찾게 되었다.

 

  계속해서 야자를 도망쳤다간 부모님께 알린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병원에 오면 주희가 아닌 유리의 방문을 목적으로 카운터에 이야기하게 되었다. 간호사님들은 때때로 나를 ‘남자친구’라는 단어로 칭했지만 그럴 때마다 착실히 부정했다.

 

  나쁜 기분이 들지는 않았지만…….

 

  유리와는 평범한 친구들처럼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웃고, 장난도 치고, 때로는 위로도 해주며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 간단한 내용을 담은 문자도 주고받게 되었다.

 

  휴일에는 집에만 있던 내가 갑자기 이틀이나 나가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의문을 품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나는 대충 친구를 만나러 간다던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온다고 둘러댔다. 엄마는 그럴 때마다 일부러 속아주시는 눈치였다.

 

  그 외에는 주희의 퇴원선물을 까먹고 사지 못한 탓에 집에서는 며칠간 주희의 기분을 달래주어야 했다.

 

  나중에 사탕 꾸러미를 사준 후에야 겨우 풀렸지만…… 오빵만 있으면 된다고 했으면서…….

 

  유리와의 데이트를 기점으로 다음 주 일요일이었다.

 

  다코야키가 먹고 싶다는 유리의 문자를 받았다. 때마침 일요일에는 동네 시장에 다코야키 트럭이 들어와 장사를 하는 날이었다.

 

  다코야키 20개가 포장된 박스를 사고 조금은 식겠지만 병원으로 향했다.

 

  냄새 탓에 병원 측에 조금 민폐가 아닌가 싶었지만, 간호사님들은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어차피 유리의 방에는 그녀 외에 환자가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제는 눈감고도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계단. 그곳을 올라 항상 가는 복도로 몸을 돌린 나는 유리의 환자실에서 나오는 한 명의 여성을 보았다.

 

  풍기는 아우라랄까, 조신한 표정과 걸음걸이 등에서 완전한 어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중년이라는 말은 아직 이를 것 같다는 외모를 지니고 계신 아름다운 분이셨다.

 

  복도의 불투명한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인해 하얀 피부는 빛이 나는 것처럼 광이 났고, 허리춤까지 흘러넘치는 긴 흑발이 인상적이었다.

 

  하얀 트렌치코트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었으며 키가 크고 얼굴이 되게 작았다.

 

  나온 곳을 보아 나는 그 여성이 아마 유리의 어머니가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예측해 보았다.

 

  그분은 나를 발견하시더니 ‘아!’ 하는 표정으로 느낌표를 띄우곤 이쪽을 향해 똑바로 걸어오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일정 간격을 두고 내 앞에 멈춰 섰다. 아무 미동도 하지 않고 뭔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고 계셨다.

 

  표정은 화난 것 같진 않았지만, 웃음을 머금고 있지도 않았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묘하게 느껴지는 어른의 중압감에 눌려 고개를 숙이며 우선 정중히 인사를 드렸다.

 

  그때서야 여성분은 못 참겠다는 듯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핫! 안녕하세요. 듣던 대로 귀여운 구석이 있네요.”

 

  그동안 받던 프레셔에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상큼하고 쾌활한 웃음소리였다. 눈웃음 또한 유리와 닮았다.

 

  그보다 듣던 대로 귀엽다니……. 유리가 정말 날 귀엽다고 얘기한 것일까?

 

  “저는 유리의 엄마 되는 사람이에요. 우주원 씨 맞으시죠?”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미 유리네 어머니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리의 밝은 부분은 어머니의 영향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 분위기가 완전 판박이였으니깐.

 

  말투에서는 나이를 불문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선한 인성이 물씬 느껴졌다.

 

  “네 맞습니다.”

 

  “그럼 지금 시간 되시면 잠시 이야기라도…… 엇, 그거 다코야키다!”

 

  내 손에 든 다코야키를 눈치채신 아주머니께서 꽤 소녀다운 반응을 보여주셨다.

 

  “유리랑 같이 먹으려고 사 오신 거죠?”

 

  “아, 네…….”

 

  “식으면 안 되니깐, 음…… 잠시만 이리 줘볼래요?”

 

  나는 그 상냥하고 어딘가 장난기가 부풀어있는 말투를 져버릴 수 없어 다코야키를 넘겨버렸다.

 

  그대로 아주머니께선 유리의 환자실에 어딘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가시더니 문을 열고 다코야키를 안에 내려놓으셨다.

 

  아마 복도 창문으로 드는 햇볕은 유리가 위치한 침대까지는 닿을 겨를이 없으니 저렇게 망설임 없이 열 수 있던 것이다.

 

  “유리야! 이거 두고 갈게? 신랑이 사 오셨어~.”

 

  “에? 시시시시, 신랑 아니거든! 아니, 그보다 주원이는?!”

 

  유리네 어머니께선 간호사님과 함께 나를 신랑으로 칭해 유리를 놀리자고 말이라도 맞추신 걸까?

 

  안에서는 당황한 유리의 외침과 함께 나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원 씨는 잠시 빌려 갈게~. 나올 수 있으면 나와서 데려가 보시던지~.”

 

  “어, 어? 엄마! 치사해!”

 

  아주머니는 짧게 혀를 내밀며 매롱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그보다 마지막 대사는 유리에게 조금 너무하지 않나요.

 

  그래도 유리와 그녀의 어머니가 저 정도 농담도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이 왠지 안심됐다.

 

  딸을 놀리고 키득키득 웃고 있는 결코 아름답지만은 못하지만, 행복해 보이는 아주머니께선 다시 내게 걸어오셨다.

 

  “저희 딸이 참 재밌죠?”

 

  저희 딸 놀리는 게 참 재밌죠? 라고 들렸다.

 

  나는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유리의 평가를 내뱉는 말에 왠지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 이제 자리를 조금 옮길까요?”

 

  그렇게 말하고 계단을 내려가시는 아주머니의 뒤를, 나는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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