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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문을 열어드립니다
작가 : 반루아
작품등록일 : 2019.9.3

[미스터리 판타지]
완벽주의자 프로파일러 피아와 귀차니즘 마신이 인간계와 마계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서스펜스

 
17. 저건 또 뭐야
작성일 : 19-10-16 13:28     조회 : 325     추천 : 2     분량 : 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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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오는 거야?”

 

 벽에 기대 앉아있던 요민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여러 가지 일로 피곤에 지친 그녀는 격앙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깊게 심호흡한 후 걸음을 내디뎠다.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다리에 쥐가 난 요민은 한쪽으로 몸을 살짝 비틀었다. 이미 지쳐있던 피아는 그의 방문이 달갑지 않았으나 요민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두 개가 남아 있었고 딱히 그가 잘못한 것도 없었으니까.

 

 "들어오세요."

 

  요민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간 그녀의 시선이 침대에 머물렀다. 두 번 다시 그녀가 다치는 걸 보기 싫었던 요민은 날카롭게 주위를 둘러봤다.

 

 “무슨 일인데 그래?”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본 피아는 자신이 맡은 일만큼은 빈틈없이 끝내기 위해 잠시 흔들렸던 감정을 억눌렀다.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요민은 묘하게 변한 피아 태도가 계속 신경 쓰였다.

 

 “설마 누가 침입한거야?"

 

 덩달아 심각해진 그가 피아 팔등을 잡아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그들 사이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정적이 흘렀다. 난처해진 피아는 스리슬쩍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그건 아니에요. 무슨 일로 우리 집에 오셨는지 요건만 말해주세요.”

 

 “재수사 요청한 게 승인 났어. 단지 화방을 범인으로 몰기위해 검찰도 움직일 거야. 그리고 기사 미술관 사건 피의자 재판 일정도 잡혔고."

 

 지금은 차례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 버릴 터. 그녀는 신중해지려고 노력했지만 마음만큼은 무거웠다.

 

 “경감님은 거짓 증거물을 만들지 못하도록 감시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경찰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내부 고발자의 증언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경찰들이 요민과 뜻을 함께했다. 좋은 소식을 전해 들었으나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닌지라 피아는 웃을 수 없었다.

 

 “경감님, 이번 사건만큼은 부탁드릴게요.”

 

 “걱정 마. 범인을 잡는 건 우리 경찰 일이니까.”

 

 요민의 음성엔 반드시 권력의 힘에 굴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들어 있었다. 눈으로 직접 본 사실만 믿는 그녀였으나 지금 만큼은 그의 신념을 꺾고 싶지 않았다. 침대에 걸터앉아 배게를 어루어 만지던 피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요민을 쳐다봤다.

 

 “공판은 어떻게 됐어요?”

 

 “악귀에게 씌웠다고 해도 피의자는 사건을 은폐하려 했어. 판사는 해당 사건을 보통 동기 살인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징역 15년을 구형했고.”

 

 형사 입장에서 보면 만족스럽지 못한 판결이었다. 수사 기관에서 제출한 증거로만 봐도 명백히 계획 범행이었다. 현관에 설치된 CCTV는 피의자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었고 그가 피해자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증거도 넘쳐났다. 또한 피의자 집 앞에 놓여있는 소화전 함에서 총기와 피해자 집에서 제사지낼때 사용하는 향이 발견됐다. 요민이 향에 대해 의문이 생겨 물어봤으나 피의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공판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며 두통이 밀려온 그녀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자신에게 집중하면서도 피아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자 요민의 얼굴이 차츰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피해자 가족이 항소할 것 같아요?”

 

 “아니. 어느 정도 수긍한듯 보였어. 내가 제발 항소하라고 그들에게 요청까지 했다니까?"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요민은 제 가슴을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어쨌든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모두 끝낸 요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피아가 자신을 잡아주길 바랐으나 피아는 주기적으로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큰 보폭으로 피아에게 다가간 요민이 그녀의 팔을 잡아 돌려 자신을 보게 했다.

 

 "너 퇴마사랑 무슨 일 있었지?”

 

 그가 보기엔 법정에서 나란히 앉은 그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꼭 연인 같아 보였다. 또한 퇴마사가 밖으로 나가자 그녀가 따라 나갔다. 예전의 그녀라면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재판장을 떠나지 않았을 터. 만약 피아가 남자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요민은 생각했다. 석연치 않은 그의 눈빛에 그녀는 차분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건 왜 물어보시죠?”

 

 “내가 널 좋아하니까!”

 

 넓게 다리를 벌리고 서 있던 요민은 그녀의 팔이 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움켜잡았다. 아픔을 느낀 피아가 가벼운 신음을 내뱉었다. 그제야 황급히 자기 손을 뗀 요민이 시선을 모로 돌렸다.

 

 "미안. 내가 또 흥분했네."

 

 고백을 하고 나니 요민의 심장이 망치질하듯 심장이 쿵쾅거렸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기 위해 그는 애써 헛기침했다. 요민은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지만 더는 접촉하기 힘든 듯 머뭇거렸다.

 

 “전 누군가의 마음을 받아드릴 자신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에게 움켜잡혔던 자신의 팔목을 주무른 피아가 정중하게 고개 숙여 자신의 마음을 밝혔다. 희망 고문은 상대에게 오히려 괴로움을 주는 행위였으니 어영부영 얼굴 치레 하고 싶지 않았다. 거부당할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직접 들은 요민의 눈동자가 속절없이 흔들렸다.

 

 "하! 나는 왜 안 되는데?"

 

 그는 뒤틀린 입언저리로 코웃음치며 빈정거렸다. 확연하게 바뀐 요민의 태도에 피아는 이마를 짚었다. 악한 감정을 먹고 사는 악귀들은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그의 분노에도 반응할지 모른다. 최대한 요민을 진정시키기 위해 피아가 차분히 물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됐어. 푹 쉬도록 해.”

 

 현관문이 닫히고 홀로 남겨진 피아는 지끈거리는 두통에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추라도 달린 것처럼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그녀가 침대에 쓰러지는 누웠다. 여러 사건에 휘둘렸던 피아는 눈을 감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젠장!"

 

 피아 집에서 벗어난 요민은 애꿎은 가로수를 발로 걷어찼다. 안 그래도 지쳐 보이는 피아 모습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먼저 달래주고 위로해줘야 했는데 급한 성격이 모든 걸 망처 버렸다. 제 머리를 헝클인 요민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꿀꿀한 기분이라도 달래고 싶은 마음에 그는 술집에 들려 한잔 걸쳤다. 얼마 후 만취된 요민이 비틀거리며 술집에서 나왔다.

 

 "저건 또 뭐야?"

 

 으슥한 뒷골목에 해골로 도배된 문이 나타났다. 검은 도포를 뒤집어쓴 남자가 그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목적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는지 그가 빠른 발걸음으로 걸었다. 뜨문뜨문 마주치는 사람들이 그를 유심히 바라보자 남자는 도포 자락을 잡아내려 제 얼굴을 가렸다.

 

 "내가 취했나?"

 

 술에 취해 환각을 보는 건가 싶었던 요민이 두 눈을 껌벅였다. 그것도 잠시, 꺼름직한 느낌을 받은 그가 가로등 뒤에 몸을 숨긴 채 남자를 주시했다. 주위를 둘러보는 요민의 시선이 헐레벌떡 달려온 한 여인에게 향했다.

 

 “주인님, 누추한 곳까지 왕고하시다니 송구스럽습니다.”

 

 그 여인은 질퍽거리는 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넙죽 바닥에 엎드렸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성의 어깻죽지엔 별에 사슬이 얽혀 있는 문양이 박혀 있었다.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친 남성이 시선을 내리깔자 가냘픈 여인의 손이 발꿈치로 짓눌린 듯 아파졌다.

 

 “으윽.”

 

 고통스러운 신음이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왔으나 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남자가 턱을 올리자 여성의 몸이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의문의 힘에 사로잡힌 여인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속절없이 몸을 떨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말해 봐라.”

 

 손으로 그녀의 뺨을 두어 번 두드린 남자가 여인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 순간 바닥에 허물어지듯 떨어진 그녀는 잔뜩 긴장한 채 거친 숨을 내뱉었다. 마른 침을 여러 차례 삼킨 여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입술을 달싹거릴 뿐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인지라 요민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 남자에게 총을 겨눴다.

 

 "두 손…."

 

 비릿하게 웃어 보인 남자의 시선이 요민에게 향했다. 그 순간 밀랍인형같이 온몸이 굳어버린 요민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한심하다는 듯 그를 내려본 남자가 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조무래기 주제에 자꾸 시간 잡아먹을래?"

 

 그녀 앞에 쭈그리고 앉은 남자가 여인의 이마를 툭툭 밀었다. 뒤로 고개가 젖혀졌던 그녀는 다시 바른 자세로 앉아 무릎을 꿇었다.

 

 "경찰인 것 같은데…."

 

 "술 취한 경찰이 하는 헛소리를 누가 믿을 것 같아?"

 

 걱정 가득 담긴 그녀의 음성에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 배죽댔다.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또 다른 벌이 가해질 터. 공포에 질린 그녀의 얼굴에 사색이 완연했다.

 

 “제물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머리를 수그린 그녀는 남자의 너그러운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느긋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허공을 가르는 강한 바람 소리와 함께 여인은 어찌할 도리도 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미 자포자기한 여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딴 조잡한 일 하나 혼자 처리 못 해?”

 

 한쪽 구석에 처박힌 여인에게 다가간 남자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의 목덜미를 짓이겼다. 여인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얼굴이 붉어졌다. 새파랗게 질려가는 그녀의 얼굴을 무미건조하게 쳐다본 남자가 시선을 돌리자 여인은 숨 고를 새도 없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방해하는 존재를 죽여 그 제물과 함께 바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누가 의심받을 것 같아. 응?”

 

 안 그래도 마신이 움직이고 있었기에 남자는 준비에 소홀한 구석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했다. 노예를 쳐다보던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다른 방도를 찾을 길이 없었던 여인은 무릎 위로 가지런히 두 손을 모았다. 멀거니 자신을 쳐다보는 여인의 턱을 남자가 검지로 들어 올렸다.

 

 “넌 돌아가서 또 다른 순수한 제물을 찾도록 해.”

 

 “그럼 기존에 준비된 제물은….”

 

 “내가 따로 지시하기 전까지 때가 묻지 않도록 지켜.”

 

 자신에게 떨어진 명령을 따르기 위해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허락 없이 몸을 움직인 여인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온몸에서 바람이 일어났다. 제대로 숨을 쉴 수 없게 된 그녀가 제 목을 손톱으로 긁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녀의 목에 핏줄까지 돋아났다.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엉금엉금 기어 남자 앞으로 다가갔다.

 

 "사, 살려 주십…."

 

 귀까지 전해질 정도로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에 여인은 아연실색하고 만다. 그녀의 손이 제 구두에 닿을 무렵 남자는 한 발자국 물러섰다.

 

 “내가 일어나도 좋다고 허락했던가?”

 

 “죄, 죄송합니다.”

 

 남자는 손수건으로 제 손가락에 묻은 먼지를 떨어낸 후 여인에게 던졌다. 바람을 타고 하늘하늘 바닥으로 떨어지는 손수건이 그녀가 무릎걸음으로 달려가 받아냈다. 소중한 물건 대하듯 여인은 손수건을 곱게 접어 제 품에 품었다. 그녀의 행동에 남자는 통쾌하게 웃었다.

 

 “크하핫, 그래 그게 바로 네 자리야.”

 

 “버러지 같은 절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얼굴에 가벼운 홍조를 띤 여인은 남자에게 칭찬이라도 받고 싶었는지 상체를 앞으로 수그렸다. 한심하기 그지없는 태도에 그는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널 대신해 내가 움직이는 대가로 네 영혼도 나에게 귀속된다. 동의하지?”

 

 “쓸모도 없는 제 영혼을 가져가 주신다니 저로선 영광입니다.”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깨가 불에 타오른 것처럼 화끈거렸다.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두 손은 통증을 견뎌내기 위해 땅을 긁기 시작했다. 주인 앞에서 신음조차 낼 수 없었는지 여인은 끊임없이 닥쳐오는 고통을 견뎌냈다. 점차 극심해지는 통증에 그녀는 그대로 혼절했다.

 

 "제 스스로 영혼을 내놓다니 웃기는군."

 

 어깻죽지에 새겨져 있던 문양에 마름모가 덧씌워지는 것을 확인한 남자는 문을 통과해 마계로 돌아갔다. 뒤늦게 의식이 돌아온 요민은 눈 깜작한 사이에 사라진 남자를 찾으려 했으나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아,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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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월 19-10-19 23:00
 
피아가 엄청 많이 먹네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반루아 19-11-10 20:21
 
ㅎㅎ 피아는 마니먹어도 안찌는여자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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