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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약속의 향기
작가 : 살리에르
작품등록일 : 2019.10.3

향기를 잃어 절망에 빠진 여자

사랑을 잃어 슬픔에 잠긴 남자

사랑은 자신에게 사치라는 여자

영원한 사랑은 존재한다는 남자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향긋한 아로마 향기처럼 다가오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오늘도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의 향기를 느낀다.

 
약속의 향기 - #9. 걸어가는 두 사람, 하나의 그림자.
작성일 : 19-10-11 23:21     조회 : 393     추천 : 0     분량 : 7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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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의 향기 - #9. 걸어가는 두 사람, 하나의 그림자.

 

 새벽은 오늘도 성원이 일하고 있는 를 찾았다.

 

 새벽은 요즘 매일 이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땅히 갈 곳도 없었고 만날 사람도 없었다.

 

 회사에서 치열하게 살아갔었던 새벽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의 친구와는 대부분 연락이 끊겼다.

 

 이제는 가끔 SNS를 통해 서로의 생활을 확인할 뿐이다.

 

 그리고 좋은 일이 있으면 활자와 조그마한 그림들을 통해 감정을 전달할 뿐이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마찬가지일 뿐이다.

 

 새벽은 오랜만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다.

 

 새벽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이 잊고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살펴봤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친구의 결혼 소식부터,

 

 고등학교 때 자신을 지독히도 괴롭혔던 양아치의 득남 소식,

 

 대학교 다닐 때, ‘이 아이가 어떻게 우리 대학에 들어왔을까?’ 하며 생각했던 친구의 대기업 승진 축하 파티,

 

 핸드폰에 작고 네모난 화면 속에는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대변해주는 사진들로 가득했다.

 

 새벽은 자신도 사진을 올려볼까 생각하고 자신의 사진첩을 살펴봤다.

 

 사진첩 안에서 새벽의 사진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새벽의 사진첩 속에는 온통 급하게 찍은 문서와, 화면을 캡처한 사진들을 포함에 온통 일과 관련된 사진들뿐이었다.

 

 새벽은 카메라를 켜고 셀카를 찍으려고 자신의 모습을 봤다.

 

 화면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셀카 찍는 것을 포기한 새벽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케이크를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벽은 카운터로 가서 카운터 옆에 있는 냉장고 속에 있는 케이크들을 살폈다.

 

 케이크는 조각조각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케이크를 보며 고민하고 있는 새벽을 보며 종현은 주방 안에서 몰래 새벽을 보며 새벽을 보고 있었다.

 

 새벽은 가장 맛과 향이 진해 보이는 다크 초코 케이크를 골랐다.

 

 누가 봐도 맛있어 보이는 초코 케이크 한 조각이 나왔고, 새벽은 최대한 예쁘게 보이기 위해 핸드폰으로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려고 하던 새벽은 갑자기 자신이 이걸 올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올리려고 하던 사진을 지우고, 달콤한 초코 케이크 한 조각을 입안에 넣었다.

 

 새벽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단순하고 희미한 달콤함을 느끼며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다.

 

 자신에게 전부였던 것들을 잃었고, 모든 일에 진취적이었고, 열심히였던 그녀는 지금 이렇게 며칠째 카페에 앉아 있었다.

 

 물론 성원에게서 나는 커피 향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라는 핑계는 존재했지만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백수에 불과한 것이었다.

 

 새벽은 자신만 빼고 세상은 너무나도 아름답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새벽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자신이 후각을 못 느끼는 것처럼 자신에게서도 아무 향도 나지 않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때 카운터에서 카페 알바생인 주희가 큰 소리로 성원에게 말했다.

 

 “오빠 대박!! 대박이에요!!”

 

 “주희야.. 손님 있을 때는 데시벨 좀 낮추자.. 무슨 일인데 그래..?”

 

 성원은 머그잔들을 정리하며 주희에게 시선도 돌리지 않은 체 말했다.

 

 “제가 진짜 지인~~~짜 좋아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는데 거기서 향수가 나왔데요!!! 완전 대박이다!! 만든다고 얘기는 있었는데 진짜 나왔네! 알바비 나오면 사야지!! 오빠 내가 이 향수 사서 뿌리고 오면 오빠 이제 완전 나한테 빠진다.”

 

 주희는 호들갑을 떨면서 성원에게 말했다.

 

 성원은 피식 웃으면서 주희에게 말했다.

 

 “주희야.. 내가 너한테 빠지는 것보다 남북통일이 빠를 거야.. 그러니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공부 좀 해라 공부 좀. 너는 어떻게 다른 알바 애들처럼 시험 기간이란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하면서 이런 거에만 관심 있냐?”

 

 주희는 그런 성원에게 입을 삐쭉거리며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그때 카페에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순간 카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새벽에게로 향했다.

 

 새벽은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있는 힘껏 자신이 앉은 테이블을 내려친 것이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리는 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원래 카페라는 곳이 그렇다. 혼자 앉아있으면 주변의 소리가 더욱 크게 잘 들린다.

 

 새벽은 사실 좀 전에 주희가 성원에게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그리고는 핸드폰으로 급하게 인터넷 기사를 검색한 것이다.

 

 인터넷에는 이미 각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기사들을 내고 있었다.

 

 <한국 화장품의 자존심. 세계를 향해 마리아주를 외치다!!>

 

 <세계가 극찬한 향수, 한국 화장품의 야심작 마리아주 오늘 출시!>

 

 <세계적인 셀럽들도 반했다. 한국 화장품 ‘마리아주’ 전격 출시>

 

 회사에서 언론사에게 요청한 수많은 기사들이 등장했고, 그 기사들의 댓글에는 많은 여자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며 호평을 쏟아 냈다.

 

 새벽은 더욱 기사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보고 싶지 않았던 사진까지 접하게 되었다.

 

 기사마다 김선영 대리와 회사 사람들이 유명 셀럽들과 함께 행사를 하는 사진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안에 새벽은 없었다.

 

 마리아주의 처음부터 모든 것을 결정하고 만들어온 새벽만이 그 사진 속에 없었다.

 

 새벽은 갈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너무 화가 나서 심장도 빨리 뛰는 것이 느껴졌다.

 

 새벽은 기사 말미에 적혀있는 김선영 대리의 인터뷰 내용도 확인했다.

 

 <김선영 대리는 “마리아주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온 것이 저에게는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리아주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다면 저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습니다. 제 자식 같은 마음인 거죠. 저를 도와서 마리아주를 함께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벽은 다시 한 번 테이블을 주먹으로 치려다가 자신의 주변을 봤다.

 

 그리고 자신에게 모든 시선이 향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조용히 손을 내려놓고 테이블에 엎드렸다.

 

 새벽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뺏긴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 느낌을 누구보다 더 잘 알 것 같았다.

 

 새벽은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들을 생각했다.

 

 새벽은 자신이 후각을 잃은 후, 보낸 시간들을 생각하며 자신 스스로가 참 많이 나약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이 기사들을 보며 자시니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원은 엎드려 있는 새벽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리고 새벽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보고 따뜻한 차를 한잔 만들어 새벽에게 다가갔다.

 

 성원이 새벽의 테이블에 차 한 잔을 내려놓는 순간, 새벽은 엎드려 있던 상태에서 벌떡 일어섰다.

 

 새벽에 행동에 놀란 성원은 쟁반으로 자신을 보호하며 뒤로 물러섰다.

 

 새벽은 옆에 있는 성원을 확인하고는 크게 심호흡을 하듯이 코로 숨을 마셨다.

 

 성원에게서 느껴지는 확실한 커피 향..

 

 새벽은 분명 자신에게서 느껴지는 이 향은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향을 맡을 수 있는 거라면, 자신도 절망에 빠져서 생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굳혔다.

 

 새벽은 성원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그 어느 때보다 씩씩한 걸음걸이로 카페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종현은 주방으로 들어가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분명 내가 만든 케이크가 맛이 없었던 거야... 분명해...”

 

 주희는 주방으로 중얼거리며 들어가는 종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새벽은 카페를 나와서 바로 대형 서점으로 향했다.

 

 새벽은 예전부터 그랬다.

 

 어떤 결정이던 결심하고 나면 바로 진행해야 했고, 돌아보지 않았다.

 

 이대로 멈춰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새벽은 바로 공부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후각이 돌아왔을 때, 누구보다 당당하게 복수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새벽은 대형 서점으로 들어가 곧장 조향사와 관련된 서적이 있는 전문 서적 코너로 향했다.

 

 조향사의 매력에 빠졌을 때부터 새벽은 가끔 서점을 찾았다.

 

 아직 조향사가 되겠다는 확신이 없던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을 찾아 조향사와 관련된 서적들을 찾아봤었다.

 

 새벽은 전문서적 코너에 도착해 자신이 공부했던 책들이 아닌 신간들을 모두 고르기 시작했다.

 

 새벽이 고른 책 안에는 원서로 적힌 책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새벽은 곧바로 어학 서적 코너로 이동해서 프랑스어에 관련된 책들도 함께 골라 담았다.

 

 새벽은 어느 정도의 불어를 할 수 있었지만 대화를 하고 글을 쓸 정도의 실력이 되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은 이렇게 된 김에 프랑스어까지 마스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새벽은 2번에 걸쳐 책을 카운터로 옮겼다.

 

 카운터에 있는 직원이 새벽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이 책 전부 사시는 거죠..?”

 

 “네. 전부 주세요.”

 

 “혹시 다 들고 가실 수 있나요? 양이 엄청난데.. 힘드시면 저희가 배달 서비스도 하고 있거든요.”

 

 “아.. 그럼 이 책은 바로 배달해주시는 건가요?”

 

 “오늘은 배달 서비스 예약이 조금 밀려서 아마 내일 오전에 받아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안돼요! 그냥 가져갈게요. 계산해주세요.”

 

 새벽은 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새벽은 아까 자신이 결심을 하는 순간 조급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신이 절망 속에 빠져서 보낸 며칠간의 시간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뒤처져 버린 거라고 생각했다.

 

 새벽은 더 이상은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오늘 구매한 책 전부를 두 개의 대형 봉지에 나눠 담아 서점을 빠져나왔다.

 

 새벽은 책을 사서 겨우겨우 택시를 탔다.

 

 새벽은 집에 도착해서 무엇부터 할지 생각을 해봤다.

 

 우선 집 청소도 해야 했다.

 

 빨래도 새로 해야 했고, 이불 정리도 해야 했다.

 

 새벽은 또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체크를 하려고 핸드폰을 찾았다.

 

 하지만 새벽은 자신의 핸드폰을 찾을 수 없었다.

 

 새벽은 자신이 서점에서 핸드폰을 꺼냈었는지 생각해봤다.

 

 하지만 새벽은 서점에서 핸드폰을 꺼낸 기억이 전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새벽은 카페에서의 시간을 생각했다.

 

 새벽은 택시 아저씨께 말했다.

 

 “기사님, 죄송한데 제가 핸드폰을 잃어버려서요. 혹시 전화 한 통화만 해도 될까요?”

 

 “그럽시다. 여기요.”

 

 아저씨는 새벽에게 핸드폰을 건네 주었다.

 

 새벽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한참의 신호음이 연결되다가 반대편에서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새벽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성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 제가 카페에 핸드폰을 두고 와서.. 확인 전화를 해본 거에요..”

 

 “네. 여기 있으니까 찾아가시면 돼요.”

 

 성원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옆을 바라보며 최대한 담담하게 전화를 받았다.

 

 성원의 옆에서는 종현이 성원의 귀에 새벽의 핸드폰을 대고 살짝 웃으며 서있었다.

 

 사실 성원은 새벽이 나가고 새벽의 테이블을 정리하다가 핸드폰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찾으러 올 거란 생각에 카운터에 핸드폰을 가져다 놓은 것이다.

 

 하지만 종현 때문에 성원은 이렇게 오는 전화들을 지금까지 모두 받았어야 했던 것이다.

 

 성원은 그렇게 전화를 끊으며 종현을 불만스럽게 올려다봤다.

 

 종현은 흐뭇한 미소를 성원에게 보내며 다시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새벽은 택시 아저씨께 말하고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도착한 새벽은 낑낑거리며 두 봉지 가득한 책을 들고 내렸다.

 

 그리고 엉덩이로 카페 문을 열며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성원은 양손 가득 책을 들고 들어오는 새벽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키득 웃어버렸다.

 

 작은 체구에 양손 가득 든 책도 웃겼지만 문을 열고 자신의 엉덩이와 등으로 문을 미는 모습이 마치 아이 같았기 때문이다.

 

 동은은 그런 성원을 보며 새벽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동은도 충분히 웃음이 나는 장면이었다.

 

 겨우 카페로 들어온 새벽은 카운터 옆에 책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성원에게로 가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핸드폰을 잘 두고 다니는 편이 아닌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대출 권유 전화만 3통 정도 왔어요.”

 

 “아.. 감사합니다.”

 

 새벽은 성원에게서 핸드폰을 건네 받았다.

 

 새벽은 자신의 핸드폰에서 커피향이 나는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에 살짝 코를 가져다 대었다.

 

 성원은 그런 새벽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키득하고 웃음을 보였다.

 

 새벽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바보 같았다고 생각하며 얼른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수고하세요.”

 

 새벽은 다시 무거운 책을 들 준비를 했다.

 

 양 소매를 팔꿈치까지 올리고, 머리도 다시 꽉 묶었다.

 

 그런 모습을 보던 종현이 주방에서 나오며 성원에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 카페 단골손님인데 이대로 보내드릴 순 없지. 제가 집까지 같이 가드릴게요.”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동은이 말했다.

 

 “조금 있으면 저녁에 손님들 들어오시는데 가기는 어딜 가? 너 가면 주방은 누가 보고?”

 

 종현은 턱에 손을 대고 오버스럽게 고민하는 척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오버스럽게 손가락을 위로 올리며 ‘아’ 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사장님. 그럼 이건 저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성원이가 다녀오면 어떨까요? 저희 카페의 단골 관리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원은 황당하다는 듯이 종현을 돌아봤고, 다시 동은을 쳐다봤다.

 

 동은도 뭔가 손에 턱을 괴고 고민하는 척했다.

 

 새벽은 그런 둘의 모습에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 집이 가까워서 금방이에요. 제가 충분히 들고 갈 수 있어요.”

 

 새벽은 손사래를 치며 둘을 만류하며 책 봉지를 들려고 했다.

 

 그때 동은이 종현이 했던 것처럼 오버스럽게 성원에게 말했다.

 

 “그래. 단골손님을 이대로 보내드리는 건 예의가 아니지. 네가 도와드리고 와. 카페는 괜찮으니까. 이건 철저히 단골손님을 위한 서비스의 개념이야.”

 

 성원은 황당하게 동은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왜 그러세요. 진짜..”

 

 “그럼 이 힘없고 다 늙은 내가 갈까? 그냥 네가 다녀와. 안 그러면 너 자를 거야. 내가 사장이야.”

 

 성원은 동은의 막무가내 발언으로 매고 있던 앞치마를 벗고 새벽에게 갔다.

 

 동은은 이미 성원과 새벽 사이의 일을 순신에게서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동은은 종현의 장난에 동참해 본 것이다.

 

 동은은 누구보다 성원이 연애를 하길 바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성원은 새벽의 책 봉지를 두 손으로 들고서 카페 밖으로 나갔다.

 

 새벽도 카페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허둥지둥 성원을 따라 카페 밖으로 나왔다.

 

 새벽과 성원은 조금의 거리를 두고 걸었다.

 

 새벽의 집으로 향하는 길인데 이상하게 성원이 앞장 서있었다.

 

 성원은 무슨 책을 이렇게 많이 샀냐고 새벽에게 한 마디를 하려다 참았다.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성원이 무거운 책을 들어줘서 미안한지 새벽은 바닥을 보면서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며 새벽에게 말했다.

 

 “앞으로 이렇게 무거운 책은 그냥 인터넷으로 주문해요. 저번에 넘어진 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다치면 어쩌려고요.”

 

 “네.. 제가 성격이 조금 급해서..”

 

 “성격이 급한 것도 다 좋은데. 몸부터 좀 챙길 줄 알아야죠. 사람이 죽으면 다 소용없는 거예요.”

 

 “아.. 네.. 감사합니다.”

 

 “무릎은 좀 괜찮아요?”

 

 “아.. 네.. 이제 다 나았어요.. 흉터는 조금 더 있어야지 사라지겠지만..”

 

 “그래요.. 그것도 시간 지나면 다 없어져요. 마음에 상처도 마찬가지예요..”

 

 성원은 아까 카페에서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친 새벽이 내심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성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의 말을 건넸다.

 

 새벽은 자신의 행동 때문에 성원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알았다.

 

 새벽은 자기도 모르게 입에 미소가 조금 번졌다.

 

 두 사람이 걸어가는 길에도 조금씩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그때 성원의 앞에서 시원하면서 춥지 않은 봄바람이 불어왔다.

 

 성원은 자신의 앞에서 불어오는 지금 시간의 이런 바람이 좋았다.

 

 새벽은 그 바람이 실어다 주는 성원의 향기가 좋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란히 걸었다.

 

 문제는 옆으로 나란히가 아닌 앞뒤로 나란히를 한 체 그렇게 걸었다.

 

 해가 멀어지며 성원의 그림자가 새벽에게 와서 닿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은 다른 모양이지만 하나의 그림자를 만들어서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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