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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열여섯-6
작성일 : 19-10-15 17:59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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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의 이야기들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카메라 앵글을 쳐다볼 때 마치 나를 아주 날카롭게 꿰뚫어 보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잭 이후로 그런 느낌을 선사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나는 해리 슈와일더의 바보 같은 스탠드업 코미디가 보고 싶어졌다. 그가 나를 얼마나 웃게 할 수 있을지 아주 궁금했다.

 

 해리 슈와일더가 엄마랑 불륜이라면 난 괜찮을 거 같아. 아주 한심한 생각이었다.

 난 그 생각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엄마가 해리 슈와일더와 사랑에 빠질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 생각해보았지만 그 답은 아주 쉽게 나올 수가 있었다.

 

 0퍼센트.

 

 엄마가 해리 슈와일더와 사랑에 빠질 확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주황색의 곱슬머리에 눈가와 이마에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주근깨가 있고 정신이 나간 아들이 있는 여자 따위를 누가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 남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해리 슈와일더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 맞다. 쟈스민 아줌마가 점심에 먹을 거 가져온다고 했는데…….”

 

 어제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쟈스민 아줌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바보 같은 타투를 멋있다며 팔과 목을 바늘로 찔러버린 게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쟈스민 아줌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엄마와 아주 친했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척을 했다. 감정에 대한 거짓말을 하는 건 아주 지겹고 아주 끔찍한 일이었다.

 

 쟈스민 아줌마는 키티라는 하얗고 눈이 퍼런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운다. 키티는 제이슨과 상극이라고 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내가 열한 살 됐을 때 우리 집을 뛰쳐나간 제이슨은 쟈스민 아줌마의 집 밖의 울타리를 넘어 키티의 장난감을 훔쳐 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또 키티 몰래 키티의 사료를 먹기도 했다. 사실 싸운 적은 없었다.

 키티는 아주 도도하지만 덩치가 작았고 제이슨은 아주 착하지만 덩치가 컸다. 키티는 자신 보다 큰 존재에게 꼬리를 내리는 비겁한 존재였다. 하지만 제이슨은 아니었다.

 제이슨은 크거나 작거나 상관없었다. 마치 나와 같은 나의 분신 같은 존재였다. 그런 제이슨을 죽고 나서 키티는 아주 행복해했다. 자신의 장난감과 사료를 몰래 훔쳐가는 커다란 존재가 없어 아주 행복해했다. 그래서 나는 키티가 아주 싫다.

 

 그리고 쟈스민 아줌마는 케이트 베일리라는 열한 살짜리 딸이 있다. 케이트는 키티 또는 캣이라는 별명이 있다.

 케이트의 이름을 듣자 쟈스민 아줌마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우스운 건 동네에 돌아다니는 길고양이에게 그 흔한 사료 하나를 준 적 없다는 것이다. 쟈스민 아줌마는 아주 우스운 사람이다.

 

 케이트는 나를 아주 잘 따랐다. 하지만 내가 제이슨을 죽이고 난 후에는 나를 따르지 않았다. 쟈스민 아줌마는 내게서 케이트를 떼어놓았고 나와 같이 놀지 말라는 듯 나와 같이 있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잭에게 상담을 다닌 이후로 쟈스민 아줌마는 내게 미안한 듯 내게 잘 대해주었다. 사실 미안한 거 보단 불쌍하게 여겼다. 하지만 쟈스만 아줌마는 여전히 내게서 케이트를 멀리 떨어트려 놓으려고 한다.

 오늘도 그렇다.

 케이트는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 자신의 집에 오라는 말도 하지 않고 내게 점심에 먹을 걸 가져다준다니…… 참 이상한 사람이다.

 

 “집에 있니? 나 쟈스민 아줌마야.”

 

 쟈스민 아줌마가 문을 두들겼고 쟈스민 아줌마의 목소리에 현관 앞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아주 쉽게 해리 슈와일더에 대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있었다.

 

 

 행턴 센터에 도착한 나는 행턴 센터 지도 앞에 멍하니 서서 B건물을 찾았다. 웬만하면 A건물 뒤에 B건물이 있기 마련인데 바보 같은 이 행턴 센터는 A건물 대각선 바로 뒤에 B건물을 세워놓았다. 행턴 센터의 B건물은 내가 본 가장 어리석은 건물이었다.

 

 나는 B건물에 도착하자마자 계단을 올랐다. 엘리베이터도 있었지만 별로 타고 싶지 않았다. 저 엘리베이터 속의 유리 세상에 갇혀 해리 슈와일더의 바보 같은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지도 못 하고 죽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2층에 올라온 나는 201호를 찾았다. 201호는 아주 쉬운 곳에 있었다. 201호의 문에는 작은 유리가 있어 안을 내다볼 수 있었다. 나는 201호 안을 내다보았다.

 그 안에는 헤일리와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헤일리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나와 눈이 마주쳤다.

 헤일리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내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트리스 같았다.

 나는 헤일리의 행동에 201호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의 시선은 내게 쏟아졌고 그 순간 나는 해리 슈와일더가 된 느낌이 들었다. 아주 이상했다.

 

 “얼굴은 어떻게 된 거야?”

 

 헤일리가 내 얼굴을 보며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찰리한테 맞았는데.”

 

 내가 말했다.

 

 내 말에 헤일리는 걱정과 함께 무안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내게 말했다.

 

 “그래? 약 잘 바르고…… 그리고 넌 헬시 옆에 앉으면 돼.”

 “헬시?”

 

 내 말에 헬시라는 여자 아이가 손을 들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헬시 옆에 앉았다.

 

 “내 진짜 이름은 헬시가 아니야. 우린 여기서 진짜 이름을 쓰지 않아.”

 

 

 헬시가 말했다.

 

 “네 이름은 뭐야? 아…… 가짜 이름. 네가 불리고 싶은 그 이름을 말해.”

 

 다시 한 번 헬시가 말했다.

 

 나는 헬시의 말에 생각하지 않았다. 단번에 말했다.

 

 “해리 슈와일더.”

 

 내가 말했다.

 

 “뭐? 해리 슈와일더? 코미디언?”

 

 헬시가 말했다. 헬시는 배를 잡으며 웃었다. 기분이 나쁘다. 헬시가 웃지 못하게 입을 꿰매버리고 싶다.

 

 “헬시. 해리…… 해리 슈와일더의 이름 가지고 웃으면 안 돼. 우리 모두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잖아.”

 

 헤일리가 말했다.

 

 헤일리의 말에 헬시는 웃음을 멈췄다. 나는 그 순간 헤일리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싶어졌다. 헤일리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

 

 “우리…… 해리 슈와일더는 모임이 처음인데 많이 어색하니까 잘 해줘. 알았지?”

 

 헤일리가 말했다.

 

 아주 어색하고 형식적인 말이었다. 그런데 그 아주 어색하고 형식적인 헤일리의 말에 익숙했던 목소리들이 들렸다.

 

 “네. 헤일리.”

 

 201호 안에 있던 사람들이 같은 말을 했다. 마이클이 트레블에게 마약을 권유 받았을 때처럼. 마이클이 트레블 대신 체포됐을 때처럼 나는 마이클이 되었고 헬시를 포함한 201호 안의 사람들은 그때 그 모임 안에서 ‘안녕, 마이클’을 외치던 사람이 되었다.

 

 “해리 슈와일더는 모임이 처음이니까 다른 친구들 먼저 얘기를 할 게요. 그럼 누가 먼저 할 래요?”

 

 헤일리가 말했다.

 

 헤일리의 말에 한 여자애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래. 바바라.”

 

 헤일리가 바바라라며 손을 번쩍 든 여자를 가리켰다.

 

 “안녕. 바바라예요.”

 

 바바라가 말했다.

 

 “안녕, 바바라.”

 

 201호 안의 사람들이 말했다.

 

 바바라는 나를 쳐다보았다.

 

 “해리 슈와일더. 내 이름은 산타 바바라야. 난 산타 바바라에 살다왔고 나는 산타가 싫어. 그래서 바바라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네가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말하는데 난 자폐증이 있어. 네가 말하는데 아주 공격적으로 너를 대할 수 있어. 미리 알아줬으면 좋겠어.”

 

 바바라가 말했다.

 

 나는 바바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화요일에 모임이 끝나고 친구 데이지 앤더슨이랑 만나서 펍 앤 팝스에 가서 나쵸를 먹었어요. 살사치즈랑 과콰몰리에 나쵸를 찍어먹었어. 그리고 데이지는 초콜릿이 꽂아있는 몬스터 바닐라 셰이크를 먹었고 나는 초콜릿과 딸기 시럽이 뿌려진 딸기 청크 셰이크를 먹었고. 둘이 재미있는 얘기를 했어. 얼마 전에 데이지가 처녀 딱지를 뗐거든. 그 남자는 캐나다에 있는 고등학교 하키 팀에 있는 남자였고 데이지는 멍청하게 여름 캠프를 캐나다로 가서 그 남자를 만난거지. 그리고 우리는 아주 많은 얘기를 나눴어.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어. 나랑 같은 학교였던 치어리더 무리들이지. 그래…… 걔네들은 레지나 조지야. 치어리더 중에 리더인 앨리슨 헤지스라는 금발에 아주 시퍼런 눈을 가진 여자가 나와 데이지에게 다가오더니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모자란 애랑 돼지가 이런 걸 먹네……. 나는 그 말이 아주 우스웠어. 모자라고 돼지가 이런 걸 먹으면 도대체 너희 치어리더들은 뭘 먹으러 펍 앤 팝스에 왔을까? 궁금하지 않아? 펍 앤 팝스에 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거긴 채식 주의자를 위한 요리 따위 없거든. 풀떼기가 없어. 마요네즈나 머스터드를 섞은 풀은 있겠지……. 그래서 말했어. 네 남자친구인 피터 혼이 네 친구인 저 뒤에 있는 년들 중 한 명과 놀아났다고. 다른 말이야. 펍 앤 팝스와는 전혀 관련 없는 말. 나는 앨리슨 헤지스 의 신경을 긁고 싶었거든. 앨리슨 헤지스는 나를 믿지 않는 듯 내게 이런 말을 했어. ‘거짓말 치면 죽여 버릴 거야!’ 하지만 나는 앨리슨 헤지스가 나를 죽이지 못 할 거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어. 차라리 내가 앨리슨 헤지스를 죽이는 게 더 쉬울 정도니까. 아무튼 앨리슨 헤지스는 화를 내며 펍 앤 팝스를 나갔어.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치어리더들이 펍 앤 팝스를 나갔지. 치어리더들은 수근 거렸어. 도대체 누가 피터 혼이랑 놀아난 거야? 아주 큰 소리라서 다 들릴 정도로. 치어리더들이 나가고 데이지는 내게 물었어. 피터 혼이 놀아난 사람을 알고 있냐고. 난 바로 고개를 저었지. 사실 거짓말이었거든. 피터 혼과 놀아난 사람이 없었어. 설마 있을 수도 있지. 내가 모를 뿐이고. 앨리슨 헤지스는 내 말을 믿고 저 바보 같은 치어리더들 중 하나가 끝까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그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고 레지나 조지는 흩어지게 되는 거지. 난 그 이후로 펍 앤 팝스가 문을 닫을 때 까지 아주 평온하게 데이지랑 나쵸와 셰이크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어.”

 

 바바라가 말했다.

 

 바바라의 말은 아주 멋진 모험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들려왔다. 나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나처럼 감탄을 한 사람이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자폐증은 멀쩡한 너희보다 더 뛰어나거든. 나는 사방에 거울이 있어. 나는 다 볼 수 있거든. 빠른 시간 내에 계산을 할 수 있고.”

 

 다시 한 번 바바라가 말했다.

 

 “첫 번째로 바바라가 화요일……에 겪었던 일들을 얘기해줬는데 그 다음으로 얘기하고 싶은 사람 있을까요?”

 

 헤일리가 말했다.

 

 헤일리의 말투는 아주 어리고 지능이 낮은 사람들을 대하는 말투였다. 그래서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델리가 손을 들었다. 헤일리는 델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 난 델리야.”

 “안녕, 델리.”

 “안녕, 델리.”

 

 델리의 말에 나도 201호 사람들 그리고 바바라처럼 ‘안녕, 델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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