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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규격 외 던전 보스
작가 : 오구진
작품등록일 : 201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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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캠핑을 즐기던 평범한 30대 독신남!

쉬러 갔던 캠핑장은 던전이 되어버리고, 헌터들은 몬스터를 퇴치하러 몰려 온다.

나는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라고!

살아남기 위해 던전의 보스가 되어 헌터들을 퇴치해야 하는 생존형 던전 보스.

 
002화 던전 발생(2)
작성일 : 19-10-09 22:08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6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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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2)

 던전 발생

 

 

 

 

 

 

 

 “와, 깜짝 놀랐네. 느닷없이 달려드네.”

 

 자신에게 달려든 몬스터의 목을 부러뜨린 헌터는 몬스터를 옆으로 내던졌다.

 이런 저급 몬스터한테 밀려 넘어졌다는 게 창피해졌다. 아마 리더가 봤으면 한동안 놀림거리를 면치 못했으리라.

 

 “이걸 어떻게 할까.”

 

 이 던전은 최하급 중의 최하급이었다.

 몬스터 수준이 낮아서 마석은커녕, 몬스터 부산물도 돈 될 만한 게 없었다. 유일하게 써먹을 거라곤 몬스터의 혈액뿐이었다.

 수지가 안 맞는, 즉 돈이 안 되는 던전이었다.

 그래서 아까 쏴 죽인 몬스터가 물속에 빠졌을 때 흘러간 피마저도 아까울 지경이었다.

 

 “아, 정말 이거 나누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런 몬스터들의 피라도 잘 모아서 팔면 나름 돈이 되긴 했다.

 던전 바깥에서 기르는 혈액용 가축만으로도 식량은 충분했지만, 흡혈종들은 좀 더 신선한 피를 원했다.

 던전 속에서 날뛰는 몬스터의 피는 친던전환경적이라며 고상한 척 하는 일부 철없는 흡혈종들은 헌터들의 좋은 고객이었다.

 보통 홉스터라 불리는 던전 친화 주의자들이 그랬다.

 

 “한 입만 먹을까.”

 

 그리고 이 헌터는 그런 철없는 흡혈종 중에서 제일 악질인, 써커(Sucker)였다.

 고대의 흡혈종처럼 직접 목덜미를 뜯어 피를 마시는 게 멋져보여서 던전에 들어오는 또라이.

 물론 상품에 손을 댔다간 리더한테 깨지는 건 물론이고 배분에서도 손해를 볼지 모르지만,

 

 “에이씨, 내가 피 빨려고 이 짓하지! 돈이야 또 벌면 되고!”

 

 그런 걸 생각할 줄 아는 머리였으면 던전에 직접 뛰어드는 밑바닥 인생이 아니었을 것이다.

 흐흐흐,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고 바로 몬스터의 목덜미에 날카로운 이빨을 가져다 댔다.

 

 꿀꺽꿀꺽

 

 써커의 목울대가 꿀렁거릴수록 몬스터의 몸에서 작게나마 일어나던 경련이 점점 가라앉았다.

 

 “크, 역시 직접 빨아야 해. 신선함이 장난이 아니네. 아주 뜨거운 게 보약이야 보약.”

 

 혈액용 가축에게서 나는 피는 물론이고 던전에서 채혈하는 몬스터의 피도 모두 가공을 거친다.

 잡균을 없애고 지방질을 걸러내어 냉장보관 해야 식용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홉스터들은 가공을 거치면서 혈액에 포함된 자연 그대로의 영양분이 사라진다고 믿는다.

 때문에 홉스터들은 던전 헌터들에게서 기본 그대로의 피를 냉장 보관만 해서 사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야 차가운 피를 꾸역꾸역 먹지. 뜨먹이 진리지! 암! 찬피파 극혐!”

 

 악질인 써커들은 그 차가움조차 질색하며 있는 그대로의 뜨거운 피를 먹는 걸 최고로 치는 흡혈종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피를 빨고 있는 써커는 한술 더 떠 목을 물어뜯어 피를 빠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중2병 환자였고.

 

 [야 흑염룡, 가서 정리하라고 보냈더니 왜 보고가 없어.]

 

 무전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리더의 목소리에 중2병 써커의 창백한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피를 빠는데 정신이 팔려 리더에게 보고하는 걸 깜빡했다.

 이렇게 삥땅치던 게 걸리면 그날로 죽은 목숨이다.

 

 [바, 방금 끝났어요.]

 [개소리할래? 6등급도 아니고 적성 미달 던전인데 처리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너 삥땅쳤지?]

 

 딱 걸렸다. 방금 먹었던 뜨거운 피가 얹힌 듯이 속이 답답해진다.

 

 [에이, 제가 미쳤다고 삥땅을 치겠어요? 이게 미달 중에서도 상급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몬스터 중에 싸울 줄 아는 놈이 있었어요!]

 [구라칠래?]

 [진짜라니깐요? 덩치도 좀 되는 놈이 삽을 들고 막 달려드는 데 와, 깜빡 잘못 했다간 저 강냉이 다 털릴 뻔했어요.]

 [……진짜야?]

 [진짜라니깐요.]

 

 넘어가는 것 같다. 써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뒤처리만 잘 하고 넘어가면 혼날 일은 없다고 안심하고 있을 그 때,

 

 [근데 강냉이 털릴 뻔한 거면 너 얼굴 깠다는 소리네?]

 [……!]

 [너 피 빨았지?]

 […리더 저, 그게 아니라요, 헤헤.]

 

 걸렸다. 대가리 나쁘고 중2병인 써커의 어쭙잖은 둘러대기의 한계였다.

 

 [넌 흑염룡도 아니고 모기새끼다, 모기. 이따 들어가서 너 피 냄새 나면 니 강냉이 내가 턴다.]

 [으아, 잘못했어요, 리더!]

 

 이제 와서 엉엉 울며 매달려보지만 중2병 써커의 치아 상태는 이미 정해진 듯했다.

 무전이 끊기고 절망만 남은 써커는 괜히 자신을 유혹의 길에 들어서게 한 몬스터에게 화풀이를 했다.

 

 “이 맛만 좋은 몬스터 새끼 때문에 내가! 아오! 왜 맛이 좋고 지랄이야!”

 

 퍽-퍽-

 

 써커는 워커를 신은 군홧발로 장민수의 시체를 밟고 차고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렇게 아빠였던 시체의 몸이 발길질 당하는 걸, 민아는 엄마와 함께 멀리서 볼 수밖에 없었다.

 

 ***

 

 “어, 이거 생각보다 무섭네.”

 

 스멀스멀 드는 공포감에 이현은 괜히 소리 내어 말해본다.

 이현이 오기 전에 너튜브로 본 공포체험 영상에선 다들 한밤중에 동굴로 들어가기에 이정도면 괜찮겠지 했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머리에 쓴 헤어밴드형 라이트로도 동굴 안이 거의 보이질 않았다.

 

 “얼른 끝까지 갔다 와야지.”

 

 이현은 너튜브 영상을 찍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기왕 오기로 한 거, 끝까지 다녀올 생각이었다.

 영상으로 봤을 땐 깊지 않은 동굴이었다. 걸어서 왕복 3분도 안 되는 깊이였다.

 그래도 거의 보이지도 않는 상태에서 들어가려니 이현은 오금이 달달 떨리는 기분이었다.

 

 “저기요! 누구 계세요?”

 

 ……계세요…계세요.

 

 ‘되돌아오는 메아리가 뭔가 욕처럼 들리는데.’

 

 흔히들 심령 스팟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건 절대 금기라고 한다.

 귀신들이 사람을 알아채고 해코지를 한다나.

 

 “귀신 놈아 욕하지 마!”

 

 ……지마…지마.

 

 하지만 부모님이 이 근처에서 농사를 짓는 이현은 알고 있었다.

 여긴 옛날에 동네 사람들이 시원해서 농작물을 보관하거나 피서를 오던 그냥 동굴이었다.

 심령 스팟이니 공포체험이니 다 컨텐츠를 만들어 돈 벌려는 너튜브들과 일부 관심종자들의 수작이었다.

 

 “귀신은 개뿔.”

 

 ……개ㅃ…개ㅃ.

 

 ‘뭔가 기분 더럽네. 왜 자꾸 욕으로 들리지? 진짜 성질머리 더러운 귀신이라도 있나.’

 

 괜히 밀려오는 소름에, 이현은 닭살 돋은 팔을 연신 쓰다듬었다.

 심령 스팟이 아닌 걸 알아도 무서움이 안 느껴질 리는 없다. 어두운 곳에서 공포를 안 느끼면 그게 어디 사람인가. 흡혈귀지.

 

 “어?”

 

 안쪽에서 잠깐 불빛이 빛나는 게 이현의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이현은 자신이 소리 질렀던 걸 다 들었나 싶어 부끄러워졌다.

 꽤 크게 소리를 질렀으니 분명 다 들었을 거다.

 

 ‘아오, 민망하게 있으면 인기척이라도 내주지. 나 혼자 쌩쇼했네.’

 

 저벅저벅

 

 이현은 괜히 화끈 달아오르는 얼굴을 문지르며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어차피 안에 사람도 있겠다, 불빛도 있겠다, 얼른 끝을 찍고 나가야겠다 싶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없잖아?”

 

 그런데 동굴의 끝에는 아무도 없었다.

 

 동굴의 끝에 있는 거라곤 작은 법당뿐이었다.

 이현이 부모님께 들은 바로는 이 동굴의 법당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동네사람들이 가끔 와서 기도도 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캠핑장이 생기면서 동굴에 동네 주민들도 못 들어가게 됐고 그대로 방치됐다나.

 

 “아, 여기서 반사된 건가?”

 

 법당에 놓인 불상은 먼지 내려앉지 말라고 유리로 된 케이스에 들어가 있었다.

 유리케이스도 먼지가 내려앉아 지저분했지만, 아까 보았던 빛은 이현이 들고 온 라이트의 빛이 이 케이스에 반사된 것 같았다.

 

 “…이거 그냥 가기 좀 그러네.”

 

 아무리 버려진 법당이라지만 이렇게 관리가 안 된 걸 그냥 지나치기엔 마음이 좀 걸렸다.

 오죽 더러워졌으면 안에 있는 불상이 어떤 모습인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이현은 불교도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나름 절밥도 먹어봤었다.

 그래서인지 법당이 이렇게 더러운 채로 있는 걸 그냥 넘기기엔 마음이 아팠다.

 

 “에잇, 기왕 온 거 좀 청소도 하고 기도도 좀 하고 가자. 혹시 알아? 로또라도 점지해주실지. 흐흐.”

 

 이현은 손수건에 가져온 생수로 물을 적셨다.

 유리 케이스의 때를 닦아내고 제단 근처의 먼지도 털어 내다보니 이것도 꽤나 힘이 들어가는 노동이었다.

 

 “와, 이거 10년 묵은 때인가. 손수건 버려야겠네.”

 

 손수건은 원래 검은색이었던 것처럼 까맣게 변해버렸다.

 몇 번이고 물에 빨아서 닦았더니, 그래도 닦은 보람이 있어 유리가 깨끗해지고 안에 모셔진 불상이 보였다.

 

 “손이 많으신 걸 보니, 관세음보살이신가 보네.”

 

 현세 발복은 관세음보살에게, 내세 발복은 지장보살에게 하란 말이 있다.

 관세음보살은 현세의 어려움에서 중생을 구제해주고, 지장보살은 죄를 지어 지옥에 떨어진 중생들을 구제해 준다.

 

 “관세음보살님, 공양이 옥수수라 변변치 않지만 잘 좀 봐주셔서 무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현은 제단에 옥수수 하나 덜렁 올려놓고 불공을 드렸다.

 향도 없고 초도 없지만 라이트로 대체했다.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거다. 마음!’

 

 “덤으로 로또 1등 대박으로 하나만 점지해 주소서.”

 

 돈을 바라는 순수한 마음!

 딱히 돈이 급한 건 아니지만 사람이 사는 데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겠는가.

 로또 되면 확 캠핑카를 질러버릴까 하는 흑심마저 든다.

 

 [던전의 성소가 활성화됩니다.]

 

 “어?”

 

 세 번 절하고 일어서는 이현의 눈에 동굴 벽에 일렁이는 기묘한 초록빛이 보였다.

 

 ***

 

 “거 참, 요상한 일이 다 있네.”

 

 동굴 벽에 일렁이던 녹색 빛의 흔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현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사라져버려서 자세히 확인도 힘들었다.

 

 “설마 방사능은 아니겠지.”

 

 이현은 순간적으로 봤던 빛의 색이 녹색이었던 게 영 맘에 걸렸다.

 만화나 영화에서야 방사능에 노출된 뒤에 초능력이 생긴다곤 하지만, 현실에선 그냥 발암 요소일 뿐이었다.

 

 “관세음보살님, 제발 무탈하게만 해주세요. 로또는 됐으니 건강하게만 부탁드립니다.”

 

 이현은 찝찝한 마음에 괜히 한 번 더 법당에 불공을 드리고 동굴을 나왔다.

 동굴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하류 쪽 사람들도 이제 다 쉬고 있는지 풀벌레 소리만 캠핑장에 가득 했다.

 

 “그럼 나도 그만 가서 자야겠다.”

 

 적당히 몸도 움직였겠다, 이현도 슬슬 피로를 느끼던 참이었다.

 

 텐트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이현은 누군가가 텐트 안에 들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불 꺼진 텐트는 소리 없이 조용했지만 미묘한 움직임이 있었다. 텐트 한 쪽 면이 불룩해져있고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캠핑을 하다보면 가끔 배고픈 야생 동물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너구리나 오소리, 고라니 등등.

 어느 경우라도 골치 아픈 게 대다수였다. 놀라게 해서 도망치게 해야겠다는 마음에 이현이 텐트의 문을 확 젖히며 소리를 냈다.

 

 “훠이!”

 “힉!”

 “어? 누구…… 넌?”

 

 텐트 안에서 이현의 라이트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른 건 야생동물이 아닌, 낮에 만났던 여자 아이였다.

 

 여자 아이의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예쁘게 정리됐던 머리는 산발에, 옷과 몸은 온통 땀과 흙투성이였다.

 살짝 풀린 눈과 입, 그리고 오줌을 지렸는지 지린내도 살짝 났다. 그리고 추운 날씨도 아닌데 벌벌 떨고 있었다.

 이현의 표정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굳어졌다.

 

 “…무슨 일 있었니?”

 

 이현이 텐트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아이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조막만한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

 

 “……불.”

 “응?”

 “불 꺼주세요.”

 

 아차, 눈이 부셨구나. 이현은 서둘러 불을 끄고 아이에게 사과했다.

 

 “무슨 일인지 아저씨한테 말해줄래? 엄마랑 아빠는 어디 계셔?”

 

 분명 낮에 엄마랑 같이 있었고 이현이 준 옥수수를 아빠한테 자랑했었다.

 혹시 부모님 몰래 놀다가 길을 잃고 여기까지 온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현의 표정이 풀렸다.

 한밤중에 아이가 이 어두컴컴한 캠핑장에 있다면 놀라고 무서울 만했다.

 이현은 아이를 잘 달래서 데려다 주면 되겠다 싶었다.

 

 “어, 엄마가… 도망치라고, 힉.”

 

 엄마 아빠를 물어보자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눈물이 뚝뚝 흐른다.

 도망쳐? 사고라도 일어난 건가? 이현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괴물이 나타나서, 흑, 다, 다 막, 힉.”

 

 아이가 패닉에 빠졌다. 아이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불안하게 흔들리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이현은 얼른 아이를 진정시키지 않으면, 아이가 호흡곤란을 일으킬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가 잠깐 들어갈게.”

 “안 돼!!”

 

 텐트에 한 발을 넣으려고 했던 이현은 아이의 비명 같은 외침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이도 자기가 외쳐놓고 놀랐는지 입을 틀어막고는 주변을 두리번댄다.

 

 “안 돼요. 괴물이 올 거야. 힉. 아빠도 힉, 도, 도망.”

 

 패닉에 빠져 부들부들 몸을 떨던 아이가 그대로 몸을 웅크린다. 그리고 이현은 보았다.

 

 아이의 옷을 흠뻑 적신 피를.

 

 ‘아 씨발. 이거 무슨 일이 있구나.’

 

 그냥 단순히 아이가 놀란 게 아니다. 다쳤으면 빨리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야하고 아니면 아이를 데리고 피해야한다.

 이현은 마음을 굳히고 최대한 부드러운 표정으로 아이를 대했다.

 

 “미안해, 아저씨가 잠깐만 볼게.”

 

 이현은 양해를 구하곤 재빨리 텐트로 들어가 아이를 안아들었다.

 아이가 필사적으로 버둥댔지만 꼭 붙잡고, 피가 묻은 옷을 들췄다.

 

 “휴. 다친 건 아니구나.”

 

 다행이었다. 아이는 어딘가에 긁힌 잔 상처 외에는 큰 상처는 없었다.

 아이의 옷을 물들인 건 아이의 피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축축하고 손에 묻어나오는 게 방금 묻은 피였다.

 

 “도, 도망쳐, 힉, 괴, 괴물이 올 힉!”

 “어? 애기야! 괜찮니?”

 

 아이는 몸부림치며 거기까지 말하고 축 늘어졌다. 이현은 서둘러 아이의 코에 귀를 가져다댔다.

 다행히 숨은 아직 쉬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너무 과해서 기절한 것 같았다.

 

 “이거 큰일이 나도 단단히 난 거 같은데.”

 

 부모 없이 도망쳐 나온 아이. 아직도 축축하게 묻어나오는 옷에 묻은 피. 그리고 패닉에 빠진 아이가 반복해서 말하는 괴물.

 

 ‘괴물이 온다니?’

 

 이현은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촉이 왔다.

 

 “일단 동굴로 가자.”

 

 뭔지 몰라도 아이의 옷에 묻은 피의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정도 피가 흐를 정도면 누군가가 큰 부상을 입힐 무언가가 있다는 얘기였다.

 그게 산짐승이건, 강도건 아이를 안전한 곳에 대피시켜야한다.

 그 뒤에 몰래 나와서 상황을 살핀 후, 괜찮으면 아이를 부모에게 데려다 주면 될 것이다.

 이현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서둘러 동굴로 갈 준비를 했다.

 

 “쉬러 온건 데 이게 대체 뭔 날벼락이냐.”

 

 혹여나 추울까봐 담요를 아이의 몸에 둘둘 감은 뒤 안아들었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신상 손도끼를 다른 한 손에 들었다.

 

 ‘제발 이 도끼를 쓸 일이 없기를. 만약에 있다면 50만원어치 돈값은 하기를.’

 

 이현은 아이를 안은 채 텐트를 열고 동굴로 향했다.

 
작가의 말
 

 우주 어딜 가나 꼰대와 괴짜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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