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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29화. 잠깐만 좀 놀아줘
작성일 : 19-10-04 00:00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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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시간으로는 48시간, 분으로는 2880분, 초로는 172800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이틀은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은 것은 아니였기 때문에 더이상 왜 라는 의문에만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조금 잡히는 것이 있다면 장소였다. 뱀파이어의 본거지, 발생지인 루마니아가 아닌 이들의 고향 한국에서 모인 다는 것.

 

 장소를 이곳으로 잡은 것도 그렇게 남산이라면 현경에겐 고작 5분 거리-뛰어가는 것으로 가정했을시-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모든 뱀파이어를 모으는 것은 아니란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게다가 희선과 한판을 할 중요할 시점에 왜 갑자기 돌아왔다는 소린지.

 

 분명 그는 현경과 희선의 현재상황을 알고 막아서려 들려는 것이다.

 

 장소에 대해 생각하던 현경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금방 찾아내었다. 미리가서 매복이라도 할 작전으로 우선 최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장소에 대한 파악을 하지 않으면 분명 자신의 편에 서있는 누구하나가 꼭 다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

 

 남산을 중심으로 모든 이동경로를 보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숨을 곳과 빠져나갈 곳을 모색해야 했다.

 

 어쩌면, 아주 만약이지만 영원은 여태껏 자신의 곁에서 늘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봐왔는지도 모른다. 만일의 마찰을 대비해 항상 대기를 타고 있었던 것일 지도.

 

 그래서 중요해진 건, 꼭 31일이 되기 전에 꼭 알아야 할것은 희선도 이 쪽지를 받았는지의 여부다. 그녀도 이 쪽지를 받아 그날 약속장소에 나온다면 기어코 피를 보게 될것이다. 그건 현경이 장담하는 것이였다. 기환과 하은이 다치는 꼴은 절대 볼 수가 없었으므로 꼭 알내야 했다. 지금이 상황도 어찌보면 본인의 업보였다.

 

 

 누구든 다칠 수도, 최악의 경우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마음 가짐을 단단히 먹어둬야했다. 어떠한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몸이든 마음이든 금방 추스릴 수 있게 받는 피해가 적도록. 그 놀람 때문에 상대에게 헛점을 잡혀서 더 당하는 일이 없도록.

 

 이미 이런일은, 그러니까 전쟁같은 경우는 많이 겪은 현경이였기에 그만큼 노련미라는 것은 있었다. 쌍둥이 들이 젊고 유능하다 해도 숙련된 기술과 잔머리는 따를 수가 없는것이다.

 

 " … 고마워. "

 

 자신 때문에 벌어진 싸움에 많은 것을 물으려 하지도 않고, 내빼는 것도 없이 이렇게 도와주는 동생들이 그저 고맙기만 했다. 자신하나 돕자고 위험한 상황이 와도 마다하지 않는 녀석들.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남산에 대해 조사하던 그들이 약속이나 한듯 그녀를 쳐다본다. 그 말은 비단 지금 이렇게 같이 작전을 짜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을 가족처럼 받아준 것, 섣불리 재촉하며 묻지 않은 것 그리고 다치는 것도 마다한채 내일의 그날까지를 통틀어서 고맙다고 하는 것이리라.

 

 " 고마워야지. "

 

 기환이 농담조로 말하자 그들은 서로를 보며 쿡쿡 웃고 말았다.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웃은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을 새 없이 그냥저냥 세월이 무색하게 웃어버린다.

 

 환하고 밝게, 꼭 마지막인 것 처럼.

 

 

 

 

 

 

 

 

 * * *

 

 

 

 

 

 

 

 

 등치도 있고 얼굴에 스크래치까지 있는 남자가 바쁘게 도망친다. 지속적으로 뒤를 돌아보며 상대를 확인하며 뛰고있던 그 남자는 사람들을 밀치며 으슥한 골목안으로 들어간다. 계속해서 미로같은 구불구불한 좁은 길이 나온다. 숨막히는 불안함을 숨길 수 없는 남자가 땀범벅인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 …헉…! "

 

 그렇게 달리는게 최선의 방책인 것 같은 남자가 코너를 꺾자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척보아도 4미터는 되어보이는 높다란 철조망이였다. 넘어간다면 당장에 쫓아오던 상대에게 끌어내려질 바보같은 짓였고 이미 진입한 길의 반대쪽은 상대로 막혀있었다.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 아닌 이상 아무데도 도망칠 곳이 없는 상황. 남자는 서서히 그림자를 드리우는 상대를 보며 슬슬 뒷걸음 질을 친다.

 

 

 탁. 하지만 그 것마저 철조망에 가로막혀 더이상 갈 수가 없었다. 가로등 불빛의 사정거리 밖에 있던 상대의 윤곽이 들어났을 때 그녀는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게 웃고 있었다. 한쪽 입꼬리는 끝까지 치켜올라져있었고 자신을 꿰뚫어 보는 두 눈은 빨갛다.

 

 한국을 뒤 흔들어 놓을 정도로 유명했던 검은 조직 미르파의 대 보스. 그는 빨간 눈동자를 피해 도망을 치고 있었다.

 

  " 워…원하는게 뭐지? "

  " 그건 아까 물어보면 좋았을 텐데. "

 

 희선이 피식웃으며 아주 조금 맺혀있던 땀을 닦아내었다. 사실 땀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물기였지만 그녀는 잠시 힘든 내색을 해보인다. 하지만 입꼬리는 여전하게도 웃고 있었다.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 충분한 그런 의미의 웃음.

 

 " 너… 어디 소속이야? 도대체 원하는게 뭐냐고!! "

 

 희선이 난데없이 미르파 두목을 만난이유는 단 하나였다. 분명 3월 31일. 그 날 밤은 치열하고도 어지러울거다.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해도 정신없을 텐데 그러다가는 발에 채이듯 걸리는 인간들이 연류될게 뻔했다. 그건 싫었다. 인간이 죽는거야 상관없었지만 일이 커질 것이고 그걸 수습할 걸 생각하면 아득했다.

 

 " 잠깐만 좀 놀아줘. "

 

 기환이랑 하은이 작전을 짜서 범인을 만들어 냈다면 희선은 스케일이 조금 남달랐다. 그들이 제일 골치를 썩혔던 놈이 미르파 조직보스라는 정보를 입수해서 친히 그를 대령해줄 생각이었다. 희선은 자신의 자비로움에 또 한번 놀랐다. 이 일에 끼지 않게 해주는 것은 사실 엄청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뱀파이어인 자신들을 보기만 해도 우선 죽음 목숨이었을 텐데 친히 그 목숨 보전하라고 그들이 잡으려고 안달났던 범죄자까지 가져다 준다니.

 

 그를 아주 살짝만 조종해서 온 나라가 시선을 돌릴 아주 큰 사건을 만들게 한다면야 상황은 깔끔해진다. 적어도 그 시간에 남산에 사람새끼 한마리 없도록 할 심산이었다.

 

 더 지체할 시간없이 할일이 남아있던 희선은 눈을 빨갛게 빛낸 후 그에게 조종을 걸었다.

 

 " 당장 길거리 여자를 인질로 잡아서 사람들에게 전해. "

 " …… "

 " 3월 31일 밤. 경고할테니 알아서 조심하라고. "

 

 덩달아 눈을 빨갛게 빛낸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너무 쉽게 끝나버렸다. 아- 귀찮아. 조종을 해제한 그는 이제 눈빛을 바꾸고 희선을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알아서 사람들의 시선은 집중 될 것이고 흐지부지한 뱀파이어사건 따위는 건들이지 않고 이제 미르파 보스에게만 집중 할 것이다.

 

 그럼 이제 우리는, 온전하게 그 밤에 집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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