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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상처받은 늑대
작성일 : 19-10-07 00:39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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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공윤은 교수를 빤히 봤다.

 “아뇨.”

 교수의 입가에 미약한 경련이 일었다. 매끄러웠던 슈트 표면이 잠깐 팽팽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역시 올해는 안 될 것 같아요. 그 기회는 다른 친구에게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제안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공윤은 인사하고 연구실을 나가려 했다. 교수가 그녀를 붙잡았다.

 “휴학 기간 동안 뭘 할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냥 쉬고......”

 공윤은 얼버무리려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알바 좀 하려구요. 학비 내야죠.”

 “그렇군. 잘 가요, 공윤 양.”

 교수는 손을 꽉 오므린 채 웃었다. 공윤은 서둘러 연구실 문을 닫았다. 덥석 받아들이기에, 저 사람은 너무 꺼림칙했다.

 왜 자꾸 거짓말을 하지?

 학교를 빠져나가는 공윤을 새파란 시선이 더듬었다.

 

 ***

 

 “잘 끝냈어요?”

 달려 나온 공윤을 키론이 맞았다. 그는 코끝까지 목도리를 두르고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저러니까 대학생 같네.

 분위기와는 별개로, 키론은 맑고 깨끗한 인상이 강해서인지 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했다.

 공윤은 가방을 맨 채 평범하게 캠퍼스를 활보하는 키론을 상상했다. 평범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과제의 악랄함을 토로하며 함께 걷는 것을 상상했다.

 아냐, 얼굴이 안 평범해. 그녀의 발칙한 상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론은 무구하게 웃으며 따뜻한 캔 커피를 내밀었다.

 “아, 감사합니다. 네, 뭐. 덕분에 편하게 왔네요.”

 공윤은 손안으로 캔을 굴리며 대답했다. 키론은 일종의 순간이동 톨게이트라고 볼 수 있을 법한 능력을 베풀었던 것이다. 그의 저택에 들어오거나 나가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당신도 배울 수 있어요.”

 “진짜요?”

 공윤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내가 순간이동을 배울 수 있다고?

 지각했을 때 쓰면 딱일 듯......!

 “가르쳐줄까요?”

 공윤은 목이 빠져라 열성적으로 끄덕였다. 그녀는 한여름에 화장이 지워지게 뛰던 것과 한겨울에 눈썹이 얼도록 내달렸던 것을 떠올렸다.

 다른 능력 다 필요 없다. 순간이동이 짱이야.

 “지금은 말고. 나중에요.”

 익.

 지금 저랑 밀당하는 겁니까? 공윤은 아쉬워서 볼을 부풀렸다.

 당장 알려줄 것처럼 굴어놓고.

 “그걸 배우려면 특별한...... 조치랄까, 약간의 절차가 필요하거든요. 꽤 어려워요. 공윤 씨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절 너무 하찮게 보시네요.”

 공윤이 투덜거렸다. 그놈의 감당. 키론은 그녀를 무슨 다루기 곤란한 유리 세공품 취급했다.

 갑자기 손에 캔 커피 말고 다른 온기가 느껴졌다. 손톱에 살짝 닿았던 살갗은 곧 그 너머를 침범했다. 손가락의 능선을 타고 넘어온 키론이 손등 위의 얇은 핏줄을 덧그렸다.

 쿵, 쿵. 혈관을 타고 맥동하는 혈액과 그 안에서 흐르는 공기, 생명력이 진동했다.

 공윤의 호흡이 빨라졌다.

 “이런 거. 해야 하는데.”

 키론이 짙은 오팔색 눈을 접으며 웃었다. 그 색깔만으로도 굉장히 유해한 미소였다.

 공윤은 손을 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너무 단단하게 연결돼서 빠지지 않는 고리가 된 것 같았다.

 “할 수 있겠어요?”

 안 하면 되잖아, 안 하면. 공윤은 속눈썹 아래로 키론을 노려봤다.

 “집에나 가죠.”

 키론이 손을 놨다.

 순간 허전함에 공윤이 숨을 들이쉬었다. 가슴의 어느 한 부분이 텅 빈 것 같았다. 이거...... 기분 더럽네, 좀.

 “사장님.”

 “네?”

 “우리 치킨 사 가요.”

 난 알 수 있어. 이건 치킨을 먹어야 풀릴 기분이야. 공윤이 확고한 의지를 담아 그를 봤다. 키론은 웃었다.

 “무슨 치킨 먹고 싶어요?”

 “시즈닝 뿌린 거요. 엄청 느끼한 걸로.”

 그가 손을 젓자 허공이 입을 벌렸다. 우와, 다이렉트.

 키론이 손을 내밀었다. 공윤은 잠깐 주저했다가, 그 손을 잡고 공간을 넘어갔다.

 공윤은 그날 사간 치킨을 릴리에게 한 조각도 주지 않았다.

 

 

 12.

 불새의 방에 장작을 넣어주고 온 공윤은 멍하니 깃털을 만지작거렸다. 그것은 평범한 새의 것이라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두터웠으며, 짙은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핀의 깃털이었다. 그녀는 아침 식사를 하다가 창밖으로 그 생명체를 목격했던 것이다. 깜짝 놀란 그녀는 바닥에 흘린 콘플레이크를 닦아내야만 했다.

 확실히 여기서는 그런 생물들을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키론이 쓰다듬어주자 그리핀은 기분 좋은 듯 거대한 날개를 몇 번 펄럭거리더니, 순식간에 하늘 너머로 사라졌다.

 ‘서리를 봐야하는데.’

 그녀는 점점 저택에서의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뱀 여자는커녕 소접의 비늘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소접은 주로 자신의 동굴에 처박혀 있었다.

 오래 묵어서인지, 그는 딱히 끼니를 챙겨주거나 사는 곳을 정리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 공윤이야 좋았다.

 일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고되지도 않았다. 거의 평화롭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계좌에 쌓이는 0의 개수가 그녀를 무척 만족스럽게 만들었다.

 아, 릴리가 짜증나긴 했다. 사실 그는 공윤이 하는 모든 행동이 짜증나는 것처럼 굴었다. 그건 그가 개의 모습이었을 때부터 유구하게 이어져오던 태도였다.

 내가 그리도 싫으면 좀 떨어져주지 않으련?

 공윤은 투덜거렸지만, 릴리는 항상 그녀를 볼 수 있는 거리에서 도사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잠재적 도둑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야, 늑대. 아니, 어음, 릴리?”

 진짜 적응 안 된다.

 “왜.”

 대답을 해주긴 했다. 공윤은 무심코 깃털 끝을 바닥에 긁었다.

 “키론은 어딨어?”

 “모른다. 너도 기다리지 마. 그는 기약을 두지 않으니까.”

 “넌 왜 같이 안 갔는데?”

 공윤은 다소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번 일은 내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나보지. 그때는 어린 흡혈귀가 라미아와 연관되어서 간 것뿐이다. 키론은 그 미친 공주를 꽤 딱하게 여기니까.”

 “서리를 흡혈귀라고 부르지 마.”

 공윤이 반사적으로 쏘아붙였다. 중요한 부분은 그게 아니었는데.

 릴리는 음울한 눈빛으로 공윤을 봤다.

 “너도 이무기에게 옮았나? 널 인간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게 된다던?”

 넌 기분상의 문제라는 것도 모르냐?

 약이 오른 공윤은 타자의 약점을 노리는 투수처럼 물었다. 전부터 궁금하기도 했다.

 “목소리는 왜 그래?”

 릴리의 목소리는 좋게 쳐주면 녹슨 면도날로 바이올린을 켜는 것 같았고, 나쁘게 치면 손톱으로 뼈를 긁는 것 같았다.

 “찔렸다. 예전에.”

 “언제?”

 “네 가장 오래된 조상이 잉태되기도 전일걸.”

 그래, 너 잘났다. 공윤은 입을 비죽거렸다.

 릴리는 입을 벌리고 입술과 턱을 꿰뚫는 각도로 손가락을 그어보였다. 그 끝은 성대를 향해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내게 칼을 박아 넣었지. 그 상태로 천 년 쯤 묶여 있었다. 그때 나는 새끼에 불과했고. 꽤 큰 새끼이긴 했다만.”

 릴리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공윤은 그 광경을 상상했다가 몸서리쳤다. 발버둥치는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그 애의 입을 쇠붙이로 꿰뚫는 것을......

 공윤은 자기도 모르게 릴리의 팔에 손을 올렸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손바닥으로 거대한 유기체 특유의 심박이 느껴졌다.

 릴리는 약간 당황한 것 같았지만, 뿌리치지 않았다.

 “나는......”

 “......”

 “미안.”

 공윤이 속삭였다. 릴리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가늘어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럼 아직도 안 나았어?”

 릴리는 공윤을 물끄러미 봤다.

 “키론의 말로는 회복되기 힘들 거라고 하더군.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글레이프니르에서 풀려나기만 하면......”

 글레...... 뭐?

 “글라스데코?”

 릴리는 눈을 굴리며 정말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다, 야. 내가 처음 들어봐서 그래.

 
작가의 말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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