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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뱀파이어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
작성일 : 19-10-07 00:44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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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글레이프니르. 난쟁이들이 별 괴상한 재료로 만든 구속구다. 겁쟁이 신들이 날 위해 친히 부탁했다고 하더군. 돌잔치 선물이라고나 할까.”

 릴리는 신경질적으로 목에 걸린 검은 가죽끈을 잡아당겼다. 난 여태 저게 초커인줄 알았는데.

 그냥 취향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지.

 그것은 연결고리나 무늬도 없이 밋밋했다. 바꿔 말하면, 도저히 뺄 수 없게 생겨먹었다.

 “많이 불편해?”

 “그런 걸 묻는 놈을 물어뜯어주고 싶을 만큼.”

 릴리는 꽤 위협적으로 굴었지만, 공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물에 한 번 빠졌다 오고 나니 간덩이가 땡땡하게 부은 것 같기도 했다.

 “키론이 풀어줄 수는 없어?”

 이제는 공윤도 자연스럽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키론이 비현실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걸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손 안대고도 릴리의 정수리에 사과머리를 해준다거나.

 “몇 번 시도해봤다만, 실패했다. 신들이 직접 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난쟁이들의 솜씨가 만만치 않을지도 모르고. 어쨌든 키론은 신이 아니니까.”

 릴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공윤은 그가 무심코 흘린 말을 새겼다. 키론은 신이 아니다.

 그는 신이 아니야.

 단지 키론일 뿐.

 그럼 키론도 그의 이름은 아닌 걸까?

 “하지만 그들 중 하나는 대가를 치르게 해줬지. 바람이 불 때마다 오른손이 허전할 거야.”

 릴리는 이를 드러내고 흐리게 웃었다. 그러자 인간의 모습인데도 진짜 늑대처럼 보였다. 공윤은 본능처럼 몸을 떨었다.

 “물어볼 게 있는데.”

 그는 해보라는 듯 턱을 옆으로 기울였다.

 “왜 날 싫어해?”

 릴리는 갑자기 다시 우울해보였다. 그는 팔짱을 꼈다.

 “널 싫어하는 게 아니다.”

 문득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항상 그랬듯이 바람은 전조가 없었다. 다만 들이닥칠 뿐.

 “경멸하는 거지.”

 공윤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공기에서 빚어지듯 키론이 나타났다. 그는 조금 피곤해보였다. 릴리는 키론을 향해 걸어가 버렸다.

 저 개아이가 정말.

 

 

 13.

 응, 그렇구나. 경멸하는 것뿐이구나. 공윤은 진흙을 다지면서 곱씹었다.

 하하, 그 개놈 자식. 발로 한 대만 까줄 걸 왜 그냥 왔나 몰라. 공윤은 흙이 릴리의 털이라도 되는 것처럼 꾹꾹 짓밟았다.

 공윤은 코에 묻은 흙을 털었다.

 나이도 많이 먹었다는 게 어째 발전이 없냐. 저택에서만 처박혀 살아서 그런가. 그녀는 주머니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불었다.

 호르륵! 호르르-르르르륵!

 폐활량 넘치는 소리에 멀리서부터 반응이 왔다. 반투명한 우파루파처럼 보이는 생명체들이 몸체를 구불거리며 날아왔다.

 희망과 생명이 가득한 나라, 머드파크를 개장하였사오니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그들은 공윤 주위를 몇 번 맴돌더니, 진흙에 달려들어 몸을 비벼댔다. 마치 톱밥 위를 뒹구는 햄스터 같았다.

 키론의 말에 따르면 그건 정기를 보충하는 행위였다. 그들은 정령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일종의 영양분을 얻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즐거워 보이긴 했다.

 “어허, 싸우지 마시고.”

 공윤은 막 서로에게 달려들려는 우파루파 둘을 안전요원처럼 떼어놓았다. 조그만 꼬리 두 개가 얽혀있었다. 그래그래, 떼 줄게.

 귀여워라. 공윤은 흐뭇하게 정령들을 봤다.

 서리도 이러면 좋을 텐데. 그 애는 아직도 공윤과 만나는 것을 거부하며 방에 틀어박혀있었다. 키론은 서리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벌써 이 주째였다.

 공윤은 정령들이 바람 나무의 천을 통과해 날아가는 것을 보며 결심했다.

 

 

 “키론, 나 할 말이......”

 공윤은 서리와 딱 마주치고 입을 벌렸다. 서리의 눈이 커졌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아일랜드 테이블이 서리의 손에 우그러졌다. 엄마야......

 키론, 저건 내가 안 했어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서리가 고양잇과를 닮긴 했지만 이 정도의 유사성을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그 애는 식탁 위에 앉아 입에 초콜릿을 물고, 한 손에 반쯤 포장이 벗겨진 초콜릿을 들고 있었다. 마치 농작물을 서리하는 들짐승 같았다.

 서리는 초록색 눈을 한 바퀴 굴리더니, 냅다 도약했다. 이제 식탁에는 서리의 손자국과 발자국이 모두 남았다. 갑자기 도망을?!

 내가 놓칠 줄 알아?

 물론 무리였다. 공윤은 이를 악물고 저택을 내달렸지만, 서리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 애는 미끄러지듯 복도를 달려가더니, 무릎을 한 번 튕기는 것만으로 층간을 단번에 넘어버렸다. 인간은 서러워서 살겠냐......

 “서리야! 도망가지 말고...... 헉헉, 누나랑, 얘기 좀...... 악!”

 그 순간 공윤의 귓가에는 뿌득, 하는 소리만 맴돌았다. 그녀의 발목에서 난 소리였다. 급하게 올라가려다가 발이 홱 꺾여버렸던 것이다.

 이건 나갔다.

 확실하게 나갔어. 공윤은 통탄했다. 이거 산재 신청될까?

 더 심각한 문제는 그녀가 머리부터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생명의 위협을 각오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위협받는 걸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심지어 저택은 대부분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계단이 높았다. 아찔한 부유감이 의식을 삼켰다.

 “눈 떠라.”

 엥......

 ​안 아프네. 공윤은 슬쩍 눈을 떴다.

 등이 심하게 뜨끈뜨끈했다.

 금빛 눈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릴리가 그녀를 잡아준 것 같았다. 그는 가방 드는 것보다 쉽게 공윤을 안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새 계단 아래에 있었다.

 “넌 낙법도 모르나? 그딴 식으로 떨어지면 죽는다.”

 모르는데. 공윤은 입을 달싹였다가 힘이 빠져서 다물었다. 계단 위에서 서리가 멍한 얼굴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하.

 “릴리, 나 내려놓고 서리 좀 잡아봐.”

 릴리는 굉장히 귀찮아보였다.

 “저 애새끼를?”

 “빨랑.”

 스토커처럼 구는 게 이럴 땐 도움이 되는구만. 릴리는 잠깐 뭐라고 투덜거렸지만 어쨌든 공윤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는 목을 한 번 꺾더니 다음 순간 서리의 코앞에 있었다.

 공윤이 눈을 한 번 깜박이니까 그냥 거기에 있었다. 대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인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진짜 인간은 서러워서 못 살겠다.

 서리도 순순히 당하지는 않았다. 그 애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자기 목을 붙잡으려는 릴리의 손목을 사정도 없이 물어뜯었다.

 릴리는 쌈박하게 대응했다.

 그는 그냥 물려줬다.

 저런 미친, 동맥 뜯기면 어쩌려고. 공윤은 피분수가 이는 꼴을 보게 될까봐 식겁했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서리는 그를 물고 한 입 삼키자마자(공윤은 속이 울렁거렸다)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웩웩거리기 시작했다.

 “흠.”

 릴리는 침착하게 서리가 뱉는 것들을 피했다. 붉은 액체와 엉겨 붙은 초콜릿 덩어리가 계단 위로 쏟아졌다.

 공윤은 움찔하며 이마를 짚었다. 아, 저러면 청소해야하는데......

 저택은 일상적인 먼지나 자잘한 더러움은 저절로 깨끗해졌지만, 저런 큰(?) 것들은 직접 청소해야했다.

 릴리는 새끼 짐승을 드는 것처럼 서리의 목덜미를 들어 올리더니, 공윤의 앞에 대령했다.

 그녀의 발목을 비롯해 무수한 희생을 치렀지만, 마침내.

 “잡았다.”

 공윤이 씩 웃었다.

 서리는 한 번 더 토했다. 이런 젠장.

 

 
작가의 말
 

 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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