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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30. 저주
작성일 : 19-10-10 21:57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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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저주

 

 끼익!

 쿵!

 

  택시기사 김흥수는 납골당에서 아내를 만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택시가 읍내로 막 접어들 무렵 우회전을 하던 김흥수는 시커먼 짐에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노인용 유모차에 빈 박스를 키보다 더 높이 쌓은 채로 교차로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던 노인이었다. 택시 모서리가 박스더미를 건드리는 바람에 유모차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졌고 노인은 그걸 바로잡으려다가 인도 턱에 걸려 같이 넘어졌다. 짐이 노인을 반쯤 덮친 상태였다.

 

 핸들에 머리를 살짝 부딪혔던 김흥수는 간신히 고개 들어 밖을 내다봤다. 벌써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뛰어와 짐을 치우고 노인을 끌어내고 있었다. 김흥수도 서둘러 차문을 열었다.

 

 “할머니! 할머니 괜찮으세요?”

 

 80은 족히 넘었을 듯한 할머니는 좀 놀란 듯 했지만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몸이 축 늘어진 채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괴산으로 내려와 개인택시를 다시 시작한지 3년 동안 김흥수는 무사고 운전이었다. 느긋한 성격 탓도 있지만 초보운전자처럼 느리고 조심스럽게 운전하는게 몸에 뱄다. 어떤 손님은 빨리 가 달라기도 했고 느린 운행에 불만이 있는지 차문을 세게 닫고 내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김흥수는 개의치 않았다. 안전제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었다. 그런데 왜 하필 오늘. 그것도 집을 코앞에 두고서 이런 사고가 난 것일까.

 

 “할머니, 내말 들려요? 할머니!!”

 

 할머니는 잠깐 손가락을 부르르 떨었을 뿐 반응이 없었다. 김흥수도 목주변이 뻐근해지면서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당장은 할머니의 생사가 더 중요했다. 주위에 몰려왔던 사람들이 박스를 길가로 옮겨놓고 할머니를 살폈다. 큰 상처는 없어 보이는데 여전히 할머니는 눈을 뜨지 못했다.

 

 “아이고. 이 할머니 크게 다쳤나보네. 저 산더미 같은 박스에 깔렸으니. 어째”

 “넘어지다가 여기 블록에 머리 박은 거 아냐?”

 

 길은 포장을 제대로 안 해서 블록 모서리가 길 위로 튀어나와있었다. 머리 뒤쪽을 살펴본 결과 피가 나는 곳은 없었지만 김흥수는 긴장했다.

 

 “이 할머니 아는 사람 없어요?”

 

 김흥수의 다급한 외침에 곁에 있던 사내가 퉁박을 줬다.

 

 “아는 사람을 찾을게 아니라 119를 불러야지요!”

 

 김흥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구급차를 불렀다. 사거리에 비스듬히 선 택시 때문에 뒤로 차가 밀려있었고 클락션 소리도 계속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김흥수는 들리지 않았다. 멀리서 순찰차가 다가오는게 보였다.

 

 김흥수의 아버지는 대처승이었다.

 하지만 김흥수가 태어날 무렵 어머니와 이혼했기 때문에 만난 적이 없었는데 어머니가 재가하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져서 3학년 봄 아버지가 기거하는 예산의 보문사로 갔다.

 

 절에서의 생활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까까머리에 먹물 옷을 입고 바랑을 매고 학교에 다니니 땡중이라는 별명을 국민학고 내내 달고 살았다. 게다가 먹는 것이며 같이 사는 사람들도 또래의 아이들과 다르다보니 어린 마음에도 많이 위축됐고 세상과 벽을 쌓고 지냈다. 4학년 때는 친모를 찾아 도망쳤다가 경찰에 잡혀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결국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산사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친척집에서 하숙을 했다.

 

 남들은 중학생이 되면 삐딱선을 타고 호되게 사춘기를 앓는다던데 김흥수는 오히려 그 시기에 아버지의 인생을 이해하게 되었고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청룡도를 직접 본건 6학년 겨울방학이 막 끝나갈 무렵이었다. 어느 날 보문사에 불이 났었다. 일주일에 한번 밥해주러 오는 보살님이 있었는데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아궁이 불씨가 튀었고 불은 이내 부엌과 사랑채를 홀랑 태우고 대웅전까지 올라왔다. 대웅전이라야 다섯평 남짓한 작은 방에 장식하나 없는 오래된 절집이었는데 하필 바람까지 불어 순식간에 경내가 불덩이에 휩싸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얼이 빠진 김흥수와 행자승이 아버지를 찾아 헤맬 때 어디선가 곡괭이 소리가 들렸다. 대웅전 뒤편의 연기 자욱한 곳에서 아버지가 벽을 부수고 있었다.

 

 “아버지!”

 “스님!”

 

 김흥수는 그때 아버지의 광기어린 눈동자를 기억한다.

 말수도 적고 항상 미소 띤 얼굴의 아버지였는데 얼굴에는 땀이 범벅인 채로 흙벽을 내리찍는 아버지한테서 살기마저 느껴졌다. 대웅전에도 불이 붙어 이미 벽까지 뜨거워진 상태였는데도 아버지의 곡괭이질은 계속됐고 이윽고 벽이 무너졌다.

 

  그 둔탁한 소리에 김흥수와 행자승은 뒷걸음질 쳤지만 아버지는 물에 적신 장삼을 뒤집어쓰고 무너진 벽 틈을 뒤졌다. 그리고 뭔가를 찾아내 멀리 달아났다. 아버지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집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김흥수가 결혼을 하고 첫 아들을 낳았을 때 아버지한테서 연락이 왔다.

 

 “나 진명이다.”

 

 진명은 아버지의 법명이었다.

 이십년 가까이 잊으려 했던 이름이었는데 아버지는 예의 그 쉰듯한 목소리로 그 이름을 기억나게 했다.

 

 “시간 있을 때 한번 다녀가. 빠르면 좋고.”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는 너무 마르고 검었다. 췌장암 3기였다.

 갑작스런 전화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십 몇 년 만에 마주앉은 자리에서 김흥수는 눈물만 쏟았다.

 

 “좀 오래된 그림이라는거 외엔 나도 잘 모른다. 그 절에 머물던 스님들한테 전해지고 전해진 것일 뿐 그분들도 이 그림을 본적은 없으시다.”

 “그럼 절에 두셔야 하는거 아닙니까?”

 “거길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 내 꼴을 보면 알겠지만 난 곧 떠난다.”

 “그런 말씀 마세요.”

 “아냐. 니가 잘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너도 부처님을 만나게 되면 올려.”

 

 아버지는 그 후 보름도 안 되서 세상을 떠났다.

 

 청룡도

 

 사신도중의 하나라고 중 고등학교 때 국사책에서 언뜻 배운 것 같기는 한데 아버지가 남긴 청룡도는 제법 큰 비단에 굵직하면서도 날렵한 필체로 그려진 그림이었다. 그걸 누가, 왜 그렸는지는 모른다. 그저 대웅전 벽속에 그림이 있다는 사실만 전설처럼 전해왔을 뿐, 그 긴 시간 때문에 귀한 작품이라 여겨진 것일 것이다.

 

 김흥수는 아버지가 대처승이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고백하지 않은 것처럼 아버지에게서 받은 유산이 있다는 것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세월이 흘러갔다.

 

 어느 날. 그가 사는 동네에 골동품을 감정해주는 프로그램에서 촬영을 나왔다. 김흥수는 호기심에 그 그림을 들고 나갔다. 그림을 본 감정가들이 김흥수를 따로 불렀다.

 

 “이거 어디서 구하신거예요?”

 “구한 거 아니고 집안에 대대로 전해오는 것입니다.”

 

 김흥수는 얼결에 거짓말을 했다.

 제작진 측에서는 방송에 출연해서 전문가한테 제대로 검증을 받아보자고 권유했고 김흥수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출연을 결심했다.

 

 “이건 우리가 감히 감정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국내 최고의 그림감정가라는 패널이 전광판에 0원을 띄우자 출연자와 방청객이 술렁거렸다. 김흥수는 실망감에 가슴이 내려앉으면서도 혹시나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고려사에 보면 고려 공양왕 때 호국안민을 위해 사신도를 그려서 고려 땅 동서남북에 묻으라는 명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이 어디에 묻혔는지는 알수가 없는데요. 분명 당대 최고의 화가가 그렸을 겁니다. 이 작품에는 낙관이 찍혀있지 않으나 화풍이나 필체로 봤을 때 당시 최고의 화가였던 승려 장민의 작품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청림박물관에 보관중인 백호도와 동일한 작가의 작품으로 보입니다. 저는 두 작품이 바로 공양왕이 명했던 사신도중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방송이 나간 후 신문방송에 사신도가 도배를 했고 지인들은 김흥수를 로또 당첨된 사람 취급하며 그를 찾아왔다. 골동품 수집가부터 거간꾼들까지 현금다발을 들고 집으로 찾아오자 김흥수는 지인의 집으로 잠수를 타버렸다.

  사신도 열풍은 한 달이 지나서야 사그라들었고 그제야 김흥수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덜컥 아내가 암 판정을 받았다. 뒤이어 아들은 산업재해 사고로 세상을 떴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끔찍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이자 김흥수는 제일 먼저 청룡도가 마음에 걸렸다.

 

 “저거 때문 아닐까.”

 

 아내는 대답이 없었다.

 어려서 동티가 난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가 건드리면 안 될 것을 건드리는 바람에 집안이 풍비박산 난게 아닌지. 김흥수는 급작스런 불행이 다 자기 탓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꼭꼭 숨겨놓고 잊고 살던 청룡도다.

 그런데 느닷없이 다시 청룡도를 찾아온 사람은 국내 최고 재벌인 청림그룹의 정순호 회장.

 몇 년 전 방송이 나간 후 청림박물관에서도 연락이 왔었다. 수억을 주겠다는 말도 하고 백호도와 같이 전시회를 할 수 있게 빌려달라는 말도 했지만 김흥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다시는 청룡도를 세상에 내놓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회장이 직접 집으로 찾아왔다.

 

 ‘얼마나 갖고 싶길래.’

 

 연락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청룡도가 그렇게 대단한 그림이던가. 세상 부러울 게 없을 재벌회장이 한낱 시골 택시기사일 뿐인 자신한테 경어를 쓰고 머리를 조아릴 정도로 가치 있는 그림이라면 차라리 돈을 받고 팔아버릴까. 그럼 남은 생을 딸들하고 맘 편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날 김흥수는 아내의 납골당에 숨겨두었던 청룡도를 찾아오는 길이었다.

 그리고 집이 가까워질 무렵 사고가 났다. 사고를 당한 할머니는 치료 중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겉으로는 큰 상처가 없던 상태였기에 경찰도 의사도 목격자도 참 특이한 케이스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김흥수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한 가지 단어뿐이었다.

 

 저주.

 

 청룡도는 애초에 제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이 원래 있던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띠리리링.

 

 병원을 나서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청림박물관 김세원’

 

 김흥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가 쏟아졌다.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주차장 쪽으로 부산히 움직였다. 그때 주차장에 있는 김흥수의 택시 앞으로 다가서는 사람이 보였다. 검은 옷에 바랑을 매고 지팡이를 든 키가 큰 남자였다. 김흥수는 빗속을 뚫고 택시 쪽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검은 옷의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비를 피하는 사람들뿐, 김흥수의 눈에 들어왔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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