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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율의 법칙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평범한 소녀인 '율'이 자신의 수호천사라고 믿던 어린 날 환영의 정체 '미카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정통 판타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 뉴드에서의 또 다른 삶.

 
- 하프
작성일 : 19-10-14 11:48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7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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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이젠 그러고 싶어서야.’

 

  미카엘이 그저 호핀이나 무나의 지시가 아닌 자신의 마음대로 내 곁에 머물렀다. 이것이 진실이길 바랐다.

 

 “무나라는 아이요. 유니콘이 우리를 찾는 다면서요. 한 번에 찾을 수 없는 건가요?”

 “예전에는 그럴 수 있었지. 그런데 점점 지구의 인구가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이젠 구원자를 찾는 유니콘들의 주파수도 사람들의 기운에 눌려 그 정확도가 떨어지게 되었지. 그래서 기사단이 유니콘의 눈이 되어서 구원자를 찾는 걸 돕는 거란다.”

 “유니콘은 어디 있는데요?”

 “그 아이들은 온전히 자신의 화를 다룰 수 있을 때 수련과정이 끝나게 된다. 화라는 극적인 감정이 그 아이들의 이성을 흐트러트려 문제를 일으키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

 

  나는 날 구원자로 찾은 무나라는 아이를 만나고 싶었다.

 

 “제 생각엔 그 수련의 끝은 가늠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이번엔 호핀의 웃음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웃고 있었다.

 

 “물어볼 게 또 있다면 해라.”

 “제가 뭘 해야 하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가슴으로 물어라. 그러면 가슴에서 나오는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내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은 하프에서 머무르도록 해라. 문과 화현이 네 방으로 안내해 줄 거다.”

 

  호핀은 말을 끝마치고 책장과 책장 사이의 빈 공간으로 걸어갔다. 그가 부드럽게 벽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는 점점 현실로 와 닿는 이 상황들에 머리가 아파지려고 했다.

 

 “지브나 카트리나는 하프, 구원자 뭐 이런 것들에 대해서 알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하프는 호핀과 제자들의 거주지로 인식되어 있어. 그 외에 예언과 구원자에 대한 일들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지.”

 

  문이 침착하게 내 질문에 답하며 내 앞에 의자를 빼고 앉았다. 난 그제야 호핀과 내가 대화를 하는 동안 우리 사이에서 내내 꼿꼿이 서 있었던 두 사람을 알 수 있었다. 괜스레 미안해져 화현이 내 왼쪽으로 자리할 때 일어나 의자를 빼주었다. 그녀는 예쁜 미소로 화답했다. 그 미소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왜 비밀이야?”

 “옛 뉴드에는 예언가들의 영향력이 꽤 컸어. 특히 호핀이나 티모나같이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하는 예언가들의 예언은 엄청난 힘이 있었지. 그러나 근래의 뉴드에선 예언가들의 이미지가 다소 부정적인 쪽으로 바뀌었어. 그저 아리송한 문장을 만들어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이들로 말이야. 눈에 보이는 동적인 능력이 아닌데다가 예언가들의 능력치를 검증할 방법이 없으니 이튼에서의 등급시험에서도 소통 계열과 예언가들은 아무리 등급을 잘 맞아도 B등급 위를 맞긴 힘들어. 한 마디로 지금 뉴드에서의 예언가들은 번지르르한 말로 위장한 인간들 정도로 인식된 상태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고, 그들의 말에 따라 움직일 사람이 있을까?”

 “바트로 가에서는 특히 이런 문제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화현이 오랜만에 운을 땠다.

 

 “일부에선 호핀의 능력도 인정하려하지 않고 말이야.”

 

  내게 처한 상황이 뉴드에서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아킬레아는? 그들은 바트로와 맞서는 단체잖아. 너희도 그곳에 속해 있고 말이야.”

 “그대의 길이요. 그대의 삶이요. 그대 혼자 가야 할 길임을 명심하라. 비록 다른 이들과 함께 걸을 수는 있으나 다른 그 어느 누구도 그대의 길을 대신 가줄 수 없다.”

 

  문은 시를 읊듯 눈을 감은 채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화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호핀이 아킬레아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전 자연에게 조언을 구해 얻은 답이야. 아킬레아 내부에서도 끈임 없이 논쟁이 오가. 모든 사람의 생각이 하나로 모아질 수는 없는 거잖아. 아킬레아에서도 예언가들에게 적대적인 감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야.”

 “그래서 호핀은 최대한 손을 벌리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 우리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받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하게 요구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야. 그리고 아직까지는 비밀 유지에 있어서 힘들더라도 이 방법이 최선인 것 같거든.”

 “너희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내 질문에 두 사람은 조금 놀란 듯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곤 화현이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모아의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어. 구원자의 모든 결정은 그들의 진짜 생각에 의해서 내려져야 한다. 누군가에게 휘둘려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는 말이야. 우리의 바람이 네 결정에 영향력을 끼치면 안돼.”

 

  화현과 문의 표정을 보니 내 질문이 그들에게 있어서 꽤 큰 문제였나 보다. 나는 내 질문이 이리 심각한 문제일지는 몰랐다.

 

 “그래. 난 그냥 묻고 싶었어. 나보다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난 원래 무언가를 결정할 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거든.”

 

  그녀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구원자보다 지혜롭고, 현명하다고 할 이들은 없어. 율.”

 “난 내가 지혜나 현명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서.”

 “그렇지 않아.”

 

  믿으라는 그녀의 눈에 고개를 가로저을 수가 없었다.

 “고마워.”

 “우리 이야기를 흘려들을 수 있겠니?”

 “그럼. 그게 내 마음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내가 어깨를 으쓱이자 화현은 환하게 웃었다. 지금 내 상황에선 그 누구의 이야기도 헛되게 흘리지 못한다. 모든 이야기가 뇌리에 콕콕 박히고 있었다.

 

 “네가 모아 프로젝트의 조언자 역할을 해준다면 일이 더 수월하게 흘러갈 거야.”

 

  문은 내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는지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네가 거절한다고 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마. 너에게 충분한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우리의 대화가 잠시 끊겼다. 생각할 것이 많아졌다. 일단 내 상황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는 건 확실해졌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이들은 날 간절하게 원하고, 내 존재가 꽤 귀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나와 가족들에게 가해질 위험을 차단해 줄 거다. 그렇지만 그에 따른 문제도 발생했다. 위험을 차단해줄 수 있다는 것은 나와 가족들이 그 어떤 위험에서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우린 안전과 위험의 완벽한 경계에 서게 된 것이다. 그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내 옆에 서게 해 미안했다. 그러나 미안해하는 것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안함을 느꼈다면 그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가 모아 프로젝트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귀하게 여겨지는 존재이니 내 존재 가치로 가족들의 안전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내 최선일 거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이 부분은 이루어질 거다. 호핀이 말했던 내게 나타났던 구원자라는 표시들이 모두 실수이지 않는 이상 말이다.

  남은 것은 선택이다. 난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뉴드에 남을 건지,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구원자로서의 나를 인정할 것인지, 당분간은 외면할 것인지, 조언자라는 직무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인지, 이 또한 외면할 것인지. 선택과 선택의 연속이었다. 복잡한 선택들은 어찌 보면 단순한 문제였다. 크게 할 것이냐, 마느냐를 정하면 되었다. 한다하면 조언자로서의 직무도 승낙하게 되고, 난 뉴드에 있게 될 거다. 그 선택이 구원자로서의 나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니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반대의 선택도 포괄적인 결과를 낸다. 그러니 머리 아프게 세분화 된 문제들의 선택보다 통괄된 문제 선택을 머리에 남겨두기로 했다. 나는 세분화된 문제들은 선택에 따라 충분히 감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며 생각에 잠겼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난 날 너무 학대하지 않기로 했다. 고개를 들어 문을 보았다.

 

 “내가 쉴 수 있는 곳에 데려다 줄래?"

 

  잠깐이라도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나를 극한으로 몰아 머리를 터치고 싶진 않았다. 문과 화현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웃음에 나도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내 말에 웃음이 나왔다. 아주 잠시였지만 함께 웃어주는 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감사했다.

 

 “여기 이름이 뭐라고 했지?”

 

  나는 방을 나서기 전 독특했던 이름을 기억하고 싶었다. 화현이 말했다.

 

 “우주를 엿보는 작은이들을 위한 방. 이제 그 주인들이 하나, 둘 모일 거야.”

 “누구?”

 “구원자들.”

 

  그리곤 화현이 책장과 책장 사이의 벽 너머로 문과 함께 사라졌다. 홀로 남은 그 순간 나는 강한 회전감을 느꼈다. 적막한 공간이 건네는 인사에 나는 주위를 살피며 그 영적인 손길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혼자였다면 꽤 오랫동안 흔적을 찾으려 했을 거다. 누군가 내게 말을 걸고, 손을 내미는 그 흔적의 주인을 말이다. 단순히 신비한 방이 주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다. 내 주위에 맴도는 누군가의 흔적은 이전의 미카엘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와 비슷하게 날 지키려는 강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에 만족하고 나는 느릿하게 시선을 거둬 벽 너머로 서서히 들어갔다. 부드럽게 날 숨기는 그 기분은 이내 들어올 때처럼 홀의 몽환적인 편안함으로 날 인도했다. 그러나 홀에 너무 오래 있지 말라는 호핀의 당부가 생각나 유혹을 뿌리치고 보이지 않는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왔어?”

 

  아쉽게 날 붙잡는 홀에서 벗어났을 때는 친구들이 날 반겼다. 화현과 문은 가만히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응.”

 

  두 사람 뒤로 호핀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호핀은?”

 

  내 물음에 문이 최대한 웃음을 참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천으로 가려진 방에 가셨어.”

 “어디?”

 

  당황한 내가 눈을 깜빡이자 화현이 그를 타박하듯 밀쳤다. 그러자 문은 양피지를 보았던 작은 폭포를 가리켰다. 양 쪽으로 열려있던 폭포는 다시 하나로 연결되어 그 뒤의 비밀스런 공간을 감쪽같이 가려주고 있었다.

 

 “저기서 뭐하는데?”

 

  화현이 장난을 치려는 문의 입을 막고는 친절하게 말했다.

 

 “폭포가 열렸을 때 벽 양 옆에 있는 작은 구들 봤지?”

 “응.”

 “그걸 씨앗을 품은 작은 구. 또는 원소의 구라고 하는데. 공도소와 데빈초프의 구와 같이 네가 다른 구에 변화를 불어넣었으니까. 살피시는 거야.”

 

  나는 두 사람을 따라 걸으면서 폭포에 가려진 그 뒷방을 살폈다.

 

 “누가 이름을 그렇게 짓는 거야?”

 

  내 궁금증이 문의 눈에서 즐거움의 눈물을 뽑아냈다. 화현은 그의 등짝을 때리며 검지 손가락을 들어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문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간 내 질문이 우스웠는지 금방 웃음을 거두진 못했다.

 

 “호핀은 인디언으로 알타킨 부족의 족장이야. 그의 부족에서는 이름을 짓는 걸 매우 고귀한 일로 여기는데 단순한 단어로 무엇인가를 지칭하는 것은 거만한 태도라고 해서 이름을 지을 생명체나 사물, 공간 등을 아주 자세하게 관찰해서 이름을 붙인다고 해. 하프의 대부분은 호핀이 붙인 이름과 우리들이 편히 부르는 이름이 뒤섞여 있어. 듣다보면 귀에 익을 거야.”

 “응. 그냥 나는 멋있어서.”

 

  문이 내 평에 그제야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현실성 있게 독특했다는 평으로 마무리 하자.”

 

  딱히 큰 반대는 못한 채 그를 못마땅하게 보았다. 그럼에도 그는 어깨를 으쓱이곤 거대한 돌 문 앞으로 갔다.

 

 “미타쿠예 오야신.”

 

  그의 말에 돌 갈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린 바닥은 그간 세월의 흔적이 있었다. 돌 갈리는 소리가 그리 기분 나쁘지 않고, 부드럽게 들렸는지는 오래도록 길을 낸 덕인 듯 했다. 우리가 모두 문을 등지자 어떻게 알았는지 문이 감쪽같이 닫히기 시작했다.

 

 “문 열 때 하는 말은 주문 같은 거니?”

 “응.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야. 이 세상의 이치이지. 그걸 아는 자만이 문을 열고 이치에 좀 더 다가 설 수 있는 거지.”

 

  갑자기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겼다.

 

 “주문만 알고, 그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그릇된 생각을 한 자들이 들어서면 문을 열었다고 해도 아주 빠르게 닫혀서 문에 눌려 죽는다고 들었어.”

 

  무시무시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문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눌려 죽는다고?”

 “응. 욕심에 눈이 먼 사람들의 최후는 참혹하다고 했거든. 사실은 나도 잘 몰라. 그렇다고만 전해들은 거지. 여긴 그릇된 욕심에 눈이 먼 사람들은 없으니까.”

 

  나는 굳게 닫힌 거대한 돌문이 갑자기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문과 화현의 옆에 바싹 붙었다.

 

 “걱정마. 넌 그럴 일 없으니까.”

 “응.”

 

  화현은 내 손을 어깨를 쓸어주며 안심하라 했지만, 내가 아무 이상 없이 돌문을 통과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이 다리에도 이름이 있는데 알려줄까?”

 

  문이 우리가 건너왔던 공중에 떠있는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화현의 눈치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춤추는 다리.”

 “멋지다.”

 

  내 반응에 화현이 그를 쏘아보았다. 사실 사물을 관찰하고 이름을 짓는 호핀의 자세와 그리하여 지어진 이름들이 잘 맞아떨어졌다. 또 나름대로 운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믿어주진 않을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문이 화현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억울하다 표현했지만 그녀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화현의 눈길에 못 이겨 먼저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이미 엄청난 용기로 건너와 이 일이 생각보단 안전성 있다는 걸 알기에 다시 공중에 떠 있는 나무판자에 발을 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호핀이 이 다리에 이름을 왜 춤추는 다리로 지었는가는 위에서 가해지는 중력과 아래에서 올라오는 자기장과의 대립 상태에 간간히 부는 바람에 움직이는 판자를 보고 이름 붙였을 거라 추측했다. 다리를 다 건넜을 때는 처음 발을 땔 때의 그 두려움이 우습게 여겨질 정도였다. 화현이 문을 앞질러 나무 문 앞에 섰다. 그녀가 문을 열기 위해 조심스레 소매를 걷어 가는 손을 문의 중앙에 댄다.

 

 “이 문은 화현만 열 수 있어?”

 “네가 네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고, 헛된 욕심이 없다는 걸 문에게 속삭이면 열어줄지도 몰라.”

 

  문의 표정을 보아하니 날 놀리고 있었다.

 

 “화현밖에 못 연다는 거구나?”

 “우리들 중에서는 그렇다고 해야지.”

 

  우리의 대화가 끝났을 때 화현이 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손바닥으로 문을 밀자 문이 스르륵 밀려났다. 나는 문을 나서기 전 들어갔다 나온 장엄한 암석을 보았다.

 

 “내가 저 안을 들어갔다 나왔다니.”

 “태초의 돌 안을 가본다는 게 확실히 그리 평범한 경험은 아니지.”

 “그러게 말이다.”

 

  여전히 그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벌린 채 말하자 문이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어서와. 네 방은 별로 안 궁금한가 보지?”

 

  그가 내게 새로운 호기심을 던져주는 바람에 태초의 돌에 가있던 내 시선을 거둘 수 있었다. 우리는 건물이 있는 복도에 들어섰다.

 

 “어디로 가는 거야?”

 “네 보금자리.”

 

  내 보금자리로 향하는 길까지는 상당히 긴 복도를 지나야 했다. 투명한 벽이 설치된 유토피아 건물은 건물 밖의 자연 경관을 눈앞에서 보여주었다. 그 풍경에 익숙함과 안정감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자 곧이어 멀리에 원형 터널이 보였다. 그 안에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우리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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