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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밀리가 연애하지 않는 이유
작가 : 정민
작품등록일 : 2019.10.6

농땡이 하녀, 상식과 권위가 통하지 않는 붉은나무 저택에 입성하다. *표지 커미션 : 꽃 작가님(@flo_ai_wer)

 
수상한 손님맞이 (1)
작성일 : 19-10-08 13:19     조회 : 252     추천 : 1     분량 : 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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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 수상한 손님맞이

 

 

  "이번엔 왜 싸웠는데?"

 

  오전 7시. 요리사 알레인이 저택 식구들의 아침식사를 나르며 물었다. 매생이죽 비슷한 음식을 보며 에밀리는 눈으로 그를 욕했다. 도대체가… 저 돌팔이는 레시피대로만 요리하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

 

  얼굴만 봐선 금발 미소년인 알레인은 주점 웨이터 출신이었다. 주방에 몰래 손댔다가 얻어맞고 있는 그를 크리스토퍼 백작이 데려와 저택의 요리사를 시켰다. 그게 에밀리와 한나가 들어오기 1년쯤 전이라던가. 아무튼 그땐 백작도 몰랐을 것이다. 음식으로 사람을 고문하는 인간일 줄은.

 

  숟가락으로 죽을 휘휘 헤집는 에밀리 옆에서 한나가 우울하게 대꾸했다.

 

  "…뜸들이잖아."

  "뭐?"

  "이사벨라가 그렇게 예쁘냐고 물어봤더니, 대답을 뜸들이잖아!"

 

  이사벨라는 요즘 뜨는 오페라 가수였다. 인기가 좋으니 거리에 포스터도 몇 장 붙었는데, 두 사람이 밖에서 데이트를 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안 봐도 뻔했다. 알레인과 에밀리는 서로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싸우는 이유가 어째 날이 갈수록 초라해서다.

 

  하녀 신분으로 백작을 휘어잡는 한나를 보며 저택 식구들이 일제히 박수치던 시절이 있었다. 집사인 로크 씨마저도 한때 둘의 관계를 걱정하다가, 결국 한나가 크리스토퍼 백작을 잡아먹은 날 백기를 들었었지. 그런데 이제는 다른 여자랑 비교해서 내 사랑을 확인한다고? 그 한나가?

 

  에밀리는 한숨을 쉬며 무심코 죽을 떠먹었다가, 뒤돌아 헛구역질을 했다.

 

  "여러분! 백작님 내려오셔요."

 

  때마침 핀이 계단을 내려오며 소곤소곤 말했다. 붉은나무 저택에 가장 늦게 들어온 막내 하인이었다.

 

  뒤따라 그늘진 얼굴의 크리스토퍼 백작이 내려왔다. 그는 급하게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밤늦기 전에는 돌아오마. 그 사이 누가 오거든 에밀리가 맞이하고."

  "왜 하필 저예요?"

  "그래야 다들 빨리 꺼지니까."

 

  너무하다고 투덜대는 에밀리 빼곤 다들 수긍했다. 알레인은 킥킥 웃다가 에밀리에게 옆구리를 맞았다.

 

  한나는 꽁한 표정을 해서는 크리스토퍼 백작을 어정쩡하게 배웅했다. 백작은 한나에게 뭔가 말하려는 것처럼 머뭇거렸다. 모두의 신경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안 그런 척 다들 딴 델 보면서.

 

  그러나 때마침 교회 종이 울렸고, 백작은 퍼뜩 정신을 차린 듯 인사도 없이 나가버렸다. 빡쳐서 부들부들 떠는 한나를 보며, 에밀리도 알레인도 같은 생각을 했다.

 

  '이번엔 최소 3차전까진 하겠군.'

 

 ***

 

  "뼈 부서져본 적 있어?"

 

  하소연을 잔뜩 들어주고 온 에밀리를 맞이하는 건 가넷의 살벌한 목소리였다. 하녀장인 그녀는 에밀리에게 창고 청소를 시켰고, 에밀리는 7시에 시작한 아침식사를 10시가 되어서야 끝내고 온 참이었다. 가넷의 손에 들린 부지깽이를 보며 에밀리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가넷, 제 말을 좀… 저 진짜 억울하거든요."

  "지금까지 밥 처먹다 온 니가 억울할까, 너 때문에 하루에 두 번씩 빡치는 내가 억울할까?"

  "어머! 좀 줄었네요? 전엔 하루에 다섯 번…"

  "야!!!"

 

  가넷이 찢어죽일 기세로 쫓아오는 바람에 에밀리는 결국 부리나케 도망가다가, 다섯 번쯤 등짝을 맞고, 금방 붙들려서 창고에 처박혔다. 가넷의 감시 아래서 박박 대걸레질을 하다가,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바닥에 드러누웠다.

 

  '열심히들 하긴. 창고가 곰팡이만 안 피면 됐지!'

 

  창고는 스산할 만큼 어둑어둑했다. 에밀리는 그게 더 좋았다. 밝을 때보다야 어두울 때가 딴 짓 들킬 확률은 더 낮지 않은가.

 

  그렇지, 딴 짓. 이럴 때 혼자서 몰래 하는 게 있다. 에밀리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누가 없는 듯해서 그녀는 조심스레 초 하나를 밝혔다. 그리고 벽을 더듬어 그녀가 숨겨둔 물건을 꺼내려는 순간,

 

  "누구야."

  "꺄아아아아악!"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이는 정원사 잭이었다. 자고 있었던 듯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그는 눈을 껌뻑였다.

 

  "여기서 뭐해?"

  "잭이야말로 여기서 뭐하는데요! 촛불로 얼굴을 지져버릴 뻔했잖아요!"

  "어… 안 다쳤어?"

  "나 말고 댁 얼굴 말이에요!"

 

  잭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고는 바닥에서 일어났다. 에밀리는 어제도 서재 구석에서 잠든 그를 발견했던 것 같은 데자뷰를 느꼈다. 아마 농땡이 피우기로는 이 저택에서 1인자일 사람. 하지만 동시에 크리스토퍼 백작이 가장 오래 데리고 있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게, 잭의 정원 가꾸는 솜씨는 수준급이었다. 에밀리가 저택에서 3년 일하는 동안 그걸 딱 한 번 봤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를 정원에서 마주치는 일은 드물었다.

 

  "깼으면 좀 가줄래요?"

  "가넷은?"

  "아까 갔어요. 가넷이 무섭긴 해요?"

  "물론."

 

  주섬주섬 담요를 챙기는 그를 보고 에밀리는 혀를 찼다. 아주 장비를 갖고 다니시네! 물론 가넷이 봤으면 누가 누구더러 혀를 차냐고 한 소리 했을 것이다. 알레인이 봤다면 동족혐오라고 놀렸을 거고.

 

  "맞다! 한나랑 안 마주치게 조심해요. 오늘 또 한바탕 했거든요."

  "…뭐, 새삼."

 

  잭은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하게 대꾸했다. 평소에도 그는 한나와 백작의 일에 가장 무관심했다. 그러나 어쩐지 창고를 나서는 발걸음이 신경질적으로 변해서, 에밀리는 '왜 저러지' 하고 말 뿐이었다.

 

  아무튼 잭을 보내버리고, 이제 정말로 혼자 남은 에밀리는 깨진 벽 안쪽에서 펜과 잉크병, 그리고 종이를 꺼냈다. 종이엔 날려 쓴 글씨가 빼곡했다.

 

  [ …약혼자 있는 백작이 뱀 같은 하녀와 바람나서, 집안은 풍비박산 나고 하수인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고.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라일은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디 하녀만 뱀이었으랴, 백작이야말로 저택 구석구석에 찐득한 거미줄을 감아뒀을 텐데… ]

 

  숨겨둔 보물의 정체는 에밀리가 집필한 원고였다. 그녀가 15금을 졸업하고 19금 연애소설에 손댄 지 어느덧 1년 반. 직접 써보기 시작한 지는 이제 4개월째. 원고는 70페이지 가까이 쌓여있었다.

 

  언젠가는 투고하겠다는 꿈을 키우며 에밀리는 시간 날 때마다 남몰래 펜을 들었다. 남몰래 쓰는 이유는 일단 장르가 장르거니와, 주위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야기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었다. 단적인 예로는 한나와 크리스토퍼 백작이라든지. 들키면 죽는다는 것 정도는 에밀리도 알았다.

 

  아무튼 일부 원고에는 에밀리의 투명한 속마음까지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그 때문에라도 필명으로 출간하기 전까진 날것의 원고를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냐. 그래도 한 번쯤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더 넓은 세상을 담아보고 싶기도 했다. 수도에는 벌써 증기기관차라는 게 다닌다고 했다. 외지에는 마법사의 탑이 있다고도 들었다. 그런데 창고 안은, 붉은나무 저택은, 소도시 펜버는 너무 평범하지 않은가. 보고 들은 게 많아야 좋은 글이 나오는 법인데 여기서 보는 거라곤 순 치정극밖에…

 

  그러고 보면 한나와 크리스토퍼 백작의 관계도 처음엔 흥미로운 소재였는데, 점점 어디에 우려먹기도 힘들 정도로 피곤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연애를 하면 할수록 한나는 을이 되기를 자처했다. 툭하면 싸우고, 헤어진다고 쿨한 척하면서도, 결혼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고. 곁에서 보고 있자면 늘 의문이 들었다.

 

  '대체 사랑이란 뭘까?'

 

  어쩌면 그 해답이 에밀리가 원고에 담아야 하는 내용일지도 몰랐다.

 

 ***

 

  "뭐 다른 게 사랑이겠어? 백작님이 곧 사랑이야!"

 

  한나는 사랑에 빠진 얼굴로 말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세상 행복해 보였다. 에밀리는 그녀가 어떤 경위로 애인과 화해했는지 결코 궁금하지 않고 왠지 오늘따라 청소에나 집중하고 싶었지만, 늘 그렇듯 한나에게 에밀리의 의사 따위는 상관없었다.

 

  "내가 다 오해했나봐. 백작님이 이사벨라 따위보다 내가 훨씬 우아하대."

 

  우유부단한 백작이 제 집사에게 조언을 구해 가까스로 내놓았을 해답에 한나는 언제 울었냐는 듯 싱글벙글했다. 에밀리는 저렇게 입맛대로 기억하는 것도 재능이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마침 백작이 서재에서 걸어 나왔고, 한나는 멀리서 그에게 키스를 날렸다. 백작도 멈칫하더니 에밀리의 눈치를 보며 화답했다.

 

  저것들 보면서는 도저히 연애하긴 글렀다고 생각하는 에밀리였다.

 

 

 
작가의 말
 

 1) 반말/존댓말은 성별에 관계없이 저택에서의 연차순...입니다. (일부 캐릭터 제외)

 2) 크리스토퍼 백작은 주요 인물이기는 하지만 에밀리와는 일절 엮이지 않습니다. 오해하실까봐 미리 못 박아두고 싶네요...

 3) 시대 배경은 19세기 초, 산업혁명 직후의 빅토리아 시대쯤입니다. 유럽 아닌 판타지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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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한 19-11-01 00:07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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