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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윤슬
작가 : 차운
작품등록일 : 2019.10.5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제5화 관계
작성일 : 19-10-09 13:37     조회 : 206     추천 : 1     분량 : 5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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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눈을 떠 거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밖에선 여전히 비가 내리고 가끔 천둥 번개도 쳤다. 잠을 자면서 운건지 눈가에 물기가 가득하다. 분명 아주 기분 나쁜 꿈을 꾼 것 같은데 비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사이 무슨 내용이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갈증이 나 냉장고 문을 열어 생수통의 물을 컵에도 따르지 않고 그대로 벌컥벌컥 마신다. 찬 물이 몸속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선명하게 든다. 하필 새벽 4시라는 게 기분이 나쁘다. 4라는 숫자가 가진 의미가 악마의 숫자라던가 하는 얘기를 믿는 것도 아닌데도 그 상념이 내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 그냥 기분이 너무 나빴다. 그나마 시원하게 퍼붓는 빗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모두는 비오는 날을 좋아해서 어릴 때 비오는 날이면 노란 우비를 입고 밖으로 나가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를 발로 차며 신나게 놀았다. 나는 그런 모두를 보는 게 좋아 비오는 날의 찝찝한 기분이 싫은데도 같이 우비를 입고 나가 한참을 신나게 뛰노는 모두를 보며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런 어린 시절의 사소한 추억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니 모두가 더 보고 싶어졌다. 마음속으로 속삭여 본다.

 ‘이모두. 너무 보고 싶어. 그래도 앞으론 절대 울지 않을 거야. 오늘만 오늘만 울고..오늘 내리는 비만큼만 울게. 안녕. 내 하나뿐인 동생.’

  기분 나쁜 꿈을 꾸고 새벽에 깨서 그 후로 내내 울고 잠이든 탓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밤에 라면 두 개는 먹어 치우고 잔 것 같은 모양새다.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도 나가야 하는데 이게 뭔 꼴인지 한숨이 나왔다. 급한 마음에 냉동실에서 얼음 두 개를 꺼내 비닐 팩에 넣어 묶고 팅팅 부은 두 눈에 올려 꽉 눌렀다 떼기를 반복했다. 십분 쯤 지나니 그나마 붓기가 가라앉아 사람 몰골이 된 듯 보여 세수와 양치를 하고 가볍게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거리로 나오니 북적거리는 거리에 무표정한 얼굴로 조금은 빠르게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내 표정도 저런가? 하는 생각에 괜스레 입가에 조금 미소를 지으려고 하니 어색한지 얼굴에 살짝 경련이 일었다. 그런 내 자신이 우스워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무표정하게 뚜벅뚜벅 내 갈 길을 걸었다. 레스토랑 가까이는 가로수길이라 봄이나 가을이 되면 예쁜데 겨울엔 잎이 죄다 떨어지고 뾰족한 가지들만 이리저리 쏟아난 모양이라 추운 날씨를 더 춥게 만든다. 레스토랑에 도착해 얼른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으레 상냥한 미소를 띠고 하나둘 오는 손님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서빙을 한다. 다른 직원들이 내 동생이 죽은 소식을 사장을 통해 알았는지 어쩐지 다른 날보다 나를 더 살갑게 대하는 것이 느껴져 조금은 어색해진다. 가족이 죽었을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사람들에게 동정표를 받지 않을까 생각하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밝게 웃고 떠들었더니 직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 안쓰러웠는지 더 동정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걸 의도한건 아닌데 난감해져 나는 그저 실실 웃기만 한다. 브레이크 타임에 점심 겸 저녁을 먹을 때 심지어 별로 친하지도 않던 여자 직원이 내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며 이럴 땐 더 잘 챙겨먹고 다녀야 한다며 파이팅! 하는데 그 오그라드는 발성은 어느 드라마에서 보고 배운 건지 말문이 막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른 사람의 슬픔을 같이 공감해주고 위로해 주려는 그 작은 몸짓들에 감사함을 느끼며 내가 그래도 헛 살아온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조금하고 뜨끈뜨끈한 라자냐를 한 스푼 베어 물고 우적우적 씹어 삼킨다. 일을 마치고 저녁 8시쯤 되어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집이라고 해봐야 11평 남짓한 원룸이지만 혼자 살기에는 별로 불편함이 없다. 그래도 전철을 갈아타지 않아도 되고 7정거장만 가면 내가 사는 동네에 도착이라 그 동안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들으며 한 정거장 한 정거장 역을 세며 가는데 어디서 낯익은 얼굴이 말을 걸어온다. 이어폰 음량을 크게 해놔 앞에서 뻐끔대는 입모양을 봐선 아는 척을 하는 거 같아 급하게 이어폰을 빼고 앳된 얼굴의 여자 아이를 쳐다본다.

 “언니.저 소영이예요. 전에 모두 생일파티 때 한번 뵌 적 있는데.. 기억 안 나세요?”

 소영..소영이.. 그러고 보니 얼굴이 영 낯설지는 않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꾸한다.

 “어..안녕 오랜만이네. 소영이라고? 모두 친구지?”

 나는 소영이란 아이가 모두 친군지 아닌지 확실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때려 맞추는 식으로 아무렇게나 내뱉는다.

 “네. 언니 저 기억하시네요. 아니라도 언니 찾아뵙고 드릴 말이 있었는데 여기서 우연히 딱 마주쳤네요. 언니 괜찮으시면 다음 역에 내려서 근처 카페에 들러서 얘기 좀 하면 안 될까요?”

 다음 역? 다음역이면 우리 동네다.

 “어어. 굳이 카페 갈 필요 없이 너만 괜찮으면 내 집에 가서 얘기해도 돼. 마침 다음역이 내가 사는 동네라서.”

 “진짜요. 잘됐네요. 그럼 언니네 집에 가서 얘기해요.”

 “응. 그렇게 하자.”

 전철역을 나와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은 조금 어둑한 골목길을 끼고 있어서 혼자서 가면 괜히 나쁜 상상이 돼서 항상 마음을 졸였는데 사람하나 더 있는 것뿐인데도 새삼 꽤나 안심이 되구나 싶었다. 집 앞에 와서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익숙한 듯이 누르고 소영이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방안의 불을 켜고 그래도 손님인데 마실 거라도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냉장고를 열어보니 생수랑 맥주캔이 전부여서 아직 미성년자니 술은 치우고 물이라도 한 컵 따라서 내밀었다.

 “미안해. 내가 혼자 살다보니 잘 안 챙겨 먹어서 집안에 손님 대접할 음료수 하나 없네.”

 멋쩍어서 머리를 긁적이니 소영이가 밝게 웃으며 자기는 물이 제일 좋다며 벌컥벌컥 단숨에 찬물을 마셨다.

 “그나저나 할 얘기가 뭐야? 혹시 모두 관련된 얘기야?”

 그 말에 소영이의 얼굴이 갑자기 굳는다.

 “네. 언니한테는 꼭 얘기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무슨 얘긴데. 편하게 얘기해.”

 나는 내가 편하게 말하라고 해놓고 괜스레 긴장이 돼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언니 혹시 모두 남자친구 최태환이라고 아세요?”

 최태환? 최태환!

 “응. 모두 그렇게 되고나서 한번 만난 적은 있어. 근데 왜?”

 “언니 몰랐어요? 그 새끼 소아성애자나 마찬가지예요. 아 뭐 정확히 말하면 소.아.성.애.자는 아니지만.. 그 새끼 지가 지입으로 얘기했어요. 17살짜리 여자애만 보면 미치겠다구요. 혹시 그 새끼 그림 봤어요? 잘 그리죠. 어떻게 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한테 그런 재능이. 저주죠 저주. 모두가 순진했던거죠. 저는 처음 그 새끼 봤을 때부터 이상했어요. 깨름칙 하다고 해야 하나 뭔가 소름 끼치는. 물론 겉은 멀쩡하게 생겼죠. 근데 그 눈빛이. 으. 진짜 싫어요. 모두한테 자기 번호를 적은 쪽지를 건내줄 때 모두를 보던 그 눈빛.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는다니까요. 물론 모두가 그 인간 그림 모델 해보는게 어떨까 했을 때 뜯어 말렸죠. 느낌이 안 좋다고. 그런데 모두가 그런말 들을 애인가요. 워낙 호기심이 많잖아요. 그날 카페에서 그러고 난후에 우연히 최태환 그 새낄 봤어요. 뭐 사실 우연은 아니지만. 저 사실 원조교제 몇 번 한적 있거든요. 그래도 갈 때까지 가본적은 없고 아저씨들 만나서 몇 번 데이트해주고 키스정도 해주고 페이 받고 뭐 그 정도로요. 근데 한번은 왠 젊은 남자 목소리 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나가봤더니 최태환 그 새끼가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그 새끼도 제 얼굴을 기억하던지 깜짝 놀라더라구요. 그래도 금세 얼굴이 싹 변하더니 너 그 여자애 친구지? 하더라구요. 진짜 뻔뻔하지 않아요? 그리고는 너 이러고 다니는 거 부모님도 아시냐는거예요. 그 자리에 그 인간을 봐서 기분 더럽고 황당한 건 오히려 제 쪽인데 마치 자기가 주도권을 가진 마냥 그러더라니까요. 그러고는 100만원을 줄 테니 자기랑 한번만 하자는 거예요. 이상한 짓 안하고 섹스만 할꺼라고. 그때 뿌리쳤어야 했는데 액수에 제가 혹한거죠. 그리고 그 인간이 겉은 멀쩡하게 잘생겨서 호감이 가기도 했구요. 그래서 곧장 모텔로 가서 뭐..그때 침실에서 그러더라구요. 자기는 17살짜리 여자애들만 보면 안고 싶어 미치겠다고. 그러면서 모두가 자기 모델이 되게 도와주면 100만원을 그냥 더 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 인간 알고 보니 집도 꽤 잘 사는 거 같았어요. 자기는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면서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있다고. 모두한테 좀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저희 같은 고딩들한테 그 돈은 큰돈이잖아요?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도와주겠다고 했죠. 대신 내가 원조교제 하는 건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거래를 했죠.”

 “아..그럼 최태환이 의도적으로 관계를 가지려는 목적으로 모두한테 접근했다는 건가?”

 “그거야 모르죠. 모두 말로는 그 새끼가 실제로 자기를 모델로 그림을 많이 그린다고 하더라구요. 여차저차해서 그림 모델 겸 섹스 파트너를 원한 게 아닐까요?”

 “그럼 소영이 네가 그 자식한테 돈을 받고 모두가 그 자식 모델이 되게 도와줬다는 거네?”

 오른쪽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해 나머지 손으로 꽉 잡았다.

 “네. 그렇긴한데..제가 미쳤었나봐요. 어떻게 그런 개새끼랑 모두를..정말 미안해요. 너무 미안해서 이제 와서 사과하는 것도 말도 안 된다는 거 아는데. 그래도 언니는 알고 있어야 하는 거 같아서..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소영이의 큰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린다. 나는 애써 담담한 척을 하며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준다.

 “아니야. 이제라도 이렇게 다 솔직하게 얘기해 줘서 고마워. 너 때문에 모두가 그 자식 모델이 된 게 아니야. 내가 잘 알아 모두는. 누가 설득한다고 그 말 들을 애가 아니야. 모두는 그 자식한테 마음이 있었던 거 같아. 그래서 생전 생각지도 않던 그림 모델이 되고 그 자식의 연인이 된 거겠지. 네 잘못이 아니야 소영아. 그러니까 나한테 그렇게 죄인처럼 굴지 않아도 돼.”

 “죄송해요. 제가 그 자식한테 돈 같은 것도 받지 않고 끝까지 모두가 그 자식 그림모델 같은 거 못하게 말렸어야 했는데...”

 머릿속이 멍해진다. 모두 이메일에서 이미 그 개자식이 나쁜 새끼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타인을 통해 그 자식의 더러운 민낯을 알고 나니 더 역겹고 속이 울렁거린다.

 “소영아.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이만 집에 돌아가. 그만 울고.”

 “네..언니 갈께요. 그래도 언니한테라도 얘기하고 나니까 한결 마음이 나아진 거 같아요. 모두 그렇게 된 게 꼭 제 잘못 같아서 요즘 잠도 못 잤거든요. 갈게요. 언니”

 “그래 조심해서 가.”

 철컥. 띠리링.

 

 
작가의 말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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