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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규격 외 던전 보스
작가 : 오구진
작품등록일 : 201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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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캠핑을 즐기던 평범한 30대 독신남!

쉬러 갔던 캠핑장은 던전이 되어버리고, 헌터들은 몬스터를 퇴치하러 몰려 온다.

나는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라고!

살아남기 위해 던전의 보스가 되어 헌터들을 퇴치해야 하는 생존형 던전 보스.

 
005화 반복되는 악몽(2)
작성일 : 19-10-09 22:14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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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2)

 반복되는 악몽

 

 

 

 

 

 

 

 ‘죽을 뻔 했어. 거기서 소리를 내다니…….’

 

 절대 보고 싶지 않았던 광경을 본 후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버렸다.

 그 직후, 들려온 수풀 헤치는 소리에 기겁한 이현은 정신없이 동굴로 도망쳤다.

 

 ‘그 때 한 걸음이라도 늦었다면…….’

 

 사력을 다해 뛰어온 이현이 동굴로 뛰어들었을 때, 써커는 동굴을 알아차릴 수 있는 곳까지 와 있었다.

 이현은 동굴에 들어오자마자 다리가 엉켜 바닥에 굴렀고 탈진한 탓에 더 움직일 수도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채로, 이현은 동굴을 향해 코를 벌름거리며 다가오는 써커를 볼 수밖에 없었다.

 꼼짝없이 죽을 거라는 생각에 콧물과 침이 질질 흘리고 있었다.

 

 ‘어딜 보는 거지?’

 

 죽기 직전의 절망 앞에서, 이현은 흡혈종이 자신을 찾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흥분한 써커의 숨이 마치 저승사자의 숨결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지만, 써커는 이현이 보이지 않는 듯 전혀 엉뚱한 곳만 보고 있었다.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흙을 헤쳐보거나 사방을 둘러보던 써커는 1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이현을 끝까지 알아채지 못했다.

 

 “□□ □□□ □□ □□…….”

 

 써커는 이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이를 드러내더니, 발길질을 하려했다.

 

 ‘발에 맞으면 들킨다.’

 

 이현은 그 순간 정말 끝장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써커는 결국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사라졌다.

 

 ‘내가 보이지 않았던 걸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동굴이 있다면 안으로 들어와서 추격을 했을 터였다.

 

 ‘동굴도 보이지 않았던 거야.’

 

 이현은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 동굴의 존재가 자신을 감춰준 거라고 생각했다.

 

 “살았어. 살았다고……. 으흐흑.”

 

 생존이 실감되자마자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저 압도적인 공포 앞에서, 이현이 할 수 있었던 건 혹시나 다시 들킬까봐 두려워 입을 꼭 막고 쏟아내는 오열뿐이었다.

 

 안심,

 기쁨,

 환멸과 후회.

 생존의 기쁨은 아주 잠깐이었다.

 

 이현은 결국 민아를 지키지 못했다.

 처참하게 끝나버린 아이의 생명과 자신의 생존에만 기뻐하는 자신의 이기적인 모습에 이현은 구역질이 났다.

 

 “우웨엑.”

 

 몇 번이나 위를 게웠다. 이현이 보았던 끔찍한 광경이 뇌리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다 내 잘못이야. 처음부터 나가지 않고 동굴 속에서 민아와 함께 숨었으면…….’

 

 동굴은 이해할 순 없지만 이현을 숨겨주었다.

 만약 이현이 민아를 방치하지 않고 함께 동굴 속에서 버텼었더라면…….

 이현은 민아를 동굴에 홀로 두고 간 것이 너무나 후회되었다.

 

 “내 탓이야. 혼자 두면 안됐어…….”

 

 잔뜩 게워낸 괴로움에 맺혔던 눈물이 이제는 후회와 미안함으로 차올라 흘러내렸다.

 

 “미안하다, 민아야. 아저씨가 미안해.”

 

 이현은 쉴 새 없이 지키지 못했던 아이에 대한 사과를 읊조렸지만, 들어주는 이 없는 통곡은 동굴 안을 울릴 뿐이었다.

 구토와 오열을 반복하던 이현은 결국 정신을 잃고 자신의 토사물 위로 쓰러졌다.

 

 [던전이 초기화 됩니다.]

 

 ***

 

 이현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한낮을 지나서 해가 꽤나 넘어간 이후였다.

 토사물과 땀, 눈물 콧물 분비물이 이현의 몸에 달라붙어 악취를 내고 있었다.

 

 “신고하자.”

 

 간밤의 괴물들이 아직 있을 진 모르겠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 최대한 빨리 도움을 요청해야했다.

 이현은 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핸드폰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에 민아에게 주었단 걸 떠올린 이현은 다시 찾아오는 절망감에 쓰러지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나가서, 다 말해야해.”

 

 믿어줄 사람이 있을까? 이현은 의문이 들었다.

 소설이나 만화 혹에서나 일어날 일이었다. 자신이라도 믿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알려야 했다.

 이현은 간밤에 목숨을 잃어야 했던 모두의 죽음이 이유도 모르는 의문사가 되는 걸 원치 않았다.

 

 비적비적 동굴을 벗어나 계곡으로 내려가 시원한 물로 얼굴을 닦아내었다.

 이현의 몸에서는 아직 시큼한 땀 냄새가 풍겼지만, 얼굴에 붙었던 오물들은 씻겨 나갔다.

 

 ‘일단 캠핑장을 나가서 구조요청을 하자.’

 

 아마 시신을 뒤적이면 핸드폰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현은 고인의 처참한 시신에 손 대고 싶지 않을 뿐 더러, 수사를 하러 나온 사람들의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떠올렸다.

 

 ‘국과수나 특별 수사팀, 하다못해 경찰에서도 수사를 하겠지.’

 

 이현도 아마 수사를 받게 될 것이다. 아이를 방치해서 죽게 내버려둔 죄.

 처벌 받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이현은 누군가에게 처벌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장씨! 쇠주 떨어졌다. 좀 가져와봐!”

 “이런 귀찮은 양반을 봤나. 자네는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아주 활기차고 술에 취해서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

 이현의 두 눈이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소란을 피울 수가 있지?’

 

 사람들이 단체로 죽은 곳이다. 큰 소리는커녕 작은 소리도 삼가야할 곳이었다.

 그런데 술까지 퍼마시다니!

 고개를 숙이고 걷던 이현은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단단히 한 소리를 해줄 셈이었다. 그 참극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다.

 

 “지금 여기서 뭐하…… 어?”

 

 소리를 지르기 일보직전, 이현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시야에 시신은 없었다. 피 냄새도 나지 않았고, 괴물도 보이지 않았다.

 간밤의 비극의 편린도 보이질 않았다.

 그저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로 가득 찬 평소와 같은 한여름의 캠핑장이 보였다.

 

 “거참, 아까는 내가 가져왔잖여!”

 

 술을 먹고 고함을 지르던 두 노인은 어제 이현에게 옥수수를 더 달라던 꼰대들이었다.

 그들 뒤로는 어제 이현이 옥수수를 나눠주면서 인사를 했던 사람들이 물놀이에 신이 나 있었다.

 

 ‘아무도 죽지 않았어? 그렇다는 건……!’

 

 이현은 주정뱅이 꼰대들을 무시하고 고개를 사방으로 돌려 사람을 찾았다.

 분명 어제 이 근처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다.

 

 “아빠! 나 배고파!”

 

 민아였다.

 기린 모양의 귀여운 튜브를 허리에 낀 채로 슬리퍼를 신은 발로 찰박찰박 부모를 향해 뛰어가는 그 아이는 민아가 틀림없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세상에, 감사합니다.”

 

 이현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민아는 살아있었다. 아니, 애초에 죽은 게 아니었을 것이다.

 

 ‘간밤의 일은 다 꿈이었어.’

 

 술을 못하는 자신이 딱 한 캔 가져왔던 맥주를 마시고 취했던 게 분명했다.

 취한 채로 심령체험을 한답시고 동굴에 들어갔다가 취해서 쓰러졌고 그대로 잠들었다가 악몽을 꾼 것일 거다.

 이현은 점점 어제의 일이 꿈이었다고 확신했다.

 정말 소름끼치게 현실 같은 악몽이었지만 그래도 꿈이었다.

 

 ‘취해서 토하기 까지 하고 창피하네.’

 

 이현은 괜히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더 느껴지는 것 같아서 민망해졌다.

 냄새도 뺄 겸 그대로 계곡물 속에 몸을 담그니 이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 아이의 이름도 민아가 아닐 지도 몰라.’

 

 시원한 계곡 물 속에서, 이현은 민아, 아니 이름 모를 아이가 가족들과 웃으며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

 

 해질녘이 되자 땅거미가 계곡물을 물들여 갔다.

 어두워지고 캠핑장의 텐트들이 하나둘씩 라이트나 램프를 켜고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나와 여름 볕에 옷을 말리던 이현도 슬슬 배고픔을 느꼈다.

 

 ‘애도 아니고 나이 서른 먹고 악몽하나 때문에 감상적이 되다니.’

 

 이현은 새삼 부끄러워졌다.

 조카가 악몽을 꿨다며 울면서 안아달라고 했을 때 실컷 놀렸었는데 그럴 자격이 있나 싶었다.

 

 ‘가서 저녁이나 먹어야겠다.’

 

 가방 속에 어제 먹지 않은 오동통한 수제 소시지가 남아 있었을 터였다. 맥주는 이제 없으니 취할 걱정도 없었다.

 그렇게 웃으며 이현이 돌아서는 순간, 그의 귓가에 아이 어머니의 말이 들렸다.

 

 “민아야!”

 

 철렁.

 

 이현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걸 느꼈다.

 

 “밤엔 물에 들어가는 거 아니야! 얼른 와서 밥 먹어!”

 

 민아.

 어제 공포에 질려 부들부들 떨던 아이가 이현에게 말해준 이름이었다.

 이현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냥 흔한 이름이잖아. 아냐, 내가 어제 우연히 들었었나봐. 꿈엔 원래 그런 시시콜콜한 것들도 은근 다 나오니깐.’

 

 이현은 애써 고개를 털어 의심을 지워냈다.

 이현을 보지 못한 민아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이현의 다리에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정신없이 뛰어오느라 아이는 미처 이현을 보지 못했다.

 아이는 예의바르게 꾸벅 인사를 하고 다시 부모의 곁으로 뛰어갔다.

 

 “어?”

 

 아이가 돌아간 뒤, 이현과 부딪혔던 자리에 익숙한 물건이 떨어져 있었다.

 한참을 찾아도 찾을 수 없었던 물건이었다.

 바로 꿈속에서 이현이 민아에게 건네주었던 이현의 핸드폰이었다.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왜?!”

 

 이현이 부들거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줍는 순간, 남은 희망마저 조각내버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던전이 준비됩니다. 잠시 후, 던전의 게이트가 열립니다.]

 

 ***

 

 “다들 도망가세요!”

 

 몇 시간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까.

 이현은 목이 마르고 따끔따끔 아파오는 걸 느꼈다. 거의 쉴 지경이었다.

 

 “여길 벗어나야 합니다. 어서요!”

 

 하지만 이현이 목소리가 갈라질 때까지 외쳐대도, 캠핑장의 사람들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는 듯 웃으며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단 한사람도 이현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이대로는 어젯밤 꿈이랑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현은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끔찍한 장면들을 기억했다.

 괴물들이 나타났고, 사람을 죽이고 피와 내장을 빼먹었다. 아니 그렇게 될 거다.

 이현은 자신의 간밤의 꿈은 예지몽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피할 수 있을 거야.’

 

 “괴물들이 오기 전에 상류의 동굴로 가면 안전합니다!”

 

 “장씨, 안주할 거 뭐 없나?”

 “거 이럴 때 옥수수라도 있음 좋은데.”

 

 “그놈들은 사람을 죽이고 잡아먹어요!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오빠, 거기 모기향 좀 피우자. 밤이 되니깐 모기가 나오네.”

 “계곡 모기가 무섭지? 민아 자는 데 물리면 안 되지.”

 

 “제 말 들리시는 분 없나요?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좀!”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아무도 이현의 말을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

 아니, 말 뿐만이 아니었다. 눈앞에서 손을 흔들고, 몸을 잡아끌어도 아무도 이현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건 정상이 아냐.’

 

 마치 유령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현은 사람들을 멀쩡히 만질 수 있었다. 단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 뿐이었다.

 

 “이봐요! 당신 딸이 위험하다니깐!”

 

 이현은 민아의 아버지 장민수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댔다.

 멱살 잡고 코앞에서 침을 튀겨가며 고함을 지르는 데도 장민수는 한 번도 이현을 바라보지 않았다.

 

 “자기야, 나 맥주 한 캔만 더 하면 안 될까?”

 

 짝!

 이현이 장민수의 뺨을 갈겼지만,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는 듯, 장민수는 변함이 없었다.

 이현에게 멱살이 잡힌 채로, 아내가 건네주는 맥주 캔을 신이 나서 받아들고 있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점점 커져가는 불안에 이현은 미칠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아저씨, 왜 우리 아빠 때려요?”

 

 드디어 누군가가 이현의 존재를 눈치 챘다!

 이현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 존재를 바라보았다.

 텐트에서 자다가 일어난 듯, 잠옷차림으로 유니콘 인형을 안고나온 민아였다.

 이현은 울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고 장민수의 멱살을 놓고선 민아에게 다가갔다.

 

 “민아야, 아저씨가 누군지 알겠어?”

 “아니요? 누구세요?”

 

 이현을 바라보는 민아의 눈빛은 흐리멍덩했다. 하지만 그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민아야, 아저씨랑 같이 도망가야 돼. 괴물들이 올 거야.”

 “괴…물……?”

 “그래, 괴물. 그러니깐 안전한 동굴로 아저씨랑 같이 가자.”

 “동굴……?”

 

 이해가 갈 리가 없었다. 7살 아이에게 느닷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통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현에겐 아이를 설득시킬 시간도, 자세히 설명시킬 시간도 없었다.

 

 벌써 시간은 9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어제 이현이 깜빡 졸았다가 깼던 그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괴물들이 나타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빠랑 엄마가 크게 아파할 지도 몰라. 민아가 도와주면 다 같이 도망갈 수 있어. 아저씨 좀 도와줄래?”

 

 민아의 흐린 눈이 부모를 향했다.

 이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도 이현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부를 구할 수는 없었다.

 이현은 적어도 민아라도, 민아의 부모만이라도 구할 생각이었다.

 

 ‘꿈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건 사양이야!’

 

 그러나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던전의 게이트가 열립니다.]

 

 또 일전의 장내 방송 같은 소리가 울렸다.

 민아를 설득하려던 이현은 섬뜩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캠핑장 한가운데서 검붉은 안개의 소용돌이가 둥글게 뭉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간밤의 끔찍한 악몽에서 기어 나온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핑핑핑!

 

 기이한 총성이 울리고 게이트 바로 앞에서 술을 마시던 주정뱅이 중 한 명의 이마에 3개의 구멍이 생겨났다.

 풀썩, 힘없이 주정뱅이의 몸이 바닥에 쓰러지더니 경련을 일으켰다.

 

 핑!

 풀썩.

 

 순식간에 옆의 주정뱅이 일행도 쓰러졌다. 눈을 정확히 명중시켰는지 눈알이 터져나가고 구멍에서 흰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기묘한 건, 두 사체 모두 몸에 난 구멍에서 아주 미량의 피만 흘러내렸다. 마치 한 방울의 피라도 덜 흘리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처럼.

 

 벌써 두 명이나 사람이 죽자, 캠핑장 내의 모든 사람들이 행동을 멈췄다. 하지만 이현의 눈에는 그게 멈춘 게 아니라 그대로 정지한 것으로 보였다.

 

 “꿈속의 그 괴물들…….”

 

 괴물은 꿈속 모습 그대로였다. 방탄조끼와 검은색 군복, 전면을 가리는 헬멧.

 그 헬멧 속에 있을 창백한 괴물의 얼굴이 떠오르자 이현은 속에서 욕지기가 치솟았다.

 

 “□□ □□□.”

 

 괴물은 벌써 사람을 둘이나 죽였는데도 태연하게 어딘가로 무전을 하고 있었다.

 괴물이 여유를 부리던 그 순간, 정지해있던 사람들이 돌연 괴성을 지르며 괴물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짐승 같은 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얼굴은 고통스러운 것 마냥 잔뜩 일그러져있어 사람답지 않게 기괴했다.

 돌변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저 괴물을 증오하고 그 살점을 탐하는 것 마냥 구부러진 손을 앞으로 내밀고 연신 이를 딱딱거렸다.

 오히려 이현의 눈에는 사람들이 괴물 같았고, 괴물은 마치 영화 속 좀비 떼를 만난 피해자인 것처럼 보였다.

 

 “□□□!!”

 

 괴물은 황급히 무전기에 대고 소리치더니 손에 든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핑! 핑!

 

 총성과 함께 사람들의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렸다. 피가 솟구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덤벼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총에 맞고 쓰러졌지만, 정말 좀비처럼 남은 사람들은 달려드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에는 민아의 부모도 끼어있었다.

 

 “□□ □□□ □□□□.”

 

 괴물이 낸 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와 함께 검붉은 게이트에서 괴물의 동료로 보이는 자들이 십 수 명이 차례로 나타났다.

 나타난 괴물들은 익숙하고 숙달된 자세로 진형을 잡고 총구를 들어 올려 사람들을 조준했다.

 

 “안 돼!”

 

 핑핑핑! 피피피핑!

 

 이현의 외침과 동시에 총소리가 다발로 울리며 사람들이 동시에 축 늘어졌다.

 괴물의 동료들은 사람들의 시체 밑에서 먼저 와있던 괴물을 꺼내더니 안전한 후방으로 옮겼다.

 

 “사람들이 떼로 죽고 있어……!”

 

 핑핑 울리는 총성은 끊이지 않았다.

 민아의 아버지가 총에 맞고 쓰러지는 순간, 이현은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직도 민아는 흐린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이 캠핑장에서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이현과 민아, 단 둘 뿐이었다.

 

 “민아야, 도망가자!”

 

 이현은 민아의 눈을 가린 채로 황급히 안아들었다. 민아의 반항은 없었다.

 충격을 받은 걸까, 이현은 제발 민아가 아빠의 죽음을 보지 않았길 빌었다.

 이현은 민아를 안은 채로 달렸다.

 

 ‘동굴로 가야 된다.’

 

 꿈의 내용대로라면 동굴 속에선 안전했다. 이현은 괴물들이 자신들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핑!

 

 뒤에서 들리는 총성의 빈도가 아까보다는 줄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들려왔다.

 이현은 괴물들이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자신들이 도망가는 것을 보지 못했길 빌었다.

 이기적인 생각이란 걸 알지만, 자진해서 괴물들에게 달려든 사람들의 목숨까지 걱정할 수는 없었다.

 

 ‘대체 왜 그런 걸까?’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도망가지도 않고 갑자기 좀비 떼처럼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전에 이현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도 알 수 없었다. 정상적인 게 하나도 없었다.

 

 “으으으……!”

 

 이현의 품안에 안겨있던 민아가 작은 신음 소리를 냈다. 정신이 든 듯했다.

 이현은 민아의 등을 토닥이며 속삭였다.

 

 “민아야 조금만 참아. 아저씨가 이번에는 구해줄게.”

 “으윽.”

 

 우는 걸까? 아니면 숨이 막히나? 이현은 다리면서 조심스럽게 민아를 고쳐 안았다.

 

 “동굴에만 가면 괜찮……악!”

 

 이현이 어깨에 따끔한 고통을 느껴 고개를 돌려보니 민아가 온 힘을 다해 이현을 물고 있었다.

 

 

 
작가의 말
 

 아이란 의외로 괴물이나 다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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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4화 반복되는 악몽(1) 2019 / 10 / 9 266 0 8026   
4 003화 던전 발생(3) 2019 / 10 / 9 283 0 6821   
3 002화 던전 발생(2) 2019 / 10 / 9 272 0 6878   
2 001화 던전 발생(1) 2019 / 10 / 9 293 0 7343   
1 000화 프롤로그 2019 / 10 / 9 480 0 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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