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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규격 외 던전 보스
작가 : 오구진
작품등록일 : 201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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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캠핑을 즐기던 평범한 30대 독신남!

쉬러 갔던 캠핑장은 던전이 되어버리고, 헌터들은 몬스터를 퇴치하러 몰려 온다.

나는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라고!

살아남기 위해 던전의 보스가 되어 헌터들을 퇴치해야 하는 생존형 던전 보스.

 
003화 던전 발생(3)
작성일 : 19-10-09 22:11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6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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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3)

 던전 발생

 

 

 

 

 

 

 

 찌르르르

 스스스슥

 

 풀벌레 소리와 풀을 헤치고 서둘러 걷는 소리만이 주변에 울려 퍼진다.

 아이는 기절한 그대로 잠이 든 건지 이현의 품안에서 쌕쌕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아이를 습격한 게 사람인지 짐승인지는 몰라도 일단 안전한 곳에서 보호하는 게 먼저였다.

 

 “진짜 이게 뭔 날벼락이래.”

 

 이현은 신고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지만 설상가상으로 데이터가 터지지 않았다. 통화권도 이탈이었다.

 요즘은 산 속이라도 이런 법이 없다지만, 이 근방 기지국에 문제가 좀 많아서 가끔 터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그게 하필 지금이라는 것이다. 통화권 이탈일 때는 119나 112한테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돌겠네, 정말.”

 

 이현이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서둘러 동굴로 가는 것 밖에 없다.

 동굴에 가서 아이를 안전한 곳에 두고, 자신은 상황을 봐서 통화가 터지는 곳으로 가서 신고를 하면 된다.

 다행으로 동굴에 도착할 때까진 이현과 아이 말곤 어떤 존재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금방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네.’

 

 이현은 머리에 쓴 라이트를 켜고 동굴로 들어갔다.

 아까와는 다르게 무섭다는 생각보단 한시라도 빨리 동굴 끝, 그러니깐 법당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도착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응…….”

 

 서둘러 걸었더니 동굴 속에 발소리가 크게 울린 듯, 아이가 정신을 차렸다.

 그새 악몽을 꿨는지 아이가 고개를 들자 눈가와 이현의 가슴팍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아빠… 엄마…….”

 

 이현은 자신도 모르게 손이 아이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아이가 부모 없이 지금 얼마나 무서울까.

 

 “괜찮아. 괜찮아. 아가야 착하지.”

 

 뭐가 괜찮은지는 몰라도 이현은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계속 괜찮다고 말해주었고, 아이는 흐느낌을 멈추었다.

 빨리 걸었던 덕분인지 법당에는 금방 도착했다. 이현은 아까 깨끗이 치웠던 불단을 다시 한 번 털어내고 아이를 불상 앞에다 앉혔다.

 

 “이름이 뭐야?”

 “……민아요. 장민아. 7살.”

 

 이현은 낮에 부모 얼굴을 잠깐 봤지만 아이의 이름을 모르면 부모를 찾기 힘들 것 같았다.

 아이가 울지 않고 대답을 잘하자 이현은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구 착하네. 민아야. 아저씨가 나가서 민아 엄마랑 아빠랑 계신지 보고 올게. 그때까지 혼자 기다릴 수 있겠어?”

 

 이현이 나가겠다는 말을 하자마자 민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이현의 옷을 잡았다.

 민아는 고개를 황급히 저으면서 다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안 돼…요. 괴물, 힉! 아빠, 힉!”

 

 아이를 다시 괴롭힌 꼴이 되자 이현이 당황했다.

 이현은 민아를 꼭 껴안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었다.

 

 “괜찮아. 아저씨가 밖에 있는 나쁜 거 혼내주고 올게.”

 

 밖에 있는 게 뭔지는 몰라도 일단 민아를 안심시키는 것이 먼저였다.

 이현도 아이를 동굴 속에 혼자 두고 간다는 게 불안하긴 했다.

 이렇게 패닉에 빠진 아이를 아무도 없는 동굴에 방치했다는 거 자체가 아동학대에 가깝다.

 그냥 아이와 같이 날이 밝을 때까지 같이 있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피…….’

 

 밖에 있는 게 뭔지는 몰라도 유혈사태가 일어났다는 건 분명하다.

 그게 짐승이건 사람이건 사람을 해한다는 것도 분명했다.

 

 “아빠…… 군인, 힉!”

 

 아빠가 군인이었나? 그랬는데도 상대가 무서웠다는 건가.

 이현은 군인 아버지를 둔 친구들을 어릴 때부터 많이 봐와서 그 아이들이 아버지를 얼마나 강하게 신뢰하는 지 잘 알았다.

 물론 아이가 크면서는 잦은 전학에 아버지를 미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민아는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었다.

 

 “아빠가 군인아저씨야? 그러면 엄청 쎄겠다~ 아저씨가 가면 이미 다 물리쳤겠다. 그지?”

 

 민아의 눈이 멍해진다. 이현의 말을 믿고 싶어진 걸까? 아이의 고개가 살짝 끄덕여졌다.

 

 “그리고 이거 봐라. 아저씨는 이런 방망이도 있어!”

 

 이현은 신상 티타늄 도금 손도끼를 들어서 민아한테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아이한테 도끼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

 

 신상 손도끼는 검은 가죽커버를 씌워놓아서 그런지 겉으로 보기엔 뭉툭한 방망이처럼 보였다.

 

 “아저씨가 가서 아빠 도와드리고 올게. 그러면 아빠랑 엄마랑 같이 올 수 있을 거야.”

 

 민아의 얼굴이 다시 살짝 끄덕여진다.

 

 ‘좋았어. 이제 안심은 된 거 같으니 비장의 수단을 주자.’

 

 이현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걸로 치예랑, 보라티비 보고 있어. 아저씨가 금방 부모님이랑 같이 올게. 알겠지?”

 

 동굴 안은 전파가 안 터지지만 다행히 이현이 조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운 받아놓은 영상들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이 환장한다는 이 영상들이 있으면 혼자 동굴 안에 있다고 해도 그렇게 무섭지는 않을 거다.

 그래야 할 텐데. 이현은 영 민아만 혼자 두고 동굴을 떠나는 게 내키지가 않았다.

 

 “그리고 만약에 무서워지면 여기 관세음보살님한테 도와주세요 하고 부탁드리면 도와주실 거야. 알겠지?”

 

 민아는 이현의 스마트폰을 꼭 안고 멍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하, 아이를 두고 가려니 영, 발이 안 떨어지네.’

 

 “아저씨가 꼭 돌아올게.”

 

 ***

 

 이현은 다시 텐트에 들러서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상대가 뭔지도 모르는 데 무작정 돌아다닐 순 없었다.

 때문에 이 사단을 일으킨 게 뭔지 안전하게 확인할 쌍안경과, 자신이 들키지 않게 해줄 바람막이를 챙겼다.

 

 “제발, 제발 별 거 아니었으면.”

 

 이현은 간절히 빌면서 바람막이를 걸치고 모자까지 뒤집어 쓴 다음 텐트를 나섰다.

 

 트인 길이 아닌 캠핑장 옆의 숲길을 통해서 계곡 하류로 내려간다.

 날도 어둡고 바람막이의 어두운 색으로 위장한 덕분에 쉽게 눈에 뜨이진 않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라이트도 끄고 캠핑장의 가로등 불빛에만 의지해서 길을 나아갔다.

 

 “후우.”

 

 이현이 마른세수하듯 양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민아네 가족이 머물렀던 하류 근처까지 오니 긴장감이 심해진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아.’

 

 그리고 마침내 문제의 원인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

 

 무슨 소리가 들리자마자 이현은 근처 풀숲에 바짝 엎드렸다. 들려온 말은 이현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외국인인가?’

 

 이현은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쌍안경을 들어 하류 캠핑장을 보았다.

 

 ‘씨발, 저게 뭐야.’

 

 이현은 놀라서 쌍안경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야했다.

 이가 덜덜덜 떨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현이 본 게 사실이라면, 그리고 민아가 저곳에서 도망친 거라면,

 

 ‘이제 어떻게 하지?’

 

 그곳에선 사람이 아닌 것들이 사람이었던 것들의 내장을 파헤치고 있었다.

 

 ***

 

 이현은 직감적으로 저것들이 괴물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창백하고 생기가 없어 하얀 지점토 가면처럼 보이는 얼굴, 입을 열 때마다 보이는 기괴한 송곳니.

 

 그리고 시체에서 꺼낸 내장을 입에 넣고 씹는 저것들은 절대 사람이 아니었다.

 

 흡혈귀? 요괴? 구미호?

 있을 수 없는 광경에 이현의 머리가 멍해져 왔다.

 아이머리 만한 핏덩이를 들고 씹는 괴물의 입에서 피가 주르륵 흐르는 장면은 절대 현실에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캠핑장의 야간 등이 마치 극장의 하이라이트처럼 시체와 괴물을 비추고 이현이 숨은 곳까지 날아오는 비린 피 냄새까지 이현의 현실감을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안 돼, 도망가야 한다. 민아의 부모님을 찾을 경황이 아니었다.

 아니, 산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저 곳에는 시체들과 그 시체를 파먹는 지옥뿐이었다.

 

 이현은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포복자세 그대로 몸을 돌렸다.

 팔이 벌벌 떨려 힘이 들어가지 않기도 했고 급하게 움직이면 소리가 날 것 같아 굼벵이 같은 속도로 기어갔다.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었다.

 절대로 저놈들에게 배가 갈라져 내장을 빼 먹히고 싶지 않았다. 이제 즐겨보려고 했던 인생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괴담으로 끝낼 수는 없었다.

 이현은 공포 때문에 소리 없이 울면서 바닥을 기었다.

 

 영원하게 느껴졌던 숨 막히는 시간이 지난 후, 더 이상 괴물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됐다.

 이현은 그 즉시 일어나서 동굴로 필사적으로 달렸다.

 

 “헉-헉-.”

 

 폐가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발을 놀렸다. 천만다행으로 놈들이 쫓아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현이 달리면서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느라 넘어질 뻔 한 게 수차례.

 겨우 무사히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살았다.”

 

 이현은 헛구역질을 해가며 겨우 숨을 들이마셨다. 운동부족인 30대의 몸에 격한 운동은 무리였다.

 그런데 고작 이 정도 뛰고 이 모양인데 혼내주고 온다고? 이현은 민아에게 호언장담했던 게 떠올라 어이가 없어졌다.

 관세음보살님이 도우신 건지 걸리지 않은 게 기적이었다.

 

 “민아야!”

 

 이현은 잠시 숨을 고르고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소리는 동굴 안에서만 들릴 정도로 적당히. 너무 크게 해서 밖에 들려선 안 된다.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이 정도 소리면 민아도 들었을 텐데?’

 

 불안해진 이현이 황급히 동굴 안쪽으로 뛰어갔다.

 

 “민아…… 얘가 어딜 갔지.”

 

 법당에는 차게 식은 옥수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

 

 [오늘은 제가 짜왕을 끓여서-]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화면과 음성은 민아의 의식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작 7살. 바쁜 엄마가 오랜만에 휴가를 냈고 온가족이 함께 오는 1년만의 물놀이였다.

 엄마는 보험 회사에 다니느라 주말도 없이 바빴고, 아빠도 군인이라 평일에는 항상 외할머니와 보내야했다.

 

 ‘우리 강아지, 내년이믄 학교 가는 데 엄마 아빠 보구 잡다고 찡찡되면 쓰나.’

 

 말은 그렇게 해도 항상 할머니는 민아를 안고 토닥토닥 등을 쓸어주었다.

 할머니가 참 좋았지만, 민아는 그래도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있고 싶었다. 그래서 떼를 써서 오늘 이렇게 물놀이를 오게 된 것이었다.

 

 ‘다 나 때문이야.’

 

 자기가 떼를 써서 엄마가 무리하게 휴가를 내고, 아빠가 이것저것 준비해서, 온가족이 함께 계곡에 와서,

 다 죽었다.

 

 ‘아저씨가 꼭 돌아올게.’

 

 여기까지 데려다 준 아저씨의 말이 생각났다. 아저씨는 몽둥이로 나쁜 사람들을 혼내준다고 했다.

 그런 다음, 엄마랑 아빠랑 같이 와준다고 했다.

 

 하지만 7살인 민아도 알았다.

 ‘그것’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고,

 엄마랑 아빠도 다신 올 수 없다는 걸.

 

 ‘민아야! 엄마 꼭 잡아!’

 

 아빠가 괴물한테 죽고 나서, 허공에 검은 구멍이 생기더니 똑같은 괴물 2마리가 나타났다.

 엄마는 아빠가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괴물이 늘어나자 민아를 안고 달렸다.

 

 챠라락

 급하게 뛰느라 엄마의 발에 채인 자갈들이 소리를 냈다.

 

 “□□ □□!”

 

 그 소리를 들은 괴물들이 괴성을 지르며 이쪽을 향한다.

 민아는 엄마의 품에 안겨서 달려오는 괴물들과 바닥에 널브러진 아빠를 보았다. 흐느끼는 엄마의 울음소리와 숨소리, 핑! 하는 바람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배가 따뜻하고 축축해지는 걸 느꼈다.

 

 “민아야, 엄마가 미안해.”

 

 38세의 보험회사 직원, 양수아는 항상 민아에게 미안했다.

 아버지 없이 힘들게 자라서 자신의 자식에겐 뭐든지 다 해주고 싶었다.

 남편의 수입과 노고에는 불만이 없었지만, 자신이 못했던 피아노, 발레, 미술 등등 민아가 하고 싶었던 건 다 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오히려 민아의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

 

 “엄마가, 엄마가, 민아 많이 사랑해.”

 

 등이 너무 아팠다.

 갑자기 달려서 아픈 건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추는 순간, 고작 7살밖에 안된 자신의 소중한 보물도 삶을 멈추게 될 테니깐.

 

 ‘안 돼. 제발, 하느님, 우리 민아만은 제발.’

 

 뒤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지만 가깝게 따라오지는 않는 것 같았다.

 수아는 최대한 뛰었다. 조금이라도 민아를 저 괴물들에게 떨어뜨리기 위해서.

 

 “어, 엄마…….”

 

 그리고 자신이 총에 맞았다는 걸 깨달았을 땐, 더 이상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수아는 아이를 내려놓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가슴과 등이 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엄마, 피나, 엄마, 피나.”

 

 아픈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보다 자신이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아이가 울고 있었다.

 울지 마, 아가야.

 

 “엄마는 괜찮아. 민아야, 엄마 말 잘 들어야해?”

 

 민아를 똑바로 세워놓고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수아는 눈물범벅이 된 아이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뇌리에 담으며 말했다.

 

 “저쪽으로 뛰어서 가.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같이 도망가.”

 “엄마……”

 “장민아! 엄마 말 안 들을래?!”

 “힉!”

 

 마지막 순간인데 아이에게 소리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민아를 위해서 수아는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가서 사람을 만나면 도망가서 할머니한테 가. 집 잘 찾아갈 수 있지?”

 

 끄덕끄덕.

 민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면서 수아의 마음이 풀린다. 수아는 민아를 꼭 안았다.

 

 “그럼 누구 딸인데. 엄마가 민아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진즉에 더 안아줄걸. 같이 물놀이도 오고 그럴 걸. 아이를 위한다면서 너무 못 해준 게 많았다.

 

 “얼른 가!”

 

 울고 있는 아이를 돌려세우고 등을 떠민다. 엉엉 울며 민아가 거부했지만 수아는 단호하게 등을 떠밀어 가게 했다.

 민아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온몸에 힘이 빠졌다.

 

 “□□ □□□.”

 

 민아 아빠, 보고 싶다.

 괴물의 총구가 자신을 향하는 걸 보며 양수아는 눈을 감았다.

 

 핑!

 

 그다지 떨어지지 않은 수풀 속에서 민아는 엄마의 마지막을 보았다.

 엄마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엄마는 도망가라고 했다. 그래서 달렸다.

 달리다가 더 이상 못 뛸 거 같을 때, 텐트를 하나 발견했다.

 이현의 텐트였다.

 

 민아가 보지 않던 스마트폰은 영상이 끝나고 절전모드에 들어가서 동굴 안이 어느새 컴컴해져 있었다.

 민아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불당 앞에 섰다. 이현이 말해줬던 것이 기억났다.

 

 “도와주세요.”

 

 법당에 절을 하는 걸 모르는 민아는 두 손을 모으고 이현이 말해준 대로 빌었다.

 

 “도와주세요.”

 

 두 눈을 꼭 감고 기도하는 민아에겐 벽면 곳곳에 떠오르는 녹색 빛이 보이지 않았다.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간절한 바람과 기원이 커짐에 따라, 녹색 빛의 일렁임도 커져간다.

 그리고 아이의 기원이 가장 커졌을 때, 녹색 빛은 민아의 몸에 닿았다.

 

 민아가 고개를 들고 눈을 떴을 때, 아이의 눈은 흐릿했다.

 빛의 일렁임은 사라졌지만 흐릿한 눈동자 속에 살짝 녹색 빛이 빛났다.

 비틀비틀 대며 일어난 민아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가야해.”

 

 어디로?

 여기가 아닌 곳.

 

 “엄…마….”

 

 이곳은 자신에게 허락된 곳이 아니었다.

 녹색 빛은 그렇게 속삭였고, 민아는 동굴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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