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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밀리가 연애하지 않는 이유
작가 : 정민
작품등록일 : 2019.10.6

농땡이 하녀, 상식과 권위가 통하지 않는 붉은나무 저택에 입성하다. *표지 커미션 : 꽃 작가님(@flo_ai_wer)

 
붉은나무 저택과 에밀리
작성일 : 19-10-06 23:22     조회 : 414     추천 : 0     분량 :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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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페니 부인의 소개로 왔어요."

 

  집사는 에밀리가 건넨 소개서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그 동안 에밀리는 자신이 일하게 될 저택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겉에서 볼 땐 어두운 적갈색의 벽과 지붕이 조금 낡은 듯했는데 내부는 제법 널찍했다. 남부 소도시의 백작저답게.

 

  "가넷을 따라가서 짐부터 풀어요. 인사는 차차 나누지."

 

  집사가 가리킨 곳을 돌아보니 빨간 고수머리를 질끈 묶은 하녀가 팔짱을 낀 채 서있었다. 그녀가 가넷인 듯한데, 주황빛 도는 빨간 머리가 제 이름을 닮기보단 어째 홍당무를 더 닮았다. 에밀리는 속으로만 킥킥 웃었다.

 

  가넷은 에밀리에게 고개만 까딱 하더니 앞장서 걸었다. 에밀리는 재빨리 짐가방을 챙겨들고 그녀를 따라 총총 걸었다. 저택 2층에 위치한 작은 방 앞에서 그녀는 멈춰 섰다.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자 사다리 침대 두 채가 보였다. 안쪽에 의자며 옷걸이가 가지런하게 놓여있었다.

 

  "여기서 하녀들이랑 지내게 될 거야. 짐 풀고, 옷 갈아입고, 잠시 기다려."

  "기다려요?"

  "오늘 한 명이 더 오기로 했으니까, 그때까지."

 

  바구니 하나와 하녀복을 건네고 가넷은 쌩하니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에밀리는 하녀복을 제 몸에 대보았다. 얼핏 보기에도 제법 잘 어울렸다. 치맛자락을 무릎을 조금 덮었고, 검은 천 위로 담갈색의 머리카락이 어지러이 흩어졌다.

 

  에밀리의 광대가 저도 모르게 봉긋 솟았다. 어쩐지 음흉하게.

 

  '자, 그러면 백작을 꼬셔서 안방마님 자리를 꿰찬 다음에 젊고 잘생긴 남자들을 들여다 아슬아슬한 밀회를 즐길 날까진 얼마나 남았을라나?'

 

 ***

 

  꿈에 그리던 공간에 마침내 입성했다. 그러니까, 소도시 펜버에 위치한 크리스토퍼 백작의 오래된 붉은나무 저택에. 일찍이 아내를 여읜 젊은 백작 '그렉 W. 크리스토퍼'가 이 저택에 홀로 산다고 했다. 여기에 오겠다고 고향 식구들 내팽개치고 며칠이나 마차 짐칸에 처박혀 있었는지. 에밀리는 이 모든 행동의 시발점이 된 소중한 책을 짐가방 가장 안쪽에서 꺼내들었다.

 

  [엔리케 백작의 50가지 그림자]

 

  15금 연애소설이었다. 미스터리한 저택에서, 하녀와 백작이 그렇고 그런…. 연애를 글로 배운 에밀리에게 사랑이란 그런 것이었다. 정신적 교류가 30, 육체적 교류가 30이라면, 금단의 영역을 침범하는 재미가 나머지 40을 차지하는 것.

 

  "이걸 마침내 실현할 날이…!"

 

  별안간 문고리가 덜컹거렸다. 에밀리는 자신의 신성한 행동 지침서를 빛과 같은 속도로 베개 밑에 밀어 넣었다. 콩닥콩닥 심장 뛰는 와중에 문이 열렸고,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아까 가넷이 말했던 새 하녀였다.

 

  "네가 에밀리야? 난 한나. 한나 웨트웬."

 

  악수를 청하는 손이 하녀치고 부드러워 보였다. 짧은 고수머리는 금빛으로 풍성하게 빛났다. 그 누구에게 물어도 이견이 없을 만큼 사랑스러운 외모였다. 한나는 방 안을 휙휙 둘러보더니 툭 던지듯 내뱉었다.

 

  "이런 덴 삯이나 제때 챙겨주려나 모르겠네."

 

  어쩐지 자유분방해 보이는 그녀를 보며 에밀리는 생각했다. 영혼의 단짝이 되거나, 아니면 동족혐오를 하게 되거나, 둘 중 하나겠다고.

 

  문 밖에서 가넷이 어서 나오라고 독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나와 에밀리는 서로에게 눈짓하고 재빨리 옷을 꿰어 입었다. 추운 겨울날, 그렇게 크리스토퍼 백작 밑에서의 하녀 생활이 시작됐다.

 

 ***

 

  그리고 3년 뒤.

 

  "에밀리! 나 백작님이랑 또 싸웠어! 흐어엉!"

 

  오늘도 한나가 에밀리에게 울며 매달렸다. 에밀리는 습관적으로 한나의 등을 다독였다. 눈으로는 창밖의 시계탑을 보고 있었다. 오늘은 대체 몇 시간이나 하소연을 할까 생각하면서.

 

  맞다, 에밀리가 노렸던 크리스토퍼 백작은 2년 전부터 한나와 연애하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렇게 싸워대면서 말이다. 에밀리는 처음 저택에 들어오던 날의 한나를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진짜로 쿨했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지?"

  "뭐라고, 에밀리? 훌쩍, 우느라 못 들었어."

  "응, 아무것도 아냐."

 

  에밀리는 자신이 소설을 통해 학습했던 사랑이라는 관념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30‧30‧40의 법칙만 충족한다면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랬는데, 아무래도 아니다. 상대가 제일 중요한 게 맞다.

 

  '거지같은 세상! 도대체 내가 사랑할 잘생기고 돈 많고 말 잘 듣는 남자들은 어디에 있는 거야?'

 

  연애하지 않는 에밀리, 그녀는 아직 사랑을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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