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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밀리가 연애하지 않는 이유
작가 : 정민
작품등록일 : 2019.10.6

농땡이 하녀, 상식과 권위가 통하지 않는 붉은나무 저택에 입성하다. *표지 커미션 : 꽃 작가님(@flo_ai_wer)

 
수상한 손님맞이 (2)
작성일 : 19-10-11 01:10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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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 수상한 손님맞이

 

 

  붉은나무 저택에 딸린 식솔은 에밀리를 포함해 7명이 전부였다. 하녀 셋에 수습하인 하나, 요리사‧정원사‧집사 하나씩. 저택이 작고 크리스토퍼 백작도 원체 무던한 사람이라 그 정도로도 충분히 생활이 굴러갔다. 다만 품 많이 드는 일거리가 생기면 집사를 제외한 온 식솔이 한 데 모여야 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저택 외벽이 스러져 새벽녘부터 다 함께 보수를 하고 있었다. 저마다 바쁜 와중에, 크리스토퍼 백작은 로크 씨에게서 편지 한 통을 건네받았다. 그것을 읽고 그는 어쩐지 강렬한 두통이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오늘 중으로 손님이 올 거다."

 

  어쨌든 그는 식솔들에게 통보했다. 다들 어리둥절해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저택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정해져있었다. 수금원, 우체부, 몇몇 거래처 사람들, 가끔 백작의 이종사촌 정도. 그런데 오늘은 올 사람이 없었다.

 

  "빚쟁이 아니에요?"

  "다 들린다, 에밀리."

 

  백작은 알레인에게 속삭이던 에밀리를 한 번 째려보고 이런저런 주문을 이어갔다.

 

  "3층에 지낼 곳을 마련해둬라. 수행인도 따라올 듯해."

  "벽 보수가 끝나면 정원도 관리하고."

  "새로 갖춰야 할 물건이 많을 거다. 이 집에 귀족 여인이 머물렀던 적이 까마득해서…."

 

  마지막 말에는 한나가 남몰래 움찔했다. 여자 손님이라고?

 

  어느 한 사람도 제대로 영문을 파악할 새 없이, 크리스토퍼 백작은 서둘러 나간다고 했다. 손님을 맞이하기 전 해치울 일이 많아서였다. 로크 씨가 언제나처럼 그를 뒤따랐다. 와중에 한나가 데면데면하게 있기에 에밀리는 별 생각 없이 물었다.

 

  "한나, 배웅 안 해드려?"

 

  한나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조용히 롤러질만 했다. 옆에서 핀이 넌지시 귀띔했다. 또 싸우셨대요. 눈치 챙기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에밀리는 가끔씩 그럴 의지나 능력이 선택적으로 없어지곤 했다.

 

  "뭐? 이사벨라보다 우아한 애인이랑 왜?"

 

  결국 깡 소리 나도록 롤러를 내려놓고, 한나는 에밀리를 죽일 기세로 노려보다가 저택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에밀리는 그제야 입을 꾹 닫고 파르르 떨었다. 으이구, 그럴 줄 알았지. 지켜보던 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

 

  점심때가 다 지나서 크리스토퍼 백작은 되돌아왔다. 그는 늦은 식사를 한 뒤 곧바로 집사와 함께 저택을 점검하러 돌아다녔다. 3층과 4층을 둘러보고 2층 빈 방으로 들어서는 그의 표정에 조금 날이 서있었다. 이제껏 저택에 이렇게 신경 써본 적이 없었던 탓이었다.

 

  "대체 공작가문의 영애가 갑자기 왜…."

 

  이토록 난데없는 방문 예고는 처음이었다. 그가 초대를 한 게 아니라, 그쪽에서 찾아오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것도 당일 새벽에.

 

  "프레드릭. 내가 황당한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

  "…저도 솔직히 편지가 잘못 온 게 아닌지 아직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만."

 

  로크 씨는 진심이라는 듯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나 잘못 온 것일 리 없음을 아는 백작은 품에서 편지를 꺼내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 크리스토퍼 백작님께,

  요양 차원에서 올 겨울은 백작님의 저택에 머무르려 합니다.

  갑작스런 방문에 부디 놀라지 않으시길 바라며 미리 편지합니다.

  저녁에 뵙지요.

  -비비안 R. 시네프리드 ]

 

  이 기막힌 편지는 분명히 시네프리드 쪽에서 보낸 게 맞았다. 왜냐하면 우편이나 전보가 아닌 마법으로 배달되었으니까. 마법의 힘을 이토록 쓰잘데기 없는 데에 자유로이 활용하는 사람들은 그 가문에밖에 없었다.

 

  그래, 그 가문에밖에. 시네프리드 공작가문은 대대로 부와 권력을 세습하여 현재 아스타인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누렸다. 특히 전대 공작은 탑에 은거하던 마법사 집단을 끈질기게 설득하여 마침내 가문 대 가문으로 교류하는 쾌거를 이뤘고, 현 공작이 처음으로 마법사의 피를 이은 후계를 가졌다.

 

  '…그게 축복인지는 모르겠지만.'

 

  첫째 아들은 사망했고, 둘째 아들은 실종되었으며, 그 후에 태어난 딸 비비안만이 지금껏 살아있었으나 그녀마저도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다. 당연히 마법의 힘은 타고 나지 못했고.

 

  아무튼 이 모든 사실이 가리키는 바는, 비비안 공녀는 크리스토퍼 백작이 손님으로 모셔두고 있기엔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거였다.

 

  당장 그에게 소식을 전하는 태도만 해도 그랬다. 마법을 이용한 통행은 아스타인에서 금지되어있다. 본가에서 출발했다면 중간에 기차를 타도 나흘 남짓은 걸렸을 텐데, 굳이 오늘에야 마법으로 편지했다는 것은…

 

  "완벽히 일방적인 통보로군, 젠장."

 

  백작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어째 아침 댓바람부터 저택의 악귀들이 일을 다 하나 했더니, 이런 벼락이 떨어지려고 그랬나보다. 날이 갈수록 사는 게 피곤하다고 느끼며 그는 도로 방을 나섰다.

 

 ***

 

  크리스토퍼 백작의 기분과 상관없이 붉은나무 저택은 간만에 손님맞이로 활기를 띠었다. 저택에 워낙 없는 살림이 많아 다들 이것저것 구비하느라 분주했다. 가넷은 놀고 있는 에밀리를 불러다 심부름이나 하라며 동전 몇 닢을 쥐어줬다.

 

  "이거밖에 안 줘요?"

  "지금 네 용돈 주는 거 아닌데."

 

  가넷이 서슬 퍼렇게 눈을 치켜뜨자 에밀리는 언제 토 달았냐는 듯 얌전히 돈을 건네받았다.

 

  "에누리 받아서 6에닝 남겨와."

  "…양아치."

  "양아치는 맨날 심부름값 삥땅쳐먹는 니가 양아치지."

 

  틀린 말이 아니어서 에밀리는 괜히 딴청을 피웠다. 가넷은 그런 에밀리를 쫓아내듯 대문 밖으로 떠밀었다.

 

  가넷이 에밀리의 '횡령'을 다 알면서도 굳이 그녀에게 계속 심부름을 시키는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눈앞에서 치워버리면 편하기도 했고, 또 에밀리가 보기와는 다르게 에누리의 귀재인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였다. 30에닝을 주면 그녀는 35에닝어치 물건을 20에닝으로 후려쳐 산 뒤 4에닝을 삥땅치고 6에닝을 남겨왔다. 악마도 그렇게까진 못할 테니, 아무렴 사소한 횡령쯤이야 눈감아줄 만도 하지 않은가.

 

  아무튼 돈을 받아든 에밀리는 벌써부터 얼마를 남겨먹을지 신나게 머리 굴리며 저택을 나섰다. 손에 돈 쥐고 거리를 걸으니 세상이 밝아 보였다.

 

  '오랜만에 19금이나 하나 질러버려?'

 

  가넷은 에밀리가 과자점에 월급을 갖다 바치는 줄 알고 있지만, 에밀리의 소비는 주로 책방에서 이루어졌다. 심부름 목록에 적힌 물건들을 빠르게 후려쳐 산 뒤에 그녀는 곧바로 책방으로 달려갔다.

 

  "어라. 에밀리 왔냐?"

 

  책방 주인 마르크 씨가 에밀리를 반겼다. 그는 기골이 장대한 백발 할아버지였다.

 

  "허허, 여기서 취급하는 소설은 정사씬이 너무 짧다고 방명록 남기고 튄 뒤로 다신 안 올 줄 알았는데."

  "그거 저 아니거든요! 펜버에 에밀리가 저 하나인 줄 알아요?"

  "에밀리는 널리고 널렸지만, 그렇고 그런 소설을 읽는 에밀리는 너 하나뿐이잖냐?"

 

  에밀리는 입술을 비죽였다. 할 말이 없을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마르크 씨는 껄껄 웃으며 그녀가 불만을 안 가질 만한 신간들을 꺼내놓았다. 에밀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서로 틱틱거리긴 해도 에밀리에게 마르크 씨는 은혜로운 존재였다. 대중소설이 팔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책방은 수도에나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먹고 사느라 바쁜 소도시에는 한가로이 책 읽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마르크 씨처럼 취미로 장사하는 인간이 아니면 에밀리는 여기서 책이라곤 구경도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마르크 씨가 손녀 같은 에밀리를 위해 공수해온 19금 소설들을 받아들며 에밀리는 천진하게 웃었다.

 

  "아. 그리고 새로 들어온 책이 있는데…."

  "신간이에요?"

  "아냐. 한참 전에 절판된 책인데, 읽어볼 만해서 들였지. 난 다 읽었으니 너 사가도 된다."

 

  마르크 씨가 건넨 책은 소설 종류는 아니었다. 연애소설이 질릴 때면 에밀리는 종종 그런 책들도 읽었다. 어느 정도는 수준이 맞아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에밀리는 표지를 넘겨보고는 끙 하고 신음을 흘렸다.

 

  [마법과 권력의 지속불가능한 관계]

 

  마법이든 권력이든 그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에밀리가 이해하기엔 상당히 난해한 내용이었다. 그녀의 취향은 은밀한 관계나 삼각관계, 뭐 이런 쪽이 더… 그래도 필력은 좋은 듯해 페이지를 휘휘 넘기는데, 문득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에밀리는 옆을 돌아보았다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제 눈썹보다 한 뼘은 높은 곳에 모르는 남자의 어깨가 위치해있었다.

 

  '웬 로브?'

 

  남자는 로브를 뒤집어쓰고 얼굴엔 두건까지 둘러매고 있었다. 키가 꽤 컸는데, 그래서 에밀리의 시야에서는 로브 아래 가려진 그의 눈이 보였다.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청록색의 두 눈동자. 에밀리는 경계 태세를 하는 와중에 빠르게 생각했다.

 

  '흠. 눈이 잘생겼는데?'

 

  하지만 어쨌든 시내 한복판의 상점에서 마주하기엔 퍽 수상한 차림새였다. 서고에 들어갔다 나오느라 그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차린 마르크 씨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그에게 의심하는 투로 물었다.

 

  "이런 곳에 볼 일이 있소?"

  "…아닙니다."

  '헛! 목소리도 좋은데?'

 

  에밀리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 모를 마르크 씨는 에밀리를 남자에게서 떼어놓으려 했다. 남자는 실례했다는 듯 고개를 까딱하며 먼저 성큼 물러섰다. 그 순간 드리워진 로브 아래로 그의 눈이 또 다시 보였고, 이번에는 그 시선이 에밀리와 정확히 마주쳤다.

 

  '…아.'

 

  정말로 잘생겼다.

 

  하지만 에밀리가 그 이상 생각할 새도 없이 그는 재빨리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지나쳐 책방을 나가버렸다. 그가 지나갈 땐 시나몬 향이 났다.

 

  정확히는 시나몬 사탕의 달착지근한 내음이었다. 성인 남자에게서 날 만한 향은 아니지 싶어 에밀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르크 씨가 '보기와는 다르게 점잖네.' 하며 멋쩍게 웃는 소리를 들은 뒤에야 그녀는 퍼뜩 제 할 일이 떠올랐다.

 

  "이 책 살게요. 그리고 잉크 한 병만 주세요."

 

  필기용 잉크가 다 떨어져가고 있었으니 19금 소설보다는 그것부터 사야 했다. 책은 예정에 없는 지출이었지만, 제 호기심을 자극한 남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니 왠지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잉크병과 책을 사들고 에밀리는 책방을 나왔다. 이제 슬슬 저택으로 돌아가야지 싶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방해하듯 책방 저 앞쪽에서 무언가가 그녀의 시선을 빼앗았다. 길에 줄줄이 떨어져있는 조약돌 같은 것. 자세히 보니 근처 과자점에서 파는 시나몬 사탕이었다.

 

  왠지 모르게 아까 그 남자가 떠올랐다. 향 때문에? 그가 이걸 줄줄이 흘리고 간 거라면 웃기겠다고 생각하며 에밀리는 사탕을 하나씩 주워 담았다. 종이로 싸여있어 저택 식구들 줘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알, 두 알. 저도 모르는 새에 에밀리는 시나몬 사탕을 따라 골목 안쪽까지 들어갔다. 꺾여있는 골목을 따라 사탕 길 역시 꺾여있었고, 그에 따라 에밀리도 몸을 틀었다.

 

  그 순간 그녀는 누군가의 등판에 콩 하고 부딪쳤다.

 

  "어?"

 

  진짜로, 아까 그 남자였다. 로브에 두건까지 칭칭 동여맸지만 잘생긴 그 남자. 그 역시 에밀리를 알아본 듯 살짝 눈이 커졌다. 에밀리는 그를 보고 눈을 깜빡이다가, 문득 그의 등 뒤에 펼쳐진 풍경에 시선을 뒀다.

 

  …뒷골목 건달들이 남자 하나를 죄 둘러싸고 있었다.

 

  에밀리는 잠시 머리를 굴리고, 남자의 눈치 한 번, 건달의 눈치 한 번 보았다가, 가장 합리적인 말을 꺼냈다.

 

  "잠깐 비켜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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