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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규격 외 던전 보스
작가 : 오구진
작품등록일 : 201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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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캠핑을 즐기던 평범한 30대 독신남!

쉬러 갔던 캠핑장은 던전이 되어버리고, 헌터들은 몬스터를 퇴치하러 몰려 온다.

나는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라고!

살아남기 위해 던전의 보스가 되어 헌터들을 퇴치해야 하는 생존형 던전 보스.

 
007화 사우레노르 헌터(1)
작성일 : 19-10-09 22:17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8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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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1)

 사우레노르 헌터

 

 

 

 

 

 

 

 갑작스레 들린 알람에 이현의 몸이 굳었다.

 

 “벌써?”

 

 지난 5일 동안 게이트는 항상 해질 무렵에야 열렸었다. 이현은 손목시계를 확인했지만 시간은 오후 12시 30분.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을 무렵이었다.

 

 ‘뭔가 달라졌어.’

 

 게이트가 열렸다는 건 괴물들이 곧 나올 수 있다는 소리였다.

 여태껏 나왔던 괴물들은 게이트가 열린 직후에 나타나지 않았다.

 게이트가 열린 뒤 수 십 분에서 수 시간 뒤, 날이 완전히 저문 후에 나타났고 동이 트기 전에 사라졌다.

 

 즉, 괴물들이 야행성이거나 밤에만 움직여야할 이유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한낮에 게이트가 열렸기에 저번의 괴물들과 다른 존재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었다.

 만에 하나 이 동굴을 눈치 채는 괴물들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

 

 ‘확인해야해. 하지만…….’

 

 이현이 민아의 곁에 있더라도 괴물들이 쳐들어오면 끝장이다. 반대로 이현이 없는 동안 민아가 난폭해져서 동굴을 뛰쳐나갈 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 됐든 저번처럼 민아를 지키지 못할 것이다. 이현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저번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었다.

 

 “관세음보살님 죄송합니다.”

 

 이현은 법당의 제단을 들어냈다. 돌로 된 제단이라 매우 무거웠지만 이현이 온 힘을 다해 용을 쓰자 조금씩 움직였다.

 이현은 아이 한 명이 들어갈 만한 틈을 만들고 민아를 들어서 옮겼다.

 

 “민아야, 아저씨가 미안해.”

 

 민아를 혼자 두고 갔던 첫 날, 민아는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똑같은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현은 밖을 살펴보고 와야 했다.

 이현은 제단에 민아를 숨기고 그 위로 자신의 짐으로 덮어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민아가 가만히만 있어준다면, 자신이 밖을 살펴보고 오는 사이에 들킬 일이 없을 지도 모른다.

 

 “민아야, 여기서 움직이면 안 돼. 아저씨가 와서 나오라고 할 때까진 나와서도 안 되구. 알았지?”

 

 민아가 과연 이 말을 알아들을까? 이현은 알 수 없었지만, 민아는 먹는 것도 멈추고 가만히 있어주었다.

 

 “아저씨가 꼭 돌아올게.”

 

 전에도 했던 말. 이번에는 꼭 지키리라 다짐하면서 이현은 한시도 떼어놓지 않았던 손도끼를 들고 동굴 밖으로 향했다.

 

 이현이 사라지고 동굴 벽의 녹색 빛도 사라지자, 이현이 쌓아놓은 짐 속에서 작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응…… 알아…ㅆㅓ….”

 

 ***

 

 “저 친구로군. 최악의 도박사.”

 “아, 5대 가문에 빌붙으려다 새된 양반?”

 

 던전이 있는 키타이론 산은 이스메이아 남쪽에 걸어서 반나절 거리였다. 그 반나절 동안 던전 공략 지원자들의 비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던전 공략 지원자들은 대부분 몸뚱이가 전 재산인 빈민들이었다.

 잘 먹고 잘 훈련한 리코스에 비해, 성장기에 잘 먹지 못해 키도 리코스의 머리통 하나만큼 작았고, 비늘 색도 탁한 것이 빈민들의 특징이었다.

 

 “나름 뛰어난 전사였다지? 지금은 그 좋은 장비도 팔아먹고 우리랑 별 다를 게 없구만.”

 “다를 게 없긴, 그래도 우리 장비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지.”

 

 실제로도 그랬다. 대부분 맨 몸에 나무 끝을 날카롭게 만들어 불에 그슬린 목창 정도가 장비의 전부였다.

 빈민들은 청동 조각 하나 구하기 힘들었고 그걸로 무기나 장비를 마련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돌을 날리는 슬링이나 수제 활, 투창 정도를 든 사우레노르는 나름 전투 경험도 있고 재산도 어느 정도 있는 전사들이었다.

 

 “암만 망해도 지주 나리였던 전사였는데 우리랑 같겠어?”

 

 그에 비해 리코스의 장비는 여기 모인 30여 명의 던전 공략 지원자들에 비하면 매우 훌륭했다.

 올리브기름을 먹인 탄탄한 창대와 청동 날을 사용한 청동 창. 돈이 없어서 청동 판을 쓰진 못했지만, 잘 말린 멧돼지 가죽으로 덧대어 방어력을 올린 호플론 방패, 날카롭게 갈아놓은 청동 단검 파라조니온.

 이 정도 장비면 청동 각반과 투구만 마련해서 당장이라도 정규군인인 호플리테스에 지원할 수 있는 장비였다.

 

 ‘예전 무구들은 이정도가 아니었지만.’

 

 당장 호플론 방패만 해도 당시에는 번쩍이는 청동으로 마감한 상등품을 들고 다녔었다. 쓸 만한 청동 각반과 투구도 있었다.

 

 “그럼 뭘 해! 결국 우리랑 똑같이 던전이나 파먹고 사는 양반인데!”

 “이 도마뱀아, 소리 좀 낮춰!”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리코스는 안색을 굳혔지만 그냥 못들은 척 하기로 했다.

 예전의 리코스라면 이런 말을 들을 일도 없었고 어울릴 일도 없는 빈민들이었다. 하지만 그의 처지가 어려워진 후엔 저렇게 비웃는 자들이 많았다.

 

 최악의 도박사. 그를 놀리는 별명 중에 하나였다.

 리코스는 5대 가문에 비하면 지위가 낮았지만 나름 넓은 땅을 가지고 있던 지주 가문의 아들이었다.

 집안에서 조금 무리했지만 상류층만 가는 이스메이아 공공 학교에 들어가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수재이기도 했다.

 특히 체육교과에서 공동 수석을 거둘 정도로 능력이 뛰어났다. 다른 한 명의 수석은 디르케였다.

 

 ‘그 때 별명이 최악의 깡패 커플이었지.’

 

 리코스는 예전 생각이 나자 기분이 풀리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디르케는 자신이 단독 수석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개했고, 리코스는 5대 가문의 딸이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래서 처음 만나자마자 티격태격 싸우기도 많이 싸웠었다.

 

 ‘너! 나랑 한판 붙자!’

 ‘오냐! 5대 가문이 꼬리 들고 항복하는 모습 좀 보자.’

 

 하지만 둘은 판크라티온 경기장에서 싸우며 정을 쌓아갔다. 결국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한 호감을 눈치 채고 결혼을 약속했다.

 경기장에선 서로를 죽일 듯이 치열하게 싸우고, 교실에선 서로에 대한 애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너희 같은 연인은 꼬리 나고 처음 본다.’

 

 은퇴한 이스메이아의 장군이자 체육교사가 기가 차다는 듯이 말할 정도로 두 사우레노르들은 학교의 명물이 되었다. 그들의 인연은 시민의 의무인 군대에서도 끊이지 않았고 둘은 사이좋게 2년의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하지만 그들의 가문의 격차는 생각보다 컸다. 이스메이아를 지배하는 5대 가문인 우다이오스 가문에 비해 리코스의 가문은 소지주 가문에 불과했다.

 

 ‘너희 같은 격이 안 맞는 가문에 지참금을 지불해야할 이유를 모르겠군.’

 

 우다이오스 가문은 지참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며, 리코스를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그럴 경우 디르케가 리코스의 가문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리코스는 우다이오스 가문에 훌륭한 신부를 데리고 오기 위해 지참금을 주어야할 의무가 있었다.

 우다이오스 가문은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했고, 리코스는 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제외한 모든 재산을 팔아야 했다.

 

 ‘미안해, 리코스. 하지만 나도 이렇게 넘어가진 않아.’

 

 지참금을 내러 간 날, 디르케는 입으로는 사과를 말하며 눈으로는 불을 피워내고 있었다. 리코스는 순간 그녀가 최초의 용 이스메이아의 드라콘인 줄 알고 기겁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말 그대로 사고를 쳤다. 결혼식 날, 구애의 행렬도 없이 혼자의 몸으로 리코스의 집에 찾아왔다.

 우다이오스 가문의 가보인 무구들을 혼수품으로 들고선.

 

 ‘어때? 쓸 만하지?’

 

 리코스는 가보를 들고 껄껄 웃는 디르케를 보며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녀 말곤 가보를 쓸 수 있는 사우레노르가 없었지만, 가문은 화가 나서 그녀와의 절연을 선언했다.

 원래 자신의 가문을 싫어했던 디르케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주변의 시선은 달랐다.

 세간에선 리코스를 우다이오스 가문의 후광을 얻으려다 실패한 기회주의자로 여겼다. 부부는 그런 평을 그저 웃어넘겼다.

 

 ‘다시 한 번 선택하라고 해도 나는 디르케를 선택할 거야.’

 

 후회하지 않은 둘의 결실이 곧 부화할 것이다. 리코스는 시정잡배들의 수군거림 따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아이에게 먹일 돈을 마련해야 했다.

 

 ***

 

 키타이론 산의 중턱, 던전 입구가 있는 동굴 앞에 도착한 건, 해가 한창 높을 때였다.

 해가 떨어지면 파충류인 사우레노르들은 체온을 높일 수가 없었고 그걸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해서 쉬지 않고 걸어온 덕분이었다.

 

 “정찰병 열 명! 장비가 좋은 자들 우선으로 뽑겠소! 나머지는 밤을 새울 거점을 세울 것이오.”

 

 이번 던전 공략을 담당한 이스메이아의 관리가 소리 높여 외쳤다. 장비가 우선이란 소리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쳇! 글렀구만.”

 “아냐, 내 장비라면 뽑힐지도 모르지.”

 “아서라, 투석기 하나로?”

 

 빈민이 대다수인 공략 지원자들은 한 번이라도 던전에 더 들어가야 수당이 많이 나오기에 정찰병에 뽑히길 원했다.

 그들에게 추위와 밤을 피할 거점을 세우는 일 따위는 돈이 나오지 않는 중노동에 불과했다.

 

 “내가 가겠소.”

 

 담당 관리는 리코스의 장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지원자들의 장비도 리코스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쓸 만했다.

 

 “당신은 안 되겠소. 들어가자마자 죽을 수도 있겠군.”

 

 투석 슬링인 스펜도네를 들고 있던 수컷 사우레노르는 희망을 품고 나섰다가 입구에서 거절당하자 시무룩하게 돌아섰다.

 보통의 전장에선 가볍고 장비가 빈약한 이들이 정찰병 역할을 수행하지만 던전 공략은 달랐다.

 던전에서는 입장하자마자 몬스터에게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돌아와 정보를 전해야 하는 정찰병들의 무장은 좋을수록 좋았다.

 

 “열 명 됐군. 나머지는 진지 공사에 착수하시오!”

 

 나머지 20명의 지원자들이 투덜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찰병들이 나오는 걸 기다리는 동안 밤이 오면 꼼짝없이 추위에 떨어야 하는 건 자신들이었다.

 

 “정찰병들은 입장하시오. 아레스의 가호가 있기를.”

 

 담당 관리가 성물을 들고 가호를 빌어주었고, 리코스를 비롯한 열 명의 사우레노르 정찰대는 던전으로 입장했다.

 

 ***

 

 리코스는 선두로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방패를 높이 들어 전방을 가렸다.

 원형의 지름 80cm가량의 방패는 효과적으로 그의 상반신을 가려주었다.

 잠시 기다려보았지만, 당장 날아오는 공격은 없었다. 리코스는 경계를 유지하며 게이트의 앞에서 비켜섰다.

 남은 정찰병들이 하나 둘씩 던전으로 입장을 완료했다.

 

 “꽤나 따뜻한 곳이군. 춥지 않아서 다행이야.”

 “조금 습한데? 근처에 계곡이 있네.”

 

 정찰병들은 사주를 경계하며 서로 속삭였다. 모든 정찰병들이 입장을 마치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하자 리코스는 방패를 내렸다.

 

 ‘큰 나무들이 많은 숲 속이군. 산 속인가 본데?’

 

 이스메이아는 평지 위에 세워졌고 주변은 초원이었고 던전 입구가 있던 키타이론 산은 관목 정도나 자라는 바위산이었다.

 때문에 던전의 무성한 숲을 보며 리코스는 상쾌함을 느꼈다.

 

 “몬스터는… 인간이군.”

 

 옆에 서 있던 정찰병이 꽤 떨어진 공터에 있는 몬스터를 확인했다.

 공터에는 요상한 번들거리는 천으로 천막을 세워놓은 야영지가 있었고 인간들은 그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이곳의 인간은 키가 꽤 큰데? 우리보다도 크겠는 걸.”

 “골격도 좋아. 우수한 종일 수도 있어.”

 

 이스메이아의 인간 노예들은 열악한 취급 때문에 잘 먹지 못해 키가 작은 편이었다.

 그에 비해 던전의 인간들은 평균적으로 사우레노르들보다 머리가 하나는 더 컸다.

 정찰병 중 제일 덩치가 큰 리코스보다도 더 큰 인간들도 보였다.

 

 “쳇, 그래봤자 인간이야.”

 “그건 그렇지.”

 

 그랬다. 용의 피를 이었다고 자부하는 사우레노르들의 신체조건은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스메이아의 인간들이 부당한 취급에도 불구하고 노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던전의 몬스터는 비상식적으로 강하지. 긴장을 늦추지 마시오.”

 

 리코스가 나지막하게 경고했다. 몬스터는 던전의 힘을 흡수해 통상보다 강력해진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던전 경험도 많고 뛰어난 전사인 리코스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우리가 먼저 공격할 필요는 없으니 일단 이 던전을 탐색해보는 게 좋겠소.”

 

 정찰병의 임무는 전투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어서 무사히 제때 돌아가느냐가 그들의 제일 중요한 임무였다.

 리코스의 말에 정찰병은 2명씩 5조로 나뉘어 흩어지기로 했다.

 한 조는 게이트 입구를 지키며 몬스터를 감시하고, 나머지 4조가 각 방향을 맡아서 던전 탐색에 나섰다.

 리코스와 그의 동료인 암컷 사우레노르는 계곡의 상류로 가기로 했다. 그녀의 주 무기는 투창이었다.

 

 “좀 좋은 게 나와야 할 텐데. 인간은 영 쓸모가 없거든요.”

 

 투창병 동료가 주변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리코스는 인간을 비하하는 그녀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던전으로 수익을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몬스터를 잡아서 나오는 부산물과 던전 자체에서 나오는 부산물.

 그녀의 말대로 인간 몬스터를 잡아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별로 없었다.

 이스메이아에서도 인간 노예가 존재했기에 얻기 힘든 종도 아닐뿐더러, 인간의 시체는 활용도가 낮았다.

 

 “여긴 숲이 무성한 듯하니 좋은 목재를 얻을 수 있을 거요.”

 “그래요? 내 눈엔 별로 특별할 건 없어 보이는데.”

 “예전에 숙부를 따라 포이니케에 간 적이 있소. 거기서 좋은 나무들을 봤었는데 여기 나무들과 비슷하더군.”

 “진짜에요? 이거 대박 냄새가 나네?”

 

 그녀가 혀를 날름대며 숨을 크게 들이셨다. 그녀의 행동이 싸보였지만 리코스는 그냥 무시했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게, 이스메이아 주변은 쓸 만한 목재를 구할 수 있는 숲이 드물었다.

 대부분 포이니케에서 수입하던 질 좋은 건축용 목재가 나오면 크게 돈이 될 터였다. 땔감용 나무도 추위를 싫어하는 사우레노르들에겐 항상 수요가 있는 좋은 상품이 되었다.

 돈이 되는 던전은 추가 수당이 떨어질 확률이 크고 공략 후에도 노동자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녀가 이렇게 흥분하는 거였다.

 

 “난 메로페. 그쪽은 유명한 리코스죠?”

 

 그녀는 손을 원을 그리며 앞으로 휘저었다. 사우레노르들이 동료로 인정한 자에게 보이는 특유의 제스쳐였다.

 리코스는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메로페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요. 난 길바닥 소문은 신경 안 쓰니깐. 던전에 들어오면 내 눈과 직감만 믿거든.”

 

 메로페는 어깨를 으쓱하며 리코스를 가리켰다.

 

 “덩치도 좋은데 장비도 좋고, 한 눈에 알아보는 식견. 던전 정찰병에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니에요? 그런 점에서 댁은 믿을 만하죠. 이래봬도 던전은 꽤 다녔거든.”

 

 리코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덩치는 좀 작더라도 길이 잘든 장비나 걸음걸이를 보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는 게 보였다.

 

 “반갑소. 잘해봅시다.”

 

 리코스도 손을 내밀어 휘저었다. 메로파는 피식 웃으며 투창을 어깨에 턱 걸쳤다.

 

 “누가 잘살던 양반 아니랄까봐 말투 고지식하기는. 갑시다.”

 

 서로를 동료로 인정한 두 사우레노르 정찰병이 계곡 상류로 깊숙이 들어갈 무렵, 던전 게이트를 지키며 인간을 감시하던 조에 이변이 생겼다.

 

 “저기 인간들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피부색이 좀 이상하긴 하다만.”

 

 이스메이아의 인간 노예들은 백인종이지만 땡볕에서 일하기 때문에 대부분 구릿빛 피부를 지녔다.

 때문에 던전의 인간 몬스터들의 짙은 회색에 가까운 피부는 사우레노르들에게 좀 낯설었다.

 

 “인간들은 보통 서로 만나면 수다를 떨거나 아는 체를 하는 법이잖아?”

 “그치. 우리랑 별 다를 거 없지.”

 “근데 저놈들 아무 말 없이 그냥 휘적휘적 돌아다니고만 있어.

 “몬스터라서 그런 거 아냐?”

 

 몬스터 중에선 자아를 가지지 못하고 본능에만 따르는 종도 많았다. 여기도 그렇다면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가?”

 

 그때였다. 인간 몬스터 하나가 발이 천막에 걸려 넘어졌다. 정찰병들이 비웃고 있는 동안 꾸물거리며 일어난 인간의 몸에는 상처가 나있었다.

 그리고 그 상처에는 검고 진득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씨발. 네크로트로모스다.”

 “걸어 다니는 시체? 나팔 불어!”

 

 정찰병은 뿔피리를 크게 불었다.

 

 ***

 

 뿌우우-

 

 이현은 자신의 텐트에 들려 먹을 걸 챙기다가 들려오는 굉음에 깜짝 놀랐다. 영화 같은 곳에서나 듣던 뿔피리 소리였다.

 

 ‘사람들이 냈을 리 없지. 좀비들이니깐.’

 

 던전의 게이트로 누군가가 들어온 게 확실했다.

 

 ‘몰래 가보자. 뭔지만 확인하고 잽싸게 민아 곁으로 돌아가는 거야.’

 

 이현은 서둘러짐을 챙기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한편, 같은 시각, 이현의 텐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리코스와 메르페도 뿔피리 소리를 들었다.

 

 “이거 귀환하라는 알림인데? 뭔 일이지?”

 

 메로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던전의 샘플로 나뭇가지를 주워 담던 리코스와 메로페는 일단 작업을 멈췄다.

 전투개시나 긴급 상황을 알리는 신호는 아니었으니 큰일은 아닌 것 같았다.

 ‘조금만 더 보면 이쪽 방향 탐사는 끝날 것 같은데.’

 

 괜히 시간 낭비해서 던전 공략이 길어지면 부화식에 늦을 수도 있었다. 리코스는 지금 귀환지점으로 갔다가 다시 탐사에 나서는 시간낭비를 하긴 싫었다.

 

 “난 조금 더 안쪽을 살피다 가겠소. 내 것까지 같이 가져다주겠소?”

 

 리코스는 자신 몫의 나뭇짐을 메르페에게 넘겼다. 꽤 무게가 나갔지만, 힘쓰는 일에는 이골이 난 메로페였기에 가볍게 들고 귀환지점으로 향했다.

 

 “금방 돌아와요. 이정도면 샘플도 충분해보이니.”

 

 리코스는 알겠다고 대답해 주며 목에 걸린 부적 목걸이를 쓰다듬었다. 떠나기 전 디르케가 선물해준 것으로 무려 우다이오스 가문의 가보 중에 하나였다.

 이스메이아를 건국한 초대 왕이자 위대한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의 용의 비늘로 만든 부적이었다.

 

 ‘사악한 것을 부정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게 해준대. 꼭 무사히 돌아와.’

 

 리코스는 부적을 만지니 불안함이 사라지고 디르케의 따스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용기를 얻은 그는 더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말
 

 사우레노르는 비어디드 드래곤을 모델로 한 리자드맨입니다.

 

 https://namu.wiki/w/%ED%84%B1%EC%88%98%EC%97%BC%EB%8F%84%EB%A7%88%EB%B1%80

 

 귀여운 녀석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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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7화 사우레노르 헌터(1) 2019 / 10 / 9 281 0 8302   
7 006화 반복되는 악몽(3) 2019 / 10 / 9 257 0 8124   
6 005화 반복되는 악몽(2) 2019 / 10 / 9 257 0 7919   
5 004화 반복되는 악몽(1) 2019 / 10 / 9 266 0 8026   
4 003화 던전 발생(3) 2019 / 10 / 9 283 0 6821   
3 002화 던전 발생(2) 2019 / 10 / 9 271 0 6878   
2 001화 던전 발생(1) 2019 / 10 / 9 293 0 7343   
1 000화 프롤로그 2019 / 10 / 9 480 0 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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