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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포르피린의 그녀
작가 : 멜로윙
작품등록일 : 2019.10.4

나는 어느 날 병원에서 '포르피린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설유리라는 소녀에게 습격당하게 된다.
포르피린증이란 병은 뱀파이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병이며, 그녀는 조금 더 특별한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낸 걸까,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 못지않게 나 또한 변해가고 있었다.

 
포르피린의 그녀_2화
작성일 : 19-10-05 11:16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6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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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눈을 떠 상채를 세우니 조금 빈혈기가 느껴졌다.

 

  시간을 보니 평소에 일어나던 시간이다. 오늘도 알람 없이 적절한 시간에 깬 내 몸을 칭찬한다.

 

  아마 고등학생 정도 되면 다들 매일 일어나는 시간에 자동으로 눈이 떠지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불을 걷어내고 하품을 하며 일어섰다. 투명한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가을볕에 비해 반갑지 않은 월요일 아침이다.

 

  집 안은 인기척이 조금도 없어 매우 조용했다. 나는 엄마와 주희가 병원에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빠는 해외에 장기간 출장 중이시다.

 

  평소라면 차려져 있을 아침밥도, 하이텐션으로 장난을 걸어 올 여동생도 없는 집은 조금 쓸쓸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닌 것을 알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늘은 편의점 음식을 먹어야겠군.

 

  양치질하며 속으로 그렇게 말한 나는 전날 병원에서 강제수혈을 당한 어깨를 보았다. 다행히 잘 달려있었고 손가락도 문제없이 잘 움직여주었다.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어제저녁에 소독을 하고 밴드를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셀 수 없이 되풀이했던 기억이, 그녀와 눈을 마주쳤던 장면이 다시금 안개처럼 피어나 머릿속을 자욱하게 메운다.

 

  ……역시 어제 일은 꿈이 아니다.

 

  밴드를 떼어내면 그녀가 새긴 표식이 있다. 지금 와서 궁금해 하긴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녀는 흡혈귀 같은 존재일까? 그녀가 진짜 흡혈귀 같은 존재였다면 물린 내게도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엔 조금 어지러운 것만 빼면 문제없이 살아있으니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더군다나 그녀는 그냥 특수한 병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됐다. 세상에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모르는 병은 널리고 널렸다.

 

  또, 그녀가 흡혈귀 같은 존재였다면 병원에서 보호될 것이 아니라 진즉에 교회나 성당으로 보내졌을 것이다.

 

  그래도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는 솔직하게 궁금했다.

 

  그리고 그때, 눈물에 담긴 진의도 궁금했다.

 

  샤워까지 끝마치고, 상처 부위의 소독을 다시 한 뒤 밴드를 갈고 어머니가 주신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현관문 앞에 서자 탁탁탁탁, 하고 무언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나보다 늦잠을 잔 아롱이가 헥헥거리고 있었다.

 

  아롱이는 국민 견종인 말티즈로 암컷이다. 아침부터 생기발랄하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왈!”

 

  아롱이가 활기차게 짖었다. 밥을 달라는 건지, 자신을 잊은 것에 대해 화를 내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른다.

 

  “네, 네. 금방 차려드려야죠.”

 

  피가 부족해 어지러운 터라 그만 까먹었네요, 라고도 붙일까 했지만 그만뒀다.

 

  조금 전 혼자라 쓸쓸하다고 여겼던 것도 포함해서 아롱이에겐 많이 미안했다. 사과의 의미로 오늘 아침은 두둑하게 챙겨주고 집을 나섰다.

 

 

  4

 

  내가 사는 아파트는 학교로부터 별로 멀지 않다. 육교를 한 번 건너 5분 정도 걸어가면 학교에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버스를 타면 멀지 않은 거리에 서해가 있어 시원한 하늬바람을 맞으면 학교에 간다.

 

  원래 같으면 바람을 즐기며 바로 등교를 했겠지만, 오늘은 배를 채우기 위해 주위 편의점에 들렀다.

 

  문을 밀어 들어가자 짤랑이는 방울 소리와 함께 알바생의 “어서 오세요~.”가 섞여서 들려왔다.

 

  카운터의 앞을 지나치지 않고 옆으로 꺾어 안쪽 진열대로 향했다. 어떤 것을 먹을까 고민했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코앞이 학교지만 배가 든든해진다는 이유로 컵라면이나 떡볶이 같은 것을 조리해 먹고 간다면 아마 아슬아슬할 것이다. 그런 도박성이 묻어있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빵이나 삼각 김밥 등이 있는 코너로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참치&마요인가 불고기인가.

 

  그런 소소한 것을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옆에 다가와 나란히 섰다.

 

  “아침이니깐 양념 된 것보단 이게 낫지 않겠어? 그보다 오늘은 웬 편의점?”

 

  붕 뜬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이는 하얀 손으로 참치&마요 삼각 김밥을 들고 내게 건넸다.

 

  고개를 살짝 틀어보니 같은 눈높이의 여학생과 눈이 맞았다.

 

  “그냥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안녕.”

 

  그녀의 이름은 진하영.

 

  체육복과 교복을 적절히 조합해 입은 그녀는 육상부의 단거리 달리기 종목 에이스를 맡고 있다.

 

 ‘인간은 달리기 위해서 태어났다.’라는 말을 충족해서일까, 진하영은 아침부터 하이 텐션을 보였다.

 

  반대로 책과 그늘을 좋아하는 나는 언제나 텐션이 고만고만하기에 인간이 활동량에 따라 텐션의 높이가 정해진다는 말은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만난 그녀는 알게 된 지 2년밖에 안 됐지만 왜인지 처음부터 서슴없이 다가왔었다.

 

  가끔 좋은 사교성을 악용한 달까, 어장관리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그녀는 그런 타입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결과, 나는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없어도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면 제대로 상대해주고 있다.

 

  “응. 좋은 아침.”

 

  그녀와의 인사는 둘 사이에 있어 룰처럼 되어 있었다.

 

  기분 좋게 인사를 받아친 그녀는 매끄럽게 빙글 돌아 뒤쪽에 진열돼있는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회전하면서 흩뿌린 달콤한 향수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그에 비해 매끄럽지 못한 난 녹슨 기계처럼 삐걱삐걱 뒤로 돌아 무슨 빵을 고를지 고민했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며 10종류 정도 되는 빵을 엄선해내고 있었다.

 

  나는 설마 같은 걸 고르면서 손이 닿겠어? 같은 벌어져도 별 상관도 영양가도 없는 걱정을 하며 한 개 남은 초코롤빵을 집으려 한 순간,

 

  “앗!”

 

  그녀의 손이 내 손을 덮더니 여성 특유의 새된 소리가 짧게 들렸다.

 

  그만 벌어져도 별 상관도 영양가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먼저 표적에 닿은 내 손은 마지막 초코롤빵을 사수하겠다는 사명감을 품어 꼭 쥔 상태였지만, 그녀의 손은 갈 곳을 잃고 꼼지락대면서 기어들어가는 중이었다.

 

  ……그보다 왠지 내가 이 빵을 고르길 기다리다가 일부러 부딪힌 느낌이 있는데.

 

  묘하게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그녀가 내게 그럴 이유는 딱히 없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착각이라 판단한 후 나는 초코롤빵을 들었다.

 

  그리고 어색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눈을 마주치지 않게 아래로 깔고, 왠지 기대에 찬 것 같기도 하면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서 있는 그녀에게로 건넸다.

 

  “삼각 김밥 골라줬잖아. 너 먹어.”

 

  “어, 정말? 헤, 고마워. 너, 가끔 착한 구석도 있구나?”

 

  진하영이 통통 튀는 말투로 말했다.

 

  “가끔은 빼지.”

 

  사실 삼각 김밥을 골라준 것은 마음에 품고 있지 않았다. 딱히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이 없었으며, 그렇기에 그녀가 골라준 것을 받은 것이다.

 

  그저 그럴싸한 핑계를 붙여 양보한 것이었다.

 

  그녀는 눈을 마주하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초코롤빵을 안아 들었다. 그러더니 너를 인정한다! 같은 느낌의 스파이크를 나의 왼쪽 어깨에 내리꽂았다.

 

  “으윽!”

 

  아뿔싸. 그만 큰 소리를 내버렸다. 하필 맞은 곳이 병원의 그녀에게서 얻은 표식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소리에 놀란 알바생이 이쪽 칸을 살피러 온 바람에 고개를 꾸벅 숙여 돌아가게 했다.

 

  그리고 진하영 또한 놀라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눈을 크게 하고 있었다. 그야 방금 내가 낸 소리는 그녀가 2년 동안 나를 보면서 들은 소리 중 처음으로 큰 범주에 드는 크기였을 것이다.

 

  “헐, 미안해! 그렇게 아팠어? 괜찮아?”

 

  진심으로 놀란 기색을 보이며 그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왔다.

 

  그것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친 부위냐고 묻는 게 보통 아닐까? 책과 그늘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이라도 보통 이 정도 충격은 버틴다고…….

 

  “괜찮아……. 다친 곳이라.”

 

  “헐! 어디서 다쳤어? 왜?”

 

  그녀는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걱정이 더욱 농염해져선 집요하고 자세하게 물어왔다.

 

  “아니, 뭐, 그냥……. 됐어. 괜찮으니까.”

 

  병원에서 어떤 여자애한테 습격당하고 물려서 피를 좀 빨렸어, 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핑곗거리를 억지로 만들어 밝힐 필요도 없어 보였기에 대충 그녀를 달랬다.

 

  그 후, 왜 아침인데 벌써 한 개 남은 식품이 있는 거지? 이 빵만 그렇게 인기가 많을 리는 없을 텐데, 혹시 초코롤빵바라기가 있는 건가?

 

  그런 의문을 품곤 대충 크림빵을 집어 들고 음료를 고르기 위해 코너를 돌았다. 그리고 그녀도 조용히 내 뒤를 따라와 음료를 고르기 위해 같은 곳을 보고 섰다.

 

  음료를 고르고, 왜인지 먼저 계산을 하고 가지 않고 있던 그녀는 “같은 반이니깐 같이 가자?” 라면서 나와 함께 등교를 했다. 뭐, 상관없나.

 

 

 5

 

  인문계의 선생님들은 모두 마법을 사용한다.

 

  그것은 수업 시작과 동시에 펼쳐지며 술법에 걸려든 의지가 약한 학생들은 전부 졸음에 삼켜지기 마련이다.

 

  오늘도 그런 격전을 여러 차례 펼치니 종례시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뒷자리인 진하영이 툭툭 치며 깨웠었지만, 내 기억에 남는 일은 점심밥이 뭐였는지 정도였다.

 

  생각해보니 진하영은 육상 연습 탓에 체력도 많이 소모될 텐데 수업시간에도 착실히 깨어있고 성적도 어느 정도 나온다.

 

  정말 그녀의 텐션은 어떻게 돼먹은 걸까? 흉내 낼 엄두도 못 내겠다.

 

  꼭 텐션의 문제만이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그녀는 그녀고 나는 나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처럼 무리해서 본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에서 졸다가 정신을 차리니 여동생이 입원한 종합병원 앞에 도착해 허겁지겁 벨을 누르고 내렸다. 하마터면 정류장을 지나쳐버려서 반대편에서 환승해 돌아와야 하는 수고가 생길 뻔했다.

 

  그런 불상사를 극복했다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니 긴장이 풀려 큰 하품이 나왔다. 저녁놀에 가까워지고 있는 나른한 햇볕 탓일지도 모른다.

 

  원내로 들어섰다. 이 병원에 오는 것은 두 번째다.

 

  어쩌면 어릴 때 왔었을지도 모르지만 살면서 크게 다친 적이란 없었기에 이런 커다란 종합병원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또 여기는 버스를 타고 와야 할 정도로 집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가까운 작은 병원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엄마도 맹장염을 직감하셨기에 이곳으로 온 게 아닌가 싶었다.

 

  수술은 작은 병원보다 큰 병원에서 하는 것이 확실히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접수대에서 여동생의 면회를 알리고 2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2층에 올라섰을 때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어깨에 상처를 새긴 그녀의 기억과 말이다.

 

  그야 그만한 고통이 있었으니 현장에 가까워진 몸이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서서 수수께끼의 그녀의 환자실이 위치한 복도의 끝을 보았다.

 

  그 끝엔 여전히 키가 큰 사무실용 정수기가 있었고, 옆에 있는 환자실의 문은 어제와 같이 굳게 닫혀있었다.

 

  그 안엔 분명 어제 나를 습격한 그녀가 있다.

 

  역시 한 번 찾아가 볼까? 분명 나를 기억할 텐데 내게 할 말이 있지는 않을까? 같은 생각을 했지만 우선 이곳에 온 목적이 먼저라는 것을 자각했다.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여동생의 병문안이다. 정체 모를 그녀의 수수께끼에 대한 호기심을 푸는 것은 그 뒤에 해도 되는 일임이 틀림없었다.

 

  아직 그녀와 마주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도 가슴 깊은 곳에서 조용히 손을 들었지만, 애써 비추지 않고 여동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동생의 환자실은 그녀와는 반대쪽 복도에 자리 잡고 있었다.

 

  6인실로, 다른 사람들도 함께 쓰는 곳이지만 문이 열려있었기에 나는 노크 없이 들어갔다.

 

  “오빵!”

 

  “난 빵이 아니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를 본 여동생이 기세 좋게 나를 부를 때 쓰는 호칭을 외쳤다.

 

  그 뒤로 엄마도 “왔니?”라고 하셨다. 나는 짧게 대답하고 침대로 가서 앉았다.

 

  역시 병원 침대는 푹신하다. 환자들이 안식을 찾기 위해 눕는 최선의 곳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마땅했다.

 

  이런 좋은 침대를 매일 밤 독차지하는 여동생이 조금은 부러웠다. 물론 수술을 대가로 이곳을 쓰게 해준다면 절대로 사절이지만.

 

  침대의 아래쪽을 보니 매트리스 침대가 꺼내지지 않은 채 있었다. 엄마는 주희와 함께 침대에서 주무시는 걸까?

 

  침대의 맞은편 벽에는 환자들이 누워서 시청할 수 있게 중앙에 달아 놓은 큰 TV가 보였다.

 

  자리가 창가에 위치한 탓인지 저물어가는 태양의 따스함도 느껴졌다. 이런 특권도 누리고 있다니, 이대로 누워서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특권을 누리고 있지 않던 수수께끼의 그녀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녀가 있던 환자실은 분명 한 줌의 햇빛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커튼이 굳게 닫혀 있었다.

 

  단순히 햇빛을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피부가 창백한 이유도 그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녀에 대한 의문은 하나를 물면 엉킨 넝쿨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덩어리져 생겨났다. 확실한 것은 나 혼자서는 고민해봤자 진실을 알 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에 대한 예측은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엄마가 깎아주시는 과일을 먹으며 주희 녀석의 수술에 대한 용감한 담화를 들었다.

 

  마취 상태로 자고 있었을 건데, 이건 오빠를 너무 얕봤다. 그래도 적절히 감탄해가며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렇게 약 한 시간이 지나고 하늘에는 군청색이 주황색을 본격적으로 몰아내고 있었다.

 

  슬슬 가야겠다는 분위기를 연출하자 눈치가 빠른 엄마는 이렇게 물어오셨다.

 

  “가려고? 태워줄까?”

 

  그러면서 차 키를 챙겨 일어나려 하고 계셨다. 버스보다는 당연히 차를 선택할 나를 알고 있기에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고 판단하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요, 혼자 버스 타고 가도 돼요. 앉아 계세요. 가볼게요.”

 

  나는 거절했다.

 

  엄마는 이유를 물으려 한 것 같았지만, 빨리 자리를 뜨기 위해 인사를 하고 여동생에게 간단히 손을 흔들어주며 밖으로 나왔다.

 

  평소라면 당연히 차를 선택할 나였지만 오늘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는 지금부터 나의 피를 양식 삼은 수수께끼의 그녀를 만나러 갈 것이라는 중대한 계획이 있다.

 

  그렇게 미궁으로 나아가듯, 반대편 복도를 향해 천천히 발을 뗐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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