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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32화. D-Day
작성일 : 19-10-08 16:58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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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1일. AM 00 : 30

 

 산지 50년도 더 된 고급스런 손목시계를 힐끔 내려다 본 희선이 기쁘게 소리쳤다.

 

 " 도착! "

 

 현경과 하은, 그리고 기환이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다시 정문을 통과하는 세명을 카메라를 통해 지켜보던 그들의 표정이 다시 한번 찡그러진다. 모니터에 등장하는 그 셋은 아까와는 다르게 아무도 아는 얼굴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추측이라는 것은 가능하게 했다. 그들은 아마 로메니족 뱀파이어 일것이라는.

 

 " 아, 그 새끼는 어떻게 했어? "

 " 누구? "

 " 미르파 보스인가 뭔가. 그 아저씨. "

 

 그들의 대화를 고스란히 듣고 있는 정수와 종인의 눈이 휘둥그래 진다. 그들이 미르파보스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아니 티비에서 하도 떠들어 대는 지라 당연히 알 수는 있었지만 어떻게 했냐니.

 

 "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애들 알지? "

 " 정치하는 애들? "

 " 응. 그 두목 몸에 폭탄 달아놓고 국회의사당이나 가라 그랬어. "

 " 그래서 언제 터트리게? "

 " 몰라, 심심하면 그냥 버튼 누르게. "

 

 전혀 정상적이지 못하고 많은 뜻을 담은 무시무시한 대화를 한 정수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지금 자신들이 명령도 어기고 여기 와 있는 본질적인 이유가 겨우 이들의 수작이였다는 소리다. 그래, 그럼 미르파보스의 난동도 다 시선을 돌리기 위한 이들의 짓 이라는거지.

 

 전혀 믿기지 않은 사실이였지만 희선의 얼굴을 보니 그 안에 들어있는 진지한 표정때문에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뭐하러 그들이 저들끼리 이야기하면서 거짓말을 내포한단 말인가. 이미 몰래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서 짜고 대사를 치는 것이면 몰라도. 그러니까 지금 이상황에서 나온 그들의 대화는 충분히 믿을 만한 것이다.

 

 정수와 종인은 거의 동시에 휴대폰을 꺼내들었고 지금 자신들에게 온갖 욕을하며 벼르고 있을 반장에게 전화를 건다. 동시에 걸었지만 종인이 조금 더 빨랐기에 그의 전화가 반장에게 연결된다.

 

 " 반장님 저 종인입니다. "

  - 자네 지금 어딘가!!!!

 " 미르파보스, 국회의사당으로 갈껍니다. 모든 병력 집중시키십시오. "

  - 지금 나랑 장난하나!! 당장 안와!!

 " 장난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갈수 없습니다. 그리고 남은 병력 남산으로 지원해주십시오. "

  - 자네 정말!!

 " 급합니다. 빠를 수록 좋습니다. 반장님. 부탁드립니다. "

 

 통화넘어로 까지 반장의 씩씩댐이 전해져왔지만 그대로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끌려가서 해고를 당하든 시말서 백장 천장을 쓰더라도 어쩔수 없는 일이였다. 분명 반장은 이렇게 말을 해도 국회의사당에 병력을 집중시킬 것이다.

 

 처음 카메라에 비춰졌던 브라이족과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가 이들에게서 흘러나왔다. 무언가 설명할 순 없지만 딱봐도 위험해보이는 이들이다. 그들은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들보다 더 철저할지 모르는 로메니족으로 부터 오늘 처음 두려움을 받은거다.

 

 정수와 종인, 동욱에게 두려움을 주는지 어쩌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은 웃고 떠들기 바쁘다. 그러다가 자신들이 웃고떠들며 오르고 있는 가파른 언덕을 쳐다보던 희선이 씨익 웃더니 전속력으로 뛰어올라가기 시작한다. 사전 몸풀기 랍시고 하는 짓꺼리겠지만 금새 모니터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 모습을 카메라로 지켜보고 있던 정수와 종인, 동욱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가장 넓게 잡을 수 있는 반경으로 설정해놓았기 때문에 희선이 갑자기 카메라 안에서 없어진 것이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곧 동욱의 부연설명에 고개를 아- 하고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 뱀파이어는 인간보다 7배가량 빨라요. "

 

 한숨을 푸욱 내쉰 동화와 규민도 이내 모니터에서 사라져 버린다. 사라져 버린 그들이 나타났으면 하며 다른 모니터들을 쳐다보는데 도무지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 대수 보다 모니터의 개수가 더 작아서 일일히 조작해서 사람이 잡히는 모니터를 틀어야 했다. 그런데,

 

 " 야. 그거 안가져왔어. "

 

 정수는 그 화면을 넘기는 동그란 구 모양의 리모컨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 박정수, 내가 서두를 때부터 알아봤어. 종인이 어이없음을 가득 담아 정수를 쳐다보다가 곧 전화기록을 뒤지기 시작한다. 청년에게 가져다 달라고 부탁이라도 할 심산이었다.

 

 " 저기봐요. "

 

 방금 전 까지만해도 남산입구에서 얼쩡거리다가 카메라에서 사라진 로메니족들이 어느새 팔각정안에서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 먼거리는 벌써 이동해서 나타났다니. 정말로 그들이 뱀파이어라고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이였다. 그 사실에 놀라기 이전에 그들 역시 아까전 브리아족처럼 흩어지려는 건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집중해서 뭐라도 알아내고자 숨을 죽이고 있던 세사람이 그들의 대화에 귀기울였다.

 

 " 안내면 진거 가위 바위 보!! " / " 안내면 진거 가위 바위 보!! "

 " 아싸!! "

 " 아짜증나!! "

 

 그들은 참 속편하게도 팔각정 한가운데서 시끄럽게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다. 충분히 어이가 가출하고도 남을 상황. 청년과 통화를 끊은 종인의 입에서 실속 터져나왔다.

 

 막무가내에다가 불같은 성격, 그리고 절대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부연사실은 동욱에게 들었던 것이지만 실제로 보니 더 어이가 없었다. 여기쯤에서 이들의 어이없음을 자아낸 그들의 승부를 보자하니 희선의 완승이였다. 남자는 주먹하고 동화가 흔들어보인 말을 혼자 어기고 거둔 값지고 찰진승리였다. 난 여자니까. 가위바위보의 목적이 서로 어디로 갈지 정하는 것이였는지 희선이 고민고민을 한다.

 

 " 이동화 너는 외곽을 돈다 실시! "

 " 뭐? 귀찮아, 내가 여기 하면 안돼? "

 " 맞는다. "

 " 응. "

 " 서규민 너는 남산타워 꼭대기 찍고오기, 큭큭. "

 " 푸하하하!! "

 " 뭐?! 싫어!! "

 

 그들은 참 잘 만들어진 개그콤비같은 대화만 나누고 있었다. 이제 정말 저 뱀파이어들이 싸우러 온건지 놀러온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희선의 말이 모두 빈말이 아닌 걸로 보아 규민은 남산타워를 타고 올라가야 할 것 같다.

 

 " 꼭대기에서 인증샷 찍어오셈. 빠이. "

 

 그렇게 말한 희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쪽으로 걸어나갔다. 동화가 그녀에게 어디가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그저 머리위로 손을 흔들어주는 행동 밖에하지 않았다. 조심하라는 말을 아마 대신하고 있는 것이였다. 희선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한숨을 푸욱 내쉰 그들은 각자 자신의 길로 뛰어갔다.

 

 이제 그들은 서로 마주치는 일만 남겨두고 있었다.

 

 

 

 

 

 

 

 

 

 * * *

 

 

 

 

 

 

 

 

 

 3월 31일. AM 00 : 35

 

 다른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을지 뚫어져라 모니터를 보고 있는 사이에 종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 아무래도 안되겠어. 여기 너무 위험해. "

 

 종인 짧은 한마디의 요지는 남산안으로 발을 들여놓을 그 청년에 대한 걱정이였다. 분명 이 안에는 카메라에 잡힌, 잡히지 않은 뱀파이어들이 그득할 것이고 무방비상태에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이 들어온다면 좋다고 잡아 먹을 것이다 .

 

 " 내가 갔다올게. "

 

 정수가 걱정의 눈빛으로 그의 팔목을 잡아 세웠지만 애써 웃어보인 종인이 터덜터덜, 그러나 주위를 잘 살피며 친히 남산입구까지 내려간다. 그가 남산 입구에 도착하기 무섭게 저 멀리서 익숙한 인영이 뛰어온다.

 

 " 여기까지 수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종인은 아까전 정수가 했던 무례한 행동에 대해 만회를 하려는 것 마냥 더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우스가 담긴 작은 쇼핑백을 건네 받은 종인이 왔던 길을 다시 빠르게 올라간다. 담담한척 나왔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지금 이상황이 무섭긴 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 여섯이나 되는 뱀파이어를 인간인 자신들 세명이서 상대하긴 버겁다못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반장이 부디 자신의 말을 믿고 어서 지원병력을 지원해 주길 바라고 또 바라는 수밖에. 지원병력이 도착하기 까지 그들이 최대한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을 기다렸다가 덮치는 것이 가장 현명하였다. 그 전까지는 좀 비겁한 방법이지만 그들끼리 물고 뜯는 것을 지켜보아야겠지.

 

 " 어어-? 이게 누구야! "

 

 삼분에 일가량 언덕을 올라왔을때, 예상의 명치를 쿡, 누르는 듯한 강한 스파크가 뇌리를 울린다. 온몸이 부르르 떨려 곳곳마다 핏발이 모두 투두둑 일어나는 듯했다. 종인은 그자리에 굳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발자국 소리는 아주 웃기게도 하은의 것이였기 때문이다.

 

 " 오빠가 여기 왜 있어? "

 

 그녀는 아주 즐거운 듯이 혹은 기쁜듯이 자신에게 태연하게도 말하고 있었다. 정말 만나서 반가운듯 웃음도 감추지 않고 손까지 흔들어 보인다. 일순간 종인의 안면신경이 도드라지게 굳어가며 세포하나하나가 곤두섰다.

 

 

 

 이제 더이상 동생이 아니다. 저 표정, 저 행동, 저 몸짓을 보라. 저것은 자신의 동생이 아닌 한마리에 잔인한 뱀파이어였다.

 

 그녀는 마치 자신을 아주 탐스러운 먹잇감을 보듯 위아래로 쳐다보고 있었다. 쇼핑백을 들고 굳은 채 서있는 종인을 중심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한다.

 

 " 그동안의 일, 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

 

 사자앞에 서있는 토끼가 이런 기분일까 호랑이 앞에 있는 여우가 이런 기분일까. 입맛을 다시는 그 소리까지 귓속으로 적나라하게 파고 들어 정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 그래서 오빠만은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

 

 하은에게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해본적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은 온몸에 털이 곤두 설 정도로 무서웠다. 작은 몸짓에서 뿜어져나오는 것은 무시못할 똘끼였고 자신은 그 사정거리내에 있는 질좋은 먹잇감이였다.

 

 " 왜 제 발로 죽으러와? "

 

 그 말을 마친 하은이 종인에게 달려든다. 그와 동시에 순간 흐르던 긴장감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끊겨버린다. 하은이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종인의 뒷덜미에 이빨을 박아버린 것이다.

 

 종인은 그대로 쇼핑백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뒤로 손을 뻗어 자신의 어깨에 이빨을 박는 하은의 어깨를 잡았다. 살을 뚫는 이빨의 그 아찔한 고통이 전해져오고 생각보다 더 빠르게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건 뱀파이어영화나 괴기영화에서나 많이 봤을 만한 그림이였다. 몸에서 피가 쫙쫙 빠져나가는 그 생소한 느낌이 전신을 타고 흐른다. 심장을 꺼내서 쭉쭉 잡아당기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고 정말 빨대로 빨아대는 것마냥 빠르게 피가 빠져나간다.

 

 왼쪽 귀 바로 밑, 목 근처에 이빨을 박아서 그런지 쪽쪽하는 잔인한소리는 귓가에 잔인하게 와 박힌다. 정신만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쓰며 하은의 빈틈을 노리려 머리를 굴린다.

 

 

 종인은 고개를 살짝 돌려 하은의 머리카락에 가려진 언덕의 아래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여긴 입구와 가까운 곳이였으니 아주 조금만, 조금만 밑으로 내려가면 카메라 사정 거리안에 보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몸을 제어할 수가 없어서 발버둥이 너무 같잖은 움직임이 되어버린다.

 

 하은은 발버둥 따위 신경쓰지 않은 채 그의 피를 빨아마시는데에 정신이 없었다. 너무 오래간만에 마시는 인간의 피앞엔 정신따위가 없던 것이다. 브리아가 인간의 피를 안먹는다고 누가 그래. 맛있었다. 미치도록 맛있어서 아무런 생각이 안들었다.

 

 하은에게 물릴 때 떨어뜨려 옆으로 누워있는 쇼핑백에서는 구 모양의 리모컨이 거의 빠져나오고 있었다. 아주 조금 건들이면 중력에 의해 아래로 굴러내려갈 것이다. 그렇다면 화면안에 카메라가 굴러다니는 것이 보일 것이고 그들이 딴짓만 하고 있지 않다면 무언가 낌새를 눈치채고 도우러 올 수 있겠지.

 

 그렇게 자신의 생명이 소진해가는 것을 느낀 종인이 발로 쇼핑백을 살짝 걷어찬다. 도르르. 구모양의 리모컨이 언덕 아래로 굴러간다.

 

 " 죽기전에 이건 알아둬. "

 " …… "

 " 내가 사랑한거 알지? 사랑해. "

 

 하은도 역시 종인의 생명이 다 끝나가는 걸 느꼈었는지 더이상의 빨아들임을 관두기로 한다. 이미 먹을 만큼 충분히 그의 피를 섭취했기 때문에 기분이라는 것은 날아갈듯 좋았다. 아주 컨디션 최상이다.

 

 입안에 넘치는 피를 뚝뚝 흘리며 괴기하게 웃는 하은의 모습이 종인의 망막안에 아주 힘겹고 희미하게 맺힌다. 바닥에 쓰러져 핏기가 없는 얼굴로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는 종인은 슬퍼보였다.

 

 그 말을 끝으로 종인의 손이 콘크리트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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