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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규격 외 던전 보스
작가 : 오구진
작품등록일 : 201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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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캠핑을 즐기던 평범한 30대 독신남!

쉬러 갔던 캠핑장은 던전이 되어버리고, 헌터들은 몬스터를 퇴치하러 몰려 온다.

나는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라고!

살아남기 위해 던전의 보스가 되어 헌터들을 퇴치해야 하는 생존형 던전 보스.

 
006화 반복되는 악몽(3)
작성일 : 19-10-09 22:15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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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3)

 반복되는 악몽

 

 

 

 

 

 

 

 “미, 민아야, 왜 그래? 아저씨 아파!”

 “으아아아!”

 

 민아는 이성을 잃은 채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댔다.

 이현은 민아가 떨어지지 않도록 힘껏 잡았지만, 민아의 머리가 요동치다 눈에 부딪히자 고통에 결국 아이를 놓쳐버렸다.

 

 “으아아아!”

 “민아야! 가면 안 돼!”

 

 이현이 아픈 눈을 감싸 쥐고 비틀대는 동안 민아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가 버렸다.

 그 모습은 방금 전, 괴물들을 향해 달려들던 사람들과 같았다.

 

 “민아야! 안 돼! 그쪽으로 가면 큰일 나!”

 

 이현은 고함을 지르며 허겁지겁 쫓아가려 했다. 하지만 민아의 속도는 아이답지 않게 빨랐고,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핑핑핑!

 

 “안 돼! 민아마저, 안 돼…….”

 

 이현은 망연자실 달려가다 멈췄다. 방금 전까지 작아서 거의 들리지 않던 총소리가 크게 들렸다.

 괴물들이 그새 가까이 왔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사격 대상은 아마…….

 

 ‘또 지키지 못했어.’

 

 이현은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돌려 뛰었다. 괴물들이 그를 발견하기 전에 동굴로 가야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이현의 볼을 따라 옆으로 흘렀다.

 

 ***

 

 [던전이 공략되었습니다. 잠시 후 던전이 폐쇄됩니다.]

 [던전이 초기화됩니다.]

 [던전의 게이트가 열립니다.]

 [던전이 공략되었습니다. 잠시 후…….]

 [던전이 초기화…….]

 [던전의 게…….]

 [던전…….]

 

 캠핑장에 온 지 5일째. 이현은 동굴 속에 처박혀 반복되는 알림 방송만 듣고 있었다.

 퀭한 눈, 거칠게 잔뜩 자란 수염, 기름져 떡진 머리, 역한 냄새를 풍기는 몸.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5일 동안 악몽은 계속 반복되었다.

 저녁 9시만 되면 게이트가 열리고 괴물 부대가 캠핑장에 침입해왔다. 수는 10~15명으로 수시로 변했다.

 무장한 괴물 부대는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밤새 사냥하고, 피를 뽑고, 내장을 먹은 뒤, 알림 방송이 울리면 돌아갔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알림 방송이 다시 울리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람들이 되살아났다.

 부서지거나 사용했던 물건들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이현은 5일 동안 원상 복구되는 자신의 음식을 먹으며 살았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이현의 몸과 동굴 속의 물건들이었다.

 첫날 밤, 이현이 법당에 공물로 바쳤던 옥수수는 바싹 말라 비틀어졌다.

 

 ‘나는 아무도 구하지 못해.’

 

 두 번이나 민아를 지키지 못했던 이현은 모든 상황이 되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희망을 가졌었다.

 3일째 밤, 한 번 더 민아를 구하고자 노력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민아를 구할 수 없었고, 민아는 괴성을 지르며 괴물들에게 달려가 죽었다.

 

 ‘더는 아이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래서 4일째 밤인 어젯밤, 이현은 민아를 구하는 걸 포기하고 동굴에 틀어박혔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비참함을 느끼며 울기만 했다.

 

 흔히 소설에 나오는 회귀자들은 어떻게든 단서를 가지고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반복되는 현실을 겪고 있는 이현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사람들은 이현을 인식하지도 못했고, 말로 설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강제로 밧줄에 묶어서 데려가려고 하면 좀비 모드로 돌변해 괴력으로 줄을 끊고 도망갔다. 심지어 사람들은 좀비 모드일 때도 이현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민아는 희미하게나마 이현을 알아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만약 민아마저 이현을 몰라봤다면 이현은 스스로를 귀신이라고 여겼을 뻔했다. 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지박령 같은 귀신.

 

 ‘배도 고프고, 쌀 것도 싸고, 아픔도 느낀다.’

 

 이현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확신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미 그 괴물들에게서 도망치지 않고 덤벼나 봤을 것이다.

 

 ‘어차피 죽은 목숨, 괴물들에게 덤벼들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면 그랬겠지.’

 

 도망치지도 못했다. 3일 째, 민아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캠핑장의 입구를 향해 나가보려 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벽에 막혀 나갈 수가 없었다.

 

 [던전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 때, 이현은 던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현과 사람들은 벗어날 수 없는 우리에 갇힌 사냥감들이었다.

 

 AM 09:00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이현은 곧 던전의 초기화를 알리는 알림 방송이 울리리라 예상했다.

 알림 방송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해진 시간에 울렸다. 그 알림 방송이 어디서 울리는 지, 어떻게 울리는 지도 이젠 관심도 없었다.

 이현은 다시 악몽이 찾아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즐거운 캠핑장이 재현될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만 했다.

 

 [던전이 각성을 완료했습니다. 던전이 재조정 됩니다.]

 

 “어?”

 

 2일 만에 처음 나온 이현의 목소리는 몹시 잠겨있어 갈라졌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평소랑 알림 방송이 달라……. 혹시?!’

 

 뭔가 바뀔 지도 몰랐다. 이현은 간절한 마음으로 관음보살상에 절을 올렸다.

 

 “제발 여기서 벗어나게 해주시길.”

 

 지난 5일 동안 관음보살상이 있는 법당 주변은 간간히 녹색 빛을 내며 빛났다. 이현은 그때마다 용기도 얻고 기도도 해봤지만 다 소용이 없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집에 돌아갈 수 있기를, 민아를 구할 수 있기를, 죽는 사람이 없기를.

 이현은 온 정성을 다해 간절히 기도드린 다음 서둘러 동굴 밖으로 향했다.

 

 ***

 

 [던전이 각성을 완료했습니다. 던전이 재조정 됩니다.]

 

 반복되는 5일의 루프에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다. ‘초기화’가 아닌 ‘각성’과 ‘재조정’ 이현은 그 변화를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번엔 모든 것이 원상복구된 것이 아니었다.

 

 “말도 안 돼…….”

 

 사람들은, 아니 이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좀비들이 괴이한 소리를 내며 캠핑장을 배회하고 있었다.

 좀비 모드로 변해 괴물들에게 달려들 때와는 또 달랐다. 초점을 잃은 눈, 벌어진 입에서 흐르는 침, 그리고 꺼멓게 죽은 피부.

 

 “그어어…….”

 “그르르륵.”

 

 지난 5일 간 그들이 수없이 좀비로 변하고 처참히 죽어나가도 다음 날 알림 방송이 울리면 다시 하하 호호 즐기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일까.

 이현은 영화 속 좀비들처럼 이지를 상실해 주변을 배회하는 좀비들을 보면서 아득한 절망을 느꼈다.

 

 “으흐흑.”

 

 막연히, 다시 돌아오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초기화’와 함께 매번 웃고 떠드는 그들이 돌아온 걸 봐왔으니깐. 설령 이현을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젠 이곳엔 나 혼자 뿐이야.’

 

 이제 사람은 없고 좀비들만이 남았다. 이열은 바닥으로 허물어지며 오열했다.

 

 엎드려서 실컷 우는 동안에도 좀비들은 이현에게 다가오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좀비일 때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미쳤지.’

 

 만약 영화에서처럼 소리에 반응해 좀비들이 자신을 알아챘다면? 이현을 어떻게 대했을까.

 이현은 소름이 오싹 돋으며 자신의 무사함에 감사했다.

 

 ‘그러고 보니 민아는?’

 

 민아는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기 전에도 이현을 알아보았다. 만약 민아도 좀비로 변했고, 이현을 여전히 알아본다면?

 

 자박자박.

 발소리가 들렸다.

 

 이현의 온몸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현은 엎드린 채로 고개를 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명 이현에게 다가오는 발소리였다. 아무도 이현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에게 다가올 만 한 건, 민아 뿐이었다.

 

 자박.

 

 발소리가 멈췄다. 이현은 바닥에 고개를 박은 채였지만 발소리의 주인이 자신의 앞에 있다는 걸 알았다.

 몸이 덜덜 떨려왔다. 지켜주고 싶었지만 지켜주지 못했던 아이. 고개를 들어 좀비로 변해있을 민아를 보는 게 두려웠다.

 

 “아…저……씨.”

 

 힘겨운 듯 끊어지는 목소리. 하지만 분명히 말소리였다. 그어어나 그르륵 같은 신음소리만 내는 좀비들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단어였다.

 그것도 이현을 지칭하는 ‘아저씨’라는 말. 이현은 한줄기 피어오르는 희망에 힘입어 고개를 들었다.

 

 “민아……야?”

 

 고개를 든 이현의 눈앞엔 멍한 초점에 꺼멓게 죽은 피부를 한 소녀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아아…….”

 

 ***

 

 “리코스. 봐. 우리의 아이야.”

 

 따뜻한 불꽃이 열기를 전해주는 신성한 화로의 방에서 새하얀 알이 부화함에 놓여 있었다.

 알을 관리하는 인간 노예는 화로의 빛과 열이 직접적으로 알에 닿지 않게 아마포로 만든 차단막을 세심하게 조정했다.

 

 “이제 백 번의 낮과 밤이 지나면 저 아이가 태어날 거야. 그리고 황금빛 난황과 투명한 난백의 세례를 받아 신들의 축복을 받아 지니겠지.”

 

 알을 바라보는 디르케의 눈에는 어머니가 가지는 따스함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남편을 향하는 눈에는 책망이 어렸다.

 

 “그 부화식에 아버지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디르케, 나도 정말 그러고 싶어.

 

 알의 아버지, 수컷 사우레노르인 리코스는 아내와 마찬가지로 알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대답했다.

 인간 노예가 알의 절반을 감싸고 있는 흙이 수분을 잃지 않도록 물을 뿌렸다.

 알을 감싸는 흙은 리코스의 고향의 흙으로 알 속의 아이가 건강히 태어나도록 기원하며 리코스가 직접 퍼온 것이었다.

 

 “아버지를 닮았다면 근면하고 책임감 있는 아이로 태어날 거야.”

 “당신을 닮았다면 호쾌하고 매력적이지만 고집 있는 아이가 되겠지.”

 

 리코스는 그런 매력 있는 점에 새삼 반했다는 눈으로 아내 디르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누구보다도 먹보일 거야. 디르케나 나나 어릴 때부터 많이 먹었으니 이 아이도 마찬가지일 걸?”

 

 리코스가 히죽 웃으며 알을 쓰다듬으려 하자 노예가 눈에 쌍심지를 켰다. 뜨끔한 리코스는 턱에 난 뿔을 쓰다듬으며 멋쩍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디르케가 껄껄 웃었다.

 

 보통의 도마뱀인간, 사우레노르들은 인간 노예를 하찮게 여겼다. 만약 주인한테 불손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인간 노예를 죽이는 건 잔혹하단 평은 듣겠지만 크게 흠될 만한 일은 아니었다. 노예의 목숨은 주인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코스는 인간 노예를 아꼈다. 그리고 그런 점이 디르케가 그를 신랑으로 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꼬리가 굵고 단단한 점도 컸지만.’

 

 “그러니 내가 가서 우리 아이가 먹을 고기살 돈을 장만해 와야 해.”

 

 꼬리가 남달라 사랑받는 리코스는 진지했다. 사우레노르들에게 있어 어린 시절의 영양분 섭취는 매우 중요했다.

 성장기의 파충류는 대부분 먹는 만큼 성장한다. 이때를 놓치면 그들의 아이는 또래들 보다 작은 체격으로 성장을 마칠지도 모른다. 마치 먹을 게 없어서 크지 못하는 빈민가의 아이들처럼.

 게다가 어른들과 달리 어린 사우레노르들에게는 고기 섭취가 필수였다.

 

 “하아…….”

 

 디르케라고 해서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곧 태어날 아이의 부화식에 아버지가 없을 것이 걱정되었다.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는 것이 당연한 부화식에 부모 중 하나라도 없다는 것은 신들의 동정을 살 정도로 슬픈 일이었다.

 

 “차라리 내 무구 중에 몇 가지를 파는 건 어때?”

 “안 돼. 그건 당신의 ‘격’에 어울리는 특별한 무구잖아. 다시 구하기 힘든 보물이야.”

 

 리코스는 꼬리로 디르케를 부드럽게 안으며 고개를 저었다. 디르케는 일로 단련된 리코스의 굵은 꼬리가 자신을 안아오자 기분이 좋아졌다.

 

 “당신과 결혼하기 위해 모든 땅과 재산을 처분해 지참금을 마련했던 걸 후회하지 않아.”

 

 디르케는 흐뭇하게 웃었다.

 

 “나 역시 가문과 절연한 걸 후회하지 않아.”

 “아무렴! 우다이오스 가문이 후회하면 몰라도.”

 

 리코스의 아부에 기분이 좋아진 디르케는 다시 껄껄 웃었다. 그는 늘 자신의 기분을 즐겁게 하려고 애쓰는 좋은 남편이었다.

 

 “이번 던전은 키타이론 산에 있다고 했지?”

 “응. 다녀오는데 여든 번의 낮과 밤이 걸릴 거야.”

 

 80일. 어떻게 보면 넉넉하다곤 할 수 있지만 알의 부화는 항상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부상이라도 입으면 부정을 타기 때문에 신성한 부화식에 참가할 수 없다. 악령이 들러붙기 때문이다.

 

 “함께 간다면 좋았을 텐데.”

 “이스메이아의 로카고스인 당신이 도시를 비울 수는 없잖아. 나 혼자 다녀올게.”

 

 디르케는 이스메이아 군의 백인대장인 로카고스였다. 백인대장들은 쉬이 도시를 떠날 수 없었고, 던전의 참가도 금지되어 있었다.

 로카고스의 월급은 둘이서 노예들과 살기에 적당했지만, 아이가 태어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만큼 사우레노르의 아이가 먹는 양은 어마어마했다.

 

 “아이가 조금 더 성장하면 학교에 보내고 우린 함께 신성부대에 들어가면 돼. 그럼 조금 여유가 생길 거야.”

 

 리코스와 디르케의 목표는 부부만 입대할 수 있는 도시의 특수부대인 신성부대 히에로스 로고스에 동반 입대하는 것이었다.

 신성부대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또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는 이스메이아 최강의 엘리트부대였다.

 그곳에만 들어간다면 복무기간 동안 생활, 훈련 등에 대한 모든 지원이 도시에서 제공되었다.

 

 “하아…….”

 

 디르케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녀는 리코스의 꼬리를 풀고 그의 양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의 반려 리코스여.”

 “말씀하세요, 가장이시여.”

 

 리코스의 온화한 표정이 사라지고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사랑스러운 아내가 아닌 오이코스(가정)의 주인인 가장으로써 디르케가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오이코스를 수호하는 가장으로써 명하노니, 신체 무사히 돌아오라. 너의 비늘 하나 뿔 하나 모두 오이코스의 것이니.”

 “가장의 분부대로.”

 

 엄한 말투와 표정과 달리 디르케의 황갈색 눈동자 속에서 따스함과 사랑을 읽은 리코스는 가슴 속이 행복으로 차는 걸 느꼈다.

 

 ‘모든 재산을 팔아서라도 그녀와 결혼한 것 정말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

 

 아그작, 아그작

 

 아이의 입은 작았지만 쉬지 않고 물어뜯고 삼켰다. 좀비가 된 아이의 이가 지나간 자리에는 주르륵 살 속에 갇혀있던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런 민아의 주변으로 뼈대만 남은 탐식의 흔적들이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아저…씨……, 맛…있어…….”

 

 피부가 검게 죽어버린 민아가 마찬가지로 검게 변한 잇몸을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손과 입 주변에 진득한 옥수수즙을 묻힌 채로.

 

 “천천히 먹어야지. 에구, 입이랑 손에 다 묻었네.”

 

 이현은 깨끗한 수건을 꺼내 민아의 입을 닦아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아는 옥수수에 집중했다.

 이현은 웃으며 옥수수를 하나 더 쥐어주었다.

 

 ‘민아가 날 물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다.’

 

 처음에는 꼼짝없이 물리는 줄만 알았다. 검게 변한 잇몸을 드러내며 입을 벌리는 좀비 앞에서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민아는 물려던 게 아니었다. 배가 고픈데 말이 잘 나오지 않아서 배를 문지르고 입을 벌려 먹을 것을 달라는 몸짓이었다.

 

 ‘아마 아무도 먹을 걸 못줬겠지.’

 

 민아의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은 이미 이지를 상실한 좀비였고, 민아는 정신이 남아있더라도 고작 7살인 아이였다. 먹을 걸 스스로 챙겨먹을 만한 나이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이현을 보고 혹시 먹을 걸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다가왔으리라.

 그랬던 민아를 먹을 걸로 유혹해 겨우 동굴로 데려올 수 있었다.

 

 ‘유괴범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지만.’

 

 이현은 쓰게 웃었다. 먹을 걸로 유혹해 인적 드믄 동굴 속으로 아이를 끌고 오다니. 누가 봤다면 쇠고랑을 찰만한 짓이었다.

 그래도 동굴은 5일간 4번이나 괴물들이 쳐들어오는 동안 한 번도 침입을 받지 않았던 안전한 공간이었다.

 

 “더…줘….”

 

 이현에게 내민 민아의 손은 피부가 검게 죽어있었다. 피부 안으로 더 검은 혈관이 비쳐보였다. 그걸 보니 이현의 마음이 찌르르 아파온다.

 이현은 생수병을 하나 따서 민아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물부터 마셔. 목 멕힌다.”

 

 꿀꺽꿀꺽 받아 마시는 민아의 목 주변에도 시커먼 혈관이 두드러져 보였다.

 이현은 동굴로 민아를 데려올 때, 아이를 안아들다가 그 차가운 피부에 흠칫 놀랐던 걸 떠올렸다.

 

 ‘되돌릴 순 없을까.’

 

 이현은 안타까운 마음에 연신 민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와중에도 민아는 끊임없이 먹었다.

 민아는 이현이 먹어도 배부를 정도의 양을 먹고도 모자라 초코바를 뜯어 먹고 있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식욕도 민아가 더는 사람이 아님을 말해주는 것 같아 이현은 안타까웠다.

 

 ‘일단은 살아남는 게 먼저야.’

 

 영화 속의 날고 긴다는 전문가들도 좀비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여기에 갇혀버린 조난자일 뿐인 이현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현은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안전하게 살아남기.

 이현에겐 자신이 까서 건네 준 초코바를 허겁지겁 먹는 이 작은 식탐쟁이가 안전한 동굴로 대피했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더는 그 괴물들에게 이 아이가 유린당하지 않기를. 관음보살님 부탁드립니다.’

 

 이현이 법당에 대고 간절히 비는 마음에 다시 보살상과 주변 동굴 벽에 녹색 빛이 일렁였다.

 괴물들이 식인을 하고 좀비들이 돌아다니는 마당에 신기할 것도 없었지만,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빛…나….”

 

 민아가 먹는 걸 멈추고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이 빛에 닿지는 않았지만 민아는 빛과 장난치듯 이리저리 손을 놀렸다.

 이현은 이런 모습을 보니 민아에게 이지가 남아있다는 것에 확신이 갔다.

 

 ‘지켜야한다.’

 

 [던전의 게이트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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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2화 던전 발생(2) 2019 / 10 / 9 271 0 6878   
2 001화 던전 발생(1) 2019 / 10 / 9 293 0 7343   
1 000화 프롤로그 2019 / 10 / 9 480 0 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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