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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37. 현무도를 찾읍시다
작성일 : 19-10-17 05:47     조회 : 212     추천 : 2     분량 : 7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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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현무도를 찾읍시다.

 

 

 이현민의 펑퍼짐한 등짝을 주무르던 여자 마사지사는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구멍 뚫린 침대바닥에 엎드린 채 숨만 헐떡이고 있던 이현민은 마사지사의 사정은 관심 없이 방바닥에만 눈길을 주고 있었다. 바닥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긴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오자 이현민은 오른손을 들었다.

 

 “불편하세요, 손님?”

 “요 아래 머리카락이 있어.”

 

 마사지사는 순간 당황하더니 얼른 침대 밑으로 내려와 머리카락을 집어냈다.

 

 “죄송합니다, 손님. 주의하겠습니다.”

 

 마사지사는 하던 일을 계속 하려고 다시 이현민의 몸에 손을 댔다.

 이현민이 거세게 손을 뿌리쳤다

 

 "손 안 닦았잖아!“

 “죄송합니다, 손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마사지사가 당황한 얼굴로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여는데 안영준이 들어왔다.

 안영준이 마사지사를 돌아보며 의심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너 뭔 짓 한거야?”

 

 이현민은 대답대신 일어나 앉으며 어깨에 걸쳤던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아내고 샤워실로 향했다. 안영준이 수상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안영준은 마사지샵 로비에서 게임을 하며 이현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샵 매니저와 마사지사가 이현민의 뒤를 따라 나오면서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입구 앞에 서있던 직원둘이 양쪽에서 문을 열자 이현민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문을 빠져나갔다.

 직원들이 이현민의 뒤꽁무니에 대고 90도로 인사를 하는걸 보고 얼결에 안영준이 그들에게 맞절을 하고 이현민을 뒤따라 나갔다.

 

 “왜 그래? 너 이런 사람 아니잖아? 딱 갑질 하는 고객님 폼인데?”

 “그러게 똑바로들 했어야지.”

 “아까 니 방에서 나간 마사지사 완전 쫄았던데 너무 세게 나간거 아냐?”

 “손씻고 오란게 세냐?”

 “너 이러는거 되게 낯설다. 재수없어.”

 

 이현민은 아무 반응없이 안영준의 차에 올랐다.

 

 안영준은 이현민을 성수동 카페거리로 데려갔다.

 안영준이 안내한 카페는 예전에 구두공장이었던 것을 개조해서 카페로 만든 곳이었는데 천정이 높은 창고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실내를 전시, 커피, 책, 소품 등으로 나눠서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한 괜찮은 공간이었다.

 

 “야, 여기서 우리만 아저씨다.”

 

 커피를 들고 오던 안영준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둘러보니 정말 이삼십대들 뿐이었다. 혼자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도 많았고 업무미팅을 하러 온 사람들, 연인들끼리. 혹은 친구들과 카페모습을 사진에 담는 손님들. 모두가 젊고 아름다웠다.

 

 두 사람에게도 그런 나이가 있었다.

 지금 이 모습과 다르다면 카페 전전하면서 수다 떨 틈 없이 오로지 게임과 사업에만 빠져 폐인처럼 살았던 시절. 운이 없어서 그 여세를 끝까지 몰고 가지는 못했지만 열정과 자신감으로 부러울 게 없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현민은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일면식 없는 어린 마사지사 한테 화풀이나 하고 있을까.

 좋은 카페에 와서 제법 잘 내린 커피를 마시고 있는 지금도 즐겁지가 않다.

 지긋지긋한 이 땅, 아버지의 그늘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컬쳐클럽에 저를 추천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정회장의 별장에서 이현민이 그런 제안을 했을 때 정회장도 순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회장은 이현민이 아버지의 장례식과 동영상 때문에 술만 퍼마시면서 징징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그를 철부지 애송이로만 생각했었는데 허를 찔렸다.

 

 “하하. 추천요? 우선 저한테 그런 권한이 있는가 부터 알아봐야겠는데요?”

 “설마 회장님이 그 정도 능력도 없으실까요. 창단멤버정도는 되실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말씀은 고맙지만 나도 거기 가면 한낱 회원일 뿐이라서...”

 “그럼 제가 직접 대표를 만나서 가입신청서를 내는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컬쳐클럽 위치도 알게 됐으니 구경이나 한번 했으면 싶은데요.”

 “이대표!”

 

 이현민의 허세 가득한 얘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정회장이 굳은 목소리로 이현민의 말을 잘랐다.

 

 “컬쳐클럽은 관광지가 아닙니다. 아무나 드나드는 박물관이 아니에요.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아하.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대단한 클럽의 회원이셨군요. 그럼 아버지의 유품들 제가 거기 전부 갖다 바쳐도 회원자격이 안됩니까?”

 “내가 알기로는 이회장 유품중에 국내에는 이제 쓸 만한 물건이 없을텐데. 이회장이 다 가져갔거나 싸구려 모조품들 뿐이라서.”

 

 진즉에 소장품 목록을 확인해봤더라면 지금 정순호의 말을 반박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럴줄 알았으면 곽노수를 조금이라도 일찍 만나서 해결을 했어야하는데..이현민은 문득 그와 지난번 만났을 때 필요이상으로 그의 신경을 긁었던 걸 후회했다.

 

 “인수확인서 사인은 잠시 보류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언제든 결정되면 마스터에게 연락하십시오. 나가는 길에 연락처 받아가세요. 먼 길 오느라 수고했습니다.”

 

 정회장이 인터폰을 누르자 마스터가 문을 열고 이현민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주작도 쯤이면 자격요건이 되겠습니까?”

 

 정회장은 문 쪽을 향해 손을 내밀며 나가라는 눈짓을 했다.

 눈은 웃고 있지만 이현민에게는 굴욕적인 제스처였다.

 

 ‘정회장도 주작도에 대해 알고 있나?’

 

 세상에 비밀이 없다고 하지만 어떤 루트로든 주작도의 소장자와 장소가 알려졌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아버지가 계속 사이판 사무실에 두고 있지 않았을텐데...만약 정회장의 저 눈빛이 페이크라면...그렇다면 이현민은 지금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이다. 잠시 동안 이현민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다시 성수동 카페.

 

 “투자자 모으는건 어디까지 됐어?”

 “투자자 1번인 니가 사인을 해야 다른 사람들도 끌어모으지. 우리 사업 얘기하는거 장례치르고 처음이다.”

 “그래서 올스톱이라고? 나때문에? 등신. ”

 

 안영준이 커피를 마시려다 내려놓고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그래! 나 등신이다. 박변이 회사는 만들었어. 이름만 지으면 돼. 널린 상장회사 중에서 우리가 인수할 업체 찾고 있고, 보물선 소유권 문제라든가 인양 제반사항. 그런거 계속 정리하고 있고.”

 

 이현민이 아무 말 없이 커피만 마시고 있자 안영준이 팔을 걷어 부치며 이현민 쪽으로 노트북을 돌려놓았다.

 

 "자, 봐. 이래도 등신이냐?”

 

 안영준이 보여주는 화면에는 회사소개부터 보물선 인양계획안, 사업제반 진척사항 등이 항목별로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SJ 컴퍼니로 해”

 "SJ? 너 설마 성진의 SJ?"

 "계열사 하나 늘리지 뭐.”

 “그게 니 맘대로 되냐? 너 진짜 오늘 이상하다. 혹시 약 다시 시작했어? 아니지?”

 

 이현민이 한심하다는 듯 안영준을 노려봤다.

 

 “에이씨, 그런 눈으로 사람 좀 보지 마. 기분 아주 드러워.”

 “그러게 헛소릴 왜 해.”

 “너 왜 이렇게 겁이 없어졌어? 성진그룹이!”

 

 안영준이 목소리를 높이다가 주위눈치를 보며 입을 가리고 말했다.

 

 “성진그룹이 니꺼야? 그냥 막 만들었다 엎었다 해도 돼?”

 “안되면 되게 하는 방도가 있겠지. 우리 셋이 머리를 짜야지.”

 “참나. 우리 스무 살 아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떠들 나이 아니라구.”

 

 이현민은 대답대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응. 어디냐? 언제 끝나? 그래, 그럼 9시쯤 보자. 영준이네 집. 응.”

 

 이현민이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끊고 남은 커피를 털어 넣었다.

 

 “박변?”

 “응.”

 “좀 차분하게 얘길 해보자. 너 아까 마사지 샵에서도 그렇고 왜 이렇게 감정적이냐? 왜 이렇게 삐딱해?”

 

 안영준은 목소리까지 덜덜 떨면서 물었다.

 

 “영준아.”

 “야, 목소리 깔지 마. 무서워.”

 “그거 말야. 더 도는거 없지?”

 “뭐? 회장님...동영상?”

 “응.”

 “없어. 볼 사람 다 봤.......”

 

 안영준이 이현민의 눈치를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한국사람들 휘리릭~ 뜨다가 피웅~ 바람 빠지는거 주특기잖아. 사실 까놓고 말해서 요새 몰카나 야동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다들 관심도 없어.”

 “고맙다. 그것도 위로라고 해주니.”

 

 안영준은 또 말실수를 한 걸 깨닫고 조용히 커피를 마셨다.

 

 “다음 주에 사이판 갔다 와서 보물선 얘기 마무리 짓자.”

 “사이판은 왜?”

 “만날 사람이 좀 있어서.”

 “설마 리조트 어떻게 하려는거 아니지? 너 진짜 괜찮겠냐? 아버지 안 계시다고 니가 막 사업에 손대도 돼?”

 “누가 막 한 대? 걱정 마. 너 철창가게 안하니까. 이따 집에서 보자.”

 

 이현민이 겉옷을 챙겨 일어났다.

 안영준은 달라진 친구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듯 그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봤다.

 

 곽노수는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모습을 보며 머리를 매만졌다. 조금 전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한바탕 또 난리를 치르고 났더니 몰골이 엉망이다. 집에서 일찍 나왔으니 망정이지 약속시간 맞춰서 나왔으면 늦을 뻔 했다.

 

 <행당동 00오피스텔 425호>

 

 강북이라 기대를 안했는데 신축건물이었다. 곽노수는 입구에 있는 인터폰을 살피다가 천천히 호수를 눌렀다. 귀에 익숙한 음악이 잠깐 흐르고 저쪽에서 수화기를 드는 듯 하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이현민이 모니터로 얼굴을 확인한 모양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로비며 엘리베이터도 모두 화려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였다. 그리고 조용했다.

 

 곽노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425호의 벨을 눌렀다.

 덜컥 문이 열리며 이현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쿠, 혼자 계시나 봅니다.”

 

 말 그대로 독대다.

 오피스텔 내부는 이삼십 평 쯤 되어 보였는데 가구와 전자제품은 빌트인 형태로 최소한의 살림이 가능해보였다.

 이현민이 맥주를 곽노수 앞에 내놓고 자신도 하나를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

 

 “나는 미팅 중에는 술을 안 해서....”

 

 곽노수가 슬그머니 맥주를 이현민 쪽으로 밀어놓았다.

 

 “그럼 커피 드릴까요?”

 “아닙니다. 마시고 왔습니다.”

 

 지난번 커피숍에서 만났을 때와 달리 이현민은 꽤 누그러져있었다. 커피드릴까요라는 말 한마디에 곽노수도 긴장을 풀었다. 이현민이 곽노수에게 서류뭉치를 건넸다.

 

 “아버지 유산목록입니다. 지난번에 한번 보셨죠?”

 

 장례식장에서 권오형이 가지고 있던 것과 똑같은 리스트의 복사본이었다.

 

 “이중에서 진짜 값어치 있고 희귀한 것만 골라주세요.”

 “그렇지 않은게 없을텐데....”

 

 곽노수가 칸칸이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웅얼거렸다.

 사실 보지 않고도 이필만의 소장 목록을 거의 외우고 있었지만 지금 이 분위기에서는 뭔가 액션이 필요할 듯 했다.

 

 “청림박물관에 있는 것에 견줄만 한 것들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아, 예. 뭘 원하시는지는 알겠는데....지금 당장은 좀..”

 “당장 하시라는거 아닙니다. 필요 없는 것들은 팔면서 되는대로 정리하시면 됩니다.”

 “그럼 수수료는?”

 “20%하죠. 판매종료 시점에 따라 수고비 더 드리겠습니다. 계약서는 조금후에 저희 변호사가 가지고 올겁니다.”

 “아, 예 그럼 감사하지요.”

 

 계약서까지 쓰겠다니 일을 제대로 할 모양이다. 게다가 수수료도 괜찮고 거기에 프리미엄까지 붙여준다니 이게 무슨 횡잰가 싶다.

 

 “곽선생이 나를 속여도 난 속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내가 원하는건 최대한 빨리 이걸 다 처분하는 것 뿐이에요."

 “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작품들이 다 좋아서 파는덴 어려움 없을겁니다.”

 

 곽노수는 내심 쾌재를 불렀지만 들뜬 마음을 꾹꾹 눌렀다.

 

 “근데 회장님이 수십 년 동안 애지중지 하셨던건데 그냥 훌러덩 팔기가 좀..”

 “필요한건 다 싸들고 가셨잖아요.”

 

 이현민의 날선 목소리에 곽노수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물어볼게 있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우리 아버지 말입니다. 여자관계 어때요? 뭐 특별한거...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곽노수는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사람 감싸고 돌일도 없다. 게다가 지금 이현민은 사실을 궁금해한다.

 

 “까놓고 말해서 주위에 여자들이야 많았죠. 워낙 호인이신데다 이 방면에 관심이 많으시니까 밥 먹자, 같이 답사가자, 감정 좀 해달라고 달려드는 여자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관계 말구요. 호스티스나 길거리 여자들이라든가.”

 “예에? 대표님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이 뭐가 아쉬워서 그런......”

 

 곽노수는 이현민 눈치를 보며 말을 흐렸다.

 

 ‘이 사람은 나를 언제 봤다고 아버지 사생활을 물어볼까. 죽은 아버지 욕보이려고 작정한게 아니면..’

 

 곽노수는 서류를 넘기는 척 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어제 이현민은 퀵으로 배달된 사진을 받았다. 회장실로 온걸 김비서가 가지고 왔다. 봉투안에는 옷을 벗고 침대에 잠든 아버지의 사진이 한 장 들어있었다. 얼마 전 떠돈 동영상과 같은 장소인 것 같은데 침대에는 아버지 혼자다. 아마 아버지와 같이 있던 그 여자가 찍었을 것이다. 꽃뱀이라고 하나? 하지만 봉투 안에는 아무 메모도 들어있지 않았다.

 

 사진을 보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쪽에서 얼마를 요구하든 던져줄것이다.

 그 사진 한장으로 아버지의 유산을 완전히 처분하는데 대한 죄책감이 사라졌다.

 아버지의 추잡한 사생활로 회사는 물론 자식들까지 피해를 입었으니 그깟 돈 버려도 그만이다.

 다만 여기서 일이 더 커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그 전에 모든걸 정리하고 한국을 떠야 한다.

 

  곽노수는 이현민의 뜬금없는 질문이 아무래도 수상했다.

 이필만과 알고 지낸지 30년이 되어 가지만 술집아가씨들에게도 막말 한번 하지 않는 젠틀맨이라는건 곽노수뿐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있다. 비록 스무 살 어린 여자와 재혼했으나 그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었으니 자식들도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례식장에서 벌레 보듯 무시하던 자신에게 왜 그런 질문을 할까? 설마 자신이 채홍사라도 되는 걸로 생각하고 있나?

 

  사실 이현민의 질문을 받는 순간 곽노수는 이필만의 은밀한 사생활에는 자기가 모르는 내막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걸 알아낸다면 비밀유지를 핑계로 커미션을 좀 더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현민이 탁자위에 카드키를 한 장 내놓았다.

 

 “일 마무리될 때 까지 여기 쓰십시오.”

 “네에? 여기를요?”

 

 생각도 못한 제안이다. 여기 들어올 때만 해도 돈 많은 사람들은 다르다라는 생각뿐이었는데 내가 여기서 살게 되다니...하지만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저하고 연락하기도 그게 편하고. 물건을 옮겨야할 장소가 필요할 수도 있구요.”

 “아지트가 있으면 일도 수월하고 낫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곽노수는 카드키를 슬쩍 집어넣으면서 다시 한 번 방안을 살펴봤다.

 이제 침대하나 달랑있는 고시원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라면 먹지 않아도 살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죽더라도 덜 비참할 것이다. 이현민이나 그 수하가 가끔 드나들테니 썩은 시신으로 발견될 일은 없을 것이다.

 

 “현무도 말씀입니다.”

 

 한참 머릿속으로 딴생각을 하던 곽노수는 현무도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났다.

 

 “아, 현무도요..”

 “그거 어딨습니까?”

 “하하. 아시잖습니까? 30년 넘도록 숨바꼭질만 하고 있는거요.”

 “그거 찾읍시다. 우리.”

 

 곽노수는 오금이 저려오는걸 간신히 참았다.

 

 “정순호회장 보다 먼저요.”

 

 저 사람 농담이 아니다.

 

 “시간이 없어요. 찾아야 해요.”

 

 시간이 없는건 곽노수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이라면 해낼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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