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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브리튼 던
작가 : 전Yeah
작품등록일 : 2019.10.8

블루튜더의 전사였던 요한은 레드튜더와 전쟁 준비 중 블루튜더가 레드튜더에 흡수되자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탈단하여 외진 시골로 내려가게 된다.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요한 앞에 아무라는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면서 그의 삶은 바뀌기 시작하는데...

 
02
작성일 : 19-10-15 23:23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13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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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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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공기가 상쾌하다. 뒤로는 숲이 있는데다 가까이에 바다가 있어서 그런지 찬 공기가 더욱 상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쾌적한 아침 공기와 반짝이는 햇살과는 반대로 요한의 얼굴에는 잔뜩 그늘이 져있다. 아침부터 진을 뺐더니 되레 피곤한 상태였다.

 

  그는 아침부터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를 그 남자를 내쫓는 것에 힘을 다 쏟아 부었다. 나가기 싫다고 하는 걸 닭다리를 뺏어 문밖으로 던져 내쫓고 난 다음 한숨 돌리며 커피를 마시기 위해 뜨거운 물을 끓이는데,

 

  “커피 좋지. 나는 시럽이나 설탕을 잔뜩 넣어줘. 혹시 우유도 있으면 같이 넣고. 난 라떼를 좋아하거든.”

 

  라며 태연히 자기 옆에 다시 나타난 그 남자 때문에 요한은 기겁했다. 뜨거운 물을 뿌리기 전에 떠나라고 경고를 했지만, 남자는 코를 후비면서 인심 한 번 빡빡하다며 커피 한 잔 정도는 마시고 나갈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이성의 끈을 놓은 요한이 원두를 남자에게 던진 덕분에 남자는 아프다며 집 밖으로 도망쳤지만, 커피는 마시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 피곤에 지쳐 아침공기라도 쐬려고 나왔건만 녀석은 집 앞에서 어디선가 주워온 나뭇잎과 가지들로 불을 지펴 닭을 굽고 있었다.

 

  “훈제 닭고기야. 향이 좋지? 사실 그냥 먹어도 되지만 구워 먹으면 더 별미…….”

 

  요한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아까 끓였던 물로 불을 꺼버린다. 남자는 어찌 이럴 수 있냐면서 절규하지만 요한이 구워지던 닭다리를 다시 저 멀리 던져버리면서 남자를 집 멀리 내쫓는데 성공한다.

 

  진이 다 빠진 요한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금 상황에 대해서 생각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분명 본인은 절망적인 상황에 모든 걸 포기하고 조용히 걸어온 길을 마무리하려고 했었다. 은둔자로 살면서 자신의 실패한 인생을 음울하게 되돌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시작부터 지금 뭔가 삐그덕거리고 있다. 어째서 첫날부터 이렇게 힘이 들고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생기는 거지? 나는 조용한 생활을 원했는데, 왜?

 

  모두 세르반테스님 때문이야. 난 그냥 인적이 끊긴 곳에서 이끼처럼 숨어 지낼 생각이었는데, 괜히 그 사람 말을 들어가지고!

 

  요한의 짜증이 연쇄에 연쇄를 물 때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진다. 요한은 혹시 그 녀석이 돌아온 것인가 놀라며 인기척이 나는 쪽을 돌아본다.

 

  시선이 간 곳에는 투박한 청색 멜빵바지에 밀짚모자를 쓴 붉은 머리의 소녀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요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 자그마한 주근깨가 인상적인 그녀는 요한이 이쪽을 바라보자 퉁명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아,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요한이 묘하게 인사를 늘어뜨린다. 이 소녀는 누구기에 여기까지 온 거지? 그런 의문을 품을 때 즘 소녀는 요한의 신원을 확인한다.

 

  “요한 씨 맞으시죠?”

  “요한 ‘씨’? 아, 네! 제가 요한입니다만……?”

  “촌장님이 이번 채소절임이 꽤 잘 됐다면서 요한 씨에게도 나눠주라고 하시더라고요. 분명 그 사람 식사 스스로 챙겨본 적 없을 거라면서. 그래서 가져왔는데 고기라도 굽고 계셨나요? 보아하니 불 잘못내서 급하게 끈 모양인 것 같은데?”

  “아니, 여기에는 사정이 있습니다만……. 아니 그것보다 식사 제대로 챙겨 본 적 없을 거라니. 제가 그렇게 보이십…….”

  “아무튼 여기요. 가져가세요.”

 

  소녀는 뒤에 놔둔 자루를 요한에게 건넨다. 건네받은 자루는 묵직해서 소녀의 힘으로는 들기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소녀는 이걸 태연히 들어 요한에게 건넸다. 요한이 소녀의 완력에 감탄하는 사이 소녀는 요한의 얼굴을 이곳저곳 살피고 있었다.

 

  “잠자리가 불편하셨나봐요? 꽤 피곤해 보이시네요. 하긴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워낙 귀한 곳에서 살던 분이시니 이런 곳은 불편하시겠죠.”

  “아니,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았습니다만, 오늘 아침에 여기에 살던 사람과 작은 마찰이…….”

  “아, 아무 오빠, 말씀하시는 거죠?”

  “아무? 그 거지 놈 이름이 아무입니까?”

  “거지는 아니고 용병? 헌터? 아무튼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주로 F나 E 랭크의 퀘스트만 하는 분이지만 실력은 꽤 있어 뵈더라고요.”

  “그 사람이요? 그 사람이 용병입니까?”

  “네. 애초에 이곳에 묵는 것을 촌장님이 허락한 조건도 무보수로 마을 치안과 경비 일을 맡도록 한 거니까요. 근데 요한 씨가 오시면서 내쫓긴 거예요. 애초에 다른 숙소를 마련해줬는데도 고집을 피우는 건 그 사람이지만.”

  “언제부터 있었습니까? 그 아무라는 사람은?”

  “2년 전부터 여기 살고 있었어요. 왜요? 전 주인을 내쫓은 거에 대해 죄책감이 드시나요?”

  “아니, 그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제가 어떤 사람을 상대하는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그나저나 이 소녀. 은근 퉁명스럽고 눈치를 보지 않는 느낌이 든다. 요한은 이 소녀에게서 강한 기운을 느낀다. 흡사 예전 회색전쟁 시절의 적들과 같은 그런 강렬하고 무거운 기운.

 

  “아, 그럼 저…….”

  “앨리. 앨리스 파머에요. 그냥 편하게 앨리라고 부르세요.”

  “아 그럼 앨리 씨. 식료품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하죠?”

  “당연히 상업지역이죠. 그곳이 상업 겸 주택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대다수 외지인이나 용병, 헌터들에 그 사람을 상대하는 장사꾼들이 다에요. 엄밀히 말하자면 대부분 마을 사람들은 어촌, 농촌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상업지역까지는 가는 길이 제법 머니까 그쪽으로 외출하실 생각이라면 시간을 어느 정도 잘 잡아놓으셔야 할 거에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아무라는 사람의 약점 같은 건 없을까요? 아니면 완전히 내쫓을 방법은? 자꾸 집으로 쳐들어와서 지금 곤란한 상태인데…….”

  “아무 오빠는 괴짜긴 한데 약점은……. 글쎄요? 그냥 치킨 몇 마리 사주고 나가라고 하세요. 그럼 의외로 말을 들을 지도 몰라요.”

  “아니, 그 사람은 닭에 미친놈입니까? 무슨 닭만 주면…….”

  “네, 치킨에 미친놈이에요. 곤란하신 일 있으시면 저기 저 조그마한 집이 저희 목장이니까. 그쪽으로 오시지 마시고 그냥 촌장님께 바로 달려가세요. 그럼 이만.”

 

  그러면서 앨리는 요한을 놔둔 채 돌아간다. 요한은 앨리가 떠나고 난 후 자루를 풀어 내용을 확인한다. 유리병에 담겨진 채소는 무절임이었다. 그는 잘 절여진 무를 꺼내 한 입 먹어본다. 달큰 짭짜름한 맛이 입 안에서 기분 좋게 퍼진다.

 

 

  //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사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침부터 요란하게 움직인 요한은 배가 고파졌다. 배가 고프니 아침에 던져버린 닭고기가 그리워질 지경이었다. 비록 자기가 구운 것은 아니었지만…….

 

  아침에 먹은 채소절임 몇 개를 제외하면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요한은 식료품을 사기 위해 마을로 내려가기로 한다.

 

  집 밖을 나오려다 그는 닭고기를 떠올리며 동시에 아무를 연상한다. 집을 비운 사이 몰래 숨어들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다. 그는 철저하게 문을 전부 걸어 잠그고 틈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한 다음 집을 나선다.

 

  앨리의 말대로 집에서부터 상업지역으로 가는 길은 가깝지 않았다. 들판을 가로질러 어느 정도 걸어가야 상업지역에 도달한다. 그렇다고 해도 아주 먼 길은 아니었지만 배가 고픈 요한에겐 꽤 멀게 느껴졌다.

 

  상업지역에 도착한 요한은 일단 식료품점이 어디 있는지 찾기 시작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세세한 가게 위치까지 정확하게 물어보는 거였는데. 그러나 퉁명스런 그 소녀가 친절하게 말해줄 거란 상상은 가지 않는다.

 

  배가 고픈 와중 요한의 눈에 살롱이 들어온다. 일단 요기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살롱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는 카운터 자리에 앉는다. 살롱의 주인은 후덕하고 인심 좋게 생긴 대머리의 남자였다. 그는 호쾌하면서도 친절한 목소리로 요한을 맞이한다.

 

  “어서오십시오! 오늘은 스테이크 용으로 두 머리 소의 고기가 좋은 게 들어왔습니다. 다만, 오늘의 특별메뉴는 와인 숙성 목살 마늘 구이지만요!”

  “아, 당장 먹을 수 있는 빠른 메뉴는 없나요?”

  “음, 파스타가 있긴 한데, 어떤 파스타를 원하시나요? 가장 빠른 건 바지락 봉골레입니다.”

  “그럼 그걸로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남자가 요리를 위해 안으로 들어가자 요한의 옆에 불쑥 한 남자가 나타나 그를 칭찬한다.

 

  “탁월한 선택이야. 구스토스의 파스타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절절한 맛을 자랑하지. 물론 치킨보다는 못하지만 말이야.”

 

  듣기 싫은 익숙한 목소리에 치킨을 언급하는 것으로 요한은 옆의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린다. 갑자기 나타난 아무 때문에 요한은 기겁을 한다.

 

  “으아아! 어디서 나타난 거야!”

  “점심시간이잖아. 밥 먹으러 온 거지.”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집을 차지하려는 속셈인 줄 알았는데…….”

 

  요한의 말에 입 꼬리를 올리며 아무는 미소를 짓는다.

 

  “그거 참 구미가 당기는 계획이지만, 나도 엄연히 일을 하는 중이거든? 낮에는 퀘스트를 받거나 마을 순찰을 돈다고. 집에 들어가는 건 저녁 때 즘이야.”

  “아니, 들어오지 마. 거긴 이제 당신 집이 아니라고, 아무 씨.”

  “오, 내 이름을 알아차린 건가? 하긴 홈메이트라면 서로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건 당연하지 조한 씨.”

  “아니, 홈메이트도 아니고 이름도 틀려. 거긴 이제 내 집이야. 나는 집에서 조용하게 보내고 싶으니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나도 그 집에서 조용히 보내고 싶어. 그러니 서로 배려하면 될 일이야.”

  “그 집은 나 혼자 쓰겠다니까? 아무, 당신은 촌장님이 배려해서 다른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들었어. 근데 왜? 하필 거길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

  “그 집에서 먹는 치킨의 맛은 각별해.”

  “아니, 치킨이야 어디서 먹든 똑같지! 장소가 바뀐다고 맛이 달라지진 않잖아!”

  “그럼 당신이야말로 고집하는 이유가 있어? 그 집이 아니면 안되는 이유라든지, 아니면 꼭 혼자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그건…….”

 

  사람과 되도록 맞닥뜨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되도록 사람들과의 교류를 피하면서 조용히 썩어 문드러지고 싶었다. 이젠 사람을 믿고 싶지도, 사람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말을 하고 싶었으나 요한의 입에선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는 그런 요한을 유심히 바라본다. 그는 요한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자신이 먼저 입을 연다.

 

  “확실한 이유가 없다는 거지? 뭐, 그것도 이유가 되긴 하겠지. 아무 이유도 없이 그 집을 혼자 독차지하고 싶다. 그런 욕심이 생겨난 걸로 이해해도 되려나?”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지만, 나는 조용히 혼자서 그곳에 지내고 싶어. 당신이 양보를 해줬으면 해.”

  “양보라……. 나도 확실한 이유를 들으면 그런 생각을 할 텐데. 당신이 얼버무리니 당최 납득하질 못하니까 양보의 미덕이 생겨나지 않는단 말이지.”

  “당신, 계속 내 집에 머무를 생각이야?”

  “그럼 저녁 때 보자고 홈메이트, 조한 씨.”

 

  그러면서 그는 구스토스가 건네준 치킨도시락을 받더니 밖으로 나간다. 구스토스는 그러면서 요한 앞에 맛있게 요리된 바지락 봉골레 파스타를 내놓는다.

 

  “당신이 요한 씨였군요. 아무 때문에 상당히 속을 썩히겠어요. 하하.”

  “……저 사람 유명한가요?”

  “치킨에 미친놈으로 유명하긴 하죠.”

 

  치킨에 미친놈이 2스택 쌓였다. 따란.

 

  “아, 확실히 그거에 미친놈이긴 하네요.”

  “이곳에 온지 2년 동안 퀘스트 랭크 E나 F만 받지만 실력은 확실히 있어 보였어요. 아, 물론 지금 앞에 계신 요한 씨보다는 못하겠지만요.”

 

  구스토스는 요한을 띄어주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일으켰다. 요한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구스토스는 요한의 표정을 보더니 당황하며 황급히 사이다 한 잔을 요한에게 따라준다.

 

  “이, 이건 특별히 서비스로 드리는 겁니다. 처음 오신 손님이니까요!”

  “……고맙습니다. 그럼 잘 먹을게요.”

 

  요한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파스타를 입에 넣었다.

 

  “어? 어어?”

 

  요한은 파스타면을 끝도 없이 빨아들인다. 이 올리브유의 풍미부터 파스타 면의 식감. 파스타 면이 입안에서 출렁거릴 때마다 바다의 파도가 입 전체에 부딪쳐 부서진다. 담백하고 고소한 기름과 시원한 바다의 향기가 어찌 이리도 잘 어울리는가?

 

  이건 최고품의 식재료를 쓰지 않는 이상 나올 수 없는 맛이면서도 그 식재료를 능숙하게 다루는 요리사가 아닌 이상 나오기 힘든 맛이다. 심플하지만 그만큼 실력이 드러나는 봉골레 파스타에서 요한은 녹스 제국 최고의 요리사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구스토스의 요리 실력을 엿보았다.

 

  “맛이 괜찮으신가요?”

  “이허 회호에호. 어허 마히헤요!”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으나 신기하게 말이 아닌 표정을 보면 요한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구스토스는 어린애처럼 해맑은 미소로 파스타를 먹는 요한의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짓는다.

 

  배부르게 먹은 후 가게를 나온 요한은 왠지 부끄러웠다. 뭔가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은거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은 계획에 없었는데 말이다.

 

  배가 부르니 아까와 달리 시야가 넓어져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한가한 마을이라는 말 치고는 거리에 사람들이 좀 있었다. 헌데 대부분 무장을 한 채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척 봐도 여기 마을 사람이 아닌 느낌이 들었다.

 

  용병이나 모험가, 퀘스트를 하러 오는 사람들인가? 이런 변두리에도 퀘스트를 내주는 퀘스트 지점이나 길드 지점이 있고 퀘스트를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요한은 퀘스트 지점 앞에 멈춰 선다. 여러 사람들이 입구를 들락거린다. 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곳에 퀘스트를 할 만한 게 있나?

 

  호기심에 게시판을 둘러본다. 퀘스트 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내건 경고문구도 눈에 띈다.

 

  [데마르칸이 출몰한다고 합니다. 숲속을 들어갈 땐 2인 이상으로 들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데마르칸 퇴치 – 100셀. 퇴치의 증거로 데마르칸의 머리를 가져오시면 됩니다.]

  [최근 주변 도시에서 유아들의 실종 및 유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보인다면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코코다르크 돌보기 – 정기적으로 코코다르크를 돌봐줄 사람을 구합니다. 수요일 2시 ~ 5시 3시간. 시간당 10셀.]

  [슈가베리 씨앗 및 종자 구해오기 – 하나당 4셀.]

 

  한적한 마을 치곤 제법 본격적이었다. 허나, 대부분은 농사, 목장, 채굴, 어업에 관련된 퀘스트였지만.

 

  퀘스트 지점을 떠나 식료품점을 찾아 겨우 들어간 요한은 화통한 아저씨의 외침에 귀가 멀뻔 했다.

 

  “어서오십셔! 있는 것도 잘 찾아보면 잘 없는 파인드 가게입니다!”

 

  왠지 손님이 나갈 것 같은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가게 주인의 외모는 굉장히 험상궂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헝클어진 머리. 근육 위에 지방을 씌운 듯한 거대한 풍채. 가게 주인이 아니라 용병이나 군인이라고 하면 믿을 만한 남자였다.

 

  “무엇을 찾으시나요?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지만 없는 게 더 많습니다. 한 번 둘러보세요.”

  “아, 네…….”

 

  그러면서 요한은 말린 고기류를 찾는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 마을에 잘 내려오지 않아도 되는 음식을 사려고 말이다. 그러나 말린 고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저 우락부락한 아저씨와 이야기하는 것이 영 탐탁지 않았기에 요한은 기를 쓰고 찾으려고 했으나 그의 눈에 원하는 건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가게 주인에게로 가 말린 고기류에 대해서 묻는다.

 

  “육포나 말린 고기 종류를 찾고 있습니다. 오래 보존해서 먹을 수 있는 가공 고기류는 없나요?”

  “하하하! 그런 건 정육점을 찾아가셔야지요! 저희 집에서 그런 게 있을 것 같습니까?”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어간다.

 

  “물론 있지만요.”

 

  그러더니 그는 카운터 옆의 문으로 들어가 성인 남자 반 정도 크기나 되는 자루를 가져와 내려놓는다.

 

  “말린 코코다르크 보존식입니다. 주로 장기적인 목적의 식료로 쓰이는데 여기선 그렇게 장기적인 목적의 모험가가 잘 없으니 찾는 사람이 적어서 재고가 넘치고 있죠. 다행히 1년 넘게 장기 보존이 가능해서 재고가 쌓여도 다행이라고 할까요?”

 

  그는 다시 호탕하게 웃으며 원래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코코다르크 육포를 넘기겠다고 한다. 어차피 계속 놔둬봤자 구매하는 사람도 없다는 게 이유였다. 가게주인은 또 찾으시는 게 있냐고 물었고 요한은 좀 더 둘러보겠다고 대답한다.

 

  낡은 진열대에 늘어진 물품들을 둘러보는 요한을 향해 가게주인이 넌지시 묻는다.

 

  “그런데 손님은 처음 뵈는 얼굴인데, 여기 처음 오신 겁니까?”

  “아, 네.”

  “근데 얼굴이 꽤나 그늘져 보이시네요.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무심하게 턱수염을 긁으며 나온 말 치곤 요한의 심장을 찌르는 말이었다. 자기가 얼굴에 감정이 다 드러나는 타입인가 싶어 요한은 얼굴을 매만져본다.

 

  “하하하! 뭐, 여기까지 오느라 고단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죠! 그럴 때는 단 거를 먹으면 최곱니다!”

 

  그러더니 가게주인은 카운터를 나와 진열된 물건들을 뒤적거리더니 말린 과일 하나를 꺼내 건넨다.

 

  “코르마라는 과일인데 말리면 신맛은 빠지고 농축된 단 맛이 우러나오죠.”

 

  얼떨결에 받아든 요한은 망설임 끝에 그것을 입에 넣고 먹어본다. 상상 이상의 단맛이 입안에 퍼져나간다. 설탕을 때려 부어 강렬하게 찌르는 단 맛이 아닌 입안에 퍼지면서 살포시 사라지는 눈과도 같은 단 맛이었다.

 

  “맛……있네요.”

  “달면 뭐든 맛있죠. 하하하하하! 한 봉지를 서비스로 드리겠습니다. 기분이 꾸루무리 할 때는 달콤한 걸 입에 털어 넣는 게 최고에요. 인생을 살다보면 이런 달달한 일도 있어야죠!”

  “하지만…….”

  “너무 많이 받아간다고요? 괜찮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이런 달달한 일도 있어야죠!”

 

  같은 말을 두 번이나 반복하며 어깨를 두드리는 호쾌한 가게주인의 말에 요한은 왠지 모를 기분 좋은 무언가가 가슴에서 퍼져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의도치 않게 듬뿍 받아들고 나온 요한은 들고 나온 짐 때문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도중 퀘스트 게시판 앞에서 고성이 오고간다.

 

  “그러니까 네 녀석 실력으론 못 가니까 내가 가겠다는 거야.”

  “숏 비브르도 못 잡는 녀석이 어떻게 데마르칸을 잡겠다고? 여기선 나같이 힘쓰는 놈이 제격이니 말라깽이는 포기하셔.”

 

  키가 2m쯤 되는 거한과 날렵한 몸매를 한 남자는 퀘스트 수배서를 들고 옥신각신 중이었다. 아무래도 제법 좋은 수당의 퀘스트가 게시된 모양인데 그걸 두고 싸움이 난 모양새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괜히 얽히기 싫어 재빨리 걸음을 재촉하려는 순간,

 

  챙!

 

  요한에겐 익숙한 날붙이들이 부딪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두 사람은 검을 겨눈 채 싸우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몇 차례 검을 부딪더니 이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으르렁거린다.

 

  둘이 다시 검을 겨누며 달려드려는 그 짧은 시간, 묵직한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의 검이 땅에 박힌다. 무슨 일인지 당황하는 두 사람 사이에 요한이 서있다. 요한은 들고 있던 검을 허리춤에 다시 집어넣으며 말한다.

 

  “……거리에선 싸우면 안 되지. 누가 다치면 어쩌려고.”

 

  요한이 떠나고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딱히 요한에게 따지려고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검이 충돌하는 순간을 노려 두 검 끝을 땅에 박아버리는 실력과 완력. 순식간에 제압을 완료하는 속도. 찰나였으나 요한과 자신들의 실력 차를 바로 알았기 때문이다.

 

  “저 녀석은 누구……?”

  “글쎄……?”

 

  두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멀어지는 요한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 요한은 저 멀리 집 앞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본다. 익숙한 차림의 여자는 아침에 다녀왔던 앨리였다. 저 퉁명스런 소녀가 왜 또 여기에 왔는지 궁금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안녕하세요, 앨리 씨.”

  “아, 오셨네요. 자, 여기요.”

 

  다짜고짜 바구니를 건네는 앨리. 요한이 이게 뭐냐고 묻자 그녀는 아까의 퉁명스런 어투로 대답한다.

 

  “엄마가 싸주라고 하셨어요. 남정네 혼자서 잘 챙겨 먹겠냐면서요. 점심 챙겨주라고 제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뭔가 아침에도 이런 말을 들은 것 같았는데……. 요한은 갸우뚱하면서 다시 되묻는다.

 

  “그래서 이게 뭐죠?”

  “토마토 비프스튜랑 뼈국물 짬뽕이에요. 빵에 적셔 먹든지 밥을 지어서 말아 드시든가 하세요.”

 

  말속에 묘한 짜증이 섞여있다. 아무래도 여기까지 심부름 온 게 적잖이 싫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눈은 “아 존나 싫어. 여기 오는 거 개 귀찮아” 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 존나 싫어. 여기 오는 거 개 귀찮아.”

 

  아니, 작은 소리로 이미 그 말을 읊조리고 있었다. 요한이 기분 나쁘면서도 미안한 오묘한 감정을 느끼는 사이 그녀는 다시 발아래에 있던 자루를 요한의 발아래로 옮긴다. 축축하게 젖어있는 자루에선 조금 짠내가 느껴졌다.

 

  “팔가시 연어래요. 망그르브 아저씨가 가져다주랬어요.”

  “망그르브 아저씨요?”

  “어촌에 계시는 분인데 요한 씨 여기 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저한테 와서 가져다주랬어요. 여러 곳에서 인기가 넘치시네요.”

 

  요한은 다시 고개를 갸우뚱한다. 자기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앨리한테 간 거지?

 

  “바쁘대요. 여기까지 갈 시간이 없다고요. 누구는 시간이 많아서 여기까지 오나. 아무튼 점심 안 드셨죠? 아저씨 말로는 껍질과 가시 다 발랐다고 했어요. 구워 드시든지 날거로 드시던지 해서 드세요.”

 

  요한은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레 대답한다.

 

  “아, 이미 점심은 먹었…….”

 

  앨리는 실망과 원망이 동시에 섞인 눈으로 요한을 쳐다본다. 잘못한 게 없는데 잘못한 이 느낌은 뭘까? 앨리는 땅에 싱크홀이 생길정도로 한숨을 쉬더니 요한을 바라본다.

 

  “나름 잘 챙겨 드시고 계셔서 보기 차암 좋네요.”

  “어, 저 그게…….”

 

  당황하여 변명을 하려던 요한이었다.

 

  “잘 드시고 계시니 제가 이제 여기까지 요한 씨 챙기러 올 필요는 없겠죠. 긍정적으로 생각하죠,”

  “죄송합니다. 나중에 제가 그릇 돌려드리러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괜찮아요. 어차피 또 저녁 때 즘 이번엔 아빠가 요한 씨에게 이것저것 챙겨주라고 막 뭐라고 할 테니까요. 아니면 바로 본인이 여기까지 올 경우도 있고요. 아빠가 요한 씨 광팬이거든요. 블루튜더가 시들지 않는 이유라면서요?”

  “…….”

 

  블루튜더의 이야기가 나오자 요한의 얼굴이 일순 얼어붙는다. 뭔가 아픈 상처를 건드린 것이라 생각한 앨리는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화재를 바꾼다.

 

  “어……. 점심은 어떻게 드셨나요? 직접 요리해서?”

  “아뇨, 어음……. 그 상업지역 쪽으로 가서 먹었어요. 파스타로 말이에요.”

  “아,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고 계셨던 거네요.”

  “네. 아, 혹시 많이 기다리셨나요?”

  “혹시나 싶어서 30분정도 기다려봤어요.”

 

  30분……. 또 잘못한 게 없는데 요한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쌓인다.

 

  “아무튼 챙기러 올 필요 없다고 했지만 어차피 종종 마주치게 될 거에요. 그나마 저희 집이 여기서 제일 근접했으니까요. 이웃사촌인 셈이니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 저야말로…….”

 

  그렇게 말하고 앨리는 돌아갔다. 요한은 늘어난 짐을 집 안으로 옮긴 다음 두리번거린다. 다행히 아무가 들어온 흔적은 없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요한은 짐을 정리한다.

 

  바구니 안에는 냄비 두 개와 빵이, 축축한 자루 안에는 얼음소금과 함께 신선한 연어 살들이 들어있었다. 특히 축축한 자루의 무게가 장난이 아닌지라 다시금 앨리의 힘에 감탄하는 요한이었다.

 

  짐을 정리한 후 코코다르크 육포를 뜯으며 요한은 거실 소파에 앉는다. 그러면서 이곳에서의 생활을 차분히 곱씹어본다.

 

  ……나 너무 활발해진 거 아닌가?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요한은 시체와 다를 바 없이 생활했다. 직위를 박탈당한 채 죽은 눈으로 블루튜더에 부유하는 찌꺼기처럼 지냈다. 그를 존경해 마지않는 사람들조차 그의 무기력하고 냉소적인 면모에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그들의 동정이 점차 지리한 입방아로 바뀔 때 즘, 요한은 블루튜더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갑옷과 검을 반납하고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시선을 땅에 처박으며 흐려진 동공을 늘어뜨렸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여기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치킨에 미친 녀석이 자기 집에 숨어들어 지내고 있고, 그나마 가까운 이웃사촌은 귀찮은 사람 취급하며 퉁명스럽게 대하고, 파스타는 맛있었고, 가게는 호탕했고, 용병들은 활기가 넘쳤다.

 

  자신의 음울한 인생을 조롱하며 조용히 지내려고 한 거 아니었나? 이래도 되나?

 

  요한이 육포를 입에 물고 뜯어 먹으며 다시금 고뇌에 빠진다.

 

  ……근데 꼭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 어차피 이곳에서 계속 지내게 될 건데 일부러 척을 지내며 음울한 은둔자 행세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래, 기껏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데 가시세울 필요는 없지. 유두리 있게 살아야지. 솔직히 그 사람들이 무슨 죄야. 내가 기분이 안 좋다고 까칠하게 대하는 건 매너가 아니니까.

 

  이런 결론을 도출해낸 요한의 마음속에 뭔지 모를 무언가가 파스스 부서지며 가슴 아래로 쓸려 내려간다.

 

  요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구니에 들어있던 냄비와 빵을 꺼낸다. 뚜껑을 열고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스튜에 빵을 푹 찍어서 먹어본다. 스튜의 맛과 향이 빵에 눅눅하게 스며들어 깊은 맛을 낸다.

 

  “맛있네.”

 

  요한은 그러면서 다시 빵 하나를 집어 스튜에 찍어 먹는다.

 

 

  //

 

 

  바람이 심하게 분다. 아침까지만 해도 맑은 하늘이었으나 어느새 잔뜩 흐려져서는 당장이라도 비를 토해낼 것 같은 모습이 됐다.

 

  혹시나 걱정되는 마음에 창문과 밖의 물건들을 점검하러 나온 요한이었다. 요한의 걱정과는 다르게 창문과 문은 관리가 잘 돼있었다. 밖의 괭이나 도끼 등의 물건들도 창고 안에 넣어두었고 창고도 튼튼해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 아무라는 사람이 관리를 해놓은 건가? 다 내팽겨 치고 치킨이나 뜯을 것 같더니 꽤 꼼꼼하네…….”

 

  정리를 마치고 창고 문을 닫는 순간 갑작스런 돌풍에 요한은 눈살을 찌푸린다. 이렇게 강한 돌풍은 회색 산맥 이후로 처음이었다.

 

  “바다가 있어서 바람이 세찬건가? 소금기가 있어서 바람이 아프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요한이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람소리에 휘말려 희미했으나 그건 분명 다급하게 누군가를 찾는 소리였다. 요한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갈색머리의 여자가 치마를 누르며 다급하게 이쪽으로 오는 중이었다.

 

  요한이 다가가니 바람을 뚫고 힘겹게 걸어오던 여자는 화들짝 놀란다.

 

  “어, 저? 아무 씨는…….”

  “아, 지금은 집에 없습니다만…….”

 

  요한은 순간, 뭔가 아무의 대리인이 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빠졌다. 거기다 은근히 아무를 이 집에 사는 사람처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 것 같아서 또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일단은 얼굴에 근심을 가득 담은 채 안절부절하는 이 여자가 우선이다.

 

  “무슨 일이시죠? 그 거지……아니, 아무는 왜……?”

  “마을에 있는 줄 알고 찾아봤지만 없어서요……. 부탁할 일이 있는데…….”

  “부탁이요?”

 

  뭔가 치킨에 미친 놈 같아 보이는 한량인 것 같았는데, 다급하게 찾는 사람도 있고. 의외로 꼼꼼한데다 성실한 녀석이었나 보네.

 

  “날씨가 안 좋아져서 레이미를 찾았는데 없어서요. 요즘 부쩍 마을 멀리 떨어져서 노는 걸 좋아하는지라 걱정인데……. 마을 사람들한테 부탁을 드렸고, 이런 일에는 레이미랑 친한 아무 씨가 잘 알지 않을까 싶어 와봤지만…….”

 

  하늘이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여자의 불안은 한층 커져 근심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늘어진다.

 

  “저도 아무? 그 놈이 어디 있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저도 찾아보겠습니다. 레이미라는 아이가 자주 가던 곳이 어디죠?”

 

  이곳 지리조차 몰랐지만 재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손이 하나라도 더 필요한 시점이란 걸 바로 느낀 그는 여자에게 레이미가 자주 가는 곳을 듣고 움직인다. 다행히도 그 아이는 요한이 살던 집 뒷 숲에서 친구들과 자주 놀았던 모양이다.

 

  나뭇잎들이 바람을 맞으며 괴이한 소리로 울어댄다. 빗소리를 흉내 내는 그 울음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요한이 레이미의 이름을 부르며 숲의 메아리와 대화를 하는 그때,

 

  “…….”

 

  저 멀리서 희미하게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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