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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36화. 좋아해, 좋아한다고 너를
작성일 : 19-10-12 00:12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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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1일. AM 01 : 20

 

 

 멈추라고! 멈춰!! 동욱이 아무리 짓껄여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거다. 말이 한마디를 내뱉어지더라도 적어도 한 단어 쯤은 알아들어야 할텐데 이건 무슨 벽이랑 애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희선이 그렇게 정수에게 최면을 걸어버리고 도망간 바람에 동욱은 정수와 싸움 아닌 싸움을 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때릴 데도 없는 정수를 위해 최대한 방어만을 하며. 동욱은 이마를 촉촉히 적시고 있는 땀을 훔쳐내고 정수를 쳐다본다. 정수 역시 지치는지 땀도 흠뻑 내고 있었고 숨소리도 거칠어져 있었다. 그렇게 보니 빛나게 새어나오던 눈의 빨간빛도 어느정도 사그라 들고 있는 것도 같았다.

 

 힘을 합쳐서 적과 싸워도 모자를 판에 아군끼리 싸우는 건 시간을 비롯한 체력의 낭비다. 당장에라도 그만두어야 하지만 도무지 정수는 말을 들어먹질 않는거다. 듣지 못하는게 맞는 것 같았지만 도대체 최면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는거다.

 

 정수의 주먹이 한번더 동욱에게 날아오고 이제 활동적인 동작은 취하지도 못할 만큼 지쳐있었다. 더이상 정수의 주먹을 막아낼 힘이 없는 동욱이 주먹 쥔 그녀의 손을 잡아 당겨 끌어안아 버린다. 발버둥 치지 못하도록 팔까지 두손안에 꽈악하고 가둬버린거다.

 

 " 놔!! 놓으란 말야!! "

 

 이제 그녀도 힘이란 힘은 다 써버렸는지 반항하는 힘이 떨쳐버리기엔 턱없이 부족할 만큼 미약하다. 그렇게 반항을 해대는 정수를 꼬옥 끌어 안은채 벽에 턱하고 밀어 붙여버린다. 힘으로 제어하느라 정수의 마른등이 빨간 벽돌이 진하게 부딪히고 그녀는 소리를 지르다 말고 약한 신음을 내뱉는다.

 

 벽으로 밀어 붙이는 순간 정수에 입술에서 탄성 비슷히 나온 신음으로 인해 동욱의 마음 속 무언가가 꿈틀대며 강렬한 자극을 받는다. 사실 희선이 정수에게 키스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받았던 적이 있는 자극이였다. 그걸 느낀 동욱은 허리가 부스러질 만큼, 숨쉬기가 고통스러울 만큼 억세가 안고 말이 없다.

 

 아니 좀처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입을 연다면 자신도 제어 못할 만큼 애틋한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헉헉내뱉는 그 달뜬 숨을 간직하고 있는 그 붉은 입술이 동욱의 귓가에 놓여져 있었고 하고 있던 미약한 반응도 줄어든다.

 

 " 박정수…. "

 " 하아…하아…. "

 " …정수야. "

 

 동욱의 입술사이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하게 정수의 이름이 비집고 나온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정수의 숨소리가 거짓말 처럼 잦아들기 시작했다. 최면을 당하고 있었지만 가슴을 아프게 울리는 기쁜 심장의 고동은 도무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가쁘게 몰아치던 숨쉬기를 관둔채 몸을 딱딱하게 굳혀버린다. 이제 정수의 안에서 최면의 걸린 자신과의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한것이다. 거의 깨어나고 있었다. 혼탁한 빨간색을 간직하고 있는 정수의 두눈이 지진이 난것처럼 불안하게, 위태로이 흔들린다.

 

 동욱은 그 작은 반응을 눈치채고 그녀를 품에서 살짝 떼어놓으며 눈을 마주친다. 새빨갔던 붉은 빛이 점차점차 사그라 들고 있는 것이 보여 마음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을 다시 전처럼 돌려놓기 위해서는 진심을 보여야 했던 것이다. 그것만이 방법이였다.

 

 " 좋아해. "

 " ……. "

 " 박정수 좋아한다고 너를. "

 

 위태하게 한 발로 서 있는 진심은 세상에 저를 들러내자 놀란 모양이다. 두근, 가슴이 흔들린다. 숨쉬기 조차 힘들정도로 소진했던 체력때문에 가쁜호흡이 거짓말 처럼 아예 사그라 들고 동욱의 심장소리를 듣는다. 자신 만큼이나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 그 심장이 말해준다. 정말 좋아한다고. 아우성 치는 마음을 도무지 표현해 낼 길이 없다.

 

 동욱의 진심이 타고 흘러흘러 정수에게로 닿는다. 이젠 정말로 그녀에 눈에 있던 빨간빛이 눈에 띄게 사라지고있다. 동욱은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그 딱딱했던 자신의 심장마저 스물스물 녹아버리는 것을 느낀다.

 

 " 아니다. 사랑이다. "

 

 달큰한 내음이 퍼지는 그녀의 입술의 자신의 입술을 겹친다. 정수의 손이 동욱의 어깨를 잡고 살짝 밀쳐내자 동욱은 정수의 두손을 잡아 깍지를 끼운다. 톡톡. 동욱의 혀가 정수의 입술을 두드리고 미약한 반항을 하던 정수의 입술이 동욱에게로 열린다.

 

 그 순간 정수의 몸이 전기 충격을 받은 것마냥 벌떡인다. 드디어 최면이 깨진것이다. 제 색을 찾은 까만눈을 들어 동욱 보자 동욱은 빠르게 정수에게서 떨어진다. 입술을 뗀 동욱이 정수의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마주댄후에 입꼬리를 당겨 웃는다.

 

 정신이 들자마자 보이는 그와 너무 잘어울리는, 멋있기 짝이없는 설레는 미소에 정수가 얼굴을 붉힌다. 동욱의 마음을 확인 한 지금은 당장에라도 공중으로 부유할 수 있을 것 만큼 기쁘고 가슴 설렜다.

 

 이제는 자신이 대답해주어야 할 차례. 나도 당신을 좋아해요. 아니, 사랑이다.

 

 " 동욱씨. "

 

 빨간빛이 모두다 빨려들어가듯 없어지고 검은 눈으로 돌아온 정수가 동욱을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그녀의 눈이 제 색을 찾는 걸 바래왔고 기다려왔지만 갑자기 민망해지기 시작한다. 제정신에 자신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침이 꿀꺽 삼키어지며 마비된듯 뛰는 심장은 뒷전이다.

 

 " 동욱씨… "

 " 말하지마. 됐어. "

 " 동욱씨? "

 " 거절할거면 그냥 끝내 내가 알아서 마음정리 할테니까. "

 

 동욱씨는 내 심장소리가 안들리나봐요? 내 심장이 이렇게 기쁘게 뛰고 있는게 안느껴지나 봐요. 정수가 작게 웃는다. 이렇게 약한 사람이었따니. 그는 거절당할까봐 걱정이란걸 하고 있었다. 쇠파이프도 단번에 휘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이 무섭게 생겨서는 이렇게 한없이 약해보이는게 귀엽다. 이런 말을 동욱이 듣는 다면 한대 맞을 수도 있었지만 정수에겐 그저 귀엽게만 보였다.

 

 정수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동욱을 덥썩 끌어안는다. 마치 사람은 처음 안아본다는 듯 꽉 끌어안고 부들부들 떠는 정수를 보고는 처음에 놀랐던 동욱의 표정이 풀어진다.

 

 " 뭐하는 거야. "

 

 애써 무뚝뚝하게 말하지만 웃음을 숨길 순 없었다. 안고 있는 바람에 정수가 못볼 뿐이다. 정수가 동욱에게서 떨어지며 헤헤 하고 웃는다. 그런 정수를 가만히 내려다 보던 동욱이 결국 그녀의 입에 짧게 입에 맞추었다. 멍해진 정수는 몇초 흐르지않아 두볼을 붉게 물들였다.

 

 이제 말만 하면 되었다. 나도 당신과 같다고.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하지만 서로의 진심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전달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방해꾼이 그들 사이를 파고 들어와 러브오오라를 뿜어대는 그들의 감정선을 뽑아버린다.

 

 " 동욱씨…!! "

 

 정수가 막 자신의 마음을 열려던 그때, 동욱의 등 뒤로 보이는 것은 한 인영의 그림자였다. 뚜렷하게 보이는 건 하나도 없지만 이리로 다가온다는 것은 알수 있었다. 동욱을 팍하고 밀어낸 정수가 경계가득한 눈으로 다가오는 그 인영을 주시한다. 이제 형체가보이는 그 인영은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다.

 

 동욱도 정수의 손을 꽉 잡아 쥐고 그 인영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또 적일것이 분명하지만 더이상 싸울체력같은 건 없었다. 큰일이다.

 

 " 어, 너!! "

 

 그 인영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정수의 손이 예의도 모른채 삿대질을 가한다. 어둠속에서 모습을 들어낸건 다름아닌 예지의 남자친구 동화였던 것이다.

 

 " 니가 여기 왜있어!! "

 

 동화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서리기가 무섭게 그는 자신의 손으로 슥슥 눈가를 닦아내곤 포커페이스를 다시 찾는다. 예지만 보면 감성적이게 되어 그녀를 두고 오며 몇 방울 그새 울었던 거다. 하지만 그는 방금전까지 울었다고는 믿지 못할만큼 무표정으로 심드렁하게 동욱과 정수를 쳐다보고 있다.

 

 " 예지 당분간 잘 부탁합니다. "

 

 뭐? 정수가 어이없단 표정으로 동화를 쳐다보지만 그는 여전히 표정하나 없었다. 동욱은 그들의 대화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끼어들 수 없지만 대충 눈짐작으로 듣고 있다. 역시 동생이야기가 나오자 확연히 굳은 정수가 말을 한 다발 쏟아낼 기색으로 동화를 쳐다본다. 표정만 그런게 아니라 정말 그럴 생각으로 입을 뗀 정수는 동화 뒤로 보이는 한사람에 의해 딱딱히 굳어버린다.

 

 " 동화야… 흐윽. "

 

 미처 흐르는 눈물을 다 닦지도 못한채 뛰어오는 그녀는 분명히 자신의 하나뿐인 동생 예지다. 빠른 속도로 동화에게 달려오던 예지는 그의 뒤에 있는 정수와 동욱을 보자마자 그자리에 딱하니 정지해버렸다. 그들 사이로 남극에 사는 펭귄 130마리라도 지나간 것처럼 차가운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모두 다 서로의 생각안에 여기 있어서는 안되는 인물들이였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이자리에 서서 서로를 보고 있다.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앞으로 몇분간 마저 대화는 없는 거라 예상 되었다. 일단은 가장 이성적으로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파악했어야 하니까.

 

 잔뜩 혼란스러워하는 셋과 달리 지나치게 태평한 표정을 짓는 단 한사람은 동화였다.

 

 " 이예지, 너 진짜 힘들게 한다. "

 

 동화는 그들이 혼란스러워 하든 말든 어서 이상황을 빠져나가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실제 그는 지금 울고불며 달려온 예지를 보고 더이상 버틸수 없을 것 같아서 였지만. 등뒤에 있는 그녀를 확인하지도 않고 동화의 눈은 정수를 바라본다.

 

 정수의 표정도 딱딱해졌다. 지금 이곳은 전쟁통보다 더 잔인하고 위험한 곳이였다. 이 난리 속에 보호하려고 그녀를 거기다 놓은건데 그새 탈출해 아무것도 없이 이곳에 왔다는 것에 화가났다.

 

 " 이예지, 니가 지금 여기 왜있는지 부터 말해. "

 " ……흐윽. "

 "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

 

 다들 예지를 못 볶아 안달이 난 사람들 처럼 그녀를 몰고 있었다. 내가 여기 온것부터가 잘못일까? 그저 이동화 하나 보자고 언니 말 다 무시한게 잘못인걸까? 응. 대답은 그랬다. 지금 이런 거지같은 상황이 펼쳐진 이유는 따지고 들 필요도 없이 자신때문이였다. 무턱대는 그리움하나 참지 못해서 오지 말아야 할 곳에 발을 들여놓은 죄.

 

 잘못인거 충분히 알고 자신마저 당황스러운 건 똑같은데 추궁을 하는 그들을 보자 다시 또 눈물이 나온다. 사실 눈물은 아까전부터 계속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었던게 맞다. 하지만 어딘가로도, 어디에도 기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걸 깨닫자 더한 슬품이 온 몸을 잠식하려드는 걸 막을 수 없다.

 

 " 그만큼 말했으면 알아 듣고 갔어야지. "

 " 됐고, 너 여기 어떻게 왔어? 빨리 말해, 언니 화낼꺼야. "

 

 대체… 다들 나한테 왜그래. 예지넘치는 눈물을 두손으로 다 담지 못한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러지 않아도 나 충분히 힘든데, 왜그래요. 왜 자꾸 나한테만 그래. 나지금 힘든데, 나를 지지하고 있던 두 개의 단단히 기둥이 다 무너져 버려 정신조차 잡고 있기힘든데. 근데 나한테 왜그래.

 

 " 흐어엉… 나한테, 왜그래… 흐윽. 내가… 뭘… 잘못했는데… ! "

 

 엉엉하고 터져버린 예지의 울음소리 때문에 그들은 입을 꾹 다물고 만다. 바람부는 소리만이 그 공백을 매울 수 있었으며 주저앉아 우는 예지에게 아무도 다가갈 수 없었다. 울지말라는 말 조차 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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