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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 프로젝트
작가 : 히타히타
작품등록일 : 2019.9.2

죽음 너머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사람들

 
위험한 실험2
작성일 : 19-10-14 09:14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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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형사는 자리로 돌아왔다.

 윙윙 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어 컴퓨터를 꺼버렸다.

 누군가 이 형사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누군가 편성혜 사건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밥줄을 끊어버리겠다는 경고음을 날리고 있었다.

 이 형사는 편성혜가 죽은 것이 자신 때문일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을 했다.

 옆자리의 김 형사가 흘끔흘끔 눈치를 살폈다.

 

 “인식아. 우리가 이번 달에 야근 안 한 날이 며칠이나 되냐?”

 “며칠 안 되죠.”

 “몸 갈아가면서 일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일 때문에 장가도 못 가고.”

 “형님이 결혼 못 한 건 일 때문만은 아닐지도...”

 “닥쳐.”

 

 이 형사는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인식아 넌 몸보신 잘 해라. 주제넘은 짓 하지 말고.”

 

 **

 연구팀은 고양이만 갖고 놀지 않았다.

 2017년 6월 5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진행됐다.

 

 그날은 아침부터 대회의실이 분주했다.

 가장 먼저 화이트보드 앞에 검은 의자가 놓였다.

 연구팀이 안마의자 등받이에 전기장치를 잔뜩 달아 미국 교도소에서 애용하던 전기의자 몰골을 만들었다.

 

 의자 뒤에는 연구원들의 좌석이 마련됐다.

 앞줄에는 연구팀장, 책임연구원, 대정그룹 기획실에서 나온 참관인을 위한 나무의자가 놓였다.

 두 번째 줄부터는 연구원들이 앉을 철제의자들이 늘어섰다.

 

 그룹에서 추천한 임사체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다.

 그가 특별한 이유는 맨 정신으로 유체이탈을 할 능력이 있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박찬혁은 아직 그런 체험자를 만난 적 없었다.

 임사체험에 대해 박찬혁이 쌓아온 지식으로는 극한 상황에 처하거나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유체이탈이 가능한 사람은 없었다.

 박찬혁은 체험자가 제대로 사기를 쳤다고 생각했다.

 

 연구원들이 차례로 들어 왔다.

 연구팀장과 책임연구원이 마지막으로 들어와 앞줄에 앉았다.

 연구팀장의 대머리가 오늘따라 반짝였고 책임연구원의 머리는 오늘따라 곤두서 있었다.

 잘 깎은 밤알과 방금 떨어진 밤송이 같았다.

 

 연구팀장은 전형적인 ‘예스맨’이었다.

 강남 대정병원의 신경외과 과장으로 일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차출됐는데 연구원들은 그가 의료사고를 많이 저질렀다고 수군댔다.

 의사로서는 실력이 없을지 모르지만 연구비를 타내는 데는 재능을 보였다.

 

 책임연구원은 유일한 생물학자였다.

 MIT에서 뇌의 전기신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대정그룹 스카우트 팀의 눈에 띄어 특별 채용됐지만 이번 연구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뭘 해도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연구원들 역시 체험자에 별 관심이 없었다.

 중국발 미세먼지와 어제 본 쇼프로그램에 대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들은 두개골을 깨서 회백질의 뇌를 뒤적이는 일이 아니면 아무 것에도 관심 없었다.

 

 “어제 고양이가 새로 들어 왔어.”

 

 옆자리의 전혜경이 말했다.

 

 “얼마나 왔어?”

 “글쎄. 지난번보단 적은 거 같아.”

 “대한민국 길고양이의 멸종이 점점 다가오는군.”

 

 박찬혁은 이 연구의 의도를 계속 의심해왔다.

 대정그룹은 고양이 따위에 관심이 없고 뇌 치료제 개발도 헛소리일지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고양이는 프시케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을 숨기기 위한 알리바이일 수도 있다.

 

 그 진짜 목적이란 무엇일까?

 특별한 방문자를 실험하기 위해 회의실에 모인 그 순간에도, 박찬혁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박찬혁은 전혜경에게 속삭였다.

 

 “고양이 실험은 연극일지도 몰라.”

 “무슨 소리야?”

 “그룹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는 뜻이야.”

 “무슨 목적?”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 아닐까?”

 

 전혜경이 고개를 흔들었다.

 

 “넌 심리상담사가 필요해. 너 같은 돌팔이 말고 진짜 실력 있는 상담사가.”

 

 앞줄의 연구팀장이 큼큼 헛기침을 했다.

 모두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회의실 앞문이 열렸다.

 대정그룹 기획조정실장이 검은 양복을 빼 입은 젊은 비서의 수행을 받으며 들어왔다.

 기획조정실장은 회장의 최측근이다.

 회장 주변에 모여 있는 ‘딸랑이’들 중에서 가장 요란하게 딸랑거리는 인간이라고 박찬혁은 들었다.

 

 그는 5년 전 회장 대신 횡령 혐의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다.

 회장집 거실 바닥에 얼룩이 있는 걸 보고 혀로 닦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런 처절한 충성의 대가로 그룹의 실세가 됐다.

 기획조정실장이 왔다는 건 회장이 이 실험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기획조정실장이 거드름을 피우며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의 연구팀장이 목례를 했지만 그는 답례하지 않았다.

 실장이 앉자마자 앞문이 또 열렸다.

 

 문틈으로 깡마른 노인이 들어왔다.

 노인은 연구원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전기장치가 잔뜩 달린 의자를 두리번거렸다.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도솔명상센터 대표 도솔선사님이 오셨습니다.”

 

 노인을 안내한 조교가 말했다.

 이름은 거창했지만 옷차림은 평범한 노인네였다.

 선사라는 이름을 달고 거들먹거릴 작정이라면 도포는 아니더라도 개량한복 정도는 입을 필요가 있는데 노인은 낡은 국방색 사파리 점퍼를 입고 있었다.

 칼라와 소매가 닳아 너덜너덜한 점퍼는 해방일에 만세를 부르며 꺼내 입은 옷처럼 보였다.

 

 박찬혁은 <노인과 바다>의 노인을 떠올렸다.

 이마는 골 깊은 주름으로 가득하고 뺨과 목덜미에 검버섯이 핀 노인은 85일째 고기를 못 잡아 저녁 사 먹을 돈도 없는 주제에 내일은 대어를 낚을 거라고 큰 소리 쳤다.

 그와 비슷한 영감이 회의실에 가득한 고기를 낚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노인은 결심한 듯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

 조교가 그의 머리와 가슴에 전극을 연결했다.

 사파리 점퍼를 벗을 때 노인은 누가 가져가기라도 할까봐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기획조정실장이 일어섰다.

 수군대던 연구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오늘 귀한 분을 모셨습니다. 도솔선사님은 저희 그룹이 후원하는 명상센터의 대표십니다. 회장님께서 이 분의 능력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이 말을 마치고 실장은 노인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회장이 아닌 인간에게 공손하게 인사하는 실장의 모습이 연구원들에겐 낯설었다.

 박찬혁은 전혜경에게 속삭였다.

 

 “대단한 존경심인데?”

 “회장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지금 실장의 뇌는 어떤 상태지?”

 “뒤쪽 대상피질이 지나치게 활성화 돼 있어. 존경심과 연민의 발생에 관계해.”

 “그렇군.”

 

 인사를 마친 뒤 실장은 연구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 분은 명상 중에 영혼이 몸을 이탈하는 현상을 보여주실 겁니다. 연구원들께선 각자 오늘의 실험을 분석하여 보고서를 내주시길 바랍니다.”

 

 실험에 임하기 전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지만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드는 연구원이 없었다.

 박찬혁은 그들이 당황했다고 생각했다.

 저 바싹 마른 노인에게 측두엽이 자아의 개념을 종합하는 메커니즘이나 시상이 감각을 중계하는 과정을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장이 또 큼큼, 헛기침을 했다.

 실장 앞에서 체면 상하지 않게 아무거나 질문하라는 뜻이었다.

 책임연구원이 손을 들었다.

 

 “영혼이 몸을 벗어나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

 

 책임연구원은 질문 끝에 한숨을 쉬었다.

 이런 질문을 하느니 MIT 교정에서 휴지를 줍는 게 낫겠다는 표정이었다.

 

 “육체는 영혼을 끈질기게 붙들고 있습니다.”

 

 노인은 의외로 우렁찬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연극배우의 발성과 비슷했다.

 

 “사람들은 영혼이 육체보다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육체가 훨씬 강하죠. 육체는 살아 있는 동안 영혼을 강력하게 구속합니다. 육체가 영혼을 놔 버리는 순간이 죽음입니다.”

 

 책임연구원이 또 손을 들었다.

 

 “저는 유체이탈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질문했습니다.”

 

 노인이 씩 웃었다.

 입술 사이로 앞니 하나가 빠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성격이 급하시군요. 그럼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는 명상을 통해 육체의 힘을 잠시 잠재웁니다. 물론 이런 일은 고도의 훈련을 거쳐야 가능합니다. 영혼은 육체가 잠든 사이에 빠져 나갑니다. 그때의 느낌은 정말 강렬합니다. ‘강렬’이라는 표현을 ‘흥분’이라고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그 느낌은 절대적인 고요, 평화, 해방감입니다.”

 

 박찬혁은 이미 많은 임사체험자를 만났다.

 그들은 대부분 같은 느낌을 증언했다.

 우리 육체는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추위, 감기, 피로, 비염 소화불량 같은 것들로 고통 받는다.

 우리의 정신도 온갖 고민과 불안으로 고통 받는다.

 체험자들은 영혼이 육체를 빠져 나갈 때 그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고 했다.

 

 그것은 완벽한 평화의 느낌이다.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진다.

 자신을 구속하던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난다는 해방감이 절정에 이른다.

 체험자들은 죽음이 이런 거라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임연구원이 질문을 계속했다.

 

 “육체에서 벗어난 뒤에 뭘 하셨습니까?”

 “어디로든 가죠.”

 “어디로든?”

 “육체는 영혼을 삼차원의 세계에 가둡니다. 육체에서 벗어나면 영혼은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책임연구원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죽음 후의 세계도 보셨습니까?”

 “저승이나 천국 같은 것 말인가요?”

 “네.”

 

 이번에는 모두가 노인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영혼은 육체를 떠나면 강렬한 힘에 끌립니다. 그 힘은 마치 중력과도 같습니다. 자신이 온 곳에서 자신을 부르는 겁니다. 아마도 죽음의 세계겠죠. 그 힘에 휩쓸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유체이탈을 오래 지속하면 큰일 납니다.”

 

 예상대로였다.

 박찬혁이 만난 임사체험자 누구도 천국을 보진 못했다.

 그들은 몸을 벗어나자마자 강렬한 빛을 보거나 터널 같은 곳에 빠져 들면서 어딘가로 이끌린다.

 그들은 자신을 부르는 존재에 다가갈수록 환희에 젖는다.

 행복으로 터져나갈 것 같고 신과 하나가 된다는 숭고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곳에 다가서기 전에 몸으로 돌아왔다.

 

 “영혼을 이끄는 강렬한 힘은 세이렌의 노래 같습니다. 웬만한 사람은 다 넘어갈 만큼 달콤해요. 그래서 저는 몸으로 돌아올 때마다 정말 힘듭니다.”

 

 박찬혁은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들었다.

 보고서를 한 줄이라도 쓰려면 바보 같은 질문이라도 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그럼 날개 달린 천사나 저승사자 같은 것도 못 보셨겠네요?”

 

 노인이 박찬혁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왜 노인이 자신을 노려보는지 박찬혁은 알 수 없었다.

 노인의 눈빛은 죽은 121번 고양이의 눈빛처럼 묘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노인은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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