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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더럽(The Love)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나, 다른 사람 같이 좋아해도 돼?"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관계와 사랑
그것의 시작, 그리고 그 너머에 관하여.

#대학생 #캠퍼스물 #악의꽃 #섹슈얼리티 #조별과제 #폴리아모리

 
5.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5)
작성일 : 19-10-16 21:22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6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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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 잘 기억은 안 나는데?”

 

  해는 약간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맥주 한 병 더 마실까?” 하고 물었다. 나는 긴장된 마음을 숨기려 최대한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해가 맥주를 주문하는 동안에도 내 신경은 온통 해의 입술에 쏠려있었다. 해는 그때 내게 무슨 말을 했던 걸까.

 

  “나 걔랑 사귀기로 했어.”

 

  “……뭐?”

 

  “걔랑 사귀기로 했다고.”

 

  때마침 점원이 맥주를 가져다주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시선을 둘 다른 무언가가 생기지 않았더라면, 콱 막혀버린 입에서 어쩌면 신음 비슷한 게 튀어나왔을지도 모른다. 나는 점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함으로써 간신히 입을 열 수 있었지만 목소리의 떨림까지 숨길 순 없었다.

 

  “……언제부터?”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해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괜스레 맥주병에 붙은 라벨만, 아니 라벨 그 언저리에 있는 허공만을 눈으로 훑었다. 차디찬 적막이 온 몸을 휘감아오는 듯했다. 그때였다.

 

  “헷, 장난인데.”

 

  “……어?”

 

  “장난이라고 바보야. 무슨 말을 못하겠네.”

 

  해는 그러고 한바탕 웃더니, “진짜 하나도 기억 못하나 보네” 하고 중얼거렸다. 어리둥절해진 나는 그제야 천천히 고갤 들어 해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었다.

 

  바보야.

 

  장난스런 미소가 한가득 입가에 걸린 채 반달모양의 눈이 그렇게 내게 말하고 있었다.

 

  “뭐야…… 사귄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순간 입에서 헛바람이 피식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제야 주위 풍경이 서서히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감한 목소리의 재즈도 풍성하게 귓속을 채워왔다.

 

  “장난이라니까. 별 것 없었어. 그냥 친구? 솔직히 그것도 좀 안될 것 같긴 하고.”

 

  “왜?”

 

  “좀 부담스러워서. 잘 안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

 

  나는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솔직히 말해, 주체가 안 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뭐…… 잘 되가는 줄 알았더니.”

 

  “뭐가. 연락도 거의 안했으면서 그걸 어떻게 알아.”

 

  해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뭐, 잘 되가는 줄 알았으니까 연락 안했지.”

 

  “내가 걔랑 잘되는 거랑 네가 연락 안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음…… 근데 너도 안하긴 했잖아.”

 

  “네가 안했으니까.”

 

  해의 말은 나로 하여금 계속해서 연락을 미루게 했던 이유와 같았다. 얘도 연락 안하는데 내가 왜. 순간 하고 싶은 말이 여럿 떠올랐지만 조용히 삼켰다. 당장은 어떠한 변명도 굳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아서였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맥주만을 홀짝거렸다. 달짝지근한 게 맛이 좋았다.

 

  가게를 나오니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술술 불어왔다. 술로 덥혀진 몸을 상쾌히 식혀주는 기분 좋은 가을바람이었다.

 

  우리는 산책도 할 겸해서 학교 정문 쪽으로 설렁설렁 걸어갔다. 술을 한잔 더 하거나 커피라도 한잔 더 하는 게 어떠냐고 내가 제안했지만 해가 거절했다. 빨리 돌아가서 과제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데려다줄게.”

 

  “괜찮아. 혼자 갈 거야.”

 

  “언제부터 그렇게 혼자 다녔다고.”

 

  “됐어. 혼자 갈래.”

 

  나는 해가 혹시나 나를 부담스럽게 느끼나 싶어 순간 움찔했다. 생각해보니 좀 전부터 기분 좋은 티를 과하게 낸 느낌이 없잖아 있었던 것이다. 충분히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가만 멈춰선 채 나의 멍청한 행동을 꾸짖었다. 어디까지나 친구사이. 그것이 나와 해의 거리가 아니었던가. 그간 옆에 바짝 붙어 걷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그리 떨어져 걸었던 적은 없었는데, 지금은 이미 꽤나 거리가 벌어진 상태였다. 아마도 이것이 해의 심리적 거리감을 나타내는 지표이지 싶어 나는 그만 울적해졌다.

 

  그즈음 모처럼만에 뒤돌아본 해가 “빨리 와, 저어기 까지만 데려다 줘” 하고 학교 본관을 가리키며 외쳤다.

 

  “혼자 간다며?”

 

  “싫음 말고.”

 

  “아냐, 기다려봐.”

 

  해가 걸음을 늦춘 덕에 나는 다시금 해와 붙어갈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아주 멀어지진 않은 모양이었다.

 

  슬슬 본관에 다다를 무렵이었다.

 

  “영민아!”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멀리서 설이누나가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두 사람과 함께였는데, 눈에 익은 걸 보니 전에 가게에서 본 조교들인 것 같았다.

 

  “어, 누나? 술 마신 거야?”

 

  “응. 쪼끔. 어디 가는 길이야?”

 

  옆을 돌아보니 어느새 해가 바짝 붙어 서있었다. 나는 설이누나에게 해를 소개했다.

 

  “아, 여기는 아까 말했던. 약속 있다는…….”

 

  “아하! 나 버리고 만나러 갔던 그 친구? 안녕하세요?”

 

  나는 갑작스런 설이누나의 말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별거 아닌 듯 웃어넘겼다. 다음으로 해에게 설이누나를 소개해주려 할 때였다.

 

  “엄청 예뻐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절세미녀시라고!”

 

  갑작스레 해가 설이누나에게 막 들이대는 것이었다. 무슨 신난 강아지마냥 흥분한 모습이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너?”

 

  나는 당황하여 해를 밀쳐내려고 했지만 해는 내 손을 마구 뿌리치며 앞으로 튀어나오더니 너무 예쁘다느니, 누굴 닮은 것 같다느니, 얘가 언닐 쫌 좋아하는 것 같다느니 하며 소리를 빽빽 질러댔다. 설이누나는 그저 킥킥거리며 우릴 바라볼 뿐이었다.

 

  “친구 귀여우시다. 그럼 난 가볼게. 재밌게 놀고.”

 

  설이누나가 멀리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해의 이상하리만치 방방 뛰던 행동들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야, 갑자기 왜 그래?”

 

  나의 물음에도 해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우두커니 선채 설이누나가 사라진 쪽을 말없이 쳐다볼 뿐이었다.

 

  “아니 무슨…… 황당해서 말도 잘 안 나오네.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그러면 어떻게 해!”

 

  “너 친하잖아.”

 

  “어쩌다 두 번 밖에서 마주친 게 다거든? 너 진짜 이상하다.”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더 예쁘다. 완전 진짜 짱 예뻐.”

 

  “참나…….”

 

  나는 황당하고 기가 차 말을 멈췄다가도, 또 한편으론 뭔가 우습다는 생각도 들어서 점차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조금 있다가는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새어나오기까지 했다. 기분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근데 아까 자기 버리고 갔다는 말은 뭐야?”

 

  “뭐?”

 

  “저 언니가 그랬잖아. 네가 자기 버리고 갔다고.”

 

  “아, 별거 아냐. 아까 얘기하던 중에 같이 어…… 밥 먹을래? 하고 누나가 물어봤었거든. 근데 내가 선약이 있어서 곤란하다고 했지.”

 

  설이누나가 내게 먹자고 한 건 술이었지만, 나는 굳이 그걸 그대로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왜, 같이 먹지.”

 

  “뭔 소리야. 네가 먼저인데.”

 

  물론 약속이 먼저란 말이었지만 굳이 중의적으로 풀이될 여지를 나서서 고치진 않았다. 해의 표정이 썩 나빠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사실 그다지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 다 왔다.”

 

  어느덧 본관 앞이었다.

 

  “그래, 가볼게 그럼.”

 

  “근데 있잖아, 좀 더 데려다줘도 돼.”

 

  해의 말에 나도 모르게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 웃기지도 않았던 것이다.

 

  “싫음 말고.”

 

  “아냐 가자. 데려다 줄게. 이번엔 어디까지?”

 

  “음…… 후문?”

 

  “후문이면 어차피 너 집 앞이잖아. 그냥 집까지 데려다줄게.”

 

  “아니, 싫어. 후문까지만.”

 

  “……그래, 맘대로 해.”

 

  “근데 왜 자꾸 웃어?”

 

  계속해서 실실거리며 웃던 내가 신경이 쓰였는지 해가 새초롬한 표정으로 물었다.

 

  “웃기지도 않는 게 웃겨서.”

 

  “흥. 웃기시네.”

 

  해와 나는 이번엔 두 어깨를 나란히 하여 걸었다. 어느 누구도 앞서지 않게 딱 붙어선, 그렇게 달 밝은 밤의 학교를 천천히, 천천히 걸었다.

 

 

  ***

 

 

  주말 저녁, 스토리회의를 한답시고 단톡방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어봤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또 만들고 싶은 분위기도 모두 제각각 다른데다 그마저도 대부분 두루뭉술해 깊이 얘기를 나눌만한 게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정리되지 않은 의견들만 잔뜩 쌓이는 바람에 풀어야 할 숙제만 늘어난 느낌이었다.

 

  더욱이 소통자체도 원활히 되지 않았다. 의견수렴을 위해 주제를 던져보면 뭘 그리 열심히들 하고 있는지 한참 뒤에야 답이 달리곤 했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바일의 한계만을 뼈저리게 통감한 채, 다음 수업시간까지 좀 더 구체적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구상해 오는 것으로 회의를 마무리 지어야했다.

 

  화요일이 될 때까지도 나는 자그마한 흥밋거리 하나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은 급해져만 가는데 정작 진행된 게 거의 없다보니 가슴이 줄곧 답답했다. 내가 이토록 상상력이 부족한 고루한 인간이었나 싶어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내가 이러한 고민을 토로하자 해는 다만 “불필요해”라고 말할 뿐이었다.

 

  “뭐가?”

 

  “불필요하다고.”

 

  “그러니까 뭐가?”

 

  “네가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이유.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하는 거 아니야?”

 

  해는 무심히도 말을 던졌다.

 

  “처음엔 그럴 줄 알았는데…… 뭐 하나 떠오르는 게 없으니…….”

 

  “바보. 뭘 자꾸 억지로 떠올리려고 해서 그렇지. 이야기 하나 상상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네가 안 해봐서 그런 거거든?”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비판하기는 쉬운 일이지. 근데 직접 해보면 또 그게 마음 같지 않다니까? 누군들 좋아서 이러는 줄 아나.

 

  “무슨 소리야, 나도 매일같이 공상하며 지내는데. 그로테스크 판타지라고 그랬지?”

 

  그렇게 말하는 해는 어느덧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가로등불 하나 없는 어두운 밤에 어디선가 좀비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인간이 썩어 시체가 된 것만 같은 몰골이야. 얼굴의 반이 부서지고 눈알 한쪽이 튀어나와 있는가하면, 입도 찢겨나가 어금니가 훤히 드러나 보여. 놀란 내가 막 주춤거리고 있는데 좀비가 절뚝절뚝 다리를 절며 내게로 천천히 다가와. 그러곤 나직이 말을 하는 거야.”

 

  길을 잃었어요, 도와주세요.

 

  “……길을 잃었다고? 좀비가?”

 

  “응. 그래서 내가 ‘아, 어디로 가는 중이에요?’ 하고 물어.”

 

  “……너 되게 친절하다.”

 

  “도와주고 싶게 생겼잖아. 자세히 뜯어보면 예쁜 구석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야. 콧날도 오뚝하고, 여리여리한 체형에, 약간 미소녀 느낌?”

 

  “아…… 여성형 좀비였어? 근데 얼굴이 다 부서졌다면서 갑자기 무슨 미소녀란 설정을…….”

 

  해는 나의 미심쩍어하는 반응 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갔다.

 

  “빛을 잃어 더 이상 길을 찾을 수가 없다고, 그녀는 그렇게 말해. 문득 슬퍼진 나는 하나 남은 그녀의 초점 잃은 눈동자를 바라봐. 눈물마저 메말라 마치 백색 사막같이 쓸쓸해 보이는 눈이야. 도와주고 싶어, 길을 찾아주고 싶어. 그래서 내가 안내해주겠다고,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어.”

 

  “어…… 음…… 그래서?”

 

  “그녀는 아주 먼 곳이라고, 너무도 멀어 먼지만큼이나 작게 보이는 곳이라고 말해. 그러곤 뼈가 부러져 덜렁거리는 팔을 힘겹게 들어 저 높은 하늘을 가리키는 거야. 저기, 저 멀리 빛나는 별들 중 한 곳이라고, 그곳이 자기의 고향이라고 말이야…….”

 

  “……좀비의 고향이 지하가 아니라 우주에 있는 별이라고?”

 

  아무리 그로테스크 판타지라지만 진짜 말 그대로 좀비를 우주에다 보낼 생각을 하다니…… 이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에 잠시나마 흥미를 느꼈다는 사실이 새삼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해는 그러거나 말거나 우주선을 찾으려 가는데 웬 이상한 괴수좀비를 만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둥, 알고 보니 이 미소녀 좀비가 좀비별의 공주였다는 둥 해괴한 얘기들을 계속해서 늘어놓았다. 이어 마지막엔 이미 다 썩어 문드러져가는 고향별에 도착한 좀비공주가 ‘미안. 별의 생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 하고 말하며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 주인공의 얼굴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었다.

 

  “……뭐야, 그럼 네가 행성의 제물이 된 거야? 좀비공주가 속인 거고?”

 

  “응. 하지만 공주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만은 진심이었어. 그래서 데려가는 와중에도 그녀는 줄곧 고뇌했던 거야. 별과 나, 둘 사이에서 말이야.”

 

  그러고 해는 복잡해진 심경을 추스르려는 듯 눈을 꼭 감았다. 나는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아니, 그건 그냥 네가 지옥에 끌려간 거 아냐? 악마한테 속아서?”

 

  “뭐래, 그런 거 아니거든? 물론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둘은 그곳에서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게 된 거잖아.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야.”

 

  해가 하도 진지해 보였던 까닭에 나는 더 이상 비웃을 수가 없었다. 상상속의 이야기는 이제 현실의 감정으로 내려앉아 해를 잠식해가는 중이었다. 자기가 즉석에서 만들어낸 인물에 해는 그렇게나 깊이 빠져들었던 것이다.

 

  나는 그제야 해가 불필요하다고 한 말의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는 단 한 번도 내 반응을 신경 쓰지 않았다. 남이 뭐라든지 자기 것에 푹 빠져있을 수 있는 사람, 해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반면에 나는 괜히

  시작도 하기 전부터 어쭙잖은 판단만을 늘어놓고 있었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해의 이야기를 듣고 웃을 때가 아니었다.

 

  “그래, 재미가 있을 것 같든 아니든…….”

 

  “응?”

 

  해가 갑자기 뭔 말이냐는 듯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냥 일단 한 번 써봐야겠다고. 그리고 네가 들려준 이야기 계속 곱씹어보니까 꽤 재밌는 것 같기도 해.”

 

  “우와! 정말?”

 

  “많이는 아니고.”

 

  해는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가도 금방 다시 ‘헷’ 하며 웃었다.

 

  “다른 것도 있는데 들어볼래?”

 

  나는 대충 점잖게 사양하고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요일까진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얼른 가서 뭐라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해에게 가보겠다며 인사한 뒤, 고맙단 말을 덧붙였다. 해는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도 금방 씩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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