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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규격 외 던전 보스
작가 : 오구진
작품등록일 : 201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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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캠핑을 즐기던 평범한 30대 독신남!

쉬러 갔던 캠핑장은 던전이 되어버리고, 헌터들은 몬스터를 퇴치하러 몰려 온다.

나는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라고!

살아남기 위해 던전의 보스가 되어 헌터들을 퇴치해야 하는 생존형 던전 보스.

 
010화 말하는 도끼 티타니아(1)
작성일 : 19-10-09 22:23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8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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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 (1)

 말하는 도끼 티타니아

 

 

 

 

 

 

 

 [말 해봐요! 이런 건 당연히 상태창을 고르는 게 왕도 아니에요? 응? 게임처럼, 소설처럼 정보를 한 눈에 다 알 수도 있고! 히든피스도 찾고! 나도 내 방에서 타이핑만 하면 되는데! 개꿀인 건데!!]

 

 “죄송한데, 제가 상태창이니 게임이니 잘 몰라서…….”

 

 [요즘 지구에서 대유행이라는데 그것도 몰라요?! 아니 심지어 지금 한국에서 게임 안 해본 남자가 어디 있어요! 소설책도 안 봐요?]

 

 이현은 당황스러웠다. 물론 게임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런 용어는 몰랐다. 더군다나 일에 치이고 결혼 생활에 치이느라 그런 취미 생활을 해본 기억이 까마득했다.

 

 “‘괴물 초장이 전기’나 ‘마법문자 아이들’ 정도는 읽었는데…….”

 

 [언제 적 소설이야! 이 아재 주인님!]

 

 이유도 모른 채 이현은 말하는 도끼에게 혼나는 이 상황이 억울했다.

 

 ‘거기엔 상태창 같은 거 안 나왔단 말이야.’

 

 게다가 아무리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이라지만 아재 취급당하면서 혼나다니.

 

 [상태창이 제일 꿀이지만 몰랐으니 그렇다고 쳐요! 주인님 영화도 안 봐요? ‘강철 남자’ 안 봤어요? 집사하면 그 아저씨! 딱 인공지능이 다 알아서 해주는 거 생각해야죠! 내가 직접 말로 설명해줘야 해서 좀 귀찮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데!]

 

 대체 무슨 소릴까? 왜 ‘집사’에서 영화 속 인공지능 캐릭터가 나와야 하는 걸까. 이현은 도끼의 말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현이 알아듣든 말든 도끼는 계속 진상이었다.

 

 [내가 얼마나 지구 문화에 대해서 공부하고 공부해서 선택지를 만들었는데! 혹시 다른 쪽 장르 좋아할까봐 집사는 ‘대현자’로 바꿀까도 고민 많이 했거든요?]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근데 왜! 왜! 가이드에요!]

 

 도끼가 화를 내는 이유를 모르는 이현은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상태창은 잘 모르겠고, 집사는 좀 부담스러워서……. 가이드가 그나마 제일 거부감이 없었어요.”

 

 [주인님한텐 부담 없지만 나한텐 부담 백배! 쩔어요! 하…… 하필 내가 직접 와야 하는 가이드를 고르다니……. 흑, 그것도 도끼가 웬 말이야. 어허헝.]

 

 이젠 도끼가 숫제 울기까지 했다. 이현은 도끼날에 맺혀 주르륵 흘러내리는 물방울들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혼란스러워했다.

 

 ‘말하는 도끼라니. 아, 내가 울고 싶다, 정말.’

 

 빛의 구체가 사라지고 동강났던 도끼가 원상복구 된 채로 떠들기 시작했을 땐, 빛의 구체가 돌아온 줄 알고 이현은 벌벌 떨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말하는 도끼는 찡찡대면서 30분 넘게 이현을 타박하고 있었다.

 

 “어… 음… 그러니까, 요약하면 집에서 편하게 근무할 수 있었는데 제가 잘못 선택해서 출장을 와야 했다는 건가요?”

 

 [지구식으로 설명하면 맞아요. 아이고, 내 팔자야, 도끼 팔자야. 엉엉]

 

 ‘나라고 뭘 알았나……. 그래도 미안해지긴 하네.’

 

 자택 근무하는 사람을 그냥 출근도 아니고 장기 출장을 보낸 셈이니, 이현은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다.

 

 “그런데 왜 도끼에…….”

 

 [이 주변에서 가장 격이 높은 물건이 도끼였으니까요.]

 

 말하는 도끼의 설명에 따르면, 빛의 구체에 닿은 적이 있는 도끼가 이 던전에서 가장 격이 높았다고 한다.

 던전의 총 관리자이자 도끼의 상급자라고 할 수 있는 빛의 구체가 닿기만 해도 격이 상승할 정도 워낙 격이 높은 존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심지어 이현보다도 도끼의 격이 높았다고 한다.

 

 [여기가 만약 판타지 소설 속의 세계였으면 성검 뺨치는 무기였을 걸요? 나까지 들어왔으니 에고 소드 속성도 추가네.]

 

 “…….”

 

 50만 원짜리 티타늄 도금 캠핑용 손도끼가 성검, 아니 성스러운 도끼가 되었다는 소리에 이현은 할 말을 잃었다.

 

 [이 도끼만 아니었으면 하다못해 저 불상에라도 들어갔을 텐데. 에휴…… 도끼라니…… 내가 도끼라니!!]

 

 ‘아무래도 이상한 쪽으로만 공부한 거 같은데…….’

 

 [됐어요. 내 팔자려니 해야지. 에휴.]

 

 도끼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 같아서 이현은 그동안 무서워서 손도 대지 못했던 도끼를 들어올렸다.

 도끼의 말대로 ‘격’이란 게 오른 건지 확실히 전과 느낌이 달랐다.

 

 [음, 어디 보자……. 격이 많이 오르긴 했네요. [성스러운 도끼], [리자드 슬레이어], [거인의 단단함]. 이것저것 속성도 많이 붙었네.]

 

 이현은 도끼의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격이 달라졌다는 것은 확실히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저 들고만 있을 뿐인데 뭔가 죄송스러워지고 어려워지는 사람 앞에 서있는 듯 했다.

 

 [잠시 있을 몸 치고는 그럭저럭 쓸 만하네요.]

 

 도끼가 더 이상 찡찡거릴 것 같지 않자 이현은 안심했다. 더 이상 말하는 도끼의 투정을 듣다간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

 

 [이름을 주세요.]

 

 “이름이요?”

 

 [도우미로 소환된 이상, 주인님께 설명을 드리고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게 제 임무에요. 그러기 위해선 제 능력을 온전히 끌어오기 위한 계약이 필요해요.]

 

 “그게 이름을 지어주는 건가요?”

 

 [네. 제 본명은 아니지만 그 이름이 계약서 역할을 해서 능력을 끌어오는 중간 매개체가 될 거에요.]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깐의 고민 끝에 생각한 이름을 말했다.

 

 “도순이.”

 

 [……지금 제가 여성의 목소리라고 도순이라고 지은 거예요? 주인님 제정신?]

 

 “……어, 그럼 달복이?”

 

 [어디 시골 강아지 같은 이름 들이대지 말아주실래요? 진짜 열 받으니깐?]

 

 이현은 난감해졌다. 생각나는 이름이 없었다. 게다가 시골 강아지가 맞았다. 자신이 예전에 기르던 강아지의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느닷없이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면 나보고 어쩌라고!’

 

 이현이 생각나지 않는 이름을 지어내느라 쩔쩔매는 중에도 도끼는 센스가 없다, 성의도 없다, 변했다는 둥(?) 궁시렁 대고 있었다.

 이현은 50만 원짜리 티타늄 도금 도끼에 이름을 지어야 하는 현실에 기가 막혔다.

 

 ‘잠깐, 티타늄?’

 

 “티타니아.”

 

 [그건 좀 괜찮네요. 그걸로 하죠.]

 

 도끼가 마음에 들었는지 티타니아라는 이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말하는 성스러운 도끼의 승낙이 있자마자 이현의 뇌리 속에 ‘티타니아’라는 이름이 강렬하게 고정되었다.

 

 [영혼의 계약이라는 거예요. 앞으로 주인님과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영혼으로 연결되어 있을 거예요.]

 

 이것이 티타니아와 도이현의 첫 만남이었다.

 

 ***

 

 모든 행성은 [에너지]를 품고 있다. ‘신’이라 불리는 행성의 관리자들은 이 에너지를 이용하여 행성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지구의 신들은 행성 에너지를 이용해 생명체, 그중에서도 지적 생명체를 중심으로 지구를 운영했다. 오랜 시간 지구는 ‘생명의 별’의 운명을 영위해 왔다.

 

 문제는 지적 생명체들이 내뿜는 사념 에너지였다. 뇌를 가진 생명체는 생각과 감정을 가지면서 사념을 내뿜는다.

 이는 일종의 독으로 작용해 주변의 에너지를 교란시켰다. 적당한 양의 사념은 행성과 신들의 자정 능력으로 처리가 가능했지만, 인류가 등장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대용량 고효율의 뇌, 그리고 놀라운 번식력으로 인류가 내뿜는 사념 에너지의 양은 늘어만 갔고, 고도의 사고능력과 극단적인 감정들이 짙은 농도의 사념 에너지를 생성해냈다.

 지구가 태어난 후 비견할 바 없는 양의 사념 에너지가 생산되었고, 그 양은 지구가 가진 자정능력의 한계를 넘어섰다.

 

 지구의 신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념 에너지를 처리하는 전문 치료사를 불렀다.

 [던전 요법]으로 행성의 사념 에너지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빛의 구체는 에너지 조율의 명의였다.

 

 “그 치료법이 이 던전이란 말이지?”

 

 [네. 오염되고 썩은 부위를 도려내기 위한 치료법이죠.]

 

 이현은 어느새 말하는 도끼 티타니아에게 편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계약 덕분에 영혼에 주인과 도우미라는 상하관계가 새겨진 탓에 저도 모르게 하대를 하게 되었다.

 티타니아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어떻게 치료하는 건데?”

 

 [일종의 백신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폭주 인자를 제거한 사념의 씨앗을 지구 곳곳에 심어놓은 뒤 억제된 폭주를 일으키는 거예요.]

 

 “폭주? 엄청 위험해 보이는 데?”

 

 [치료에는 가끔 거친 수단도 필요하죠. 씨앗이 근처의 사념 에너지를 빨아먹고 폭주를 일으키기 전에 던전 총 관리자님이 던전으로 틀어막는 거죠.]

 

 던전은 지구의 면역 체계가 만든 일종의 고름이었다. 사념 에너지가 씨앗을 중심으로 뭉치면 빛의 구체가 사념 에너지가 폭주하지 않게 던전으로 막아서 차단한다.

 그러면 던전 내의 사념 에너지가 차오르게 되지만 막을 수 있었다. 그 에너지를 던전의 시스템으로 차근차근 소모시키는 것이 던전의 주목적이었다.

 

 [여드름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지구는 지금쯤 아마 사춘기 아이의 얼굴처럼 여드름투성이일 걸요?]

 

 이현은 사춘기 때 여드름이 잔뜩 났던 자신의 피부를 상상했다. 그 수만큼의 던전이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해졌다.

 이곳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 던전이 생겨나고 이곳과 같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리에 이현의 안색이 나빠졌다.

 

 “혹시 이 근처에 던전이 또 있어?”

 

 [씨앗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심어져야 발아할 수 있어요. 이 근방 30km 내에는 던전이 없을 거예요.]

 

 ‘그나마 다행이네.’

 

 이현은 캠핑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부모님과 형의 가족이 던전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가족들이 자신처럼 던전에 휘말려 끔찍한 일을 겪게 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던전은 내부에 보관하고 있는 사념 에너지를 절대 내보내지 않게 설계되어 있어요. 밖에서 보면 던전은 새하얀 돔으로 격리된 공간으로 보일 거예요.]

 

 이현은 캠핑장을 덮을 정도 크기의 새하얀 돔을 상상해보았다. 아마 밖은 지금 엄청난 난리가 나 있을 듯했다.

 

 [지금 지구의 문명 수준으로는 돔에 어떠한 손상도 가게 할 수 없어요. 핵무기를 사용해도 흠집 하나 안날 거예요.]

 

 “그 정도야?”

 

 [애초에 사념 에너지를 가두기 위해 설계된 던전인 걸요. 완전한 격리시설이라고 할 수 있죠.]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 최강의 병기가 던전 앞에선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이현은 혀를 내둘렀다.

 티타니아가 왜인지는 몰라도 뿌듯해하는 게 느껴졌지만 이현은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잠깐, 그 말은 즉…….”

 

 [네, 주인님. 이 던전 안에선 아무 것도 나갈 수 없어요. 원칙적으로는.]

 

 티타니아의 단호한 말에 이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영원히 이 지옥 같은 곳에 있어야 한다는 걸까. 이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지만 빛의 구체는 이현에게 나갈 수 있게 해준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티타니아가 한 말이 이현의 귀에 맴돌았다.

 

 ‘원칙적으로는?’

 

 [어디에나 예외는 있죠. 주인님의 예외성은 총 관리자님이 나타나실 정도에 이 티타니아가 도우미로 배정될 정도로 이레귤러에요.]

 

 “그 말은 나갈 수 있다는 거야?”

 

 [가능성은 있어요.]

 

 이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능성이 아예 0이 아닌 것이 어딘가.

 

 “그 가능성이란 게 뭐야?”

 

 [총 관리자님, 줄여서 총관님이 주인님께 할당량을 주실 거예요. 주인님은 던전의 보스가 되어서 할당량을 다 채우면 여기서 나갈 수도 있고 소원도 하나 이룩할 수 있겠죠.]

 

 “할당량?”

 

 [조금 설명이 길어지겠네요. 그러니 지금부턴 말 끊지 말고 얌전히 들어주세요.]

 “아, 알았어.”

 

 뭔가 주인한테 대하는 태도가 껄렁껄렁했지만 급하고 안달이 난 건 자신이었으니 이현은 억울해도 꾹 참고 듣기로 했다.

 

 [던전의 메커니즘을 설명해 드릴게요.]

 

 티타니아의 설명에 따르면 던전의 목적은 2가지였다. 사념 에너지를 모아서 보관하고, 소모시키는 것.

 소모시키기 위해 던전은 몬스터를 만들어낸다. 사념 에너지를 흡수한 몬스터가 죽으면서 사념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었다.

 

 사념 에너지가 다시 지구로 향해선 안 되기에 던전은 타 행성에 게이트를 연다. 그리고 그 행성의 거주자들이 탐낼만한 보상을 마련해 거주자들이 던전을 공략하게 만든다.

 그 보상이 사념 에너지의 부산물로 이루어진 몬스터의 사체와 지구의 자원이었다. 이걸 얻기 위해 타행성의 ‘헌터’들은 던전에 와서 목숨을 걸고 몬스터와 싸우게 된다.

 

 [물론 게이트의 지정은 무작위라서 부산물을 전혀 원하지 않는 행성이 걸릴 수도 있어요. 그때를 대비해 던전 브레이크 시스템이 존재해요.]

 

 던전을 일정 기간 이상 공략하지 않으면 던전 내의 사념 에너지가 가득 차게 된다.

 고름이 가득 찬 여드름이 터지듯이, 사념 에너지를 잔뜩 머금은 몬스터들이 게이트를 통해 타 행성을 덮치게 되는 것이 [던전 브레이크]였다.

 때문에 던전 게이트가 열린 행성에서는 자원을 원하든지 원하지 않든지 상관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던전을 공략해야만 했다.

 보상이 당근이라면 던전 브레이크는 채찍이었다.

 

 던전은 몬스터가 처치될 때마다 사념 에너지를 써서 다시 몬스터를 생성해낸다.

 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지구의 사념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이 던전 메커니즘의 골자였다.

 

 느닷없이 던전이 열려 지구의 사념 에너지 처리를 떠맡아야 하는 행성들 입장에선 억울할 법도 했다.

 하지만 던전 게이트가 열리는 행성은 이미 자신들의 사념 에너지를 다른 행성에 쏟아낸 적이 있는 행성들만 후보에 오른다. 때문에 억울할 건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은 지구도 수천 년쯤 뒤엔 던전 게이트가 열릴 후보가 될 행성이라는 것이 티타니아의 설명이었다.

 

 [주인님의 사명은 던전의 보스로서 던전을 관리하고 효율적인 사념 에너지 소모를 통해 할당량을 달성하는 거예요.]

 

 이현은 더 자세한 설명을 원했지만, 티타니아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설명을 뒤로 미뤘다.

 

 [일단 주인님의 주변 상황을 먼저 정리하는 게 좋겠어요. 솔직히 지금 완전 거지꼴인 거 아시죠?]

 

 이현은 티타니아의 말에 5일 동안 씻지 않은 데다 피범벅인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주변은 도마뱀 인간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고 피로 바닥이 흥건했다.

 

 “이, 일단 좀 씻을까?”

 

 [네. 냄새나요.]

 

 “코도 없는 게 어디서 냄새를 맡아!”

 

 이현은 억울했지만 지적은 사실이었기에 고분고분 그녀의 말을 듣기로 했다.

 

 ***

 

 캠핑장의 샤워시설에서 말끔하게 씻고 면도까지 끝낸 이현은 몰라보게 단정해져 있었다.

 그간의 고생과 정신적인 충격으로 안색은 나빴지만, 내부의 정신적인 불안은 사라져있었다.

 샤워할 때 콧노래까지 부르다가 이현은 자신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주인님의 ‘격’이 높아져서 부정적인 감정에 영향을 덜 받는 거예요.]

 

 민아를 잠시 자신의 텐트로 옮기고 동굴 안을 정리하던 이현의 물음에 티타니아가 대답해주었다.

 

 [주인님의 격을 비롯해서 정리할 게 이것저것 많네요]

 

 티타니아가 에트나 행성의 사우레노르라고 말해준 도마뱀 인간의 시체는 동굴 입구 쪽으로 옮겨 잘 안 보이게 숨겼다.

 시체를 옮기면서도 별다른 감정이 들지도 않았고 나중에 사용할 곳이 있다는 티타니아의 말에도 끔찍 하다기 보다는 찝찝한 정도의 느낌 정도가 다였다.

 

 ‘그래도 공포에 질려 아무 것도 못하는 것보단 낳지.’

 

 이미 미쳐버린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난 5일 간의 공포를 매일같이 달고 살고 싶진 않았다.

 

 “티타니아, 민아는…… 정확히 어떤 상태야?”

 

 총관이라는 빛의 구체가 잠재운 이후로 민아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캠핑장의 좀비들은 사우레노르들을 손과 입으로 물어뜯어 죽였다. 이현은 그 좀비들처럼 난폭하게 변했던 민아의 모습을 떠올렸다.

 게다가 민아는 이상 식욕을 보였고 피와 뇌수를 입에 넣었다. 심지어 ‘맛있다’라는 말까지.

 

 [민아라면 그 소녀 좀비를 말하는 거죠?]

 

 “응…….”

 

 [단순한 몬스터가 아닌가 보네요? 알고 지내던 사이셨나요?]

 

 “그건 아니지만……. 아니, 맞아.”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심지어 민아는 그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현은 자신이 민아의 죽음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던전 로그를 좀 살펴봐야겠네요.]

 

 “로그?”

 

 [던전에 벌어진 일을 간단히 기록한 정보에요. 세세한 내용은 기록되지 않지만, 핵심 정보는 표시되니 까요. 던전 관리에는 필수죠.]

 

 “나도 읽을 수 있을까?”

 

 던전을 운영할 보스니 그 정도는 가능하겠다 싶어서 이현이 물었다. 티타니아는 도우미에게만 가능한 기능이라고 대답했다.

 

 [흠,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뭐?”

 

 [아, 별 건 아니에요. 주인님이 이레귤러가 된 이유를 알겠네요. 우연이 엄청나게 겹쳤어요.]

 

 이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티타니아는 던전 로그를 흥미롭게 읽고 있었다.

 이현은 자신이 볼 수 없는 내용을 보고 흥미로워 하는 티타니아가 얄미웠지만 얌전히 설명을 기다렸다.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일단 저 좀비…….]

 

 “좀비가 아니라 민아야.”

 

 이현은 티타니아가 민아를 자꾸 몬스터 취급하는 것에 기분이 나빠져 무심코 정정해버렸다.

 혹시 티타니아가 기분이 나빴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티타니아는 아무렇지 않게 이름을 정정하고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네, 민아양은 지금 좀비라는 종족으로 분류되어 있어요. 정확히는 ‘시귀’라는 몬스터에요.]

 

 “좀비라면 이미 죽었다는 거야?”

 

 [네. 하지만 아직 다 죽지는 않았어요.]

 

 
작가의 말
 

 도끼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설명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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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1화 던전 발생(1) 2019 / 10 / 9 293 0 7343   
1 000화 프롤로그 2019 / 10 / 9 480 0 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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