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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38화. 꼭 … 니가 해줘… 꼭
작성일 : 19-10-14 22:24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7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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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1일. AM 01 : 30

 

 삐용삐용. 조용하던 와중에 시끄러운 소리가 고막을 자극해오고 엄청나게 많은 인원의 발소리 또한 들려온다. 꼭 푸르르게 펼쳐져있는 야생 초원에 코끼리 100마리를 풀어놓은 것과 맘먹는 소리같았다.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정수도 동욱도, 그리고 동화도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하지만 상황을 다 파악하기 전에 그 발소리는 점차점차 가까워 졌으며 곧 풀숲을 헤치고 그 모습을 들어내었다.

 

 " 꼼짝마라!! " / " 움직이면 쏜다!! "

 "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

 

 온몸을 두터운 갑옷같은 방탄조끼로 무장하고 그들에게 총을 겨누는 것은 강력반을 비롯한 경찰지원병력들이였다. 종인의 연락이 이제서야 그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맨 앞에 완전무장을 한 경찰들을 내세운 그들은 천천히 거리를 좁혀왔고 위협을 더한다. 일렬정대로 총을 겨누고 걸어가던 경찰들이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한채 발을 멈추었다. 앞줄에 있는 경찰들이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앉으며 그들을 조준하자 뒷줄에는 형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평범한 옷차림을 한채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결국 종인과 정수를 누구보다 신뢰했던 반장이 국회의사당으로 집중시키고 남은 병력의 말머리를 돌려 이곳에 와준 것이다.

 

 " 박형사!! "

 

 곧 정수를 알아본 형사들이 그녀를 부르고 반장 역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정수는 한 손을 머리 위로 들고 한 손은 동욱의 팔목을 잡은 채 지원병력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다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예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곧 동화가 그 앞을 막는다.

 

 " 비켜. "

 " 그럴 수 없습니다. "

 

 동화의 시선이 허공에서 팽팽하게 맴돈다. 그들 주위를 둘러싼 공기 때문에 경찰들도 예의주시를 놓지않는다. 그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났다. 애꿎게 남산타워 꼭대기를 찍고 온 규민이였다. 소리도 없이 갑자기 등장한 규민으로 인해 모두 눈을 깜빡이거나 비비는 행동을 했다.

 

 규민이 동화 옆에 서자 예지를 쳐다보며 입술을 깨문 정수는 그녀를 쳐다보며 지원병력 쪽으로 이동한다.

 

 " 저들이 이번사건에 범인인 뱀파이어들입니다, 반장님. "

 " 자네 그동안 말하지 못한 이유가 이건가? 뱀파이어? "

 " 이렇게 못 믿으실까봐 애초 말하지 않았습니다. 증거까지 확실합니다. 저들은 뱀파이어가 맞습니다. "

 

 반장의 눈에 어이없다는 뜻이 담겨있었지만 곧 그것은 사그라져 들었다. 일반 사람처럼 아니 그보다 더 윗세대인 반장이 뱀파이어따위 농담을 받아줄리 만무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젊고 능력있는 유능한 형사가 일촉즉발에 대치상황에서 그런 농담따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더 빨리 보다 나은 결과를 찾는 사고력. 그것이 형사로 있어서는 가장 필요하고도 절대적인 요소였고 이미 그 인생을 오래 살아 온 반장은 급히 시선을 돌린다.

 

 반대쪽에 대치 되어있는 사람들을 객관적인 눈빛으로 훑으며 진실을 파악한다. 그리고 시선의 이동으로 인해 자신의 쪽으로 건너온 동욱까지 그 시선이 닿는다.

 

 " 뱀파이어 헌터예요. "

 " ……. "

 " 이들을 잡는사람. "

 

 동욱이 말하기 곤란할까봐 반장의 시선이 닿기무섭게 정수가 선수를 친다. 덧붙여 말한 정수의 표정이 간절하게 지어지고 그 간절함은 고스란히 반장에게 닿는다. 지금 반장의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들이 어떻게 날뛰듯 반장이 믿어주지 않으면 진압은 아예 불가능이였으니.

 

 그렇게 정수가 반장을 설득하고 있을 때 주저 앉아 있던 예지가 일어나 동화 앞을 막고 소리친다.

 

 " 동화가 이런거 아니야!! "

 

 그녀에 발악아닌 발악에 날카로워져있던 정수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고 고운 미간이 사정없이 찌그러진다. 동화가 당황한채 예지를 뒤로 끌어내려 하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다.

 

 " 형 대체 어쩌려고 데려왔어? "

 

 규민이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규민의 말은 단순히 왜 이곳에 데려 왔는 지를 묻고 있는 것만은 아니였다. 수십발에 총구가 겨눠진 지금 이 상태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그 여부도 함께 묻고 있는 것이였다.

 

 " 몰라. 나도 모르니까, 너도 머리나 굴려. "

 

 그들의 반대쪽 편에서 규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화를 보자 정수는 턱하고 무언가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소리 소문없이 등장한 규민은 분명 뱀파이어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규민과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이마냥 말하는 동화는? 그 역시 뱀파이어라는 소리다. 그리고 예지가 저렇게 그 앞을 막아서는 걸 보면, 동화의 무죄를 소리치는 것을 보면 그녀 역시 지금 동화가 뱀파이어라는 걸 알고 있단 말이다.

 

 십자가 목걸이를 발견 했을 그 때보다도 더한 충격이 그녀를 강타하려 들어 잠시 눈을 감는다. 만약 믿었던 예지가 범행에 조금이라도 진짜 가담했다면, 아니 그녀마저 하은처럼 뱀파이어라면. 차분하고 냉정하게, 가장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 당장 정체를 밝혀라, 신원조사 후 총을 거두겠다! "

 

 반장에 말에 의해 정수의 눈이 번쩍 뜨이고 예지를 쳐다본다. 그들이 뱀파이어인데 순순히 대답할리가 만무,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 발포명령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예지 역시 총에 맞게 될 것이고 그녀가 인간이라면 당장 죽게 될것이다. 죽을 위기에 놓였는데 인간이면 이쪽으로 건너오겠지.

 

 하지만 그녀의 예상대로 이리 천천히 걸어와야 되는 예지는 여전히 동화 앞을 막고 가만히 있었다. 그 순간 정수의 머리에 한가지 생각이 스친다. 예지가 건너오지 않는다면? 계속 두렵지 않은 내색으로 동화옆에 있는다면 그녀는 총에 두려움이 없다는 소리였다. 인간이라면 총에대한 공포는 충분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는 것은 죽음의 두려움이 없는 뱀파이어라는 소리.

 

 철커덕. 모든 경찰들이 총을 장전하였다. 총이 장전되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정수가 애타게 예지를 불렀다.

 

 " 반장님, 제 동생 예지예요!! 이예지, 빨리 이리와! "

 

 당장에라도 달려가 끌고 오고 싶지만 지금 제 눈앞에 있는 그녀가 자신의 동생이 아닌 것만 같이 느껴진다.

 

 " 모두 발사준비! "

 " 예!! "

 " 안돼!! 예지야!!!! "

 " 발사!! "

 

 타타타타탕. 탕타당. 정수의 소리침은 총소리에 의해 묻혀버리고 총구는 흐트러짐 없이 세 인영을 향해 고루 겨누어졌다. 겨눠진 총구에서 나온 총알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빠르게 공기를 가르고 그들에게 향했다.

 

 " 으윽…. "

 " 이동화…!! "

 

 자신의 앞을 지켜주겠답시고 인간주제에 가로막고 있던 예지를 돌려세워 안아버린뒤 등을 돌린 동화가 총알을 받아낸다. 그의 등판에 일곱개의 총알이 다다닥 옮겨 붙어버리고 그 순간 예지의 어깨에 붉은 피를 쏟아낸다.

 

 " …허업…! "

 

 뱀파이어라 죽지는 않았지만 고통은 온전히 느껴져 그들은 털썩, 땅에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뱀파이어의 혼혈이였기에 일반 뱀파이어보다는 재생속도가 느린지라 상처는 2분가량 지속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면 좋았을 상처는 두번째 발포되는 총성으로 인해 추가된다.

 

 탕. 타타다다당. 타당. 한번더 발사되는 총성을 놓치지 않았던 규민이 옆으로 피해 더이상의 출혈을 막았다. 하지만 애초에 너무 많은 총이 몸에 박혀 있던 동화는 생각보다 의식이 너무 흐려져 그 총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그래도 예지라는 생물체 하나는 자신의 목숨보다 아끼는 동화였기에 조금 늦은 동작이였지만 오른 손을 들어올린다. 그 와중에도 위험하다고. 예지가 위험하니까 막으라고 머리에서 빨간불이 생생히 들어왔기 때문이였다.

 

 서서 쓰러지는 동화를 붙잡던 예지의 허리로 날아오던 총알을 동화의 오른손이 막고 그의 오른손 가운데에 총알이 박힌다. 막기무섭게 꽤 많은 총알은 쉴새 없이 그들을 향해 쏟아지고 예지의 심장 근처에 단 한발의 총알이 박혀버린다.

 

 " 이…예지…? "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예지의 가슴에서 새빨간 핏덩이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총알이 박힌 위치를 보니 생사에 대한 문제는 확실하고도 명료했다. 이렇게 그대로 있듯 바로 응급실로 이동되듯 예지는 당연하게 죽을 것이다. 죽음. 죽음…?

 

 예지야 니가, 만약 이번생에 내가, 너를 찾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평범하고 평범한 이예지로 살아가게 너를 놔뒀더라면 넌 지금 웃고 있을까? 평범하게 그 좋은 머리로 공부를 하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을까? 내가 건들지 않는 너의 인생은 그렇게 아무런 장애 없이 굴러갔을까?

 

 이렇게… 피를 흘리지 않았… 을까……?

 

 " 이예지. "

 " 동화야…. "

 " 이예지…. "

 " 으으… 아윽…. "

 " …예지야. "

 

 주르륵 미끄러져 쓰러질 뻔한 예지의 몸을 붙잡은 동화가 자신의 무릎 위에 그 작은 머리통을 올려놓는다. 예지의 눈안으로 달빛이 그대로 비춰지고 있었다. 항상 초롱초롱 하던 그 눈동자가 생기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급히 그 눈을 마주대고 있다. 예지의 눈은 달빛 대신 그로 가득 찼고 그녀는 동화를 보자 희미하게나마 웃는다.

 

 '근데, 넌 날 언제 부터 알고있었던 거야?'

 '음, 한 200년전?'

 '에? 나 이제 열아홉인데?'

  '내가 이백살이잖냐, 하하. 사실 너랑 나, 전생에서도 사랑했었다'

  '…어?'

 '전생에서도 사랑했다고. 나는 매번 환생하는 널 이렇게 찾아다니는 거지, 뭐'

  '……'

 '감동했냐? 잘하면 울겠다.'

  '흐읍.'

  '야…! 너 울어? 어?'

 

 나도 모르게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나오고 말았어. 사실 감동같은 것도 하지 않고 조금 놀랐을 뿐인데 말야. 그냥, 그냥 나도 모르게 막 눈물이 나는거야. 이상하게 눈물이 흐르는 걸 주체하지 못해서 눈물을 닦는데, 닦으려 눈가를 비비는 순간 순간 짧은 영상처럼 니가 스쳐갔어. 아니, 정확하게는 너와 내가. 세월이 흘러도 서로에게 웃어주고 있었던 너와 내가.

 

 니가 나를 볼때 가끔 무슨 눈빛으로 보고 있는지 아니 동화야? 미안하다는 눈빛, 미안해 죽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어 넌. 굳이 니가 말하지 않아도 뭐 때문에 미안하다고 하고 있었는지 그 때 깨달았지만.

 

 동화야, 니가 나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낼 때마다 난 좀 슬펐어. 너에게 내가 큰 존재여서 니가 날 이렇게 따라다니 듯이 너도 나에게 있어서 큰 존재인데, 어째서 미안해 하는건지. 니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찾아갔을 텐데, 내가 무슨수를 써서라도 너에게 갔는데 넌 왜 미안해 하는지. 난 운명을 믿어. 우린 아마 그거였을꺼야. 차마 죽음조차도 갈라놓기 힘든 그런, 질기고 튼튼한 운명.

 

 " 나… 아파…. "

 " ……. "

 " 동화야… 나… 너무 아파…. "

 

 동화의 무릎에 눕혀져 있던 예지가 크게 한번 기침을 하고 피를 쏟아낸다. 동화의 등판에 있던 총알이 박혀 생긴 상처는 다 아물어버렸고 그건 곧 시간이 흘렀음을 의미했다. 예지의 생명이라는 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였다.

 

 보기만 해도 애절한, 한편에 영화같은 그들의 모습의 모두의 숨소리를 줄어들었고 감히 그 누구도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말을 걸수 조차 없었다. 환히 떠오른 저 보름달이 그들을 비춰주는 유일한 조명인듯 달빛아래 있는 연인의 모습은 눈이부시게 아름다웠다. 꼭 비극적으로 끝나야만 하는 대본을 들고 있는 그들처럼 애절하고 애틋하다. 성스럽고 견고한 사랑의 향기가 장외를 장악하였고 경찰들은 겨누던 총을 내려놓았다. 동화의 상처가 아무는 모습을 보고도 놀랄 수 조차 없었다.

 

 " 아파… 너무 아파, 그러니까 동화야…. "

 " ……. "

 " 이제… 아프지, 하윽. 않게 해줘…. "

 

 인간은 죽기위해 태어나고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요소는 무한히 많았다. 지난 예은이 갑작스런 사고로 죽어버린 후 동화는 이번의 예지가 더 간절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몰래 그녀를 따라다니고 구해주었다.

 

 두번째 예은은 차에 치여 죽어가는 와중에 지금의 예지와 똑같은 말을 했다. 어쩜 환생을 해도 그 마음, 사랑하는 가슴은 바뀌지 않는 건지 그녀도 똑같이 속삭였다. 나 아파, 죽어가는거 보이지? 그러니까 살려줘. 아프지 않게 해줘. 나를 물어줘.

 

 " 날… 물어줘. "

 

 뱀파이어가 인간을 물어버리는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단순하게 배를 채우기 위해서 인간을 물고 또 다른 하나는 종족의 번식을 위해서 문다. 뱀파이어가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아니 그냥 자신이 선택한 인간을 물어 뱀파이어를 만드는 것이다. 먹이를 먹는 것처럼 상대에 목에 이빨을 박고 정확히 그의 몸속에 있는 피의 반을 빼내면 그의 몸은 거의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그 상태에서 뱀파이어, 그 상대를 물고 있는 그 뱀파이어의 피를 넘기면 뱀파이어가 되는 것이다.

 

 " …빨리. "

 

 예지는 지금 그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혼혈인 뱀파이어가 인간을 물면 가능성이 반반이다. 뱀파이어가 될 수도 있고 그저 먹이로써 할당량을 채워준 채 죽어버릴 수도 있었다. 아주 빌어먹게도 그는 혼혈이였다. 힘든 결정으로 그녀를 물어버린다고 해서 그가 꼭 뱀파이어가 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가 그저 한 끼 식사가 될 수도 있는 비참하고 이기적인 사실, 현실.

 

 " 꼭 … 니가 해줘… 꼭. "

 

 그녀의 음성이 동화를 재촉한다. 이건 큰 죄라고, 너 분명히 후회할거라고. 동화의 마음 속에 많은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동화의 다짐은 이미 확정되었다. 동화가 그녀의 작은 머리통을 아주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들어올리고 상체를 일으킨다.

 

 그 섬세한 손길을 모두가 숨을 죽인채 쳐다보았다. 중력의 영향으로 옆으로 누워 있어서 조금씩 흐르던 피가 몸을 일으키자 후두둑 쏟아졌다. 동화가 이제 가쁘게 앉아있는 예지의 상체를 있는 힘껏 껴안는다.

 

 " 조금만 참아, 정말 조금만. "

 " …하윽… 아읍…. "

 " 사랑해. "

 

 동화의 빛나는 송곳니가 그녀의 목덜미에 박혀들고 그녀는 비명을 지른다. 세상은 그대로 정지한다. 마음속의 죄책감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둥을 뽑아낸다. 피흘리며 비명지르는 그것을 그는 결코 망설임 없이 뽑아낸다.

 

 하려면 할수도 있다. 누군가를 위해서 인생을 바친다는 것. 무의미한 세상에 의미를 부여해줄 누군가를 찾는다는것.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것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의 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라면 승락할 수 있었다. 기꺼이, 아주 당연하게도 나는 너에게 내 목숨을, 죽을 수 있는 기회따위를 버릴 수 있다.

 

 " 형!! " / " 예지야!!! "

 

 예지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자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청중 둘이 그 달빛이 전부인 무대위로 올라온다. 하나는 바로 옆에 있던 규민이였고 또 다른 하나는 저 멀리서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반쯤 정신이 나가있던 정수였다. 정수가 한달음에 그들에게 다가오려 하자 규민이 막아선다.

 

 " 너 안떨어져!! 예지야!! 이예지!! "

 

 정수는 혼절할 정도로 발버둥을 치며 예지를 부르짖었고 그 와중에도 동화의 행위는 계속되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확히 하지 않으면 그녀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동화에겐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 않았다. 순식간의 그녀의 몸에 정확히 반의 양의 피를 뽑아낸 동화가 자신의 손톱으로 자신의 팔뚝을 긁어피를낸다. 뚝뚝 베어나오는 피를 쓰러져 버린 예지입안으로 떨어트려넣는다.

 

 " 제발…. "

 

 그녀에 입으로 동화의 피가 다섯방울 정도 떨어졌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수도 무언가 일이 일어날것이라고 예상했는지 더이상의 동작을 취하지 않고 그들만을 바라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예지에게로 향해있고 동화는 그녀를 흔들었다.

 

 예지야. 예지야, 일어나야지. 예지야. 아주 간절하고 구슬프게 그녀를 부르는 데도 눈은 떠지지 않았다. 내가 부르면 대답해야지. 혼난다 이예지. 장난치지 말고 얼른 일어나. 얼른 일…어나.

 

 미동도 없는 그녀의 몸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 진다. 차분해진 대신 눈엔 빗물이 내린다. 호우주의보, 지독한 홍수.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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