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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희일비
작가 : 하늘새25
작품등록일 : 2019.8.17

우리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말을 비웃듯, 소수의 인간에게는 초능력이, 모든 인간에게는 마력이란 것이 생겨났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졌었다.

“바깥으로 나와서 뭐 하냐, 총 맞고 뒈지기나 하지.”

무슨 일이 없는 한 절대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과,

“Y 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자신의 판단 기준에, 가치란 말을 달고 사는 사람 간에 일희일비하는 이야기.

 
8화
작성일 : 19-10-08 20:09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3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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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셨습니까.”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리본을 묶은 B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저런 건 없었는데, 왜 묶은 것일까. 어떤 신호를 나타내는 것일까? 혹시나 그놈에게 무언가를 보내는 것일까.

 어쩌면 계속 그래왔는데, 내가 이제야 눈치챈 것일 수도 있다. 도저히 모르겠어서, 생각하길 포기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제 가치가 떨어졌습니까?”

 

 B의 말투는 그대로다.

 

 “만일 그렇다면 바로잡겠습니다. 불편하신 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과연 여전히 그대로일까? 그놈의 ‘명령’을 받고, 나에게 총을 겨누는 것은 아닐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대비해야 한다.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돌아가면서도 입은, 저 리본을 어디서 놨냐는 질문밖에 하지 못했다.

 

  “리본 말씀입니까? 친구의 유품입니다.”

 

 아. 이런 녀석도 친구란 것은 있었구나.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존재. 그런 것이 나에게는 존재할까. 모두를 잃은 날 이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작전 상황이 아니니, 풀도록 하겠습니다.”

 “글쎄, 리본을 한 게 더 나은 거 같아.”

 

 무슨 말이야. 대체 왜 이런 말을 꺼냈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그 일 때문에, 정신이 나갔나 보다. 어쩌면 인간 아닌 무기를 상대로 내 편을 만들어두고 싶은, 헛된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외형적으로 가치가 더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이래야지.

 

 “……마음대로 해라. 풀든 말든, 뭐라 안 할게.”

 “명령을 따르겠……. 습니다?”

 

 B가 처음으로 곤란한 기색을 드러냈다. 명령. 명령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머리가 갑자기 뻑뻑해졌다. 핑 돈다. 술에 취한 것 같아서, 되는 대로 말을 뱉어냈던 것 같다.

 

 “내가 누구지?”

 “저에게 임시로 명령을 내리는, 명령권자입니다.”

 “명령권, 1구역 가면 소멸하는 거지?”

 “네,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그곳으로 가면 끝납니다.”

 “그러면 영원히 가지 말까.”

 

 B가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당초에 했던 약속과는 다르지 않냐고 말했을 것이다. 그것을 B는 그저 질문으로 대체했을 뿐이었다.

 

 “무슨 의미입니까?”

 

 사람이었다면 얼굴을 찡그리고도 남았겠지. 그렇지만 B의 얼굴은 무표정, 그 자체였다.

 

 “너를 잃기 아깝거든, 시키는 대로 다 해줘, 싸움도 잘해, 힘도 세지. 그리고, 믿음직했지.”

 

 지금은 그것조차 모호해졌지만.

 

 “‘믿을 만했다’라는 말씀은, 제가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씀입니까?”

 “가치라. 글쎄, 단지 신뢰를 조금 잃는다고 해서, 개인의 가치까지 떨어질까?”

 “제 동료 중 한 명이 100회 사격 중 1회를 표적 밖에 쐈습니다. 그래서 교관님의 신뢰를 잃었고, 그는 그 자리에서 총살당했습니다. 그 후, 표적이 되었습니다.”

 

 B가 말을 잇는다.

 

 “이 선례를 따르자면, 가치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말에 짜증이 났던지, 소리지르듯이 말하고 말았다.

 

 “아아, 복잡해, 나 같은 게 논리 따지고 하는 거, 진짜 귀찮아.”

 

 그리고는 일어났는데, 역시 몸이 휘청거렸다.

 

 “당분간 조심하라는 것이 의사의 조언이었습니다.”

 “그래, 그래.”

 

 

 X네 공방이 이렇게 멀었을까. 분명 녀석의 집에서 그 앞에 딸린 곳까지 가는 것뿐인데, 걸음걸음을 내딛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간신히 도착한 곳에서, X가 한창 작업 중이었다. 역시 놈은 한 번 매달리면 끝장을 보고야 만다. 그게 마음에 들어서 친구가 되었던가.

 

 “얼마나 됐어?”

 

 겉의 장갑판을 손보던 X가 뒤돈다.

 

 “아직, 형씨가 그려놓은 마법식인지 뭔지에 맞춰서 조금씩 조립하느라, 일주일 정도 걸릴 거야.”

  “그 정도면 짧네.”

 “나니까 해 주는 줄 알아.”

 

 그러고는 다시 작업에 몰두하려고 하는데, 미안하지만 여기서 잠깐 끊어 줘야겠다.

 

 “폭발물 전문가, 오기는 하는 거냐?”

 “부르긴 했는데, 계속 궁금했어. 왜 불러?”

 

 놈이 완전히 손을 놨다.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머리에 있는 폭탄 좀 제거하려고.”

 

 이 말을 듣고, 무언가 생각이나 현실부정을 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더니, X가 나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형씨, 그랬어?”

 “내가 아니라, 일행이거든. 무슨 짓을 해도, 터지기만 하더라고.”

  “어떻게 했……. 아, 형씨 능력이면 되겠구나. 그런데 소설 같은 걸 봐도, 그런 건 빼기 가장 힘들게 되어있지 않아?”

 “닥치고, 언제 오냐니까?”

 “오늘이긴 한데, 그게, 조, 쪼오금 비싸서 말이지…….”

 

 비싸봤자 얼마나 한다고.

 

 “얼만데.”

 

 X가 종이 한 장을 보여줬다. 수많은 0의 나열들. 저것을 총알로 환산하면, 내 전 재산의 0.1%쯤 된다.

 

 “네놈이 미쳤구나? 얼마나 떼어먹으려고 작정했지?”

 

 이 세상에 믿을 거 하나 없다더니.

 

 “아니야, 정말 능력자들이라고.”

 “그래, 참 고맙다.”

 

 비싼 값에 팔아치우는구나.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러면 이걸 받을 차례인데…….”

 

 그놈이 뭔가를 또 내민다. 그것을 받아들었고, 눈이 가격이란 것을 인지했고, 신경이 그것을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손이 점점 떨려온다. 온몸이 떨리고, 눈가와 입가가 씰룩거린다.

 최후의 수단을 말했다.

 

 “네 목숨값은 뺐냐?”

 

 얄미운 놈은, 0을 하나 지웠다. 그것만으로도 거액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으로 줄었지만, 그래도 어렵다.

 

 “할부, 안 돼?”

 

 고개를 젓는다.

 

 “외상은?”

 

 X가 어디선가 꺼낸 폭탄을 들고, 겉이 덜 만들어진 장갑차에 던지려고 시늉한다.

 

 “알았어.”

 

 어쩌겠냐, 필요한 놈이 뱉어내야지.

 바닥에 탄통을 마구 내려놓는다.

 

 “진짜 거지가 되었네.”

 “형씨가 환전소 사장인 거, 다 안다.”

 

 쳇. 내가 얼마를 몰래 꿍쳐두고 있는지까지 알고 있을 놈이다.

 

 “시세 반영 0%인 악덕이지만.”

 “아냐, 형씨한테서 물건을 받아간 사람들이, 형씨 인심에 대한 소문을 막 퍼뜨리고 다니는걸.”

 “내 배에 칼을 쑤시고 싶다고?”

 “정답.”

 

 삐빅.

 어디선가 소리가 났다. 순간 다른 폭탄인 줄 알았는데, X가 잠깐만, 이라고 말하고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낸다. 거참 취향 고약하네, 진짜 터지는 줄 알았잖아.

 

 “옛날에 터진 적 있어서, 이걸로 바꿨어.”

 

 진짜 그랬냐? 너도 참 기구하다.

 

 “형씨. 가격이 나왔어. 일단 교통 비용으로 5.56mm가 이백 개 들어있는 탄통 하나에, 정확한 가격은……아악!”

 “야 인마, 싸잖아!”

 

 아까 말했던 것에 백 분의 일도 안 되잖아, 어디서 되지도 않는 거짓말이야!

 

 “으히힛. 젠장. 내가 했을 땐 가격이 저랬는데, 먹고살기 힘들어졌나 봐. 그런데 마법용 탄환이 필요하다는데, 어떻게 만들 거야?”

 

 마법용 탄환을 원하는 사람은 또 처음이다. 대부분이 마법사를 상대하느라 대 마법용 탄환이나 달라고 했지.

 

  “정확하게 물어봐. 어떤 마법을 원하는지. 아니면 대 마법용인지.”

 

 곧이어 답장이 왔다.

 

 “폭발 마법을 담아줬으면 좋겠다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냥 유탄 쓰지, 뭐하러 그렇게 비싼 걸 쓰냐. 그러니까 5구역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사는데.”

 

 이렇게 투덜거려봤자 원하는 건 바뀌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정확한 탄자 규격을 물어본 후, 특정한 마법진에 그것을 통과시키기만 하면 마법이 각인된다. 머리가 어지럽지만, 이 정도도 못 하면 5구역에서 구른 보람이 없다.

 

 “와, 사기당한 느낌인데.”

 “원래 이렇게 만들어. 마법진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큰 노력이 들어갔는데 말이다.”

 

 이런 거야. 양산은 쉽지만, 그것을 위한 기계를 처음으로 만들기는 어려운 것처럼.

 

 “그래도, 보고 있으니 뭔가 새로운데. 진짜 5구역 구경해보고 싶다.”

 “거기 출신 애인이라도 구해 봐. 그러면 들어갈 수 있으니까.”

 “형씨, 너무해!”

 

 너무하기는, 당연한 얘긴데. 그래서 정말로 5구역에 들어가려고 일부러 5구역 사람들과 결혼한 사례도 많다고.

 

 

 오후 즈음에 전문가들이 왔다. 그들 자신을 N과 M이라고 소개한, 남자 쪽이 N인가 보다, 그들이 바닥에 둥둥 떠 있는 나를 보자마자 풀었던 짐을 도로 쌌다.

 

 “5구역과는 장사 안 해.”

 

 여동생 쪽이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뒤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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