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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포르피린의 그녀
작가 : 멜로윙
작품등록일 : 2019.10.4

나는 어느 날 병원에서 '포르피린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설유리라는 소녀에게 습격당하게 된다.
포르피린증이란 병은 뱀파이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병이며, 그녀는 조금 더 특별한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낸 걸까,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 못지않게 나 또한 변해가고 있었다.

 
포르피린의 그녀_6화
작성일 : 19-10-11 07:24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4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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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꽃잎은 떨어짐에도 향기를 잃지 않는다.】

 

 

  1

 

  수요일 오후. 끝나가는 수업시간에 평소에는 하지 않을 색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설유리는 어떤 향기가 어울릴까.

 

  오늘 그녀에게 향수를 선물할 것이다.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자 어떤 향도 잘 받을 것 같다고 여겨졌다.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쌉싸래한 그녀에게는 밝은 향도, 어두운 향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녀가 평소에 뿌리던 향은 어느샌가 은은함으로 코를 상냥하게 메우고 있는 향이었다.

 

  잔잔한 분위기의 밤공기 같은 향.

 

  그런 얌전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향을 좋아하는 걸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을 떠올리며 어떤 것을 선물해야 좋아할지 고민하고 있다니…….

 

  그녀 못지않게 나도 어딘가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보다 한 가지 더 걱정거리가 있었다.

 

  나는 향수를 처음 사 본다. 거기다 내가 쓸 향수도 아닌 여자애한테 선물할 향수라니…….

 

  물론 향수 매장에 들어가서 아무 직원이나 붙잡고 도움을 청해 사도 되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타인을 잘 믿지 않는다. 더군다나 상점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욱 조심한다.

 

  운 좋게 성심껏 골라주는 직원이 걸리면 몰라도, 그저 가격이 좀 나가는 거로 대충 그럴싸하게 골라주는 직원이 걸린다면 어쩌란 말인가.

 

  강지석처럼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라면 그리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향수 하나하나를 전부 시향해보면서 고르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아마 그 많은 향을 빨아들인다면 분명 머리도 아플 것이다.

 

  이를 어쩐다. ……언뜻 진하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진하영 정도라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그녀는 향수도 곧잘 뿌리는 것이, 왠지 향수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야, 뭐해? 오늘 자율종례래. 안 가?”

 

  예고 없이 들려온 진하영의 목소리에 그만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 왜 그렇게 놀라……. 설마 내 상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던가?”

 

  “……어, 맞아. 마침 네 생각 하고 있던 참이라 놀랐어.”

 

  별 감정 없이 솔직하게 대답하자 장난기 있던 그녀의 표정은 당황한 소녀의 ‘어?’ 하는 표정이 됐다.

 

  그런데 그녀는 분명 안 가냐고 물어왔다. 그녀도 야자를 도망칠 생각일까?

 

  ……아! 오늘은 그 날이다.

 

  수요일은 학생들의 멘탈을 배려해 학교에서 특별 지정한 ‘야자학습 없는 날’인 것이었다.

 

  “너, 지금 시간 있어?”

 

  “응? 시, 시간? 어…… 아마, 있었을걸?”

 

  그녀는 당황했는지 어리벙벙하며 대답했다.

 

  “그럼 오늘 좀 도와줘야겠어. 가자.”

 

  그녀의 의사를 듣진 않았지만, 분명 따라와 줄 것이라고 반신반의한 상태도 교실을 나섰다.

 

  “에? ……야! 가, 같이 가!”

 

  그녀는 그렇게 소리 지르면서 내 뒤로 빠르게 따라붙었다.

 

 

 2

 

  진하영과 함께 버스에 타는 건 처음이었다.

 

  어쩌면 무의식중에 같은 버스에 있었던 적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동행을 목적으로 같이 있는 것은 분명히 처음이었다.

 

  버스에는 2인용 자리만이 남아있던 탓에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누가 먼저 할 거 없이 나는 앞에 있었기에 창가 쪽 자리에 앉게 됐다.

 

  진하영은 너무 멀지 않게, 하지만 닿지도 않게 적절한 간격을 두고 옆자리에 착석했다.

 

  목적지를 딱히 물어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학교가 끝난 학생이 지금 탄 버스를 탄다면 십중팔구 시내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냥 그렇게 정해진 느낌이 있었다.

 

  나는 창밖을 보았고, 그녀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가방 위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슬쩍 본 휴대폰의 화면은 딱히 영양가 있는 일을 수행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바탕화면의 페이지를 반복해서 움직이거나, 주고받고 있지 않은 메시지를 다시 읽는 정도였다.

 

  그녀의 백 팩의 옆, 그물로 된 주머니에 이어폰이 보였다. 이어폰을 끼고 있지 않다는 것은 나를 의식하고 대화할 생각이 있다는 표시였을까?

 

  “따라와 줘서 고마워.”

 

  나는 동행해주었으며 곧 도움을 줄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응? 아니, 뭐…… 나도 딱히 할 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심심하던 참이라.”

 

  그녀는 내 쪽으로 돌렸던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 손에 쥔 핸드폰은 어느샌가 검은 화면이 되어 있었다.

 

  “그보다 어디에 가는 거야?”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말해왔다. 시내에 가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그녀의 질문은 시내에서 어디로 가는 것이냐는 뜻이었다.

 

  “살 게 있어서.”

 

  “아…….”

 

  간결하게 목적을 말하자 그녀의 왠지 그것뿐이냐는 듯 실망이 묻어 있는 소리를 냈다.

 

  확실히 아무 관련도 없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 온 것이나 다름없는데, 내 목적만 취하는 것은 조금 도덕에서 벗어난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뭐야. 떡볶이가 갑자기 먹고 싶어져서. 혼자 먹긴 좀 그렇잖아.”

 

  지금 생각해낸 것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아~ 근데 강지석은 어쩌고 나를 데려왔을까~?”

 

  그녀는 텐션이 조금 상승한 목소리로 평소의 장난기 있는 말투가 되어 물어왔다.

 

  “근 손실 난다고 매운 건 안 먹는데.”

 

  그렇게 대답하자 그게 뭐야, 라면서 밝게 웃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그녀에게 맛있는 떡볶이를 사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내에 도착하고 바깥쪽에 앉아 있던 진하영이 앞장서 내렸다.

 

  시내의 공기는 차가 많이 다니는 탓에 좋지 못한 매캐한 냄새와 다양한 먹을거리의 냄새, 지나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향수와 샴푸 등의 냄새가 뒤섞여 썩 마시기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큰길의 중앙에 서 있던 우리는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너 혹시 향수 매장 어디에 있는지 알아?”

 

  시내에 오는 일은 동네에 없는 책을 구하러 오는 정도밖에 없던 터라 향수 매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이럴 거라면 위치를 미리 검색해보고 올 걸 그랬다는 후회를 했다.

 

  “향수? 응. 자주 가는 곳 있어.”

 

  다행히도 그녀는 향수 매장의 위치를 알고 있는 모양이다. 역시 그녀를 데려온 것은 정답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너무 앞서가지 않게 조절하며 걸었고, 나는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지하상가에 내려갔다.

 

  바람이 불지 않고 온도가 적절하게 조절되어 있었다. 공기도 지상보다는 깨끗해 숨을 쉬는 게 조금 편해진 것 같다.

 

  딱히 지하철을 탈일도 없던 나는 시내의 지하에 처음 내려와 본다. 지하철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상점이 빼곡하게 붙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인류가 이런 지하도시도 만들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혼자 왔다면 당연히 미아가 될 정도로 지하의 길은 길고 복잡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넓은 굴에 대해 잘 아는 진하영을 따라 무사히 향수 매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매장의 자동문이 열리자 안에서는 가늠할 수 없는 여러 종류의 향이 우리를 덮쳐왔다.

 

  그것을 그대로 코로 흡입하니 후각이 고장 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다.

 

  “콜록, 콜록.”

 

  갑작스럽게 달라진 공기에 적응하지 못한 폐가 거부반응을 보였다.

 

  “푸핫, 향수 매장 처음 와 보는 거야?”

 

  내성이 있을 그녀는 능숙하게 숨을 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과 웃음엔 무시하기 위한 가시가 박혀 있지는 않았다.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순수하게 물어본 느낌이었다.

 

  “응. 향기에 둘러싸인다 해서 썩 행복하지는 않네.”

 

  그렇다. 어떤 향수든 저마다의 개성이 있는 향을 뽐낸다. 하나씩 맡는다면 분명 전부 좋은 향들일 테지만, 이렇게 섞여 있으니 결코 좋은 향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과연 이곳에서 설유리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래서 찾는 향이 어떤 느낌인데?”

 

  매장을 둘러보듯 천천히 걷던 그녀가 물었다.

 

  “음…….”

 

  그녀의 뒤를 따르면서 마저 답을 내지 못한 고민을 다시 하게 됐다.

 

  역시 그녀, 설유리가 평소 뿌리던 은은한 향으로 사야 할까, 아니면 조금 분위기를 바꿔보라는 의미를 담아서 ‘내가 좋은 향’을 골라서 선물해볼까.

 

  과연 ‘내가 좋은 향’을 그녀도 좋아해 줄까?

 

  그런 고민을 하던 나는 결국 이렇게 말했다.

 

  “그냥 여자애가 평범하게 좋아할 만한 향.”

 

  “아~ 네가 뿌릴 거지? 여자들이 끌리는 향 추천해주면 돼?”

 

  “아니. 선물할 거야.”

 

  거기서 진하영이 대화에 있어서 향수를 고르던 손과 함께 잠시 멈칫한 느낌이 들었다.

 

  “여자……한테 선물하는 거지?”

 

  “응.”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나는 뭔가 실수한 게 있는 건가? 하고 상황을 분석했다.

 

  여자애를 데려와 다른 여자애에게 선물할 향수를 고르게 하는 것.

 

  여기서 문제가 있던 것일까?

 

  그때, 그녀는 장난기를 얼굴에 장전하더니 올려다보며 이렇게 물어왔다.

 

  “혹시, 나한테 선물하려고?”

 

  “아니…… 엄마한테 선물할 거야.”

 

  “아~.”

 

  나는 순간적으로 여자라는 성별을 대체해줄 사람, 엄마를 떠올리고 그렇게 말해버렸다. 이거라면 그녀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애라 ……면서.”

 

  그녀는 진열대로 시선을 돌리며 뭔가를 작게 중얼거렸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일부러 작게 한 말을 다시 물어보기도 뭐해 그냥 못 들은 채 했다.

 

  그 뒤로 진하영은 꽤 열심히 향수를 골라주었다.

 

 

  결국 구매한 향수는 은은하면서 약간의 레몬 향이 느껴지는 제품이었다.

 

  밤하늘 색의 투명한 유리에 하얀 별이 몇 개 찍혀있는 것이 설유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됐다.

 

  가격은 처음 지불해볼 정도로, 평소 사는 책들과 비교하면 몇 배에 이르는 금액이었다.

 

  그래도 평소 모아놓은 돈이 카드에 쌓여 있어 문제없이 구매를 마치고, 매장 직원이 향수가 든 박스를 적당한 크기의 광이 나는 포장지로 쌓아 작은 쇼핑백에 담아줬다.

 

  그것을 손에 들고 우리는 향수 매장을 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가……. 아, 그녀에게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는 말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어쩐지 조금 다운되어 있는 것 같은 그녀의 텐션이 과연 먹을 거에 상승세를 보여줄까.

 

  “같이 골라줘서 고맙다. 떡볶이는 내가 살게.”

 

  이 말을 들은 진하영은 다행히 미소를 되찾아 주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씁쓸해 보였다.

 

  “세트로 시킬 거야. 각오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가자는 눈치로 걸었다. 나도 뒤처지지 않게 그녀를 따라 걸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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