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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정체불명연애
작가 : 옛날통닭
작품등록일 : 2019.9.23

수녀원에서 행복하게 지냈던 서우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쌍둥이 동생 때문에 복잡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언니 미안한데 나대신 내 행세좀 해줄래?" 외모는 똑같으나 성격은 180도 다른 쌍둥이 자매의 꼬이고 꼬이는 위장 연애담.

 
10.옥탑방 비즈니스
작성일 : 19-10-04 07:05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3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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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누나 이거 어디에 내려놓을까요?”

 

 

 

 물건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서란에게 지수가 물었다. 서란은 간신히 턱으로 위치를 가리켰다.

 

 

 

 “이따 정리할 거니까 저~~쪽”

 

 

 

 지수는 서란의 많은 지시에도 묵묵히 서란을 도왔다. 무거운 박스를 가볍게 내려놓는 지수를 보며 서란은 흐뭇했다.

 

 

 

 ‘어디서 이런 알바생을 구했지..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

 

 

 

 지수는 성격도 좋고 힘도 세고 눈도 즐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실했다. 정말 가볍게 툭 던진 말이었는데 이렇게 일에 큰 도움이 돼줄 줄 몰랐던 서란은 앞으로도 지수가 계속 자신을 도와줬으면 했다. 한참을 바라보던 서란은 지수와 눈이 마주치자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지수야. 배고프지?? 뭐 좋아해?”

 

 

 

 지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간단히 대답했다.

 

 

 

 “햄버거요”

 

 

 

 .

 

 .

 

 어느 정도 짐 정리가 끝나고 서란과 지수는 햄버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란은 너무 배가 고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지수도 그런가 보다 하며 침묵을 이어나갈 때 갑자기 지수가 말을 걸었다.

 

 

 

 

 “저.. 도움 되나요?”

 

 

 

 “응. 당연하지.”

 

 

 

 “다행이다”

 

 

 

 지수가 멋쩍게 웃었다. 서란은 살짝 웃는 지수의 모습에 자꾸 장난을 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사실 지수는 서란이 아무리 장난을 쳐도 요령 좋게 받아넘기기만 할 뿐 재미있는 반응은 보여주지 않았다. 서란은 지수는 놀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시간 있을 때마다 이렇게 도와주러 올 거야?"

 

 

 

 서란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물었다.

 

 

 

 “네. 그럼요”

 

 

 

 다가오는 서란의 얼굴을 쳐다보며 지수가 물었다. 서란은 오늘이야말로 좀 더 장난의 강도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이서만 있는데 괜찮아…..?”

 

 

 

 서란은 이제 거의 속삭이는 말투였다. 어느새 제법 가까워진 지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당연하죠”

 

 

 

 서란은 흔들리지 않는 지수 모습에 왠지 알 수 없는 오기가 일었다. 가까이서 본 지수는 훨씬 더 멋있었다. 특히 지수의 자연스러운 선홍빛 입술색이 햇빛에 비쳐 서란을 유혹했다. 서란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눈을 내리깔며 지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누나… 근데”

 

 

 

 서란의 정신을 차리게 한건 지수의 목소리였다. 서란은 깜짝 놀라며 떨어졌다.

 

 

 

 ‘분위기에 취해서 잠시 제정신이 아녔네. 아 너무 굶었나’

 

 

 

 “으응. 왜..?”

 

 

 

 서란은 조금 민망해하며 대답했다.

 

 

 

 “그 저번에 서우 누나가 왔을 때요.. 그때 서우 누나가..”

 

 

 

 “탁탁 탁탁”

 

 

 

 갑자기 지수의 말을 끊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급하게 올라온 사람은 호준이었다. 호준은 지금 서란이 발주한 업체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욱 걸릴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일단 같이 가서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해보자는 말을 급히 전했다. 서란은 안 그래도 정신이 없는 와중이었는데 이벤트가 계속 생긴다는 말과 함께 호준을 따라나섰다. 어느새 조용해진 옥상에는 서란을 계속 쳐다보던 지수만 남았다. 지수는 서란이 황급히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

 

 .

 

 .

 

 서란이 집으로 돌아올 때는 이미 늦은 저녁이었다. 서란은 지수에게 말도 없이 뛰쳐나간 걸 깨달으며 집 대문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점심도 굶고 저녁도 수습하다가 건너뛰어서 서란은 지쳐있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에는 가로등이 비치는 조명만이 가득했다. 환할 땐 그렇게 복잡해 보이던 풍경이 조명만으로 이렇게 고요해지는 순간이 서란은 맘에 들었다. 가로등의 조명 아래로 조명 사이를 잇듯이 걸으며 서란은 한순간에 변화로 가득 찬 자기의 삶에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서란은 대문 앞에 도착했다. 서란이 대문 문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대문이 서란이 손을 대기도 전에 먼저 열렸다.

 

 

 

 “아! 안녕하세요”

 

 

 

 서란은 잠시 놀랐으나 문을 연 사람을 알아보고 인사했다. 지수의 형, 동혁이었다. 서준은 지수의 형답게 큰 키에 넓은 어깨를 가지고 있었다. 몸이 좋은 것은 똑같으나 지수와 다른 점은 전반적으로 근육이 많다는 점이었다. 서준은 운동을 나가는 길이었는지 나시에 트레이닝 바지 차림이었다.

 

 

 

 “서란씨! 안녕하세요. 늦었는데.. 지금 들어오세요?”

 

 

 

 

 동혁은 말투에서 지수보다는 훨씬 서글서글한 분위기가 풍겼다. 서란은 동혁을 많이 만나진 못했지만 왠지 모를 친근함을 느꼈다. 왠지 동혁에게선 의지가 되는 친오빠 같은 느낌이 풍겨져왔다.

 

 

 

 

 “네.. 일 때문에요. 지금 조깅 가시는 길이세요?”

 

 

 

 “네. 원랜 좀 더 일찍 가는데 오늘은 늦어졌네요. 아 참. 지수가 일하면서 사고 안치나요?”

 

 

 

 갑작스러운 지수에 관한 질문에 서란은 웃으며 대답했다.

 

 

 

 “사고는요. 저희 회사에 없어선 안될 인잰데요. 놓치고 싶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오. 정말요? 그 자식 좀 꼴통인데..”

 

 

 

 갑작스러운 동혁의 공격에 지수는 웃음이 터졌다.

 

 

 

 “걔 완전 애잖아요. 좀만 힘들게 하면 징징징 할 텐데”

 

 

 

 “하하하.. 지수가 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있긴 하죠.”

 

 

 

 서란은 일단 동혁에 말에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걔가 중학교 때…”

 

 

 

 “형”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며 갑자기 어디선가 지수가 불쑥 나타났다. 서란은 깜짝 놀라 지수를 바라보았다. 동혁은 굳은 표정의 지수에게 뭐 어쩌라고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서란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갑자기 조용해진 공기에 서란은 지수에게 아까 일을 떠올리며 말을 걸었다.

 

 

 

 

 “지수야. 아까 미안. 내가 너무 급해서..”

 

 

 

 “괜찮아요”

 

 

 

 

 지수는 역시 쿨하다고 생각하며 서란은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잘 들어가란 인사와 함께 서란은 계단을 올라갔다. 지친 발걸음을 옥상까지 간신히 옮겼을 때, 서란은 하늘에 뜬 커다란 달을 볼 수 있었다. 왠지 오늘은 달빛이 자신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서란은 자신을 위해 고생 중인 서우를 잠시 떠올렸다.

 

 

 

 

 ‘아무래도.. 거짓말은 좀 그런가. 마지막에 봤을 때 너무 힘들어 보이던데.. 이제 그만둬야 하나’

 

 

 

 

 요즈음 서우의 태도는 너무 이상했다. 대표와의 첫 데이트 이후 서우는 서란에게 굉장히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서우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서란이지만 막상 축 처진 서우의 어깨를 보니 왠지 흥이 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하게 생겨서 일까. 나 왜 이렇게 맘이 약해졌지’

 

 

 

 

 내심 수녀원 같은 곳보다 좀 더 바깥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던 서란이였다. 서란은 서우가 자의로 그런 환경을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자신보다는 서우가 여러 선택권을 가졌으면 했다. 다행히 서란은 지금 경제적 능력이 있었다. 결국 서우의 도움을 받게 되었지만 이보다 자연스러운 계기도 없었다. 서란은 생각에 잠겨 옥탑방 앞 평상에 앉았다.

 

 

 

 

 ‘생각이 괜히 많아지는 밤이네..’

 

 

 

 

 그런데 앉아서 고개를 든 서란은 눈앞의 그림자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그곳엔 지수가 서있었다.

 

 

 

 

 “앗? 지수야. 너도 같이 올라온 거야?”

 

 

 

 “네.”

 

 

 

 서란은 자신이 인기척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생각에 깊게 빠졌었다는 걸 느끼며 지수를 향해 말을 이어갔다.

 

 

 

 “내가 좀 생각할게 있어서.. 근데 웬일이야?"

 

 

 

 생각해보면 지수는 조용했지만 항상 서란 곁을 맴도는 느낌이 있었다. 서란은 어디선가 불쑥불쑥 나타나는 지수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뭔데?”

 

 

 

 

 “제가 애 같아요?”

 

 

 

 

 이 시간에 여기까지 따라온 걸 보면 몹시 중요한 질문일 거라고 생각한 서란은 지수의 질문에 맥이 풀렸다. 지수는 자존심이 강한 평인가?.. 서란은 지수의 색다른 면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애 같은 게 아닐까?”

 

 

 

 

 말을 마친 서란을 보는 지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서란은 지수의 기분을 살필 여력이 없었다. 지수는 잠시 서란을 쳐다보다 곧 인사와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 어두운 밤, 의아함을 품은 서란의 눈빛만 지수를 뒤쫓았다.

 
작가의 말
 

 지수는 서란 바라기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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