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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윤슬
작가 : 차운
작품등록일 : 2019.10.5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제6화 루카스
작성일 : 19-10-10 12:17     조회 : 238     추천 : 1     분량 : 4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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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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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문이 닫히고 비로소 혼자가 된다. 혼자 있을 땐 잘 몰랐는데 내가 혼자인 생활에 너무 익숙해진 탓인지 다른 사람이 집 안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싶었다. 목이 말랐다. 요즘 들어 갈증이 자주 인다. 이럴 땐 냉장고에 생수라도 채워져 있다는 게 작은 위로가 된다. 찬물을 연거푸 벌컥벌컥 마시고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책상위에 놓인 노트북을 켠다. 인터넷으로 들어가 이메일 로그인을 하고 그 자식에게서 온 그림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본다. 인정하기 싫지만 처음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 그림들은 아름답고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 자식은 이렇게 멋있는 그림을 그릴 재능도 있고 심지어 얼굴까지 반반하고 소영이 말대로라면 집도 잘 살면서 어째서 그런 삐뚤어진 성욕을 가진걸까. 17살짜리 미성숙한 소녀에게만 성욕이 인다니 그건 조그마한 꼬마를 탐하는 소아성애자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런 삐뚤어진 성욕은 일반적으로 어딘가 결핍이 있거나 누가봐도 이상한 변태 같은 인간들에게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최태환은 그런 모자란 인간들과는 다르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고 살 정도로 능력이 있고 외적인 부분도 부족함이 없다. 거기다 그저 취미로 그림을 끄적이는 수준이 아니라 자기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이 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까지 있는 그림을 그린다. 이상한 인간이다. 또 이상한 세상이다. 누가 겉만 보고 최태환 그 새끼가 그런 인간일줄 상상이나 할까. 나는 앞으로 그 삐뚤어진 인간을 어떻게 해야 망가뜨릴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나는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집에 돈이 많아 취미로 글을 끄적이는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 내가 쓰는 짤막한 단편소설들이 재능이 있어서 써지는 건지 그저 그런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일 뿐인지 조차 확신할 수가 없다. 애초에 제로에 가까운 인간이 삐뚤어진 성욕 빼곤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운 한 인간을 망가뜨리는 일이 가능하긴 한 걸까? 과연 내가 가진 건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적어도 나는 그 자식처럼 삐뚤어진 성욕을 가지진 않았다. 내가 그 자식에 비해 나은 건 정상적인 성욕의 소유자라는 것뿐인 건가. 어떤 식으로 접근해서 그 개자식을 망가뜨려야 할지 여전히 아무런 계획이 없다. 너무 어렵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인간은 본 적이 없다. 삐뚤어진 성욕빼곤 모든 게 완벽에 가까운 인간. 그런 인간을 어느 부분에 있어서 부러워 한다는 것도 수치스럽지만 그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재능도 있다. 그에 비해 나는? 얼굴도 평범하고 글을 엄청나게 잘 써서 어린나이에 문단에 데뷔할 정도로 실력이 있지도 않고 이젠 나이까지 한 살 더 먹어 28. 곧 서른을 앞두고 있는 나이. 일주일 내내 쉬지도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겨우겨우 월세를 내고 번듯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닌 전국에 차고 넘치는 소설가 지망생 중 한명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나이만 먹다간 어느 순간엔 흔해빠진 아줌마가 되어 과거를 회상하며 나도 예전엔 꿈이 있었지. 글을 썼지. 하며 회상하는 날이 올지도. 생각만 해도 비참하다. 내가 그렇게 늙어가는 사이 그 개자식은 그 잘난 얼굴로 그 미친 재능으로 유명한 화가가 되어 나를 자신이 잠깐 가지고 놀다가 버린 죽은 연인의 언니로써 위에서 지긋이 내려다보며 내 꼴을 비웃겠지. 심각한 열등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작가로써 성공할 확률보다 그 개자식이 화가로써 인지도를 얻고(그 인지도엔 그 잘난 인물도 한 몫 하겠지)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만은 확실하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내가 정말 그 인간을 다시는 환한 세상에 그 더러운 발을 들이밀지 못하게끔 망가뜨릴수 있을까?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으로 있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밤 11시다. 비참한 망상은 그만 접고 씻고 잠이나 자자. 욕실로 들어가 미지근한 물로 세수를 하고 물 온도를 조금 높여 샤워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 따뜻한 물이 몸에 닿자 한 순간 몸의 근육이 이완된다. 천천히 샤워를 하고 나와 물과 맥주뿐인 냉장고 문을 열고 차가운 맥주를 한 캔 꺼나 마신다. 어딘가에서 적정량의 알콜은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글을 본적이 있어 평소에 자기 전엔 되도록 한 캔 정도는 마시고 잠이 든다. 그 글이 실제인지 그저 그런 정보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믿으니 실제로 잠이 드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같다. 순식간에 맥주 한캔을 다 비우고 양치를 하고 침대 매트위에 드러누웠다. 방의 불을 끄니 천장에 붙여놓은 자그마한 야광별이 연두빛으로 잠깐 빛을 발한다. 나도 한 순간이라도 저렇게 반짝 빛날 수 있을까. 애써 밀려오는 생각들을 밀쳐내고 스르르 잠이 든다.

  아침이 되자 커튼 사이로 환한 빛이 비춰든다. 눈이 부시다.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준다. 오늘은 월요일. 평소 같았으면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하러 갈 시간이지만 동생의 죽음 이후로 레스토랑 사장님이 이제부터 매주 월요일. 일주일에 한번 하루정도는 쉬라는 말을 해줘서 다른 날보다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그나저나 막상 쉬라고 하니 어떻게 뭘 하면서 쉬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든다.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들러서 책 좀 볼까? 그게 좋겠다. 그래도 명색이 소설가 지망생이 쉬는 날이라고 그냥 빈둥거릴 순 없지 않은가. 모두가 그렇게 된 이후로 의무적으로 하는 아르바이트 일 빼곤 아무것도 손에 잡을 수가 없었는데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내 할 일을 해야지.

  서점에 도착하니 수만 권의 새 책 냄새로 가득하다. 각 분야별로 빼곡히 정리돼있는 책들을 보니 저 중에서 사람들의 손에 실제로 읽히는 책들은 과연 어떤 글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익숙하게 베스트셀러가 있는 책장을 한 번 훑고 소설책이 있는 코너로 간다. 거기엔 내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날 선 상상들이 있다. 나는 스무살 때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꿈을 키웠다. 물론 하루키는 워낙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라 나같이 하루키에게 영향을 받아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사람만 해도 한 트럭은 되겠지. 하루키는 작가가 되기 전 재즈바를 운영하며 일을 끝낸 밤에 짬짬히 글을 썼다지. 생전 처음 써보는 소설로 단번에 상을 받고 소설가가 된 그야말로 행운의 사나이. 물론 그저 운이 좋아서 단번에 소설가가 된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하루키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해변의 카프카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물론 그 외에 다른 소설들도 너무나 흥미롭고 좋은 글들이지만 오타쿠처럼 다시 읽고 다시 읽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두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힘이 있달까. 어느정도의 시간을 두고 다시 읽을 때마다 늘 새로운 감상이 되고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글. 나도 앞으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머나먼 미래에나 있을 법한 일이구나. 그래도 그나마 희망적인 건 내가 아직 스물여덟이라는 것. 그리고 본격적으로 작가를 희망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5살부터니까 3년밖에 안됐다는 것. 3년? 3년이면 아직 꼬꼬마에 불과하겠지.

 멀리 내다보자. 일흔 몇 살에 시인이 된 할머니도 있다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아직 철모르는 애송이에 불과하다. 오랜만에 시집을 읽어보자. 어떤 책이 좋을까 보다가 괜찮은 제목의 책을 하나 집어 든다. 천천히 훑어보다 마음을 끄는 시 한편을 발견한다.

 

 <루카스>

 

 너는 나의 슬픔을 모른다.

 나는 너의 슬픔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안는다.

 너는 내게 안겨온다.

 우리는 결코 슬픔을 모르면서도 서로의 등을 쓰다듬고 가슴을 내어준다.

 낯선 손끝이 툭툭 끊긴 호흡을 하다

 한순간 큰 울음소리를 뱉어낸다.

 나는 너에게 놀란다.

 너는 나에게 놀란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더 꽉 끌어안는다.

 너는 내 마음을 서툰 발길질로 걷어찬다.

 우리는 결코 슬픔을 모르면서도 서로의 심장을 빼앗기고 호흡을 내어준다.

 네 숨이 나를 아프게 한다.

 내 숨에 너는 아파온다.

 우리는 입 밖으로 비명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서로의 마른 등을

 여윈 어깨를 거칠게 부여잡는다.

 나는 너의 어깨에서 피를 본다.

 너는 나의 등에 흐르는 피를 느낀다.

 우리는 결코 피를 멈추게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서로의 몸에 붉은 지문을 남긴다.

 너는 나의 마음을 모른다.

 나는 너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너의 눈을 바라본다.

 너는 내 눈 속에 그려진다.

 나는 네 눈이 좋다.

 너는 내 눈을 좋아한다.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눈에 맺힌 눈물의 모양을 사랑한다.

 나는 다른 놈들이 내 눈을 보는 것이 싫다.

 너는 다른 놈들이 네 눈을 보는 것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너는 눈을 거두지 않는다.

 나는 그들을 쏘아본다.

 우리는 서로의 눈물이 흘러내릴까 두려워한다.

 다른 놈들에게 들킬까 고양이들처럼 몸을 떤다.

 나는 너를 더 세게 끌어안는다.

 너는 나의 심장에 더 큰 발길질을 퍼붓는다.

 놈들은 우리를 보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비웃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결코 우리의 눈물을 보지 못한다.

 나는 네 몸이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감을 본다.

 너는 네 두 손이 피로 젖어 감을 느낀다.

 우리는 결코 흐르는 피를 닦아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서로의 몸을 훔친다.

 그들은 조금도 지루한 걸 견디지 못한다.

 우리는 곧 그들이 떠날 것임을 안다.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소리로는 그들의 부재를 확신할 수 없다.

 우리는 숨을 크게 들이쉬어 본다.

 공기의 냄새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비로소 우리는 힘을 빼고 서로의 몸에 기대어 울부짖는다.

 나는 네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다.

 너는 내 울음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너는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네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우리 굳어진 피딱지들이 녹아내린다.

 봄의 꽃잎들처럼 반짝 거린다.

 

 정한솔 시인의 시다. 왠지 마지막 두 줄을 위해 일부러 앞을 길어 늘어놓은 것 같은 시다. 이 사람은 이런 멋진 글을 쓰기위해 얼마나 지난한 세월을 겪었을까. 시든 소설이든 글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작가의 말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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