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윤슬
작가 : 차운
작품등록일 : 2019.10.5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제4화 뱀
작성일 : 19-10-08 13:52     조회 : 228     추천 : 1     분량 : 398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게 다 무슨 말인지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두가 써 놓은 메일대로라면 최태환 말대로 모두는 그 새끼의 모델이자 연인이었고 그 놈 말과는 다르게 모두는 그 개자식과 성관계를 가졌었다. 생각을 하자 소름이 끼쳤다. 그런 눈으로 그런 음성으로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손이 조금 떨렸다. 거기다 이 개자식은 모두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모두에게 폭행을 가해서 아기를 유산시키기 까지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두가 다른 이유로 죽을 수는 없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자살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도 그 경우에 따라서는 가벼운 증상일수도 있고. 모두는 분명 이 새끼가 자신에게 한 짓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어떤 종류의 의지를 모두 박탈당한 것이다. 그 새낀 내 두 눈을 똑바로 보며 그 옅은 눈동자로 보란 듯이 나를 속여 넘겼고...손이 전보다 더 떨려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 하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모두가 쓴 글속에서 모두는 내가 이 사실을 알더라도 모두 묻고 넘어가길 바란다. 모두는 단지 이 세상에 자기 말고도 한 사람쯤은 속마음을 얘기할 상대가 필요했던 것이고. 하지만 정말 이대로 그 새끼가 저지른 살인과도 같은 짓을 그냥 넘겨야 한다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이건 분명한 범죄다. 그것도 아주 더럽고 치졸하고 잔인한. 그 개자식은 아직17살 밖에 안 된 여고생을 상대로 성관계를 맺었고 임신까지 시켰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자마자 무슨 이유인지 미친놈처럼 모두의 배를 발로 차 아이를 유산시켰다. 그 결과 내 하나뿐인 동생 이모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금 이 기막힌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최태환 그 새끼와 나 둘 뿐이다.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났다. 모두 장례식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모두가 그 일주일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고 무서웠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내가 지금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모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나 한 걸까. 경찰 조사도 다 끝난 상태이고 만약 모두가 보낸 메일을 세상에 내보인다면 일이 너무 커진다. 그건 아마 모두가 바라는 일이 아닐 것이다. 다만 나는 그 악마보다도 못한 더러운 새끼에게 네가 저지른 짓이 얼마나 비겁하고 끔찍한 일이었는지를 알려주고 싶다. 그로인해 내가 바닥을 나뒹구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그 새끼를 지옥의 끝자락으로 떨어뜨리고 싶은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 새끼를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까.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 중요한건 그 나쁜 개자식이 내 동생을 죽음으로 내 몰았고 이 세상엔 이미 모두는 없다는 것이다. 그 예쁘고 착한 아이가 영원히 사라졌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모두가 보낸 메일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최태환이 보낸다던 그림메일을 확인하지 않은게 생각났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그림을 그리기에 모두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 ‘이모두 그림파일’ 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클릭해 보았다. 대충 봐도 엄청난 양의 그림이다. 그림속의 모두는 아예 다 벗고 있는 것도 있고 꽃으로 아랫몸만 가린 채 포즈를 취한 것도 있고 어떤 그림은 드물게 원피스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그림도 있었다. 그림을 보고 첫 느낌은 인정하기 싫지만 ‘아름답다’였다. 옷을 입건 벗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자식은 모두에게 애정이 있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건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혹은 그 비슷한 감정을 가지지 않고서는 그릴 수 없는 그림이다. 그림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이 그림들은 분명 가치가 있고 좋은 그림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아마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모두는 이 미친놈의 재능에 반한 건지도 모를 일이다. 솔직히 아무 편견 없이 그 자식의 겉모습과 이 그림들만 놓고 본다면 그 자식은 여자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경하는 매력적인 외모와(특히 연한 갈색 빛의 눈이 인상적이다)화가로써도 인상적인 그림을 그릴만한 재능을 가졌다. 하지만 그 모든 좋은 점 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 자식은 살인자나 다름없다. 모두의 아기를 죽였고 모두마저 죽게 만들었으니까. 그런 뱀 같은 인간에겐 절대 틈을 보이면 안 된다. 내가 그 자식의 밑바닥까지 알고 있다는 것을 그 자식에게 들키면 그땐 이미 끝장이다. 나는 그 자식 앞에서 전처럼 순진한 죽은 연인의 언니의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지 그 새끼가 방심한 어떤 순간을 틈 타 그 쓰레기를 바닥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내게 그리고 그놈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무슨 일을 벌일지 그에 따라 그 자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한치 앞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대로 모든 걸 묻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이 그런 평온한 얼굴로 버젓이 세상을 살아가고 그 빌어먹을 재능으로 세상의 인정을 받고 희희낙락 웃으며 살아가는 꼴을 나는 그저 가만히 바라만보고 살아 갈수 없다. 아직은 어떤 식으로 그 빌어먹을 자식을 망가뜨려야 할지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에 정말 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런 인간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천천히 깊게 생각하자. 그리고 행동하자. 나는 지금 어떤 이유에서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작정을 하고 있다. 틈을 보이면 안 된다. 그런 뱀 같은 인간은 조금만 틈을 보여도 제 살길을 찾아 교묘히 빠져 나 갈수 있다. 일단 오늘은 잠을 좀 자야겠다. 너무 한꺼번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인지 피곤이 급작스럽게 몰려온다. 어느틈엔가 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모두는 비오는 날을 좋아했지..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언니로써 하나뿐인 동생에게 그 어떤 힘도 되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끝없는 후회가 밀려왔다. 모두는 우는 모습조차 참 예뻤지. 나는 울 때 온 얼굴을 다 구겨가며 우는데..모두가 너무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서서히 잠이 찾아온다. 나는 또 다시 긴 꿈을 꾼다. 꿈속에서 모두와 내가 벌거벗은 채로 어릴적 엄마와 함께 자주 가던 목욕탕에서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우리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장난을 치고 엄마는 멍한 표정으로 그런 우리 둘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내가 그런 엄마를 보고있는 사이 모두가 냉탕에 빠져 허우적 거린다. 분명 빠질 정도로 깊은 물이 아닌데도 모두는 왜인지 그 차가운 물들을 먹어가며 고통스러움에 허우적댄다. 놀란 내가 얼른 모두에게 달려가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엄마가 내 팔을 잡는다.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엔 엄마가 아닌 조그마한 남자 꼬마아이가 서있다. 그 아이는 큰 눈을 가졌고 눈동자 색깔이 보통 사람들 보다 한참 연하다. 나는 그 아이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놈이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 눈 만은 틀림없이 그놈이다. 내가 그 놈의 손에 붙들려 있는 사이 모두는 어느샌가 물에 둥둥 떠 있다. 그놈이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며 웃는다. 그 웃음들과 함께 놈의 몸이 점점 허물어지더니 한순간에 뱀으로 변한다. 뱀으로 변한 뒤에도 그 놈의 웃음소리가 탕 안을 가득 채운다. 뱀이 내 손을 물고 독을 퍼뜨린다. 나는 갑자기 몰려온 엄청난 고통에 온 몸이 마비된다. 나는 바닥에 드러누워 경련을 일으키며 찬 물에 떠있는 모두를 본다. 모두는 칼에 찔린게 아닌데도 물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나는 그것이 분명 붉은 피 임을 안다. 뱀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고 그 자리에 엄마가 놀란 표정으로 서 있다. 엄마는 이미 모두가 죽은 것을 알고 뱀에 물린 내 손을 쪽쪽 빨아대며 독을 빼내려 안간힘을 쓴다. 엄마의 입술이 시퍼렇게 변한다. 나는 어느샌가 괜찮아 져서 일어나는데 독을 빤 시퍼런 입술로 엄마가 말한다.

 “모두는 죽었어. 너 때문에.”

 나는 아니라고 떼를 쓰며 운다. 목욕탕 안에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는 말한다. 모두는 뱀이 죽였다고.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엄마는 그런 나를 무심히 쳐다보곤 나와 죽은 모두만 남겨두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나는 서러워 계속 운다.

 

 
작가의 말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제20화 끝과 시작(완결) 2019 / 11 / 10 245 1 3700   
19 제19화 people are strange 2019 / 11 / 9 215 1 5483   
18 제18화 인생타로2 2019 / 11 / 8 229 1 5468   
17 제17화 여행 2019 / 11 / 8 227 1 5574   
16 제16화 친구 2019 / 11 / 5 249 1 4515   
15 제15화 불량품 2019 / 11 / 4 210 1 15366   
14 제14화 오블리비아테 2019 / 11 / 3 210 1 5585   
13 제13화 긴 밤 2019 / 10 / 23 216 1 5128   
12 제12화 비상구 2019 / 10 / 18 216 1 5362   
11 제11화 꿈 2019 / 10 / 15 212 1 5397   
10 제10화 날개 2019 / 10 / 14 210 1 4364   
9 제9화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2019 / 10 / 13 234 1 5068   
8 제8화 인생타로 2019 / 10 / 12 214 1 4154   
7 제7화 백발의 노인 2019 / 10 / 11 215 1 4723   
6 제6화 루카스 2019 / 10 / 10 240 1 4864   
5 제5화 관계 2019 / 10 / 9 204 1 5096   
4 제4화 뱀 2019 / 10 / 8 229 1 3989   
3 제3화 그놈 (1) 2019 / 10 / 7 273 1 5241   
2 제2화 모두의 죽음 2019 / 10 / 6 219 1 3914   
1 제1화 침묵 2019 / 10 / 5 389 1 377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