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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Off Side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19.9.26

세계적인 축구 스타와의 로맨스,
실종된 아빠를 둘러싼 미스터리,
시간을 매개로 한 반전의 판타지!
페어 플레이 룰을 비웃듯 반칙이 난무하는 그라운드 위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자기만의 경기를 뛰고 있는 중이다.
그 앞에 공을 차 주며,
나도 함께 뛰고 있다고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이 어려운 경기를 멋지게 이겨 보자고, 응원하는 목소리를 글에 담았다.

운명의 파트너, 시온과 정원이 펼치는 인생 최고의 경기!
휘슬은 불렸다. 원더골(Wondergoal)을 향해 함께 달려 보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상처뿐인 승리
작성일 : 19-10-05 16:21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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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김서연!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열 걸음 정도 날아간 축구공이 그대로 진흙탕에 빠졌다. 시온은 급히 달려가 축구공을 꺼내 안았다. 이게 어떤 축구공인데.

  어려운 살림에 아들 운동 시킨다고 입 가진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해댔다. 사내아이한테 형처럼 멋진 축구화 신고 공 차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나. 하지만 엄마 앞에만 가면 입이 안 떼졌다.

  “엄마, 이불 덮고 자. 추워.”

  음식 냄새 잔뜩 풍기는 옷에 힘없이 축 처진 파마 머리, 칼에 베이고 불에 덴 상처들. 식당에서 일하고 온 엄마의 지친 몸뚱이 위로 이불 하나 덮어주다 보면 자연히 사라지는 욕심이었다.

  “정시온! 봐라, 형이 뭐 가져왔게?”

  그런 동생을 위해 형이 프로 구단에 입단하고 선물로 준 축구공이었다.

  “우와, 형 최고!”

  그날 이후로 한시도 품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다. 잘 때도 안고 자고, 등교도 같이 하고, 틈만 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으로 공을 튀겼다.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려면 기본기가 좋아야 하는데, 기본 중의 기본은 공을 잘 다루는 거라고 형이 그랬다.

  “사과해.” 시온은 정원의 앞으로 가 나직이 말했다. 딴에는 화를 참으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내가 왜?”

  “네가 내 축구공 이렇게 만들었잖아. 그러니까 사과해야지.”

  치, 하고 돌아서려는 정원의 손목을 그러잡는다. “사과하라니까 얼른?”

  “싫어, 이거 놔!”

  시온의 손을 뿌리친 정원이 걸음을 돌렸다. 멀어져 가는 정원을 향해 시온이 돌을 던졌다. “감독님 어디 있는지 말해 줄게.”

  명중. 정원이 멈춰 섰다. 머리에 맞았는지 가슴에 맞았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뒤를 돌아본 소녀의 두 눈동자가 형편없이 떨리고 있는 것도 제 탓은 아니다. 그녀는 사과를 빚졌다.

  “사과부터 해. 그럼 알려 줄게.”

  “진짜 알고 있어?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난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정원은 시온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경기 끝나고 곧장 이리로 왔어. 지금 울 엄마랑 얘기 중이야.”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려 한 말이었다. 거짓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뭔가 실수를 한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좀 전보다 더 상처 받은 얼굴로 정원이 물었다. “너네 엄마 높은 사람이야?”

  “아니?”

  “유명한 사람이야?”

  “아닌데?”

  “근데 왜, 너네 엄마하고만 얘기해? 왜 우리 엄마랑은…….”

  정원은 말끝을 흐렸다. 갑자기 밀려든 화기(火氣)에 목이 메었다. 끝맺지 못한 뒷말 대신 가래가 낀 듯 답답한 숨소리가 이어졌다.

  보면 무작정 달려가 안기려고 했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슬펐다고. 근데 따져 물어야겠다. 왜 나를, 왜 우리를 이렇게 버려뒀냐고.

  눈물 때문에 뺨이 가려운지, 정원은 눈물 자국을 손으로 슥 지워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시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미안해, 축구공 던진 거. 그러니까 그만 알려줘.”

  시들한 목소리에 마음이 약해진다. 정원이 입고 있는 검은 옷의 의미를 알기 때문일까, 동정심까지 일었다.

  “그딴 사람 어디 있는진 알아서 뭐하게?”

  “복수.” 정원의 앙다문 입술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응급실.”

  시온은 정원이 그토록 원하던 정보를 넘겨주었다. 사과를 받은 이상, 더는 그녀를 괴롭힐 명분이 없다. 정확히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복수란 걸 돕고 싶은 마음도 들고.

  곧장 응급실로 가는 줄 알았더니, 정원은 뺨에 묻은 눈물을 소매로 슥 닦아내며 다시 시온을 향해 걸어왔다. 뜻밖의 행보에 시온은 양쪽 눈썹을 들어올리며 물음표를 얼굴에 그렸다. 정원은 그를 그대로 지나쳤다. 그녀가 원한 건 시온의 등판에 적힌 이름 석 자였다.

  “23번 정재신.”

  “뭐?”

  “너, 내가 다 이를 거야.”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정원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시온의 형 이름이 필요했다. 아무리 감독이라지만, 선수들 가족 이름까지 아빠가 외우고 있진 못할 거라 생각했다.

  시온은 화단에 쭈그려 앉아 더러워진 축구공을 옷으로 닦았다. “나도 형한테 다 이를 거다, 뭐…….” 자신 없는 말소리가 느릿하게 이어졌다.

  시온도 안다. 형한테 일러 봤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란 걸. 지금의 형은 그를 지켜주지도, 대신 싸워주지도 못할 거란 걸.

 

 

  * * *

 

 

  의료진들이 바삐 돌아다니는 응급실 안은 사죄의 말을 전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다. 아들 걱정에 눈물을 보이는 승자를 데리고 근우는 복도 밖으로 나왔다.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싶었다. 그래야 했다.

  “감독님, 우리 재신이 괜찮겠죠?”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기 직전의 일이었다. 역습을 막으려는 노력이 반칙으로 이어지고 상대팀에게 프리킥 찬스를 내주었다. 골키퍼까지 골문을 비우고 올라와 버저 비터(buzzer beater)를 노리는 농구 선수처럼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렸다.

  공만 보고 달려가던 재신이 힘껏 뛰어올랐다. 공을 박스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헤딩하는 재신의 머리를 장신의 독일 선수가 뒤에서 그대로 받았다. 세컨 볼을 두고 아슬아슬한 상황이 펼쳐졌지만, 공은 라인 밖으로 나갔고 골 킥이 선언됐다.

  충돌한 두 선수는 그라운드 위에 쓰러져 일어서지 못했다. 의료팀이 투입되고 뒤이어 들것 두 대가 들어왔다. 들것에 실려 잔디 밖으로 나간 독일 선수는 금세 몸을 일으켰다. 찢어진 이마에서 피가 새어 나왔지만, 다행히 조금 붓고 말 정도의 부상으로 보였다.

  골키퍼가 공을 들고 와 뻥 차자, 주심은 그제야 휘슬을 불었다. 결과는 3:2, 대한민국의 승리였다.

  관중석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서로 얼싸안고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축축함을 남에게 전달하기 바빴다. 기자들이 있는 프레스석만이 점잖게 경기 결과를 받아들였다. 곳곳에서 불세출의 명장이 탄생했단 기사가 빠르게 작성되고 있었다.

  한국이라는 축구 변방국에서 월드컵 결승 진출이라니, 홈의 이점을 고려하더라도 실로 대단한 성과였다. 근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됐다 싶었다. 펠레 스코어가 선사하는 가장 이상적인 즐거움을 90분 동안 만끽한 관중들, 그 인파 속에 영국의 명문 구단 ‘에버턴(Everton)’의 관계자도 있었다. 그들에게 감독직을 제안 받는 건 이제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승리의 대가는 혹독했다. 재신이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근우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감독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몸이 부서져라 팀을 위해 헌신한 두 선수의 의지가 충돌했을 뿐. 해서, 아들이 혼수상태에 빠졌음에도 승자는 원망할 이가 없었다.

  그녀는 근우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죄송하다는 말에 선뜻 “아니에요”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였다. 그를 원망하고 싶었다. 이 모든 일을 그의 탓으로 돌리고 싶었다. 힘주어 잡는 손길에서 그 복잡한 심정이 느껴졌다.

  “일어날 거예요, 우리 재신이. 걔가 얼마나 효잔데. 엄마 걱정 안 하게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날 거예요.”

  근우는 말없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그가 기억하는 재신은 홀어머니와 어린 동생밖에 모르는 녀석이었다. 죽어라 축구를 하는 이유도 그 두 사람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갔다. 저 역시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를 위해 뛰었으니까.

  “수술비나 입원비 같은 건 저희 쪽에서 다 부담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의식이 돌아오면 제일 먼저 달려오겠다고, 그 말을 끝으로 근우는 다시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만 걸음을 떼려는데, 창문 너머로 정원이 보였다. 반가웠다. 남의 아들을 저리 망쳐 놓고, 염치도 없이 딸아이가 반가웠다. 엄마 병실에 안 있고 저기서 뭘 하고 있나, 작게 미소도 지어졌다.

  숨가쁘게 흘러간 오늘 하루, 가족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6월 25일이란 날짜가 갖는 의미 때문일까, 꼭 전쟁터에 나서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겨야 했던 싸움, 막내 병사의 목숨과 맞바꾼 승리. 그 속에서 근우는 패잔병보다 더 참담한 꼴로 살아 돌아온 지휘관이었다.

  재신의 부상일랑 다 잊어버리고, 딸과 얼굴을 맞대 비비며 잠시 쉬고 싶다. 아내의 수고했단 말도 듣고 싶고, 아빠가 최고란 소리를 들으며 아들과 함께 웃고 싶다.

  그런데 저 옷, 정원이 입고 있는 옷이 거슬린다. 검은색 저고리에 하얀 깃, 무청명으로 만든 머리핀. 설마!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근우는 재빨리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꺼냈다. 경기 시작 전에 꺼두었던 핸드폰 전원을 켜자, 부재중 통화와 새로운 문자에 대한 알림이 우수수 쏟아졌다.

  “왜 그러세요, 감독님?”

  삽시간에 얼굴이 잿빛으로 변한 근우에게 승자가 물었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경직된 몸을 조금씩 움직여 뒷걸음질을 쳤다. 금세 고인 눈물은 뺨을 거치지도 않고 뚝 떨어졌다.

  갑자기 몸을 뒤로 홱 돌린 그는 곧장 앞으로 달려나갔다. 이제 다 됐는데, 두 사람이 함께 꿨던 꿈이 막 이뤄질 참인데. 그녀가 떠났다. 죽었다. 영영 사라져버렸다!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그 마른 손을 잡아주지도 못했다. 사랑한단 말은 텅 빈 가슴에 갇혀 의미 없는 메아리를 만들었다. 현역 때도 내지 못한 속도로 근우는 죽은 아내를 향해 달렸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닦아낼 생각을 못했다.

  지하로 내려가자 특유의 콤콤한 냄새가 풍겼다. 근우는 서연이 잠들어 있을 안치실을 눈으로 찾았다. 미친 사람 같았다.

  “서연아, 서연아.”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안치실 문의 손잡이를 돌리며 근우는 그 한 가지 소망만을 품었다. 탁, 소리와 함께 근우가 열고 들어간 문이 닫혔다. 이내 고요를 되찾은 지하 복도는 그가 일으킨 작은 소동을 말끔히 지워냈다.

  안치실 안도 조용했다. 음습한 기운이 냉장고에서 유유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냉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움직임 같은 건 감지되지 않았다.

  그곳에, 적어도 살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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