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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규격 외 던전 보스
작가 : 오구진
작품등록일 : 201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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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캠핑을 즐기던 평범한 30대 독신남!

쉬러 갔던 캠핑장은 던전이 되어버리고, 헌터들은 몬스터를 퇴치하러 몰려 온다.

나는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라고!

살아남기 위해 던전의 보스가 되어 헌터들을 퇴치해야 하는 생존형 던전 보스.

 
009화 사우레노르 헌터(3)
작성일 : 19-10-09 22:21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7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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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3)

 사우레노르 헌터

 

 

 

 

 

 

 

 “아이군.”

 

 리코스는 꼬물대며 잡동사니에서 기어 나오는 인간 소녀의 모습을 보자 창을 내렸다.

 

 ‘난처하군. 저 아이도 분명 몬스터 중 하나일 텐데.’

 

 던전은 모든 몬스터를 처치해야만 공략된다. 그렇다면 저 아이의 목숨도 끊어야만 했다.

 간혹 [조련]의 스킬을 가진 자가 몬스터를 사역하면 죽은 걸로 인정되어 던전이 공략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능력자들을 고용하는 건 돈이 많은 일이었고, 인간 소녀는 그럴만한 돈을 투자할 정도로 돈이 되진 않았다.

 하물며 자신의 아이의 고기값을 벌기 위해 온 리코스에게 그런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

 

 인간 소녀가 리코스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말을 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리코스는 어릴 적 보았던 가문의 인간 노예 아이가 떠올랐다. 노예였던 부모들은 그 아이를 지극히 아꼈고 아이도 부모를 사랑하며 지냈다.

 리코스는 그런 인간 가족을 보면서 그들도 자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약해지는군.’

 

 리코스의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그 아이는 노예 사이들에서 돌았던 역병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죽었다.

 그 아이의 얼굴이 소녀의 얼굴과 겹치며 리코스는 마음이 흔들렸다.

 

 ‘그냥 갈까.’

 

 동료들의 손에 맡기고 자신은 물러날까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사회의 밑바닥에서 깔볼 대상이라곤 인간밖에 없는 빈민 출신 사우레노르들은 잔혹했다.

 아마 소녀를 가지고 놀다 잔혹하게 죽일 가능성이 컸다.

 

 “용서해다오. 하지만 고통 없이 보내주마.”

 

 리코스는 방패와 창을 바닥에 내려놓고 단검을 꺼내들었다. 파라조니온이라고 불리는 군용단검은 잘 갈아져있었다. 청동 단검의 탁한 노란색의 날에 괴로움에 찬 리코스의 얼굴이 비쳤다.

 리코스가 목표를 고정하기 위해 자신 앞에서 가만히 있는 소녀의 어깨를 짚었다. 그리고 그 때, 목걸이에서 다시 빛을 냈다.

 

 “부적이?”

 “그으아악!”

 

 부적이 빛을 내자 얌전했던 인간 소녀가 발작을 하듯이 몸을 떨었다.

 당황한 리코스에게 소녀가 번들거리는 흉악한 눈빛을 빛내며 달려들었다.

 

 “이런 얌전히 있어!”

 

 설마 이런 아이가 덤벼들 거라 생각지 못했던 리코스는 그에게 달려드는 소녀를 겨우 피했다.

 하지만 흉폭해진 소녀는 재차 그에게 달려들었고, 그것을 피하려다 리코스의 단검이 슥, 소녀의 볼에 상처를 냈다.

 그리고 소녀의 볼에 그어진 혈선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검고 끈적끈적한 피였다.

 

 “네크로트로모스!”

 

 그것을 본 리코스가 기함했다. 피부색이 다른 게 아니라 죽은 시체의 부정한 피 때문에 피부가 검었던 것이었다.

 

 ‘던전의 몬스터는 인간이 아니었어!’

 

 아마 아까의 뿔나팔 소리도 이것을 알리기 위한 경고였을 것이다.

 리코스는 단검을 고쳐 잡고 난동을 부리는 소녀의 몸을 무릎으로 짓눌렀다. 그의 눈빛에 아까와 같은 연민은 사라지고 혐오가 떠올라 있었다.

 

 “걸어 다니는 시체! 부정한 존재여, 사라져라!”

 

 사악한 존재를 부정하는 목걸이의 빛이 환해지며 리코스의 단검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단검이 소녀를 향해 떨어지려는 순간, 벼락같이 시퍼런 섬광과 함께 리코스의 정수리에 티타늄 손도끼가 내리꽂혔다.

 

 ***

 

 캠핑장에서 조금 떨어지자마자 이현은 소리를 신경 쓰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 도마뱀 인간 쪽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거야.’

 

 이현이 전투를 끝까지 보진 않았지만 결과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여겨야하나?’

 

 식인 괴물들이 왔을 때는 처참하게 살육 당하던 캠핑장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역으로 침입자들을 모두 죽여 버리는 결과가 나왔다.

 

 ‘이럴 경우엔 던전이 초기화 될까? 아니면 바뀌는 것 없이 그대로 지나갈까? 혹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아는 게 없으니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현이 알아낼 방도도 없었다.

 이현은 일단 안전한 동굴 속에서 버티는 작전을 선택했다. 그걸 위해 캠핑장에 가기 전에 자신의 텐트에 들러 생존 물자를 챙겼었다.

 이현의 등에 매인 배낭에는 식량이나 침낭, 세면도구 같은 생필품이 한 가득이었다. 덕분에 동굴에 도착했을 때는 온몸의 근육이 아우성이었다.

 

 “휴, 다행이다.”

 

 안전한 동굴에 들어오자마자 마음이 놓이며 입에서 소리가 멋대로 흘러나왔다.

 이현은 뻐근한 근육통에 잠시 쉬었다 갈까 했지만, 민아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법당에서 쉬자. 얼마 걸리지도 않는데.’

 

 그때였다.

 

 “□□□□□□□!”

 

 안에서 알 수 없는 언어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굴 벽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소리에 이현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여기를 눈치 챘어!’

 

 안전한 동굴 따윈 없었다. 이현이 자릴 비운 사이 도마뱀 인간 중 하나가 여길 눈치 채고 들어온 게 분명했다.

 그리고 법당에는 민아 혼자 있었다.

 

 ‘민아야, 안 돼!’

 

 이현은 정신없이 달려가면서 가방을 내던지고 손도끼의 가죽 커버를 벗겼다.

 그의 눈앞에 육중한 몸으로 민아를 짓누르고 칼을 높이 든 도마뱀 인간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이현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 □□□□□□□!”

 “민아 건들지 마 이 새끼야!!!”

 

 이현은 낼 수 있는 힘을 최대로 내어 도끼를 내려찍었다.

 티타늄 손도끼가 도마뱀 인간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두개골이 부서지는 느낌이 이현의 손을 타고 느껴졌다.

 뜨거운 피와 뇌수가 치솟았고 이현은 온몸에 불곡 하얀 적의 체액을 뒤집어썼지만 이현은 개의치 않고 도마뱀 인간을 밀쳤다.

 

 “민아야!”

 “아저……씨….”

 “괜찮아? 다친 덴 없어?”

 

 민아의 얼굴과 몸에도 피와 뇌수가 튀어있었지만, 다행히 상처는 없었다.

 이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민아를 안았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민아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이현은 자신이 제때 올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맛있는…거…….”

 “배고팠구나. 아저씨가 먹을 거 가져왔어. 정리하고 먹자.”

 

 이현은 피범벅이 된 자신과 민아, 그리고 도마뱀 인간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동굴 바닥도 피로 흥건했고, 법당 뒤와 불상이 모셔진 유리 케이스에도 피가 군데군데 튀어있었다.

 이현은 이제 동굴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곳으로 옮겨서 지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맛…있……어.”

 

 그때였다. 할짝, 할짝. 동굴 안에서 들려선 안 되는 소리가 들렸다.

 이현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을 때, 손에 묻은 피와 뇌조각을 핥고 있는 민아가 보였다.

 

 “안 돼! 민아야 안 돼!”

 “그르르륵!”

 

 이현이 황급히 민아의 손을 잡았지만 민아는 자신을 방해하는 이현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그 모습이 도마뱀 인간들을 습격했던 좀비들과 다를 게 없었다.

 

 “민아야, 먹는 거 아니야. 이건 먹으면 안 돼.”

 “그아악! 놔……악!”

 

 이현은 눈물을 흘리며 민아의 양 손을 붙잡았지만 민아는 놀라운 힘으로 이현을 끌고 도마뱀 인간의 시체를 향해 가려고 했다.

 

 ‘제발, 이제 그만, 그만 해줘.’

 

 이현의 정신이 거듭되는 고통에 절망으로 내려앉으려는 순간이었다.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민아의 발버둥이 멎으며 푹 고개를 떨구었다.

 

 [걱정하지 마. 시끄러운 걸 잠깐 잠재웠을 뿐이니깐.]

 

 정신없이 민아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이현에게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뭐야, 이걸 죽였어?]

 

 ***

 

 [이거 에트나 행성 출신 리자드맨이잖아? 쉬운 놈이 아니었을 텐데?]

 

 기절한 민아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누인 이현은 그 말을 듣고 도마뱀 인간의 시체를 보았다.

 아직도 몸을 경련하며 피를 쏟아내고 있는 도마뱀 인간의 시체를 보면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실감이 그제야 밀려오는 걸 느꼈다.

 괴물이라고는 하나 사람 덩치만 한, 말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생명체를 죽였다.

 

 “우웨엑.”

 

 이현은 속에 치미는 것들을 모조리 토해냈다.

 그 간 얼마 먹지도 못했는데도 온 속이 뒤집어질 만큼 쏟아져 나왔다.

 

 [야, 신기하네? 꼴에 보아하니 이런 일 하던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이현이 피로 흥건한 동굴 바닥에 토사물을 더하는 것엔 관심도 없다는 듯, 계속 말이 이어졌다.

 

 [아, 시끄러우니깐 그만 토하고 내 말 좀 듣지?]

 

 딱!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한 번 더 울리자 신기하게 이현의 토악질이 가라앉았다.

 더 이상의 구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속이 괜찮아진 건 아니었다.

 이현은 토사물이 딱 목구멍에서 멈춘 듯한 느낌에 더 괴로웠다.

 

 이현이 구토하느라 맺힌 눈물을 꾹 눈을 감고 짜버린 다음 고개를 들었다.

 거기엔 새하얀 빛의 구체가 둥둥 떠 있었다.

 

 [이제 겨우 여드름 수준인데 벌써 싹수가 보이는 이레귤러가 나왔네.]

 

 하얀 빛의 구체는 이현을 가운데 두고 빙빙 돌고 있었다. 마치 이현을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저게 뭐든 더는 안 당해.’

 

 이미 자신의 손으로 도마뱀 인간의 머리를 쪼갰다.

 그것만으로도 토악질이 나올 만큼 힘들었지만, 민아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어떤 상대라도 이현은 도끼를 휘두를 수 있었다.

 

 [요 건방진 녀석 봐라.]

 

 이현이 도끼를 손에 쥐고 힘을 꽉 주자, 빛의 구체는 웃듯이 위아래로 작게 움직였다.

 그리곤 순식간에 이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쨍그랑, 이현이 손에 들고 있던 도끼날이 자루와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으아악!”

 

 눈앞에 빛의 구체가 다시 휙 나타나자, 이현은 놀란 나머지 날이 잘려나간 도끼 자루를 떨어뜨리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의 주변을 빛의 구체가 쾌활하게 통통 튀면서 맴돌았다.

 

 [걱정 마. 죽이진 않아. 넌 재미있거든.]

 

 이게 무슨 소릴까. 이현은 거듭되는 기괴한 현실에 기절할 것 같은 정신을 겨우겨우 붙잡았다.

 그런 그의 귀에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너 이 던전의 보스 좀 해줘야겠는데?]

 

 “보스……?”

 

 [좀 모자라는 애구나? 괜찮아 그런 보스도 나름 매력 있어. 히히히]

 

 빛의 구체는 까르르 웃듯이 부르르 떨었다. 느닷없는 모욕에도 이현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엣헴, 내 소개를 할게. 난 이 던전을 포함한 지구의 던전들을 관리하는 총 관리자야.]

 

 ‘이 구체였구나.’

 

 이현은 지난 5일 간 자신이 겪은 고통과 악몽 같은 경험들의 원인을 바라보았다.

 

 [내가 관리하는 던전에 말려든 무고한 인간들의 피해에 심심찮은 사과를 표……하지는 않을 거고. 어쭈? 눈을 왜 그렇게 뜨니? 파내버린다?]

 

 빛의 구체가 진짜로 눈앞으로 다가오자 이현은 황급히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었다.

 아까는 살겠다고 도끼를 쥐었지만, 이현은 자신이 상대도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단순히 도끼를 순식간에 잘라버렸다고 겁을 먹은 게 아니었다.

 이현은 잘은 몰라도 그냥 자신이 저 존재의 변심만으로도 그냥 죽을 수 있는 ‘미물’이라는 사실이 느낄 수 있었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고. 어? 너 ‘격’을 느끼나 본데? 역시 싹수가 있었어. 히힛.]

 

 빛의 구체가 또 신이 난 듯 방방 뛰듯이 이현의 주변을 뱅뱅 돌았다.

 이현은 자신의 마음도 읽어내는 빛의 구체의 존재에 기겁했다.

 

 ‘그나저나 격이 뭐지?’

 

 이현은 빛의 구체가 말한 ‘격’이 뭔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을 용기가 나질 않았다.

 

 [잘했어. 물어보면 가르쳐 줄 순 있지만 귀찮거든. 그런 내가 네 목을 댕강해버릴 수도 있잖아?]

 

 아이의 마음을 가진 절대자. 빛의 구체는 호기심이 많지만 변덕이 심한 아이 같았다. 그리고 이현은 그 앞에 놓인 개미에 불과했다.

 

 [그런 귀찮은 설명 말고 진짜 필요한 얘기를 해줄 테니 잘 들어.]

 

 빛의 구체가 이현의 숙여진 고개 앞으로 다가왔다.

 

 [난 귀찮은 걸 싫어해. 그래서 나대신 던전을 관리할 ‘보스’가 필요해.

 넌 싹수가 있어. 던전 보스가 돼서 할당량을 채우면 내가 여기서 내보내 줄게. 살아있는 채로.]

 

 나갈 수 있는 걸까? 이현은 희망을 가지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 이현의 마음을 눈치 챈 듯 빛의 구체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마치 고개를 끄덕이듯이.

 

 [덤으로 넌 내 맘에 쪼오끔 들었으니 소원도 하나 들어줄게. 어때?]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고 소원도 들어준다는 희망은 이현에게 달콤했다.

 하지만 이현은 희망에 취했다가 다시 찾아오는 절망이 얼마나 독한 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정말 힘든 일일 거야.’

 

 “만약에 거, 거절하면 어떻게…….”

 

 이현은 그간의 경험으로 신중해졌다. 그래서 목숨이 걸려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겨우 질문할 수 있었다.

 

 [딱히? 그냥 넌 던전에 휘말린 피해자 중에 하나로 남는 거고. 너 말고 이레귤러가 또 없는 건 아니거든.]

 

 “하겠습니다.”

 

 이현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살아남으려면 ‘보스’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기회를 잡아야했다.

 이미 지옥 같은 5일 간이었다. 빛의 구체가 그에게 내려준 기회는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자, 그럼 선택해.]

 

 선택이라니? 이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인간임을 포기하고 괴물이 되라는 소리일까? 아니면 설마 민아와 자신 둘 중에 하나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바깥사람들에 대한 공격?

 

 [상태창으로 할래 아니면 집사로 할래? 가이드도 있어.]

 

 “……네?”

 

 [나 대신 설명해 줄 도우미. 귀찮아. 얼른 선택해.]

 

 빛의 구체는 이제 슬슬 흥미가 떨어지는 지 말투에서 권태감이 느껴졌다.

 목이 달아날 위협을 느낀 이현은 생각할 시간도 없이 골랐다.

 

 “그, 그럼 가이드로 하겠습니다.”

 

 [알았어. 거기 도끼가 좋겠네. 그럼 잘해봐.]

 

 “도끼요?”

 

 이현의 반문은 신경도 쓰지도 않고 빛의 구체가 환한 빛을 내뿜더니 사라졌다.

 마치 그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아씨! 왜 하필 가이드에요! 주인님, 머리 함 쪼개져 볼래요?!]

 

 말하는 티타늄 도금 도끼를 빼놓고 말이다.

 

 ***

 

 - 2019년 8월 5일.

 전국 곳곳에 새하얀 벽으로 만들어진 돔이 십 수여개가 생겨났다. 직경 500m~1km로 다양한 크기의 돔들은 그 어떤 출입구도 없는 완벽한 밀폐공간이었다.

 전혀 사람이 없는 산 속이나 무인도에 생긴 돔도 있었지만, 일부 돔은 사람들이 있던 공원, 캠핑장 등의 위에 생겨났다.

 내무에 갇힌 사람들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 2019년 8월 6일.

 정부는 돔의 존재를 깨닫고 조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너무나 뚜렷이 드러나는 돔의 외관 때문에 정부는 이를 은폐할 수 없었고, 돔 발생 2일 째부터 언론은 돔의 존재를 일반인에게 알렸다.

 각 언론은 실종자가 발생한 돔 앞에 현장 보도 본부를 세우고 방송을 시작했으며, 야당은 이때다 싶어 현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을 규탄하고 나섰다.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지 못했다. 어떠한 시도에도 돔을 구성하고 있는 새하얀 물질에 손상이나 변화를 가할 수가 없었다.

 구조 대책 본부가 세워졌고 돔을 뚫고 들어갈 방법이 논의되었으나 대책이 서지 않았다. 심지어 실종자들의 인원 파악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국무총리가 내려와서 현장을 살펴보고 갔지만 딱히 해결책이 나오진 않았다.

 보도를 보고 실종자들의 가족들이 돔 주변으로 달려왔고, 가족들의 증언으로 일부 실종자가 파악되었다.

 

 - 2019년 8월 8일.

 돔이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임이 뉴스를 통해 밝혀졌다.

 세계 각국에서 돔에 대해 연구하고 실종자들을 구조해보려는 시도가 계속 되었다. 미국은 각종 군용무기를 동원해 실종자가 없는 걸로 알려진 돔을 파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전 세계인의 SNS에 #PrayforDomepeople 등의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올라왔다.

 

 - 2019년 8월 10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전국의 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직 세계의 어떤 나라도 돔에 대한 사소한 사실 하나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돔 앞에 실종자 가독들을 위한 임시 천막 등이 세워졌고, 그곳에는 이현의 부모님과 민아의 할머니도 있었다.

 한편, 돔이 생긴 사유지의 주민들은 정부를 향해 재해 보상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산신령 #환불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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