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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윤슬
작가 : 차운
작품등록일 : 2019.10.5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제10화 날개
작성일 : 19-10-14 00:28     조회 : 211     추천 : 1     분량 : 4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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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내부는 늘 청결한 상태로 청소가 되어있다. 흰 벽 마디마디 마다 평화로워 보이는 바다 풍경이나 꽃그림 같은 것들이 네모난 액자 속에 걸려있고 복도와 방의 모난 벽 위쪽 곳곳엔 cctv 가 설치되어 있다.

 아침 7시. 기상을 알리는 알림벨 소리가 병원 전체에 울려 퍼진다. 눈을 뜨고 일어나는 환자들이 하나둘씩 세면도구를 챙겨 샤워실로 향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병원에 있는 환자들 중엔 결벽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거의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온몸을 구석구석 씻는다.

 “모아씨. 모아씨는 오늘 샤워 안 해?”

 병원에 오랫동안 갇혀 지냈던 환자들은 나희를 나희라고 똑바로 부르지 않는다. 그 이름을 들으면 나희가 발작을 일으키거나 공격적인 상태가 돼서 위험해 진다는 것을 이미 그들은 알고 있다. 병원 안에서 나희는 이모아라는 그녀 자신이 쓴 소설 속 인물이 되어 생활한다.

 “네. 오늘은 그냥 세수하고 머리만 감으려구요.”

 평소의 나희는 그 어떤 환자들보다 정상으로 보이고 차분해 보인다. 나희는 얼굴을 꼼꼼히 씻고 짧은 단발머리를 감은 뒤 샤워실을 나온다.

 “아. 배고프다. 오늘 아침은 뭘까요?”

 씻고 나온 뒤 기분이 조금 좋아진 나희가 같은 방을 쓰는 문희씨에게 가볍게 말을 건낸다.

 “나는 밥보다 담배가 더 고파. 모아씨. 밥 먹고 화영씨랑 백여사랑 담배나 한 대 피자고.”

 “좋죠.”

 나희와 문희는 평소에 사이가 좋다. 나희의 눈에 비친 문희는 왜 이런 병원에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성적으로 보이고 머리도 꽤 똑똑해 보인다. 하지만 나희는 문희랑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희는 서울대를 나온 수재인데 밖에 있을 땐 영어 학원 강사를 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 병원까지 들어오게 된 건지는 구체적으로는 알수 없으나 문희와 대화를 좀 길게 나누다 보면 그녀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희는 문희와는 일상적인 짧은 대화를 나눌 뿐 길게 말을 섞지 않는다. 어느새 식사가 나오고 다들 허겁지겁 음식을 해치운다. 환자들에게 주는 어떤 약 성분 때문인지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 다들 살이 찐다. 정기적으로 한번 씩 몸무게를 재는데 나희도 병원에 다시 들어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체중이 5kg이나 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먹고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고 움직이는 양은 일주일에 한번 병원 운동장을 산책하는 것이 전부니 다들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식사가 끝나고 간식을 사먹을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간식에는 빵과 과자 음료 등이 있고 이 시간에 담배와 간단한 필기구도 살 수 있다. 물론 병원 안에 있는 환자들이 돈이 있어서 지불하는 건 아니고 환자의 가족들이 환자들이 쓸 수 있게끔 돈을 입금해 놓으면 그 돈으로 간식거리나 담배 등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보헴 더블 하나랑 바나나우유 하나요.”

 나희는 늘 피는 박하 향 담배를 한 갑 산다.

 “모아씨. 오늘은 과자 안사?”

 문희가 과자 3,4가지를 잔뜩 사며 묻는다.

 “네. 어제 몸무게 쟀을 때 살이 너무 찐 거 같아서 조절 좀 하려 구요.”

 나희가 빙긋이 웃으며 간식을 나눠주는 아저씨에게 바나나 우유와 담배 한 갑을 받아든다. 병원 거실에서 환자들은 tv를 보며 간식을 먹기도 하고 혹시라도 자기가 먹을 것을 빼앗길까 자기 방으로 들어가 몰래 주섬주섬 과자를 집어 먹는 사람들도 있다.

 나희는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아 순식간에 쪽쪽 빨아 삼키고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흡연실로 향한다. 언제 와 있었는지 문희와 백여사, 화영씨가 먼저 담배를 피고 있다.

 “언니들 벌써 와있었어요? 내가 한 발 늦었네.”

 실없는 소리를 하며 생긋 웃는 나희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자 금발로 염색을 한 화영씨가 라이터로 불을 붙여준다. 흡연실 안이 희뿌연 담배 연기로 가득하다. 나희는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다 천천히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힌다. 창문은 세로로 된 쇠로 단단히 잠겨 져 있다.

 “모아씨. 그 노래 뭐더라? 모아씨가 맨날 흥얼거리는 그 노래. 그거 한곡 뽑아봐!”

 문희가 담배 한 개비를 다 피고 재떨이에 비벼 끄는 나희를 부추긴다.

 “아..mot 노래요? 이 노래 좋죠? 그럼 한번 불러보겠습니다. 잠깐, 목좀 풀구요. 아아”

 문희와 백여사 화영씨가 나희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나희의 음성에 귀 기울인다.

 

 “우린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처음 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슬펐지. 우린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함께 보낸 날들은 너무 행복해서 슬펐지. 우린 차가운 바람에 아픈 날개를 서로 숨기고 약속도 다짐도 없이 시간이 멈추기만 바랬어.

 우린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함께 보낸 날들은 너무 행복해서 슬펐지. 우린 서툰 날개 짓에 지친 어깨를 서로 기대고 깨지 않는 꿈속에서 영원히 꿈꾸기만 바랬어. 우린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처음 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슬펐지.”

 

 “너무 좋다. 모아씨는 맨날 이 노래만 듣고 있는 거야?”

 금발머리의 화영이 박수를 치며 나희에게 말을 건다.

 “아니요. 다른 노래들도 있는데 이 노래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 노래라 자주 듣긴 하죠.”

 “제목이 뭐야?”

 “날개요.”

 “그렇구나. 제목도 멋지다. 그죠. 문희씨?”

 문희는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 화영의 목소리에 조금 놀라며 고개만 몇 번 끄덕거린다.

 “언니들 시간 다 돼 가요. 이제 담배 그만피고 각자 방으로 가요.”

 나희의 말에 모두 동의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연기로 가득 찬 흡연실을 나온다.

 

 잠시 후 약 먹을 시간이 되자 모두들 제 자리로 가서 간호사들이 가져올 각자의 약을 기다린다. 가까운 대학교에서 실습을 나와 다소 어려보이는 간호사들이 회색 트레이에 약들을 실어 각 방마다 배정 돼있는 환자들에게 약을 나눠주고 약을 먹는지 안 먹는지 확인 차 아- 소리를 내며 입속도 확인한다. 약 먹는 시간이 끝나자 환자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어떤 사람은 열심히 색색의 종이를 접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기 방에 있는 tv로 아이돌들이 나오는 음악프로그램만 보는 사람도 있다. 나희는 룸메이트인 나희에게 양해를 구해 tv를 끄고 간식 차 아저씨에게 산 노트와 볼펜으로 글을 쓴다. 입원하기 전에는 노트북을 이용해 글을 썼지만 병원에서는 노트북조차 허락이 안돼서 오직 모나미볼펜으로만 글을 쓸 수 있다.

 “모아씨. 오늘은 뭐 쓰는 거야? 일기?”

 문희는 글을 쓰는 나희의 모습이 익숙한 듯 묻는다.

 “아니요. 일기는 밤에 자기 전에 쓰구요. 요즘엔 시를 쓰고 있어요. 병원 들어오기 전에는 노트북에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빌어먹을 병원수칙이 노트북 같은 건 가지고 들어올 수 없으니까요.”

 나희의 목소리에 짜증이 조금 섞여있다.

 “그러게. 노트북이 뭐라고 그것도 가지고 못 들어오게 하다니. 정말 미친것들이야 그지?”

 문희는 나희의 기분을 맞춰주려 애쓴다.

 “어쩔 수 없죠. 뭐 그나마 볼펜이랑 노트는 살 수 있으니까 이걸로 만족해야 겠죠. 하하. 언니 근데 괜찮으면 저 혼자 글 좀 쓰고 싶은데 잠깐 백여사나 화영씨 방에 가 주시면 안 될까요?”

 나희는 미안함이 섞인 목소리로 조심스레 묻는다.

 “아. 그래그래. 그게 좋겠다. 글 쓰려면 조용히 혼자 있는 게 좋으니까. 나는 언니들 방에 갈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글 써.”

 “네. 감사해요. 나갈 때 문 좀 닫아주세요.”

 “응. 알겠어.”

 문희가 문을 닫고 나가고 혼자가 된 나희. 주섬주섬 침대 옆 작은 서랍장에서 노트와 볼펜을 꺼내 침대 간이책상에 놓는다. 나희의 눈빛이 달라진다. 종이 위엔 ‘뤼나티크’라는 제목이 써진다.

 

 <뤼나티크>

 

 저기 저 구석으로 가.

 네가 말 했을 때

 내 두 다리는 헝클어진 모양으로 절뚝거렸지.

 

 감은 두 눈 위로는 노란 달이 보이고

 떨리는 손끝엔 낡은 연필 하나가 쥐어져 있었지.

 알 수 없는 말들이 흰 종이 위를 스칠 때

 너는 붉어진 눈으로 나를 보며 울었지.

 

 깨진 거울 속에 나는

 떨리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고

 흔들리는 시선으로 너를 쫓아 달을 보았지.

 

 그 너머엔 아무도 없어.

 네가 내게 말했을 때

 푸른 빗방울들이 쏟아져 내려 초록의 풀숲을 흠뻑 적셨지.

 

 소나기였어.

 노란 달이 있고 비가 있고 초록의 숲이 있고

 배가 부른 나는 또 다시 흔들리는 초점으로

 삐뚤빼뚤한 글씨로 엉터릴 낙서를 해댔지.

 

 그 수많은 말들 속에 너와 내가 있었지.

 온통 그립다는 말들 뿐 이였어.

 

 검은 구름이 달을 가리웠을 때

 눈을 뜬 나는 멍한 얼굴로 빈 하늘을 보았지.

 

 저기 저 구석으로 가.

 네가 말했을 때

 어리숙한 몸짓으로 헤 매이다

 작은 두 손으로 빗물을 모아 마셨어.

 그리움 이였지.

 

 빼곡히 쓰여 진 흰 종이위에

 얼룩진 핏 자국도 모두 다 거짓이었지.

 

 딱딱한 회색 벽에 머리를 쿵쿵 찧어대며 노래를 불렀지.

 

 달이 있고 흰 종이가 있고 낡은 연필이 있는 풍경 속에

 언제나 너는 작게 웅크린 모습으로 어른거렸지.

 마음이었지. 아픈 마음이었지.

 

 나희는 자신이 쓴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훑어보고는 침대 옆 서랍 안에 넣는다.

 

 
작가의 말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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