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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윤슬
작가 : 차운
작품등록일 : 2019.10.5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제9화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작성일 : 19-10-13 00:54     조회 : 234     추천 : 1     분량 : 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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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나희씨 들어오세요.”

 나희는 오른쪽 머리칼을 살짝 귀 뒤로 넘기며 상담실로 들어간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흰 가운을 입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조금 긴 단발머리를 한 여의사가 묻는다.

 “그냥 뭐 늘 비슷비슷하죠.”

 나희는 혹시나 의사가 자신의 상태를 안 좋게 받아들일까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일기는 계속 쓰고 있나요?”

 “아니요. 일기는 재미가 없어요. 특별한 일도 없구요. 소설을 쓰고 있어요.”

 “소설...어떤 소설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제 이야기예요. 자전적인 소설이죠. 제가 예전부터 얘기한 죽은 제 동생 모두와 동생을 그렇게 만든 나쁜 놈이 등장하는 이야기예요. 저도 나오구요. 그런데 선생님 왜 항상 제 이름을 헷갈리시죠? 제 이름은 이모아예요. 벌써 몇 번째 말씀드린 것 같은데..”

 의사는 나희의 상태를 체크하며 노트에 영문으로 된 몇 글자를 적는다.

 “네. 죄송해요. 그런데 괜찮으면 그 소설 이야기를 조금 해봐도 될까요?”

 “제 동생인 모두가 자살을 해요. 고작 17살의 나이에. 하나뿐인 언니인 제가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예요. 제 잘못이 크죠. 그리고 최태환. 최태환은 27살 저랑 동갑인데 그림을 그리는 화가죠. 그 자식이 그림모델을 명목으로 모두를 꼬드긴 거예요. 그 개자식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성관계까지 맺었어요. 그 와중에 모두가 임신을 했는데 그 놈이 모두 배를 발로차서 아이를 유산시켰죠. 그 충격으로 모두는 이메일 하나만 남기고 자살하구요.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자식을 망가뜨릴 거예요.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나희는 흥분한 듯 목소리가 커지며 호흡이 가빠진다.

 “최나..아니 이모아씨. 모아씨가 말한 그 소설은 말 그대로 허구예요. 꾸며낸 이야기요. 그렇죠?”

 나희는 그 말에 갑자기 눈빛이 달라지며 날 선 음성으로 대답한다.

 “선생님. 이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예요.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구요. 제가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건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했잖아요. 허구가 아니란 말이예요. 이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해서 최태환 그 새끼를 망가뜨릴 거예요. 그런 개자식이 세상의 인정을 받고 화가로써 성공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요. 그 자식은 살인자나 마찬가지라구요.”

 “이모아, 아니 최나희씨. 잘 들으세요. 그 소설은 나희씨가 지어낸 환상이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짓말이라구요. 나희씨는 이모두씨의 언니 이모아가 아니세요. 이모두씨에겐 언니가 없어요. 그 분은 지금 코마상태에 빠져서 10년째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라구요. 10년 전 나희씨 나이가 17살 이였을 때 그해 겨울 학교 난간에서 나희씨가 모두씨를 밀어서 추락했죠. 그 사고로 이모두씨는 코마상태에 빠져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구요. 나희씨. 최나희씨. 태환군은 모두씨의 아이를 유산시킨 적도 없고 모두양은 자살하지 않았습니다. 전부 나희씨가 만든 망상이라구요. 최태환군은 나희씨의 이란성 쌍둥이 오빠잖아요. 1년 전에도 나희씨는 같은 얘길 했어요. 저희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신 것만 해도 벌써 5번째라구요. 처음 나희씨가 입원했을때가 그 사고가 일어난 2009년 겨울이었으니 벌써 10년째예요.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나희씨는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구요. 본인이 만들어낸 그 환상 속에서 빠져 나오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다시 병원에 입원하실 수 밖에 없다구요.”

 나희의 왼쪽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조금씩 호흡이 가빠지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 나희.

 “씨......씨발! 이 씨발년아! 네가 뭘 알아! 뭘 안다고 네 멋대로 지껄이는 거야! 나는 최나희가 아니야. 이모아라고! 내 동생 모두는 죽었다고! 무슨 헛소릴 지껄이는 거야!

 나희는 의사가 쥐고 있던 볼펜을 빼앗아 책상 위에 놓여있던 의사의 오른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다. 의사의 오른손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흥분해서 끝없이 욕지거리를 내 뱉는 나희를 다른 남자의사와 병원의 남자 간호사들이 제압한다. 나희의 손에 들린 피 묻은 볼펜을 빼앗고 움직이지 못하게끔 팔을 등 뒤로 묶은 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병원 2층 입원실로 간다. 나희는 끝없이 욕지거리를 내 뱉으며 분노한다.

 “이 미친 새끼들아. 나는 안 미쳤어. 안 미쳤다고. 미친 건 너희들이야. 왜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나는 이모아라고!”

 의사와 간호사들은 익숙한 듯 눈짓을 주고받더니 흥분한 나희를 살살 달래며 침대에 눕힌다. 팔 다리를 못 움직이게끔 끈으로 압박하고 손목에 수갑을 채운 뒤 나희의 팔에 주사를 놓는다.

 “그래요. 최나..아니 이모아씨. 모아씨 말이 다 맞아요. 그러니까 일단 잠을 좀 자요. 아시겠죠?”

 나희의 몸은 순식간에 힘이 빠지고 욕을 내 뱉던 입도 서서히 침묵에 잠긴다. 깊은 잠으로 빠져든다. 나희는 꿈속에서 그해 겨울로 돌아간다.

 

 2009년 11월 30일 안양예고 학교 매점.

 점심시간 후 매점에 모인 아이들로 왁자지껄하다. 그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 소녀가 있다. 바로 이모두다. 모두는 눈에 띄는 외모로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또래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전공인 그림 실력까지 뛰어나서 학교 선생님들로 부터도 예쁨을 받고 공부까지 잘해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학생이었다. 그런 모두를 짝사랑하는 수줍은 많은 한 소년이 있었다. 모두와 같이 미술을 전공하는 최태환이라는 아이가 바로 그다. 태환 역시 눈에 띄는 외모와 큰 키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학생이었는데 특히 보통사람들보다 연한 갈색의 눈동자가 그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태환은 그림을 잘 그렸지만 활발한 모두와 달리 내성적이라 말이 없고 지나치게 어른스럽고 조용한 아이였다. 태환에겐 이란성 쌍둥이 동생인 나희가 있었는데 나희는 모두, 태환과 다르게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남매라고 해도 전혀 닮지 않은 외모 때문에 태환과 나희가 쌍둥이라는 사실을 아는 친구는 몇 안 되었다. 나희는 어릴 적부터 태환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심한 아이였다. 분명 피가 섞인 남매임에도 불구하고 나희는 태환을 남자로 대했다. 태환은 그런 나희가 부담스러우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굳이 그런 나희를 밀쳐내지 않았다.

 그날은 첫눈이 오는 날이었다.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을 보며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아이들은 와아- 와아- 모두 흥분 된 채로 있었다. 매점에서 곁눈질로 모두를 보고 있던 태환이 용기를 내어 모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할 말이 있는데 학교 뒷편으로 좀 와줄 수 있어?”

 조심스럽게 묻는 태환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응. 그래 잠깐만 나 이 아이스크림만 먹고 갈게. 5분만 기다려줄래?”

 태환의 떨리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두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밝게 웃어 보인다.

 5분후 학교건물 뒤편.

 “할 얘기가 뭐야? 조금 있다 곧 수업시작이니까 빨리 말해.”

 “나는 최태환이야. 그리고 저..그게..사실 나 너 좋아해. 입학식 날 처음 봤을 때부터 쭉 좋아하고 있었어.”

 그 말을 들은 모두의 하얀 두 볼이 조금 발그레해진다.

 “아...그랬구나..아 좀 당황스럽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모두의 반응에 태환은 눈 옆을 살짝 긁적인다.

 “뭐 당장 사귀자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내 마음을 얘기해주고 싶었어. 진짜 좋아해. 아주 많이.”

 모두도 그런 태환이 싫지 않은지 수줍게 웃어 보인다. 그 모습을 숨어서 몰래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태환의 쌍둥이 동생 나희다. 나희는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을 지켜보며 두 손의 주먹을 꽉 쥔다. 그때 수업 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고 셋은 각자의 교실로 돌아간다.

 수업이 다 끝난 후 모두의 교실로 나희가 찾아온다. 반 아이들은 얼른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다들 정신이 없다. 그 틈으로 나희가 비집고 들어가 조용히 모두에게 말을 건다.

 “태환이가 3층 작은 옥상에서 잠깐 보재.”

 “응? 태환?...아..태환이. 응 알겠어. 가방 좀 챙기고 곧 갈게.”

 다른 아이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고 난 후의 학교. 담임 선생님 심부름을 하고 교실에 가방을 챙기러 가려던 태환. 우연히 3층으로 올라가는 모두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뒤따라간다. ‘저긴 옥상인데. 저기로 왜 가지?’ 의아해 하며 모두의 뒷모습을 쫓아가는 태환의 발걸음도 저절로 빨라진다. 그리고 잠시 후 옥상 난간 쪽에 서 있는 나희를 발견한다. 나희와 모두의 모습을 몰래 숨어서 지켜본다.

 모두는 나희를 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한다.

 “태환이는?”

 “태환이는 집에 갔겠지.”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아까 교실에서 최태환이 나 부른다고 여기로 오라고 하지 않았어?”

 “그거 다 거짓말이었어. 태환인 집에 가고 없어.”

 나희의 말에 불쾌해진 모두는 나희를 쏘아본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해? 너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할말? 할 말이야 많지. 너 최태환 좋아해?”

 그 말에 코웃음을 치는 모두.

 “태환이? 내가 왜 그걸 너한테 말해야 하는데?”

 “태환이 한테 집적대지마. 태환이는 태어날 때부터 내꺼였고 죽을 때 까지 내꺼니까.”

 그 말에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는 모두. 그런 모두를 노려보는 나희.

 “태환이가 왜 니꺼야? 너야말로 최태환 좋아해? 황당하다 너. 나한테 와서 이러는 이유가 뭐야?”

 “그래. 나 태환이 좋아해. 아니다. 사랑해. 너는 죽었다 깨어나도 나만큼 태환이 좋아하지 못해. 그러니까 얼굴 좀 반반하다고 깝치지마. 재수 없으니까.”

 “너야말로 함부로 말하지 마. 최태환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던 그건 내 마음이니까.네가 뭔데 내 마음까지 판단해?”

 “좋게 말할 때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모두.”

 “어이가 없네. 할 말 다했지? 그럼 나는 학원 가야해서 이만 가볼게. 혼자 그러고 계속 서있던가. 눈도 오는데 춥지 않겠어?”

 돌아서 가려는 모두의 팔을 낚아채 옥상 난간으로 밀어붙이는 나희.

 놀란 모두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한다.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미쳤어?”

 허리가 젖혀진 채 아슬아슬한 상태가 된 모두를 보고 뒤에서 몰래 지켜보던 태환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희를 부르는데 그 목소리를 듣고 보란 듯이 모두를 옥상 아래로 밀어버리는 나희. 놀란 태환이 달려와 옥상 아래로 떨어져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모두를 발견. 나희를 밀쳐내며 빠른 걸음으로 1층으로 내려간다. 가면서 119에 전화를 급하게 하고 잠깐 고민을 하다 경찰에도 신고를 하는 태환. 얼마 지나지 않아 앰뷸런스 소리가 들린다. 이어 경찰차도 뒤따라 학교 안으로 들어온다. 멍한 눈으로 서 있던 나희는 경찰차에 실려 가고 태환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모두와 함께 병원으로 이동한다.

 
작가의 말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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