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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삼보 전진을 위한 반보 후퇴
작성일 : 19-10-10 05:38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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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5.

 릴리가 서리를 방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서리는 당연히 싫어했지만 더 사고칠 생각하지 말라는 릴리의 엄포에 공윤의 발목을 한 번 쳐다보더니 시무룩하게 그녀를 봤다.

 공윤은 조금 있다 놀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애는 금방 신나서 방을 나갔다.

 이제 방에는 둘만 남았다.

 “옷은 왜 그래요?”

 발목을 만져보던 공윤이 물었다. 대체 뭘 하다 왔길래 옷이 저 모양이야?

 “아.”

 그는 옷에 묻은 자국을 손가락으로 걷어냈다. 더 번져야할 게 분명한 자국은 그의 손이 닿자 기화하듯 황홀한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것은 마치 아로마 향초 같은 냄새를 풍겼다.

 장밋빛과 치자빛이 섞인 연기가 일렁거리며 당근을 탄 토끼를 그려냈다. 토끼가 당근을 발로 탕 치자 그것은 폭죽을 뿜으며 로켓처럼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토끼-당근은 미친 듯이 허공을 맴돌다가 사라졌다.

 공윤은 눈을 깜박거렸다. 내가 뭘 본 거지?

 “불가사리의 흔적이에요. 꿈결의 조각.”

 공윤은 별 모양의 방사형 해양 생물을 떠올렸다가, 키론에게 제지당했다.

 “그거 아니에요.”

 아니, 내가 뭘 생각한 줄 알고......

 “쇠를 먹고 꿈을 뱉는 불사의 영수. 지금은 거의 멸종되었지만, 대단한 생물이죠. 어느 면으로든. 특히 식성이나 능력이 가장......”

 키론은 말을 멈췄다. 갑작스레 그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자기 옷에 묻은 얼룩을 가리켰다.

 “이게 보여요?”

 “네. 엄청 눈에 띄는데.”

 흡사 ‘아이와 함께하는 오감 체험’에 시달리다 온 사람 같았다. 그 발자국이 이족보행을 하는 생물이 아니라 어떤 짐승의 것 같다는 점만 빼면.

 그러나 몹시 의아하게도, 그는 벌어진 입술 사이로 고른 치열이 드러날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백화점을 준다고 했어도 키론을 그토록 기쁘게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의 홍채에 푸른 점이 도드라지고, 속눈썹이 팔랑거렸다.

 옷에 뭐 묻었다고 한 게 그렇게 좋나?

 “이게 진짜 보인단 말이죠?”

 “네, 보인다구요. 혹시 누구한테 밟혔어요?”

 내가 복수해줄까요? 라고 묻기도 전에, 키론이 대뜸 공윤을 끌어안았다. 순간 헉하고 숨을 토할 정도로 세게.

 그러나 키론은 금방 떨어졌다. 눈이 커진 게 자기 행동에 지레 놀란 것 같았다. 뺨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공윤은 본능적으로 떠오른 ‘귀엽다’는 생각을 빛보다 빠르게 털어냈다.

 “미안해요, 너무 기뻐서......”

 키론은 손등으로 뺨을 가렸다. 격한 감정을 드러낸 게 당혹스러워 보였다.

 좀 더 격해져도 괜찮을 것 같은데.

 “공윤 씨는 정말로 보이는군요.”

 키론이 속삭였다. 마치 외계 행성에서 자기 말고도 지구인을 발견한 사람 같았다.

 “네, 뭐. 옛날부터 이상한 걸 많이 보긴 했으니까.”

 공윤은 대충 대답하며 무게중심을 왼발로 옮겨봤다. 진짜 멀쩡해졌네.

 “이상한 거요?”

 공윤은 슬슬 이 대화가 불편해졌다. 이런 화제는 그만 꺼냈으면 했다.

 “그냥, 커다란 새라든가...... 아무튼 그런 거요.”

 “공윤 씨, 그게 뭔지......”

 “저 가볼게요. 밑에 하다가 두고 온 게 있어서. 발목은 고마워요.”

 공윤은 대답도 듣지 않고 뛰어 가버렸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키론은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

 

 공윤은 그날 내내 이상하게 굴었다.

 릴리가 그녀를 보며 자기 머리에 대고 손가락을 돌려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유니콘의 먹이를 엎지르고(유니콘은 대개 순한 성격이었는데도, 공윤은 그 뿔에 받힐 뻔했다. 하긴 코앞에서 먹이를 버리면 누구라도 화가 날 것이다), 나무를 또다시 화나게 만들었으며, 마침내는 폭발 비슷한 걸 일으켜 그을린 머리카락을 잘라내야만 했다.

 그쯤 되자 공윤도 인정했다. 이건 좀 아니라는 걸.

 “저 집에 좀 갔다 올게요.”

 뺨의 그을음을 닦아낸 공윤이 대뜸 선언했다. 키론은 그만 다듬고 있던 작약을 싹둑 잘라버리고 말았다. 그가 작약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동안 공윤이 말했다.

 “계약 조항에 있었잖아요. 제가 원하면 집에 갈 수 있다고. 옷도 그렇고, 필요한 게 생겨서요. 집에 갔다 올게요.”

 키론은 잠시 말이 없었지만, 곧 알았다고 했다.

 그가 손을 젓자 공간이 입을 벌렸다. 공윤은 거기로 뛰어들었다.

 눈을 뜨자 익숙할 정도로 낯선 동네가 보였다.

 늑대도, 이무기도, 뱀파이어도,

 키론도 없는 평범한 곳이었다.

 

 

 16.

 공윤은 발로 바닥을 툭툭 쳤다. 먼지가 피었다. 집은 생활감이 다소 사라져 약간 휑한 냄새가 났다. 얼마나 있었다고, 이제는 원래 집이 더 낯설어진 느낌이었다. 내 적응력이란 정말 끝내준다니까.

 공윤은 세면도구와 화장품, 옷 따위를 챙겨 넣었다. 그 와중에 삐걱거리는 서랍을 억지로 열다가 손가락을 끼었다.

 공윤은 키론과 함께 있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욕설을 내뱉으며 벌떡 일어섰다. 이 고물딱지 같으니.

 확실히 저택이 더 좋긴 한데. 밤에 아무 소리도 안 나고 주변 풍경도 좋고.

 공윤에게 관음증은 없었으므로, 그녀는 정말이지 이웃이 밤에 뭘 하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아예 거기서 살아버릴까?

 그럼 월세도 안 내도 되고 좋은데. 집보다 저택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서 돈이 아까웠다.

 공윤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매트리스에 엎어졌다. 아오, 골치야.

 공윤은 연락처를 몇 번 뒤적여보다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주희야.”

 너 나랑 술 좀 마시자.

 

 ***

 

 주희는 새롭게 염색한 핑크 블론드를 찰랑거리며 나타났다. 주희는 연녹색 크롭티와 검은 팬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귓불에서 파란 모조보석이 달린 드롭 귀걸이가 반짝였다.

 공윤은 새삼 자신의 패션 감각을 되돌아보았다. 나도 옷을 좀 살까.

 그녀는 머리카락이 돋보이는 포즈를 취하며 물었다.

 “어때? 어울려?”

 “너 뿌염 덜 됐다.”

 공윤이 시큰둥하게 대꾸하자 주희는 그녀의 등짝을 때렸다. 공윤이 괴롭게 몸을 뒤틀었다.

 “아! 왜?”

 “하여간 까탈스럽긴.”

 “뭔 소리야, 나만큼 시원시원한 애가 어디 있다고.”

 “네 입으로 그런 소리 하기 찔리지 않냐?”

 공윤은 투덜대다가 주희의 팔을 잡아끌었다.

 “됐고, 술이나 마시자, 제발. 나 진짜 술 마시고 싶어.”

 키론의 저택에서 일할 때는 의도치 않게 금욕했다. 심지어 치킨 먹을 때도 콜라만 마셨다구.

 “알았어, 이것아. 천천히 좀 가! 술 어디 안 가.”

 “시간이 가잖아!”

 

 ***

 

 맥주 500cc를 받자마자 공윤은 대충 건배를 하고 목구멍에 알코올을 밀어 넣었다. 따가운 김과 시원한 액체가 말라붙었던 식도를 타고 위장을 적셨다.

 순식간에 잔을 절반 넘게 비운 그녀를 주희가 기가 막힌 듯이 봤다.

 “너 훅 가고 싶니?”

 공윤은 주희가 억지로 입에 쑤셔 넣은 안주를 씹으며 중얼거렸다.

 “이미 훅 갈 것 같은데.”

 “알바 많이 힘들어? 사장 성화가 지랄이라더니.”

 “나 새 알바 구했어. 휴학도 했고.”

 공윤은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인 뒤 다시 잔을 입에 댔다. 어우, 좋다.

 “휴학했다고?”

 주희는 배신감을 느낀 것 같았다. 그녀는 예쁘게 네일한 손톱을 문질렀다. 네일 파츠에서 반사된 빛이 공윤의 눈을 찔렀다.

 “그런 말 안했잖아.”

 “바빠서 말할 틈이 없었다, 야. 그래도 너한테 처음 말하는 거야.”

 “나도 휴학할 걸.”

 “너는 왜?”

 “그냥, 로망인가.”

 공윤은 픽 웃었다. 로망이라.

 “좋지, 로망.”

 “그래서, 지금 알바는 어떤데? 사장 괜찮아?”

 괜찮지. 사실 괜찮은 것 이상이지.

 요즘 그런 알바에 그런 사장이 어디 있겠어. 눈 건강에도 도움 되고.

 다정하고, 친절하고, 잘생겼고, 섬세하고...... 공윤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놀려 키론의 얼굴 윤곽을 그리다가, 주먹을 홱 쥐었다.

 그만 생각하자.

 “주희야.”

 “응?”

 술에 정신을 집중한 나머지 주희의 발음이 웅얼거렸다.

 “내 방식이 잘못된 걸까?”

 “으응?”

 “계속 피했더니, 이젠 똑바로 보질 못하겠어. 사고 이후로 더...... 이제 완전히 습관이 됐나봐.”

 주희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공윤은 그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냐, 내가 괜한 말을......”

 공윤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주희의 가슴팍에 물감으로 찍은 소형 동물의 발자국 같은 것이 보였다.

 공윤은 잔을 엎지를 듯 주희에게 다가갔다.

 “이거 뭐야?”

 “응? 뭐가?”

 “너 가슴에 묻은 거, 뭐냐구.”

 주희는 가슴팍을 내려다보더니, 의문과 당혹이 섞인 눈으로 그녀를 봤다.

 “뭐가 묻었다는 거야? 깨끗한데.”

 “어?”

 “너 벌써 취했니?”

 공윤은 입을 벌렸다가, 키론을 떠올리고 다물었다.

 -이게 보여요?

 기뻐하던 얼굴. 상기된 뺨.

 동질감.

 혹은......

 “어머, 교수님!”

 주희의 얼굴이 환해지며 누군가에게 손을 흔들었다. 공윤이 돌처럼 굳었다. 그녀는 삐걱삐걱 몸을 돌렸다.

 하디 교수가 푸른 눈을 휘며 웃고 있었다.

 

 
작가의 말
 

 술자리에서 교수님 만나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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