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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윤슬
작가 : 차운
작품등록일 : 2019.10.5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제8화 인생타로
작성일 : 19-10-12 11:32     조회 : 216     추천 : 1     분량 : 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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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그곳으로 가서 문을 살며시 열어보니 어딘가 주술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색색의 천과 반짝이는 장식품들로 좁은 컨테이너 박스 안이 가득 차 있고 그와 어울리지 않게 나무로 된 책상 하나와 의자, 책상 맞은편에 한 사람 정도만 앉을 수 있는 보라색의 낡은 일인용 소파가 하나 놓여 져 있다. 내가 여기저기 둘러보는 사이 누군가 문을 닫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지하철 안에서 마주친 백발의 할아버지가 익숙한 듯 책상 의자에 앉으며 말한다.

 “씻다운, 마이 프린세스”

 나는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소파에 앉으며 할아버지에게 아는 체를 해본다.

 “할아버지, 저 기억 안 나세요? 오늘 전철 안에서 제 앞에 서 계셨는데..”

 그 말에 할아버지의 한쪽 눈썹이 삐죽 올라가더니

 “요즘 세상엔 노인들이 넘쳐나지. 그리고 나이가 들면 다 거기서 거기야.”

 알다가도 모를 말을 중얼거리더니 전철 안에서 봤던 검은색 가방의 문을 열어 보인다. 안을 들여다보니 다양한 그림의 타로카드가 놓여 져 있다. 할아버지는 익숙한 손 놀림으로 카드를 섞더니 5장의 카드를 책상에 가지런히 늘어놓고는 나에게 5초의 시간을 줄 테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보라고 권한다. 나는 할아버지의 기세에 눌려 순간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5번째 카드를 손가락으로 살짝 짚었다. 그 카드를 뒤집어 놓으며 할아버지가 말한다.

 “자네는 최근에 큰 상처를 받았군.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라 토끼눈으로 할아버지를 쳐다본다. 내 놀란 눈을 보고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두 눈을 한번 끔뻑하고는 다른 카드들도 차례로 뒤집어 놓으며 카드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 이 달은 어둠을 뜻하지. 그리고 이 두 사람이 들고 있는 칼이 서로를 겨눈 건 원수를 뜻한다는 거야. 자네는 지금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고 있구만.”

 마치 내 사연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할아버지의 핑크색 입술을 보여 홀린 듯 경청한다.

 “아주 위험해. 이 푸른색 도자기에 금이 가있지? 자네의 그 증오심으로 인해 자네 자신이 크게 다칠 위험이 있어. 그것도 아주 치명적이게.”

 “할아버지. 할아버지 말씀대로 저는 지금 어떤 사람을 죽도록 증오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제 전부를 걸어서라도 그 사람을 망가뜨릴 작정을 하고 있구요. 참으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참는다고 참아질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혹시 그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묘책이 없을까요?”

 내 말을 곰곰이 듣던 할아버지는 눈가를 한번 긁적이고는 말한다.

 “물론 방법이야 있지.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데는 수만가지의 방법이 있어. 그런데 자네는 어느 정도로 그 사람을 해치고 싶은가? 설마 죽이고 싶은 정도는 아니겠지?”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가능하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죽일 수만 있다면 죽이고 싶기도 해요.”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안쓰럽다는 듯이 보며 다시 카드에 대해 설명한다.

 “여기 이 배를 보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지? 그리고 하늘은 아주 검고 말이야. 이건 둘 중 누군가는 몰락한다는 걸 의미해. 그리고 아까 말한 두 칼의 한쪽에만 붉은 천이 묶여있는 게 보이나? 이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뜻하지. 자네는 아마 이 칼로 죽도록 미워하는 누군가를 찌르게 될거야. 아, 물론 이건 일종의 비유야 비유. 진짜 사람이 칼로 사람을 해치려고 하면 그건 살인이 되는 거니까. 설마 살인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아직 젊고 이렇게 고운데. 그래서야 안되지. 암 그럼.”

 나는 가지런히 놓여있는 카드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다 묻는다.

 “그럼 제가 미워하는 그 누군가가 상처를 입을지 제가 상처를 입을지는 모르는 건가요?”

 “그렇지. 원래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라네. 오늘 다르고 내일 또 다른 게 인생이지. 하지만 명심하게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면 자네는 어느 틈엔가 죽도록 미워하는 그 상대를 조금씩 닮아가게 될 걸세. 그러니 웬만하면 마음을 비우시게나.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영원한 사랑도 영원한 미움도 없지. 그러니 다 잊어버리란 그 말이네.”

 ‘잊어버리라고? 어떻게 그 일을 잊어버릴 수 있을까. 이봐요. 할아버지. 나는 단순히 누군가를 시기 질투해서 미워하는 게 아니라구요. 제 동생이 죽었어요. 그 뱀 같은 놈 때문에. 그런데 그걸 잊으라니.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가 어떤 상처를 받게 되건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 개자식을 망가뜨리고 싶다구요. 제 두 눈으로 그 자식이 망가지는 걸 똑똑히 볼 거라구요.’

 “내가 이런저런 소리를 해봤자 사람 마음이 그리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네. 자네의 미움은 분노에 가까운 것이구만. 눈에 살기가 어려 있어. 조심하게. 상대는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네. 중요한 순간에 조금이라도 망설인다면 분명 자네 자신이 망가지게 될거야. 그걸 명심하게나.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이제 하산 하시게나 벌써 시간이 5시야. 겨울엔 해가 빨리 진다고. 얼른 내려가서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서 오늘은 다른 생각 말고 잠이나 푹 자게.”

 나는 어딘가 찜찜한 기분으로 할아버지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컨테이너박스를 나와 산을 내려간다. 할아버지 말대로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져 5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하늘이 어둑어둑하다. 다행히 산을 그리 많이 오른 건 아니라 금세 지하철역에 도착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할아버지가 해준 의미심장한 말들을 곱씹어 본다.

 또 지긋지긋한 편두통이 밀려와 가방 안을 뒤져 타이레놀 한 알을 산을 오르며 먹다 남은 생수와 함께 꿀꺽 삼킨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음악도 듣지 않고 관찰도 하지 않는다. 그저 덜컹이는 전철을 오롯이 느끼며 어서 집에 가서 씻고 잠이나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3월이 됐다. 그래도 아직은 꽃샘추위 덕에 그렇게 따뜻하지 만은 않지만 사람들의 옷차림은 한결 가벼워 졌다. 나는 일주일에 하루를 쉬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봄의 시작과 함께 새로운 소설을 써보려는 참이다. 하지만 쉽게 이야기의 소재가 생각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는 중에 모두의 친구 소영이로부터 최태환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최태환이 인사동의 한 전시관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게 됐는데 그 그림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우호적이라는 소식. 그리고 그 그림들은 대부분 모두를 모델로 그린 그림들 이라는 것도.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은 했었지만 내 예상보다 빠르게 그놈의 일이 잘 풀리고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 이대로 가다간 그 놈은 내 손이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올라갈 것만 같은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날 저녁 나는 서점에 들러 산 잡지책에서 그놈을 다룬 인터뷰 기사를 본다. 번지르르한 그놈의 자신만만한 얼굴이 종이의 절반을 가득 채우고 있고 그 아래로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다.

 

 인터뷰어: 최태환 군의 그림이 최근 미술계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그림 속에 나오는 소녀가 실존 인물인지 궁금해 해요.

 최태환: 네. 제 그림속의 모델은 실존 인물이 맞구요. 제가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인터뷰어: 아, 그럼 그림속의 소녀와 연인관계 였다는 뜻인가요?

 최태환: 연인이라기보다는 어떤 정신적인 의미로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어요. 일종의 뮤즈라고 할까요?

 인터뷰어: 그림 상으론 소녀가 아주 앳되 보이는데 실례지만 소녀의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최태환: 17살이요. 그 소녀는 영원히 17살이예요.

 인터뷰어: 아, 그게 무슨 의미일까요? 그것도 정신적인 의미로 얘기하시는 건가요?

 최태환: 아니요. 그 소녀는 작년 겨울에 하늘나라로 떠났어요.

 인터뷰어: 그런 의미였군요. 아주 슬펐을 것 같네요. 많이 힘드셨죠?

 최태환: 네. 아주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한순간에 사랑하는 존재를 잃어버린다는게 그 전엔 어떤 건지 미처 몰랐는데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 이었습니다.

 인터뷰어: 얘기가 너무 무거워졌네요. 죄송합니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볼까요?...

 

 최태환..최태환... 이 개 자식은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 분명 자기 자신이 한 짓으로 인해 모두가 그렇게 됐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도 조금의 죄책감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내 동생을 이용해 철저히 자신을 이미지 메이킹 하고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뱀 같은 인간이다. 아니 뱀보다 더 소름끼치는. 나는 이대로 이 개 자식이 훨훨 날아다니는 꼴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생각하자. 생각하자.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이 자식을 망가뜨릴 방법이 하나라도 있겠지. 분명히...

 
작가의 말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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