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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피너스의 축복
작가 : 다락
작품등록일 : 2019.9.1

루피너스 마을의 사랑스러운 소녀, 루루.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 파셔는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데...
그녀의 담담하고도 사랑스러운 성장일기.

 
12화. Unexpected visitors
작성일 : 19-10-11 23:33     조회 : 220     추천 : 1     분량 : 5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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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워져버린 밤, 결국 둘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결국 숙소를 찾아 발길을 돌렸다.

  “어떻게 하죠?”

  루루가 걱정하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숙소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생판 모르는 얼굴인 소년소녀를 냉큼 재워줄 사람들은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섀넌에게 도움을 구하자, 그녀는 뭐 그런 것으로 고민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다 방법이 있지.”

  그녀는 자기가 한창 젊을 때 꽤나 영향력있는 사람이었다는 말을 가끔, 그녀가 기분이 좋은 날-예를 들면 겨우 포도주 한 잔에 취해버린 때라거나- 루루에게 하곤 했다. 루루는 그럴 때면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당신을 선망한다, 는 표정을 마음껏 보여주고는 했다. 섀넌은 그런 반응이 내심 좋은지 이따금씩 그 시절 무용담을 늘어놓았었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조금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물론 루루는 섀넌이 그 어떤 영웅도, 대단한 사람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되었지만, 섀넌의 조금 어렸던 그때를 사랑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말하는 섀넌의 눈빛은 평소보다 더 빛났으니까. 그녀는 드디어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일 때가 되었다는 듯 어깨를 펴고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나무패가 들려있었다. 루루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가 그 나무패에 대한 무용담을 이야기해주기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섀넌은 으흠흠, 하더니 말을 꺼냈다.

  “이 나무패는 말이야, 아주 특별한 거야.”

  섀넌은 젊은 시절, 이 마을, 그러니까 루피너스 마을 전체에서 꽤나 인기쟁이였던 모양이었다. 심성이 나쁘지도 않았고, 명석했기 때문에 마음이 맞는 옆 마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활발한 생활을 했다. 그렇게 많은 친구와 어울리다 어느 날, 조금 남달랐던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도 언젠가는, 헤어지겠지. 그래서 그녀는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아들딸이 생기면, 꼭 한 번 다시 만나자고.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듣던 어떤 친구는 어디에서 주워온 건지 모를 잘 다듬어진 나무판자를 보여줬다.

  -이 나무판자를 잘라서 우리들의 기념패로 가지고 있는 것 어때?

  또 다시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섀넌도. 그러다 또 어떤 친구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는 기억하기 어려우니 판자에 옆 사람의 이름을 새기자. 모두가 모두의 이름을 갖고 있는거지.

  다시 한번 무언의 끄덕거림. 섀넌 또한. 그렇게 그들은 나무판자를 잘라 끝을 다듬어 13개의 패를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섀넌은 자신의 오른쪽에 앉아있던 친구의 이름을 새겼다. 로라 데일. 섀넌의 왼쪽에 앉아있던 아이도 섀넌의 이름을 새겼다. 섀넌 코코. 모두들 고요한 밤, 이름을 새기느라 사각댔고 그들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이 패를 가지고 어느 날 친구가, 또는 이방인이 집을 찾아온다면 그들의 행색이 어떠하든 꼭 재워주자고. 누군가는 이 패를 잃어버릴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땅에 떨어진 이 패를 주워갈 수도 있다. 배가 고파 문을 두드린 나그네가 실수로 이 패를 보여줄 수도 있고, 그렇다면 우리도 실수로 그들을 재워줄 수 있지 않겠냐며. 그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 패를 가지고 푸른 지붕에 하얀 깃발이 달린 집으로 찾아가. 그 곳이 로라의 집일거야.”

  “너무 멋있어요, 섀넌 아주머니.”

  “멋있기는, 다들 한 때 그러면서 노는 것 아니겠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섀넌은 뿌듯해보였다. 그러고는 추억에 잠긴 듯 루루를 붙들고 얼마간 또 옛 이야기를 했다. 루루는 그런 섀넌이 좋아, 열심히 들어주었다. 당신이 당신의 영웅이던 시절을 추억하는 시간이 당신에게는 가장 빛나는 법이니.

  “그럼, 이 패만 있으면 된다는 거지?”

  라이는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루루가 너무 힘들어하는 듯 해 결국 믿고 루루를 따라갔다. 푸른 지붕과 하얀 깃발이 있는 집을 찾아야 했지만, 푸른 지붕을 가진 집은 너무나 많았기에 둘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 하얀 깃발만을 애타게 찾았다.

  “어! 저기, 저 깃발 아니야?”

  그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세모난 하얀 깃발이 밤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루루의 눈에 조금 생기가 돌았다. 둘은 다시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어머, 너희들이 섀넌의 아이들이니?”

  로라는 조금 놀랐다. 아닌 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이방인이 누구인가 조심스레 문을 열었더니, 자신의 명치 정도 오는 작은 소년소녀들이 꾀죄죄한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로라는 우선 아이들을 집 안으로 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보내기엔 붉은 머리칼을 가진 소녀의 뺨에 말라붙은 눈물 자국과 조금 낡은 듯한 헌팅캡을 쓴 소년의 지친 표정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로라는 우선 그들을 따뜻한 물에 씻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따스한 김이 모락모락나도록 씻고 나온 그들에게 뜨거운 차와 쿠키를 내어주었다. 로라는 이 아이들이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했지만, 아이들이 말을 꺼낼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붉은 머리칼을 양갈래로 잘 땋아있던 소녀는 그런 그녀에게 작은 나무패를 건넸다.

  “섀넌 아주머니의 딸과 아들은 아니지만, 저는 섀넌 아주머니와 함께 살고있어요.”

  “그리고 저는 섀넌이 싫어하는 도둑고양이인 셈이죠.”

  머리칼을 말리느라 땋아있던 머리를 곱게 풀고 있던 소녀와 그 옆에 따라 앉은 곱슬머리 금발 소년은 흥미진진하다는 듯한 로라에게 말했다. 로라는 소녀의 사랑스럽게 달아오른 붉은 뺨과 조금 날카로운 듯 하지만 밝게 빛나는 녹안을 가진 소년을 바라보았다. 이 사랑스러운 소년소녀들을 어떻게 대접해야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섀넌이 보낸 아이들이라면, 이 로라가 너희들을 얌전히 보내줄 순 없지. 시간이 있다면 며칠간 이 곳에 묵도록 해라. 섀넌도 좋아할거야.”

  로라는 신이 난 듯 소매를 걷어붇혔다. 소년과 소녀는 곱슬거리다 못해 빠글거려서 솜뭉치같은 로라의 주황 머리칼이 춤을 추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쿠키를 조금 더 먹겠니?”

 

  “좋은 분이어서 다행이야.”

  따뜻한 차와 쿠키를 배불리 먹은 둘은 그녀가 안내해 준 2층 방으로 각자 들어갔고, 라이는 그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1층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 조심스레 루루의 방문을 두드렸다. 루루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기운없이 웃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게. 나도 조금은 걱정했는데 말이야.”

  라이는 힘빠진 목소리로 애써 웃어주는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주어야 할지 착잡했다. 루루는 로라가 준 새하얀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라이 또한 신나버린 로라가 준 조금은 앙증맞은 푸른 실크 잠옷을 입었다. 살을 미끄러지는 듯한 촉감이 익숙하지 않은 그였지만, 나름대로 즐기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루루는 창가에 놓여진 흔들의자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내내 돌고도는 생각들 뿐이었다. 애나는 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던 걸까, 왜 말없이 집을 처분한 걸까. 파셔의 물건은? 파셔의 작품들은? 생각을 거듭할수록 루루의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답답한 마음에 다시 눈물이 나왔다. 라이는 아무말 없이 창밖을 응시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 한구석이 찌릿했다. 뭐라도 말해야 하는걸까.

  “루루?”

  조용히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루루의 뺨은 다시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뺨에는 이미 눈물이 여러 줄기 흘렀고 턱을 따라 눈물이 고여 무릎을 덮은 치맛자락에 한 방울씩 떨어졌다. 라이는 울고 있는 그녀를 보며 놀라지 않으려 마음 먹었고,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뱉는 숨을 삼키고 루루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큰 눈망울에 가득 눈물을 담고서 라이를 바라보았다. 라이는 조용히 루루의 손을 잡았다.

  “파셔는 루루의 마음에 있잖아. 그렇지?”

  평소와 달리 담담히 말하는 라이의 목소리에 더 눈물이 흐르려는 루루였지만,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풍성한 머리칼이 그녀의 고개를 따라 흔들렸다.

  “맞아. 아버지는 마음안에 있어. 작은 나무집 같은 거 내 마음안에 다 들어가있다구.”

  그녀의 울먹거리는 소리는 눈물에 먹혀 묻혔지만, 그 소리에 라이는 마음이 더 먹먹해졌다. 뺨을 덮은 눈물을 작은 손으로 걷어주며 라이는 웃었다.

  “루루 우니까 못생겼어.”

  “뭐라구?”

  루루는 장난스레 웃는 라이를 째려봤지만, 이내 피식, 웃어버렸다. 그녀는 자신을 위로해주려는 라이의 마음을 잘 알았다. 오늘만큼은 라이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없는 자신의 좁은 마음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라이는 뭔가가 생각난 듯 말했다.

  “루피너스의 축복은 뭘 주던 간에 상관없이 빌 수 있는거지?”

  뜬금없는 라이의 질문에 잠깐 곰곰이 생각해보던 루루는 그렇지 않을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씨익 웃더니 루루를 꽉, 안아버렸다.

  “그렇다면 내가 루루에게 내 기쁨을 줄게.”

  “기쁨?”

  라이의 투박한 포옹에 조금 놀란 루루가 안긴채로 물었다.

  “그래, 기쁨. 넌 지금 슬프니까. 내 기쁨을 받아가면 기분좋게 잠들 수 있을거야.”

  루루는 자기도모르게 긴장해버린 어깨 힘을 풀며 그래, 하고 라이에게 기대어버렸다. 울만큼 울어서인지, 아니면 긴 여정에 지쳐서인지 루루는 눈을 감고 라이의 작은 몸을 울리는 심박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 금방이라도 잠에 들어버릴 것 같아서 루루는 작게, 졸린다고 말했다. 라이는 조용히, 그런 루루를 침대에 눕혔다. 루루는 씨익, 웃더니 이내 포근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는 작고 약한 루루의 이불을 덮어주며 왠지 모르게 그녀를 지켜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앉아있던 창가의 흔들의자에 앉아, 라이도 눈을 감았다.

  “루피너스의 축복이 함께하길.”

  이내 잠이 들어버린 라이는 품에서 나는 루루의 향에 취해, 루루가 해맑게 웃으며 꽃밭을 뛰노는 꿈을 꾸고 말았다. 꿈속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밝게 빛났다.

 

  로라는 사실 어젯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녀를 찾아온 작은 나그네들에게 어떤 기쁜 추억을 만들어줘야 할지 계속 고민되었기 때문이다. 자다가 아무리 큰 천둥과 번개가 쳐대도 절대 깨어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결국 그녀는 조금 선잠을 자고 말았다.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비치는 황금빛 햇살에, 오늘은 뭔가 더 좋은 예감이 들었다.

  “어서 일어나렴!”

  로라는 서둘러 부엌의 의자에 걸쳐둔 앞치마를 둘러메며 아이들을 불렀지만, 작은 나그네들은 이 집에 온 적이 없다는 듯 조용했다. 결국, 대답이 없는 소년과 소녀를 깨우러 2층을 향한 그녀는 소녀의 방문을 열어보고는 그만 깜짝 놀라버렸다. 조금 더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침대방 두 개를 치워주었는데도 둘은 결국 소녀의 방에서 함께 잠들어 있었다. 소녀는 새하얀 이불 속에 파묻혀 붉은 머리칼밖에 보이지 않았고, 소년은 조금은 불편한 듯 뒤척이며 제 몸보다 두 배는 큰 흔들의자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냈구나, 섀넌.”

  로라는 그렇게 잠깐 동안 미소를 지으며 그 둘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아직 이 작은 나그네들이 옆 마을로 왔는지, 그리고 소녀는 왜 울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평온히 잠들어있는 둘은 햇살에 비쳐 아름다웠다. 그녀는 다시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낯선 여행길이 둘에게는 힘들었을테니, 오늘만큼은 조금 늦게 일어나도 괜찮겠지. 로라는 아이들이 더 잘 동안 깨어나면 먹을 파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음식솜씨를 보여주지.”

  로라는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흥얼거리며 사뿐사뿐 계단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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