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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규격 외 던전 보스
작가 : 오구진
작품등록일 : 201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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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캠핑을 즐기던 평범한 30대 독신남!

쉬러 갔던 캠핑장은 던전이 되어버리고, 헌터들은 몬스터를 퇴치하러 몰려 온다.

나는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라고!

살아남기 위해 던전의 보스가 되어 헌터들을 퇴치해야 하는 생존형 던전 보스.

 
008화 사우레노르 헌터(2)
작성일 : 19-10-09 22:19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8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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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2)

 사우레노르 헌터

 

 

 

 

 

 

 

 네크로트로모스. 일명 걸어 다니는 시체. 이현이 즐겨보던 미국의 좀비 드라마 제목과 같은 뜻이었다.

 동서고금, 아니 차원을 떠나서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죽은 시체가 걸어 다니는 모습은 공포로 다가오기 마련이었다.

 인간보다 강력한 육체를 가진 사우레노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스메이아에도 죽은 육신을 가진 언데드에 관한 미신이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왔다.

 때문에 리코스를 제외하고 모인 9명의 정찰병들은 심각해져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네크로트로모스라니, 확실한 거 맞아?”

 

 메로페가 들고 온 나뭇짐 위에 걸터앉아서 뿔나팔을 불었던 정찰병에게 물었다.

 

 “확실하진 않아. 하지만 피가 시커먼 놈이었어.”

 “멀리서 본 거라 잘못 본 거 아냐?”

 “그, 그럴지도 모르지만…….”

 

 사실 뿔나팔을 불었던 정찰병들도 무슨 확신을 가진 건 아니었다.

 던전에 들어온 순간부터 긴장하고 있었고, 행동거지가 이상한 인간을 보고 의심이 커지다 보니 의식의 흐름대로 냅다 뿔피리를 불어버렸다.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두 정찰병의 모습에 메로페가 혀를 날름거리며 눈을 부라렸다.

 

 “야, 너희 던전 처음이지.”

 “무, 무슨!”

 “우리 같은 숙련자들한테 무슨!”

 

 두 명이 발끈하는 모습에 메로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초짜 중에 초짜라고.

 

 ‘게다가 완전 어린 것들 아냐?’

 

 처음엔 장비가 낡아서 초짜가 아니겠지 싶었는데, 부모의 물건에 손을 댔거나 중고 물품을 가져온 듯 했다. 메로페는 지원 조건을 속이고 들어온 두 어린 정찰병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 벼락 맞을 놈들.”

 

 벌떡 일어난 메로페가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다가가 거꾸로 쥔 투창으로 두 정찰병의 가슴을 푹푹 연달아 찔렀다.

 느닷없이 기습을 당한 두 정찰병이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이게 무슨 짓이야!”

 “이런 것도 못 버티면서 숙련자? 아가리 부수기 전에 똑바로 대답해라. 니들 경력 속이고 왔지?”

 

 메로페가 으르렁거리자 둘은 겁을 집어먹고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대로 둘은 ‘3회 이상 던전을 경험해 본 자’라는 지원 조건을 속이고 들어온 초짜였다.

 우연히 객사한 던전 경험자의 물건을 주워 참여한 치기어린 소년소녀 사우레노르들이었다.

 

 “대답 못하는 거 맞네. 야, 이 헤르페톤 같은 새끼들아. 내가 너네 같은 놈들 한두 번 본 줄 알아?”

 

 헤르페톤은 파충류 중에서 지성을 갖추지 못한 짐승들을 뜻하는 단어였다. 즉, 메로페는 인간으로 치면 ‘원숭이’같은 놈이라고 욕한 셈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심한 모욕에 어린 두 정찰병은 벌떡 일어났다.

 

 “지금 말 다했, 억!”

 

 하지만 일어나자마자 메로페가 휘두른 꼬리에 한명이 다시 넘어지고 다른 정찰병의 목 앞에 투창의 날이 겨눠졌다.

 

 “다 못 했는데?”

 “이, 이거 안 치워?”

 “입 다물어. 고기도 못 땐 놈아.”

 

 메로페는 넘어진 소녀 정찰병을 발로 짓밟으며 창날로 소년 정찰병의 목 비늘을 톡톡 건드렸다.

 보통의 사우레노르들에게 고기는 성인이 되어도 먹긴 하지만 주로 어린 아이들의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고기도 못 땠다는 소리는 어린 티를 못 벗어났다는 비아냥거림이었다.

 

 “…….”

 

 목에 창날이 겨눠진 소년 정찰병은 도움을 구하기 위해 주변을 돌아봤지만 다른 정찰병 동료들의 눈은 싸늘했다.

 

 “다시 말해봐. 진짜 네크로트로모스야?”

 “그, 그게…….”

 “너 같은 초짜가 걸어 다니는 시체를 본 적이나 있냐?”

 “본 적은 없지만…….”

 

 소년 정찰병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애초에 확신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조건을 속이고 던전에 들어온 게 발각됐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일 자격도 되지 않았다.

 

 “없지만 보면 딱 아신다? 네크로트로모스를 이 멀리서 보고 아시다니 아주 대단한 양반이시네?”

 “…….”

 “그것도 사우레노르도 아니고 인간의 네크로트로모스라니. 이야기 속에서도 못 들어봤는데? 아아, 네크로트로모스 전문가시구나?”

 

 소년 정찰병은 입을 다물었다. 메로페의 발밑에 깔려있던 소녀 정찰병도 반항을 멈추고 얌전해졌다.

 사실 그녀의 말대로 이스메이아에 전해져 내려오는 걸어 다니는 시체에 관한 전승에 인간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던전에 처음 들어오는 초짜들이 종종 겁에 질려서 몬스터를 전설 속에 나오는 괴물로 착각하곤 한단 말이야. 지금 너희들처럼.”

 

 창날이 목 비늘을 쿡 찌르자 소년 정찰병은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메로페가 그대로 창을 밀기만 해도 자신은 죽을 것이다.

 

 “이런 거 가지고도 벌벌 떠는 새끼니깐 호들갑 떨면서 별 것도 아닌 일에 바쁜 동료들을 뿔피리로 불러내지. 안 그래?”

 “자, 잘못했…….”

 “잘못은 하지 말라고 있는 거란다, 아주 훌륭한 전문가님! 넌 돌아가면 뒈졌다고 복창해라.”

 

 메로페는 창날을 치우고 소년 정찰병을 밀치고 지나갔다.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메로페가 무서워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깔려있던 소녀 정찰병도 조용히 일어나 동료의 곁에서 고개를 푹 수그렸다.

 메로페는 그런 한심한 두 소년소녀를 보며 으르렁 거리다 주변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모인 김에 몬스터들 쓸어버리는 거 어때?”

 

 그녀의 말에 다른 동료들이 메로페를 쳐다보았다.

 

 “가장 장비 좋은 리코스 양반이 없는 건 좀 아쉬운데, 그 양반은 보는 눈이 좋아서 던전 탐사에 집중해 주는 게 더 나을 것 같고. 9명이나 모였으니 몬스터 따위 후딱 잡고 끝내자고.”

 

 메로페만큼이나 던전에 익숙한 숙련된 정찰병 하나가 의문을 표했다.

 

 “저 몬스터들이 얼마나 강할 줄 알고. 자신 있어?”

 “그래봤자 인간이야. 그 놈들한테 우리가 당하겠어?”

 

 메로페의 자신만만한 말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손발톱으로는 자신들의 비늘에 상처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숙련된 정찰병은 고개를 저었다.

 

 “수가 만만치 않아. 우리보다 배는 많아 보여.”

 “여기 제타(zeta)급 던전이야. 몬스터가 많아봤자 거기서 거기라고. 야, 너 세어 봤지? 몇 마리야?”

 

 소녀 정찰병은 메로페가 묻자 움찔하며 대답했다.

 

 “24마리.”

 “많지도 않네. 내 투창만 다 써도 삼분의 일은 그냥 해치우겠어.”

 

 메로페는 등에 매고 있던 투창 묶음을 가리켰다. 그녀는 항상 9개의 투창을 들고 다녔고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멀리서 수 좀 줄인 다음 가까이서 마무리하면 끝이야.”

 

 그녀 외에도 투석 슬링을 가진 정찰병도 있었고, 반대 의견을 제시한 숙련된 정찰병도 활을 썼다.

 

 “다들 알고 있지? 정찰 임무에서 몬스터 토벌하면 특별수당 나오는 거.”

 

 메로페의 마지막 말에 정찰병들의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빈민 출신인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돈이 떨어지는 일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숙련된 정찰병도 더는 반대하지 않았고, 그렇게 리코스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의 던전 공략이 결정되었다.

 

 “야! 이리 와봐.”

 

 다들 분주하게 공략을 준비하는 동안 메로페가 소년 정찰병을 불렀다. 그는 잔뜩 주눅이 들어 그녀에게 다가왔다.

 

 “넌 이거 들고 내 뒤에서 따라다녀.”

 

 메로페는 자신의 투창들을 건넸다. 즉, 싸움에 끼지 말고 그녀의 조수로 따라다니란 소리였다.

 메로페는 특별 수당이 나오면 제대로 된 참가가 아니라며 그의 수당의 반을 그녀가 가져갈 속셈이었다.

 그녀의 속셈을 눈치 챈 소년 정찰병은 즉시 발끈했지만, 메로페가 입을 열고 카학 쇳소리를 내자 입을 다물었다.

 

 “첫 경험도 못한 새끼가 나대다간 죽는다. 내가 오늘 너 첫 경험하게 해줄 테니깐 잔말 말고 뒤에서 따라와.”

 

 그는 억울했지만 지은 죄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투창을 들고 그녀를 따라갔다.

 만약 메로페나 다른 동료들이 던전을 나가서 관리한테 정식으로 항의한다면 정찰병 임금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옆에선 마찬가지 상황인 소녀 정찰병도 발 빠르게 움직인 숙련된 정찰병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

 

 “여기서 친다.”

 

 메로페의 말에 다른 사우레노르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의 눈에 계곡물 건너편 공터에 인간 몬스터들이 모여 있는 게 들어왔다. 아직 딱히 반응 없이 배회만 하고 있는 것이 그들을 눈치 채진 못한 듯 했다.

 

 “계곡 건너에서 투척 무기로 수를 줄인 다음 건너오는 놈들을 하나씩 치자고.”

 

 가까이 다가오면서 관찰한 결과, 인간들에겐 그들을 공격할 원거리 무기는커녕 무기라고 할 만한 도구자체가 보이질 않았다.

 투척 무기로 수를 줄이고 계곡을 건너느라 속도가 떨어진 인간들을 하나씩 처리하는 간단하고 효율적인 작전이었다.

 

 “간다. 흐랴압!”

 

 메로페가 먼저 몸을 비틀며 투창을 던졌다. 비늘 밑의 근육이 꿈틀대며 빠른 속도로 투창이 쏘아져 나갔다.

 

 퍽! 투창은 정확히 목표의 심장에 꽂혔고 검은 피가 튀며 인간이 충격으로 밀려 쓰러졌다.

 메로페는 히죽 웃으며 소년 정찰병에게 손을 내밀어 다음 투창을 준비했다.

 

 “거 봐, 쉽잖아.”

 

 그러나 나머지 동료 정찰병들도 공격을 준비하려던 때, 갑자기 쓰러진 인간이 다시 일어났다.

 

 “그어어……아악!”

 “네, 네크로트로모스다!”

 

 네크로트로모스, 걸어 다니는 시체가 자신을 공격한 사우레노르들을 발견했다. 무표정했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 내 말이 맞았잖아!”

 “입 닥쳐!”

 

 메로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초짜의 착각인 줄 알았는데, 심장을 꿰뚫리고도 움직이는 걸 보니 거짓이 아니었다.

 

 “그르르륵!”

 

 적의로 물든 괴성을 지르며 네크로트로모스가 투창을 그대로 몸에 단 채로 계곡물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의 소리를 들은 나머지 인간, 아니 좀비들도 함께 계곡을 건너 사우레노르들을 향해 돌격했다.

 

 “단체로 온다!”

 “제길, 왜 안 죽어!”

 “전투 준비! 무기 들어!”

 

 정찰병들은 전투를 준비했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들이 아는 인간과 달리 지구의 현대 인간들은 영양 공급이 충분했다. 덩치, 근육량 등이 그들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았다. 거기에 던전의 힘으로 한층 더 강력한 능력을 지닌 몬스터였다.

 그리고 그들은 말 그대로 죽지 않는(undead) 존재들이었다.

 

 ‘상대가 안 된다.’

 

 계곡을 건너오는 좀비들에게 투창을 다 던진 메로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좀비들은 자신들의 공격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는 듯했다.

 주변에서 악을 쓰며 공격 중이었지만 이대로 가다간 개죽음을 당할 게 분명했다.

 좀비들이 코앞까지 쳐들어온 그 때, 덜덜 떨고 있는 소년 정찰병이 메로페의 눈에 들어왔다.

 

 “무슨 짓이야!”

 “미안한데, 난 살아야겠거든.”

 

 메로페는 심장에 꽂힌 투창을 덜렁대며 오는 좀비 앞에 소년 정찰병을 냅다 디밀었다.

 

 “끄아아악!”

 

 좀비가 소년 정찰병의 배를 손과 입으로 찢어버리는 그 순간, 메로페는 동료들을 버리고 게이트를 향해 튀었다.

 

 ***

 

 좀비 영화가 이현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아니, 도마뱀 인간들이 나오니 판타지 영화일까?

 이현은 현실감을 잊게 하는 눈앞의 참극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식인을 하는 괴물에 이어서 이번엔 도마뱀 괴물이라니…….’

 

 이현은 뿔나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캠핑장에 도착했었다.

 전과 마찬가지로 몸을 숨긴 후 몰래 상황을 살폈다. 여차하면 바로 동굴로 도망갈 생각이었다.

 좀비로 변한 사람들은 그대로였고 딱히 상황의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련의 무리가 계곡 건너 캠핑장 반대편에 도착하는 모습을 본 이현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도마뱀 인간이라니!’

 

 오렌지 색 우둘투둘한 비늘 가죽을 가진 거대한 이족 보행 도마뱀 무리였다.

 마치 어릴 적 이현의 친구가 기르던 비어디드 드래곤을 150cm 정도로 크게 뻥튀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손에 무기를 들고 사냥꾼처럼 풀숲에 몸을 숨긴 모습에서, 이현은 친구의 손에서 얌전히 쓰다듬어지는 걸 즐기던 귀여운 도마뱀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캠핑장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선두에 있던 도마뱀 인간이 힘껏 집어던진 창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와 좀비 하나를 꿰뚫었다.

 

 ‘윽!’

 

 퍽, 하는 파열음과 함께 충격에 날아간 좀비의 모습에 이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지난 5일 간 더한 살육 현장도 보았지만, 사람의 모습을 한 존재가 죽는 장면은 익숙해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하물며 그 좀비는 민아의 아빠였던 남자였다.

 

 “그어어……아악!”

 

 괴성을 지르며 민아의 아빠였던 좀비는 창을 가슴에 꽂은 채로 도마뱀 인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소리에 반응한 캠핑방의 좀비들도 그를 따라 도마뱀 인간들을 향해 계곡물로 뛰어들었다.

 

 첨벙첨벙

 

 계곡물을 튀기는 소리가 요란했다. 느릿하게 걸어 다니는 스타일의 좀비가 아니었다. 전속력으로 질주해 사냥감을 물어뜯는 스타일의 좀비였다.

 

 “□□□□ □□□!”

 “□□□!”

 

 스무 명이 넘는 좀비가 전속력으로 달려들자 도마뱀 인간들도 당황한 듯 허둥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외치며 들고 있는 무기를 들어 저항했지만, 수에서 밀렸다.

 거기에 아무리 찔리고 다쳐도 개의치 않고 달려드는 좀비 무리에 속절없이 당하기 시작했다.

 

 “카아악!”

 

 하나, 둘 도마뱀 인간들이 좀비들에게 밀려 쓰러지면서 살점이 뜯겨나갔다.

 간혹 도마뱀 인간들이 내지른 무기에 머리가 뚫려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는 좀비도 있었지만, 그래봤자 한, 두 명이었다.

 식인 괴물들과 상대할 때에 비하면 무서운 전투력이었다.

 

 ‘그 때는 좀비가 아니라 사람이어서 그런 걸까.’

 

 이현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살육 현장의 끔찍함에 몸서리쳤다. 이번에는 도마뱀 인간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만, 끔찍한 건 마찬가지였다.

 

 ‘언제라도 저 살점들이 나나 민아의 것이 될 수도 있어.’

 

 실제로도 민아는 몇 번이나 끔찍한 죽음을 당했다.

 이현은 좀비들이 도마뱀 인간을 공격하는 데 정신 팔린 동안 조용히 캠핑장을 떠나 동굴로 돌아갔다.

 

 ***

 

 “이상하군, 아까 지나올 때는 이런 동굴이 없었는데?”

 

 리코스는 탐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동굴을 발견하곤 발을 멈췄다.

 쓸 만한 자원이 없나 샅샅이 뒤지며 왔기 때문에 동굴이 없었던 것은 확실했다.

 

 “동굴인가… 몬스터의 레어일 수도 있고,”

 

 광맥일 수도 있었다.

 던전 안의 광맥은 이스메이아에서 발견되는 광산에 비해 캐기 쉽고 양질의 금속이 나온다.

 만약 광맥이 발견된 거라면 목재까지 포함해서 이번 던전은 대박 중의 대박을 뽑은 셈이었다.

 그런데 왜 아까는 보이지 않던 동굴이 이제야 보이는 걸까?

 

 “아마 이 부적 덕분이겠지.”

 

 리코스는 디르케가 준 부적 목걸이를 쓰다듬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는 우다이오스 가문의 가보는 확실히 효과가 뛰어났다.

 

 “던전이 숨길 만큼 좋은 보상이 있었으면 좋겠어.”

 

 부적이 있어야만 보인다는 것은 던전의 힘이 고의적으로 동굴을 숨겼다는 의미였다.

 그런 곳은 보통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리코스는 창과 방패를 단단히 쥐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햇빛으로 달궈진 바깥에 비해 동굴 안은 서늘한데다 살짝 춥기까지 했다. 리코스는 체온이 내려가는 추위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래서 다들 광산 일을 기피하지.’

 

 체온에 민감한 사우레노르들은 기온이 낮은 곳에서의 노동을 기피했다. 추위 때문에 광산 노동은 대부분 인간 노예들의 몫이었다. 물론 매우 고되고 위험한 일이라는 것도 사우레노르들이 광산 노동을 기피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아마 이 곳도 광맥임이 밝혀지면 던전 공략 후 인간 노예들이 들어와서 고된 노동을 하게 될 것이다.

 

 ‘또 많은 인간들이 죽어나가겠군.’

 

 여자 인간 노예들은 사우레노르들의 시중을 들지만, 남자 노예들은 주로 광산업이나 농업 등에 종사했다. 괴팍한 주인과 고된 노동에 수없이 죽어나가는 것이 노예의 삶이었다.

 지주 가문의 아들이었던 리코스는 어린 시절부터 가문에서 부리는 인간 노예들을 가까이서 보아왔다.

 그리고 연민했다.

 

 ‘인간들은 우리들보다는 저열하지만, 험한 취급을 받으며 사는 것은 가혹한 일이지.’

 

 그래서 적어도 그만이라도 인간들에게 잘 대해주고자 했다.

 리코스의 가문 노예들은 다른 곳에 비해선 대우가 좋았다. 주변에선 그런 그를 괴짜로 보았지만, 디르케만은 그를 이해하고 같은 마음으로 인간을 대해주었다.

 

 ‘내 평생의 짝이야.’

 

 리코스는 부적 목걸이를 쓰다듬으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 때, 부적 목걸이가 살짝 빛나며 그의 눈앞에 기묘한 신상이 모셔진 제단이 드러났다.

 

 “이건……. 주술로 가려졌었나 보군. 기묘하게 생긴 신상이야.”

 

 손이 수없이 많이 달린 인간의 모습을 한 황금상이었다. 사우레노르들의 신들은 아닌데다 인간의 모습을 한 신상이었지만 풍겨 나오는 엄숙한 분위기는 이스메이아의 신들 못지않았다.

 

 “여긴 이 던전의 인간들이 숭배하는 신을 모시는 신전인가 보군.”

 

 아마 그래서 던전의 힘으로 숨겨졌을 것이다. 보상을 기대했던 리코스는 살짝 실망했다.

 이곳이 신전이라면 광맥일 확률은 없다고 봐야했다. 거기에 신전이라면 으레 있기 마련인 화려한 공물이나 성물 등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제단 주변에 요상한 잡동사니만 어수선하게 쌓여있는 게 관리가 되지 않는 신전으로 보였다.

 

 “얻어갈 건 없어 보이는 군. 돌아가야겠어.”

 

 황금색으로 빛나는 신상은 비싸보였지만, 신전에서 신상에 손을 대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였다.

 리코스는 분노한 신의 저주를 받고 싶진 않았다.

 그가 동료들과 합류하기 위해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잡동사니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

 

 리코스는 순간적으로 방패를 치켜들고 창을 머리 위로 들어 전방을 겨누었다. 각이 잡힌 군인의 자세였다. 여차하면 바로 찌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잡동사니가 불룩 솟더니 튀어나온 건 작은 인간 소녀의 머리였다.

 

 

 
작가의 말
 

 리코스 입장에선 애나벨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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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4화 반복되는 악몽(1) 2019 / 10 / 9 266 0 8026   
4 003화 던전 발생(3) 2019 / 10 / 9 283 0 6821   
3 002화 던전 발생(2) 2019 / 10 / 9 271 0 6878   
2 001화 던전 발생(1) 2019 / 10 / 9 293 0 7343   
1 000화 프롤로그 2019 / 10 / 9 480 0 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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