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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39화. 축하해
작성일 : 19-10-15 10:29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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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영원에게 등떠밀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던 현경의 마음은 가시가 박힌 것 같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쉬웠다. 그 때 자신은 행복했고 희선은 불행했다. 어쩌면 지금 자신이 느끼는 것보다 더한 슬픔에 아프고 허덕였을 것이다.

 

 

 

 어쨌든 변하지 않는 사실은 자신은 죽일년인 거다. 친구의 남자를 뺏어서 아예 가져버렸다. 그리고 이젠 버림을 당했다.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본인도 알길이 없지만 중요한건 돌이킬 수 없다는 거였다.

 

 

 

 세월에 무뎌진 감정 때문에 더 슬프진 않았다. 복잡할 뿐. 생각을 비우려 아래를 내려다보던 현경이 작은 점으로 보이는 한사람을 발견한다. 왜 혼자인지는 모르겠으나 방황하고 있는 그 존재를 자세히 쳐다보자 그녀는 하은이였다. 현경은 운행중인 케이블카 문을 망설임 없이 연다.

 

 

 

 타다탕탕. 타다당. 하지만 그러기 무섭게 어딘지 모르겠는 방향에서 총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기환이라도 맞았을 새라 불안함이 든 현경이 총소리에 출처를 찾으려 남산을 둘러본다. 하은이 있는 쪽에서는 총소리의 근원지가 보이지 않았다.

 

 

 

 반대편 창가로 다가간 현경의 눈에 저멀리 굉장히 많은 인파가 보였고 무슨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총소리가 났다는 것은 인간들이 개입했다는 소리. 결국 자신들이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뜻이였고 그대로 연 문 밑으로 단숨에 점프해버렸다.

 

 

 

 " 하은아! "

 

 " …언니! "

 

 

 

 하은이 현경을 와락 끌어안는다. 혼자서 많이 불안했겠지. 하은을 토닥토닥해주던 현경이 축축한 느낌에 살짝 그녀를 떨어뜨린다. 그녀의 옷은 피로 물들어져 있었고 얼굴은 눈물에 범벅이 되어있었다. 잊고 있었다. 10년전 자신의 전부였던 사랑에 정신이 팔려 그녀에게 있던 또 다른 소중한 존재들을 까먹고 있었다.

 

 

 

 " 왜 울어?!! 다쳤어!?! "

 

 

 

 하은은 다시 뱀파이어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동욱의 눈을 본 영향으로 된 인간의 몸이 다시 뱀파이어, 제 몸을 찾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인간의 몸으로 변해있을 때 다쳤던 상처는 다시 뱀파이어가 된다고 해도 회복되는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아픔 때문만이라고 하기에 그녀는 불안정한 눈동자를 하고 굉장히 초조해 보였다.

 

 " 하은아 언니봐, 왜그래? 무슨일이야. "

 " …언니…. "

 " 그래 말해봐, 왜그래 왜 울어. "

 

 하은은 울음 새로 입을 열였지만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현경은 직감했다. 하은이 이렇게 정신 못차리고 울 이유, 그녀의 부상과 관련된 이유. 그리고 지금 보이지 않는 한 사람.

 

 " 기환이야? 기환이?!!! 그치? 지금 기환이 어딨어?!! "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현경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든다.

 

 " 하은아 말해봐 어떻게 대체 된거야!! 기환이 어딨어! "

 

 맥없이 흔들리던 하은이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끝엔 얌적한 잿가루 한덩이가 있었다. 회색빛에 약간 반짝이는 그 잿가루는 당연하게도 뱀파이어가 죽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은이 정신없이 우는 이 상황과 죽은 뱀파이어.

 

 " …말도 안돼… "

 " 흑…흐윽. "

 " 거짓말이지 김하은!! 거짓말이지?!! "

 

 이건 꿈에 꿈에서도 생각해보지 못한 아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전개였다. 기환의 죽음. 그걸로 현경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살인본능을 일으키기엔 충분했다.

 

 " 누굴 만났어? 누가 이랬어. "

 " 김종인을 죽이는데 … 헌터…가 왔어… "

 " 김종인 어딨어? "

 " …입구쪽…. "

 

 현경의 눈이 한동안 찾지 않았던 붉은 빛을 띄운다. 하은을 그대로 둔 현경은 그대로 전속력으로 달려 종인이 있는 입구로 향한다. 이제 사후경직으로 딱딱해졌을 하은의 가짜 오빠 종인을 그들에게 보란듯이 데려갈 셈이였다. 분명 총을 쏜 그들은 경찰일 것이고 이 사건을 수사중인 형사들 사이에 뱀파이어 헌터인 동욱이 있겠지.

 

 세월의 노련함으로 아주 짧은 순간 동안 그들에게 가장 큰 데미지를 입힐 게 종인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동료의 시체, 그걸 보는 순간 너희들의 표정은 아주 재미있게 변할테니까. 하은이 만들어 놓은 핏기하나 없는 시체에 눈을 돌린 현경이 망설임 없이 그를 안아든다. 관에 누워있는 시체처럼 차렷자세로 굳은 종인의 몸이 구부러지지 않아 불펴냈지만 상관없었다.

 

 종인의 시체를 고쳐 잡은 현경이 총소리가 난 곳으로 뜀박질을 시작하였다. 그런 그녀가 지나가는게 보이자 하은도 한번 더 잿가루를 쳐다보다 뒤따라간다.

 

 

 

 

 

 

 

 

 

 

 

 * * *

 

 

 

 

 

 

 

 

 

 관객들은 말이 없었고 배우는 대본대로 살아나지 않았다. 그대로 죽어버린 비극적 결말에 상대 배우는 우는 것 밖에 할수 없었고 그게 다 였다. 더 이상에 아무대사도 행동도 필요치 않은 상황. 너를 살리고자 하는 나의 욕심이 또 한번 너를 죽음으로 몰아세웠구나, 예지야….

 

 동화가 아주 깊숙히, 아주 깊숙히 고개를 파묻었다. 빠르게 식어가는 예지의 손을 꼬옥 붙든 채 그녀의 곁에 굳어버린 듯 그렇게 있었다. 눈을 꼭 감고 마치 죽은 것처럼, 정말 죽어버려 누워있는 예지의 모습의 정수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규민을 밀쳐내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나무인형 피노키오처럼, 누구에게 조종을 당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다가가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다.

 

 " 예지야… 예지야, 일어나야지… 응? "

 

 정수에겐 사건현장에 가면 제일 먼저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 있었다. 딱 봐도 살아있기란 불가능해 보이는 시체의 숨을 확인 하는 일, 맥박을 짚어보는 일. 정수는 경운기의 모터가 돌아가득 달달달 떨리는 손을 조심스레 예지에 코끝에 가져다 대었다. 이상하게도 바람이, 숨소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죽었다. 죽었다. 예지가… 죽었다.

 

 " 이 개새끼야!! "

 

 그런 예지를 바라보며 붙들고 있던 정수가 그 옆에 있던 동화의 멱살을 쥐어 올려 주먹을 날린다. 동화는 예상했다는 듯이, 아무런 저항없이 맞아 나가 떨어지고 정수는 그런 동화에게 다시 한번 달려들어 주먹을 날린다.

 

 " 박정수!! " / " 동화형!! "

 

 정수가 세번째 주먹을 꽂으려 들때 옆에서 지켜보던 규민과 저 멀리 있던 동욱이 달려와 그들을 뜯어말린다. 말릴 것도 없이 한 사람이 한사람을 쥐어패는 것이였지만 그들은 단숨에 서로와 거리를 두었다. 정수가 평소에 입에 담지도 않았던 욕설을 동화의 몸에 매다꽂았고 동화는 아무런 저항없이, 미동없이 퀭한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한다. 마치 몸은 살아있지만, 숨은 쉬고 있지만 그의 영혼은 저 하늘로 예지와 함께 소멸해버린것도 같았다.

 

 모두가 슬퍼하는 결말이였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말도 안된는 결말. 그들은 모두 비극을 맛보고 있었다. 울음 소리는 점점 더 높아져만갔다. 더 이상 우는 것은 동화가 아닌 정수였고 그녀는 통곡을 하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만 끊임없이 되새김질 하면서.

 

 그때, 예지의 입에서 커다란 기침소리가 터져나오고 그녀의 몸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반동했다. 거짓말 같았다. 그 모습은 너무 부자연스럽고 지독한 장난같아서 모두들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

 

 " 쿨럭… 하… 읍…. "

 

 그 모습을 놓칠리 없던 그들이 모두들 예지를 지켜보았고 많은 시선속에서 예지는 상체를 일으켰다. 규민에 팔에 잡혀있던 동화는 그의 손을 푸르고 스르르 땅에 주저 앉았으며 위로 받던 정수는 울음을 그쳤다. 물기만 가득차있는 정수가 그녀에게 무어라 말을 하려했지만 단어로 만들어져 나오지 못했다. 계속해서 그녀를 부르려고 애를 써봤지만 말은 나오지 않고 계속 애만 태웠다.

 

 예지는 서서히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그 모습은 마치 보이지 않는 줄이 상체만 잡아 당긴 듯, 관속의 시체가 일어나는 듯 부자연스럽고 기괴했다. 그렇게 상체를 일으킨 예지는 계속해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로봇처럼 가만히 그렇게 똑바르게 앉아있었다.

 

 " …이예지…. "

 

 결국 보다 못한 규민이 동화와 정수를 대신해서 그녀의 이름을 내뱉었다. 조심스럽게 내질러진 그의 목소리에 예지는 소리나는 쪽으로 스르르 고개를 돌린다. 상체를 일으켰어도 눈은 뜨지 않았던 것인지 꼭 감겨 있던 눈을 뜬다.

 

 " ……!!! "

 

 눈을 뜬 예지의 눈은 새빨간 색이였다. 그건 분명 악마만이 빚어놓을 수 있는 빨강이었다. 그녀의 눈은 거짓말처럼, 장난처럼 빨간색이였고 그건 다시 말해 그녀가 뱀파이어가 되었음을 말해주었다.

 

 아무도 감히,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눈앞에서 뱀파이어의 탄생을 보고 다들 있던 넋을 그녀에게 받쳤다.

 

 예지는 그들의 시선을 모르는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서 자신의 뚫린 가슴께를 슥슥 메만진다. 그녀의 손엔 진득한 피가 베어나왔지만 구멍은 부글부글하는 소리와 함께 막혀져 가고 있었다. 그 과정이 반복되자 거짓말처럼 상처가 말끔히 사라지고 그녀는 목을 좌우로 두번 까딱까딱 거린 후 웃는다. 손에 묻어있는 피를 웃으며 쓰윽 핥아 먹는다.

 

 동화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은 채 그녀의 모습을 하나도 빠짐 없이 바라보고 있다. 내가 너를, 너에게 무슨짓을 한거지 내가 너를 뭘로 만들어버린 거야?… 너를, 어떻게… 난… 어떻게…?

 

 " 동화야…! "

 

 가만히 피를 핥던 예지가 동화를 확인하고서 밝게 웃는다. 마치 잃어버렸던, 소중했었던 물건을 찾은 거서처럼 그렇게 환히 바라본다. 그 모습이, 그 웃음만은 뱀파이어가 되어도 결코 바라지 않은 예지이기에 동화는 마지막 눈물 한방울을 떨궈낸다. 그리고 그녀의 웃음에 따라 자신의 얼굴에도 웃음을 뛰워낸다. 그들은 마치 아무런 걱정 따위도 없다는 듯이 , 행복하고 아름답게 서로에게 웃어보인다.

 

 

 다시태어난 걸 축하해, 비록 저주받은 영생이여도, 나와 같이 함께할 영생을 택해준 널 축하해. 날 위해 널 버려준 걸… 그래서 다시 태어나 준 걸.

 

 " 축하해. "

 

 예지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여 동화의 목을 와락껴안는다.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서로를 꽉 껴안은 그들은 끝으로 주위는 감싸고 돌던 정적과 분위기가 탁하고 깨어나버린다. 잠시 최면에 걸려있는 것만 같던 경찰을 비롯한 형사들의 눈빛이 제 빛을 찾았고 경찰들이 다시 총을 집어든다. 뱀파이어란 존재는 이제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고 그들의 존재 인식따위는 끝이났다. 이제 너희와 우리의 최후를 결정지어야 하겠지.

 

 

 반장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형사들과 눈짓을 주고 받고 총을 장전하라는 명령을 내릴 때쯤 그들사이로 또다른 누군가가 들어온다.

 

 한명이 아닌 두명, 아니, 죽은 시체까지 세명.

 

 절대로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대치 상황은 계속 되고 있었고 깊어가는 밤 또한 친절하게도 갈등을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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