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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6
작성일 : 19-10-15 22:27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8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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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여러분 학당에서의 첫날밤은 잘 보내셨나요?”

 

  넓은 강당을 쩌렁쩌렁 울리는 지도도사의 목소리에 강당 안에 있던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나란히 앉아 있던 4명도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앞쪽 문을 통해 휘적휘적 걸어 들어온 지도도사는 단 중앙에 섰다. 지도도사는 강당 내 앉아 있는 학생을 눈으로 훑었다. 그리곤 뒤를 돌더니 돌연 들고 있던 부채로 앞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촤르르 소리와 함께 커튼이 열리며 단의 공간이 넓어졌다. 은호의 눈이 신기한 듯 초롱초롱해졌다.

 

 “여러분이 오신 이곳은 바로 국내 유일의 도술학당 천지인입니다. 이곳은 외부인에게 보이지 않습니다. 허니 찾아올 수도 없고요. 간혹 길을 잃은 외부인이 종종 이곳을 발견하지도 하지만 뭐, 기억을 지워서 돌려보내니까요.”

  그러곤 이내 커다란 화면이 떴다. 여전히 신기해하는 건 은호뿐이었다. 그걸 발견한 도형은 장난스런 얼굴로 은호에 작게 말했다.

 “이거 ppt야.”

 “뭐야 나 도술인줄 알았어.”

 “나름 최첨단이지.”

  옆에서 보던 결도 한마디 거들었다.

 

 “오늘 오리엔테이션은 여러분이 학당생활을 하시면서 꼭! 지켜주셔야 하는 유의사항을 안내해드릴 겁니다. 자료는 입학 전에도 드렸고 어제 입학식에도 나눠드렸지만... 읽으신 분?

  지도도사가 티끌만한 기대를 품고 손을 올렸지만 아무도 그에 따라 손을 올리는 이가 없었다. 넓은 강당에서 홀로 올린 지도도사의 손이 외로웠다.

 “안계시겠죠. 네.. 그래요..”

  천천히 내린 손이 안쓰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지도도사는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등 뒤로는 커다란 지도가 보였다. 지도에는 몇 개의 권역으로 나뉘었다. 권역별로 출입 가능한 학년이 달랐다. 특히나 미성년자의 경우 산으로 이어지는 숲은 수업 외 출입이 엄히 금지되어 있는데 이는 길을 잃을 수도 있을뿐더러 종종 지리산 반달곰이 출몰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자 여러분 반달곰 모르시는 분은 안계시겠죠. 반달곰 하면 무어다? 바로 여기 지리산 반달곰입니다. 반달곰 복원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으므로 꽤나 많은 반달곰이 이 지리산에 살고 있답니다. 곰은 사람을 찢으니 몸이 소중하시다면 가지 않도록 합시다.”

  사실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해태와 기린이 있음이다. 아약이야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환상의 동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럴 리가. 기실 조선말,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 차례 멸종되었다. 그나마 비교적 최근 대외협력부의 주도로 아약과의 협력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역시 반달가슴곰의 복원성공이 그 기반이 되었다.

 “학당에는 인간을 제외하고 상주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물론 반달가슴곰도 있지만 여러분이 숲으로 가지 않는 이상 위험할 일은 없습니다.”

  지도도사는 자신의 등 뒤에 띄워놓은 곰의 사진을 리모콘으로 대강 삑삑- 눌렀다. 누를 때마다 새로운 곰이 등장했다. 단지 그 사진 모두 이빨을 드러내며 포효하는 무시무시한 모습이었으니 문제였지만. 다양한 표정의 성난 곰 컬렉션이 지나가고 다른 이의 사진이 떴다. 연속되는 곰 사진에 자연스레 입을 다문 아이들은 바뀐 인물에는 입을 열었다. 아니 아마도 열 수 밖에 없었으리라.

 

 “자 대표적으로 도깨비, 구미호, 이무기 되겠습니다.”

 “이집 얼굴 맛집이네.”

  아영의 터져 나온 마음에 소리에 주변에 있던 여학생들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거렸다.

 “학당에서는 학당 내 상주하는 도사 외 존재를 괴롭히는 것에 대해 아주 엄격히 금하고 있습니다. 정도에 따라 도력을 잃고 퇴학당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도력을 잃는다고?”

 “어차피 우리 같은 쪼렙은 괴롭히기도 전에 한 줌의 가루가 될 걸.”

 “자~ 하지 말라는 일만 안하시면 됩니다. 여러분 저 셋 중에 여러분이 가장 자주 보실 존재는 도깨비일 겁니다.”

  지도도사의 뒤로 학당 내 거주하는 여러 도깨비의 모습이 떴다. 뛰어난 외모에 누구는 입이 떡 벌어졌고 누구는 탄성을 뱉었다.

 “도깨비라고 뿔 달린 요상한 모습을 상상하셨나요. 안타깝지만 도깨비는 여러분이랑 똑같이 생겼어요. 사람과 섞여 있으면 구분하기... 구분은 할 수 있어요. 예.. 일반 사람보다 훤칠하고, 잘생겼죠. 도깨비는 인간을 좋아합니다. 아 물론 메밀묵을 제일 좋아하지만요. 학당 생활을 하시면서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기시면 도깨비에게 빌어보세요. 아마 그들이 찾아줄 겁니다.”

 “실학의 나라 조선의 후예답다. 어? 괜히 이 학당에 도깨비를 거주시키는 게 아니라니까는.”

 “마이너스의 손”

  도형의 꿍얼거림 속에 결은 아영을 보며 말했다. 그에 아영이 심기 불편한 눈썹으로 그를 흘겼다. 그럼에도 결은 아랑곳 않고 아영의 손을 손가락으로 끝으로 톡톡 건드렸다.

 “아영. 메밀묵 많이 쟁여둬야겠네.”

 “에이씨!”

 “자~ 다음은 구미호에요. 구미호는 아까 말씀드렸던 그 숲에 주로 거주합니다.”

  그 사이 지도도사는 이야기는 이미 구미호로 넘어가 있었다. 아까 말했던 그 숲은 구미호의 주 거주지이기도 했는데 이를 비롯해 여타 문제로 최대한 출입을 금하고 있다.

 “물론 도깨비보단 보기 힘든 것이 구미호입니다. 개체수도 훨씬 적고요. 구미호가 여우의 모습으로 있을 때 귀엽다고 함부로 만졌다간 큰일 납니다. 성질머리가 아주 까탈스럽기 그지없으니까 말이에요.”

 다음 사진으로 넘기려 리모컨을 든 지도교사는 이내 아차하는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옛날에 구미호한테 구슬 달라고 쫓아다니던 친구가 있었는데.. 네.. 혹시라도 구슬 달라고 하지 마세요. 물론 달라고 줄 구미호도 아니지만.”

  잠시 옛날 일을 회상하는 듯 지도도사는 씁쓸한 얼굴을 했으나 금방 지웠다.

 “구슬? 뭔 구슬?”

 “여우구슬~”

  그 모습을 힐끗 본 아영은 은호와 도형의 대화에 심드렁히 끼었다.

 “일출?”

 “갑자기?”

 “일반인 출신이냐는 말이야.”

  결 역시 그 대화에 참여하여 아영의 말을 통역해 주어야 했지만 말이다.

 “일반인 출신?”

  비록 통역을 해주어도 낯선 단어에 잠시 버퍼링이 걸렸으니 문제였지.

 “어. 맞는 것 같다. 근데 여우구슬이 왜.”

 “그니까 소원구슬 같은 거야. 근데 그게 여우에겐 생명과도 같은 것이니까 주기 싫겠지.”

 “자자! 조금만 더 집중합시다. 여러분 마지막으로 이무기에요.”

 “이무기? 용?”

 “이무기는 용이 아니지요.”

 “어따 저 양반 귀도 좋네.”

 “이무기는 중앙 연못에 있습니다. 동해용왕님께서 특별히 여러분의 교육을 위해 보내 주신거니, 이무기에 해를 가하면 동해 용왕님도 뵙고 인생에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되겠습니다.”

  외부인이 보기엔 주작대로를 지나면 커다란 운동장과 몇 개의 건물이 병풍처럼 둘러있으니 그게 전부인 줄 알겠지만 학당의 진짜 모습은 병풍과도 같은 건물을 지나야 있다. 그 너머의 학당 중앙에는 커다란 중앙 연못이 있는데 그 것이야 말로 학당의 장관이었다. 그 깊이는 어찌나 깊은지 아무도 그 바닥을 본 이가 없었다고 한다. 말이 연못이었지 여느 호수에 못지않아 어느 이는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의 정기를 잇는 곳이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용왕이 해마다 보내는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것을 목격한 자가 드물게 있어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나머지는 수업 시간과 짝꿍을 통해 차차 알아 가시면 되겠습니다. 이번 학기 수업에 필요한 책은 이미 각자의 방 앞에 도착해 있을 테니 기숙사에 돌아가셔서 확인하세요. 반 배정은 곧 나올 겁니다. 그러면 여러분! 즐거운 학당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나란히 앉아 있던 넷은 다시 기숙사를 향했다. 갈림길에서 아영과 헤어졌다. 룸메이트인 도형과 은호는 결과 헤어져 방으로 들어왔다. 기숙사로 올라가는 길부터 방으로 들어와서도 여전히 도형은 떠들었고 은호는 듣느라 바빴다. 신변잡기적인 이야기였던 오전과 달리 학당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은호도 신기한 듯 꽤나 집중한 모습이었다. 간간히 돌아오는 대답에 도형은 신이 난 듯 이런 저런 이야기를 떠들었다. 오전에 상했던 마음은 이미 가신지 오래였다.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집안이 도사여도 학당에 다녀본 건 아니잖아.”

 “어제 형이 학당에 다닌다고 말했는데..”

 “아...”

  가신 마음이 조금 남긴 했다. 조금은 머쓱했을 법한 이 시간은 다행히도 길지 않았는데 곧 그들의 방 차임벨 소리가 울렸기 때문이다.

 “누구지...”

  어색한 미소와 함께 은호가 먼저 엉덩이를 뗐고 궁금한 도형도 따라 움직였다. 문을 여니 보이는 건 사람이 아닌 벽을 따라 쌓인 책탑이었다. 활딱 문을 젖히니 완전히 열리지 못하고 무언가에 텅- 부딪혔는데,

 “뭐야.”

  책탑과 열린 문 사이로 나가 보니 문을 사이에 두고 사람 허리까지 쌓은 책 두 줄이 이 둘을 반겼다.

 “저걸 한 학기 동안 다 배운다고.”

 “... 도사 안 해도 되냐.”

 “일 년을 배워도 다 못 배울 것 같은데..”

 “지금 자퇴하면 일반 고등학교로 재입학 가능한가...”

  방문 앞에 탑처럼 쌓인 책은 집단적 독백을 만들었다. 이들이 좌절에 빠져 한참을 허우적거릴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직 도형에게만.

 “어이~ 꼬맹이들!”

  꽂히는 목소리에 도형은 눈썹을 들썩였다. 찬찬히 뒤를 도니 한껏 폼을 잡고 서있는 도형의 형. 도진이 서있었다. 한쪽 팔로 다른 팔을 받치고 그 손은 자신의 미간을 짚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짝다리까지 아주 가관이었다. 누가 봐도 튀는 형상에 마침 복도의 기숙사생들은 흔치않은 구경을 했다. 그 옆에 멀쩡히 서있는 진주도 같이.

 “형..?”

 “형?”

  불안한 도형의 목소리에 은호는 되물었고 대답 없는 도형 대신 은호의 시선을 뺏어간 건 도진이었다.

 “도술학당에 온 것을 환영하네. 꼬맹이들. 나는 도술학당 천지인의 예비 자랑 장, 도진일세.”

 “미쳤나 왜 저래.”

  성큼성큼 다가온 도진은 도형과 은호에게 악수를 청했으나 도형은 완벽히 무시했으며 은호는 얼결에 무시했다. 하지만 도진은 굴하지 않고 ‘그래그래 나도 반가워’라며 둘의 어깨를 철썩철썩 두드렸다. 첫 만남부터 쉴 틈 없이 말하는 걸 보아하니 누가 봐도 형제임이 틀림없다, 은호는 생각했다. 도진의 폭주를 잠재운 건 같이 온 진주였다.

 “오늘 오후는 짝꿍시간인거 들었지? 데리러 왔어.”

 “고로지.”

 “와, 네 짝꿍 형이냐? 안타깝,”

 “가자 짝꿍.”

  도형의 말을 끊은 도진은 턱 하니 도형에 어깨동무를 했다.

 “뭐야?”

 “너의 짝꿍.”

  마치 목을 조를 듯 팔을 두른 도진은 다른 손을 흔들며 나머지 둘에게 등을 보였다. 파도에 휩쓸리듯 얼떨결에 끌려가던 도형은 번뜩 정신이 들었다.

 “형제끼리 무슨 짝꿍이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첨단 AI시스템이 배정한 짝꿍을 부정하지 마. 짝꿍.”

 “소름 돋게 왜 이래! 도사학당에서 무슨 AI시스템 같은 소리야.”

 “두 번 다시 IT강국 코리아를 무시하지 마라.”

  마치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 같았다. 도형의 버둥거리는 뒷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런 둘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진 은호를 깨운 건 진주였다.

 “우리도 갈까?”

 

  둘은 자리를 옮겨 학당 내 다원으로 향했다. 다원 곳곳엔 은은한 등롱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다원 앞에는 작은 냇가가 있어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깔끔한 내부는 모던한 한옥느낌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가득했는데 옛날 약방에서 사용할 법한 하얀 종이 보자기가 새끼줄에 감겨 달려있기도 했다. 다원 내부엔 이미 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자는 이미 만석이라 이들은 좌식 식탁에 자리했다. 서로 간단히 자기소개를 마친 둘이었다.

 “아 맞다. 일반인이라며.”

 “네. 맞아요.”

 “그럼 많이 놀랐겠다. 그럼 선수수업은 들었니? 요샌 싸강으로 대체했다던데.”

 “아, 네.. 듣긴 들었는데..”

 “틀어 놓고 딴 짓 했구나?”

  머리를 긁적이던 은호는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다들 그렇지 뭐.”

 “근데 일반인 출신이면 차별받거나 그러나요?”

 “아니? 왜? 누가 괴롭혀?”

 “아뇨. 그런 건 아닌데 다들 한 번씩 물어보더라고요. 일반인 출신이냐고.”

 “아 특별히 별 뜻은 없어. 그냥 물어보는 거야. 도사 집안이면 보통 아는 이야기를 모르거나 하면 얘는 일반인인건가 생각이 드니까.”

 “그렇구나. 전 도사 출신이 일반인 출신을 안 좋아해서 그러나 생각했어요.”

 “요즘엔 안 그런데 예전엔 그랬었대. 도사, 비도사 출신으로 갈라서 싸우고. 요즘이야 일반인이라고 부르는데 얼마 전까진 아약이라고 불렀으니까.”

 “아약은 뭐에요?”

 “도사가 아닌 사람을 아약이라고 불렀어. 원 뜻은 덜 자란 어린아이란 뜻인데 일반인을 도술도 못 부리는 덜 자란 어린아이라고 무시해서 부르던 게 자리 잡힌 거지. 도사청에서 일반인과 협력 업무를 늘리면서 아약이 아닌 일반인으로 순화해서 부르자고 입장문을 냈고 학당에서도 그렇게 가르치지만 너도 들었듯 일반인이 아니라 일반인 출신. 줄여서 일출? 이렇게 물어보잖아.”

 “어, 맞아요.”

 “그래서 오히려 그게 출신을 구분 짓는 낙인같이 됐다고 또 말이 많아.”

  은호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진주는 그런 은호를 물끄러미 보다 물었다.

 “넌 어때?”

 “뭐가요?”

 “명칭 말이야. 나도 그렇고 내 주위엔 도사집안 사람들이 많으니까, 도사청측에서도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결국엔 그들도 거의 도사집안 사람이거든.”

 “글쎄요. 근데 어쨌든 저나 도사집안 애들이나 도력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래서 학당에 입학한 건 결국 다 똑같은 거 아닌가요.”

 “그래. 현명하다. 결국엔 다 같은 도사인데.”

 

 -

 

  그 시각, 민석과 진우도 열심히 고개를 뒤지고 있었다.

 

 “이 고개 위쪽에 오래된 사당 같은 게 하나 있다고 주민들이 말하셨대요.”

  서류에 적힌 내용은 그러했다. 동네 마을 주민 조사에 의하면 오래된 사당 같은 게 하나 있는데, 거기에 제사를 지내면 좀 괜찮았다가 제사를 안 지내면 사고가 난다는 거였다. 근데 시골 작은 마을에 사람도 없어 일하기도 바쁘고 돈도 없는데 어떻게 매달 제사를 올리겠는가. 그래서 제사를 멈춘 지 좀 되었고, 그 사당에 거주하는 신인지 잡귀인지는 미쳐 날뛰는 중이고.

 “그래서 그 망할 놈의 사당이 어디 있다는 거야.”

  ‘동네 마을 주민 말에 의하면 해당 터널 위 풀숲에 있다고 함.’ 이라고 적혀 있을 뿐. 어디쯤에 있는지 조차 쓰여 있지 않아 길도 없는 풀숲을 폭포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이리저리 헤집고 다녀야 했다.

 “보통 사당이라고 하면 말이야. 우리가 이렇게 들쑤시지 않아도 말이야. 멀리서도 한눈에 보여야 정상 아닙니까. 직원님.”

 “보통은 그렇죠. 제사 지내려고 신주 모셔다둔 곳이니까. 근데 주민 조사에는 엄청 작았대요. 요오오오맨~ 했다고.”

 “요오맨~ 한건 얼만 한 거야.”

  진우가 검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눈앞에 솟은 진우의 손가락에 민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다들 정상이 아닌 거야. 지금.”

 “보고서에 진짜 그렇게 쓰여 있어요. 조사에 응한 한 마을 주민이 말하길, 사당의 크기를 본인의 손톱크기에 비유하였다. 라고요.”

 “미친놈들. 그렇게 표현한다고 가져다 쓴 놈이나 그걸 보라고 넘겨준 놈이나. 다 지옥 갈 놈들이야. 나태지옥에 갇혀서 이승에서 농땡이 부린 거 곱절로 굴러야 된다고.”

  비바람에 구르는 게 여간 억울한 건지, 여짓껏 쌓인 게 많은 탓인지, 민석은 언덕을 들쑤시는 내내 사무실 직원 욕을 쉬지 않았다. 터널 위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사당은커녕 버려진 집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침 비바람도 잦아들 즈음 민석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이고. 힘들어 더 못가겠어. 조금 쉬었다 갑시다.”

 “그럴까요?”

  쉴 틈 없이 투덜거리는 민석의 뒤를 발발거리며 쫓아다닌 진우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본인도 꼼꼼히 둘러본다고 봤으나 말마따나 개미 한 마리도 없는 걸. 민석의 옆으로 진우가 자리를 트고 앉을 즈음 비바람도 완전히 멎었다. 방금 쏟아 붓던 비는 거짓말이라는 듯 하늘이 맑게 개었다. 비대신 따뜻하게 내리는 햇살에 젖은 몸을 말렸다. 민석과 진우는 입고 있던 우비를 벗어 놓고 머리카락에 맺힌 물을 탈탈 털었다.

 “이 그지같은 비는 이제야 멈추네.”

 “여기가 아까 올랐던 다른 고개보다 훨씬 높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덕분에 아주 죽겠어요.”

 “도사님. 경치 진짜 좋죠.”

  비가 그친 터널 위 고개는 잔잔했다. 비가 씻은 공기는 상쾌했다. 발아래 펼쳐진 동네는 아름다웠다. 고개를 오르기 전 날씨 어플이 말했던 ‘나들이 가기 좋은 날씨’가 이제야 나타났다. 진우가 앉아서 감상에 젖어있을 때, 한숨 돌린 민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있는 곳이 이 고개의 꼭대기 같은데 사방을 둘러봐도 딱히 사당 같은 게 보이질 않았다. 아무리 작아도 사당의 크기가 한눈에 보일 텐데. 혀를 차던 민석은 이제 그만 자리를 옮기자며 진우에게로 발길을 돌리던 차였다.

 “아, 쓰벌.”

 “어? 도사님. 괜찮으세요?”

  마침 갠 날씨에 좋다고 비옷도 벗어둔 채로 돌아다녔는데 돌부린지 뭔지 걸려 넘어졌다. 이 질펀한 흙에 옷이 보기 좋게 엉망이 됐다.

 “아, 비옷 벗지 말걸. 아주 환장해.”

  민석이 흙탕물은 잘 지지도 않는다고 앓는 소리와 함께 옷을 문대며 빨래 걱정을 하는 와중에 진우가 민석의 어깨를 톡톡 쳤다.

 “어깨? 여기도 튀었어요? 아 혹시 흙탕물 잘 지워지는 세제 있으면 좀 알려줘요.”

  진우가 뭘 하든 어지간한 마이웨이로 이런 건 어머님들이 잘 아시는데 말이야. 꿍얼거렸다.

 “도사님, 저거요.”

 “왜요? 뭐요.”

  진우가 가리킨 손가락 끝엔 민석을 흙탕물에 뒹굴게 한 원인이 있었다. 한창 옷을 쥐고 싸움을 하던 민석도 덩달아 돌아봤다. 그리고 이내 미간에 주름이 졌다.

 

 “저건 또 뭐람.”

  본인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줄 알았지. 그게 사당이었을 줄은 몰랐던 거다.

 

 “저게 사당이야. 개집이야.”

  그리고 그 사당이 진실로 요~만 했을 줄은 더욱 상상하지 못했고.

 

  민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른하늘에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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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1세기 도사 6 2019 / 10 / 15 329 0 8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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