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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세자마마의 은밀한 기녀생활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잘생긴 왕자?
아니, 이젠 예쁜 세자마마의 시대!

자신의 예악스승을 뵈러 기방을 방문한 세자 이안에게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도 단단히 생겨버렸다?

3개월 남짓 펼쳐지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세자마마의
기이하고도 은밀한 기녀(妓女)생활!!

PS)
복장도착증(x)
성정체성혼란(x)
그냥변태(x)
아닙니다.

 
18. 우리가 손님하고 마마께서 기생 하시는 걸로
작성일 : 19-10-03 03:23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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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첫 번째 수업이 끝난 지 이제 고작 10여 초(初). 근데 대뜸 저러고 말을 하는 것이다. 저 년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여옥이 조심스레 그 기색을 살피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내일 당장 기방출입을 해야 할 터인데 그럴 만한 시간이 없지 싶어…….”

 

  “시간이야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내일 이 시간…… 아니, 여차하면 오늘 밤 기방에서라도…….”

 

  홍월의 입가에 자그맣게 피어나는 미소를 보곤 여옥은 대경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을(그것도 비밀리에 사사로이 행해지는) 빌미삼아 무려 이 나라의 세자를 한밤중 기방으로 불러내려한다고?

 

  “이, 이년이 미치지 않고서야…….”

 

  세자 앞에서 말을 가리는 걸 깜박할 정도로 여옥의 당혹스러움은 상당한 것이었다.

 

  “지금 우리가 세자마마 앞에 있는 것도 그리 정상적이라고는 사료되지 않사옵니다만…… 방주님?”

 

  게다가 저토록 능글맞은 모습이라니…… 여옥은 눈앞의 능구렁이가 아직 열일곱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 나도 아직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는 있습니다만…… 오늘 밤은 도저히 시간을 내지 못할 듯하여…….”

 

  이안의 말에 홍월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구겨졌다.

 

  ‘이 년아 설마하니 그게 가능하겠니?’

 

  고작해야 관비인 주제에 세자의 일과를 우습게도 본 모양이다.

 

  ‘마마와의 독대가 실제로 이뤄졌다고 해서 뭐든 제 맘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지!’

 

  노림수가 먹혀들지 않아 비통해 하는 홍월을 보자, 여옥은 안도감과 만족감을 함께 느꼈다. 그러나 그즈음,

 

  “대신 내일 이 시간은 가능할 것도 같은데…….”

 

  이안의 입에서 홍월의 구겨진 인상을 조금이나마 펴줄 말이 흘러나왔다.

 

  “내일은 가능하십니까?”

 

  “뭐…… 홍문관 방문이 예정되어있긴 하나, 미루면 되니까요.”

 

  “아하, 그렇다면…….”

 

 

  ……!?

 

 

  진짜로? 진짜 내일도 수업을 진행한다고? 세자마마의 공식 업무를 미루게까지 만들면서?

 

  놀란 여옥이 이를 말리기 위해 말을 꺼내려 할 참이었다.

 

  “그럼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오늘과 같은 시간.”

 

  “그리 하시지요.”

 

  그러고 대뜸 약조를 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자신을 돌아보며,

 

  “방주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으, 응? 뭐, 뭘?”

 

  “내일 나오실 거냐 이 말이죠.”

 

  말 같지도 않은 질문을 던지기까지. 그럼 설마 혼자 올 생각을 했다 이 말이냐……? 여옥은 당혹스러움에 말문이 다 막힐 지경이었다.

 

  “다, 당연히 나와야지!”

 

  “흠…… 그러시군요. 사실 오늘 별 말씀이 없으셨던 걸로 봐서 이 수업을 별로 탐탁지 않아하시는 게 아닌가 싶어…….”

 

  “아, 아니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게야!”

 

  “하긴, 오늘 방주님께서 말씀이 조금 없으시긴 하셨지요.”

 

  웬일인지 이안 역시도 괜히 한 마디 거드는 것이다.

 

  “아, 아니! 그, 그런 게 아니오라…….”

 

  “됐고! 그럼 내일은 조금 더 열심히 해주세요.”

 

  그러고 찡긋 눈을 깜박이는 홍월을 보며 여옥은 부득불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이, 이년…… 나가서 보자.’

 

 

  *

 

 

  막 나갈 채비를 끝냈을 즈음, 이안이 그들을 향해 물었다.

 

  “그럼 내일은 어떤 것에 대해 가르쳐주실 생각이신지요? 역시나 기본?”

 

  내일 가르칠 것? 당장 오늘 목표로 했던 것조차 손대지 못한 여옥이었기에 당장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이에 당연하게도, 홍월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저희가 당장 마마를 기녀로 만들어드릴 순 없습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지요. 그러나 조금쯤 흉내는 낼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 시급히 필요한 것은 가장 간단한 기초의 습득과…….”

 

  “기초의 습득. 그리고 다음은?”

 

  “반복적인…… 실습이겠지요.”

 

  느닷없는 말 때문이었을까? 홍월의 말에 이안과 여옥이 동시에 반응했다.

 

  “실습?”

 

  “실습이요?”

 

  두 사람의 놀람과는 상반되게, 홍월의 표정은 대단히 평온했다. 그리고 아주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네, 실습이요. 기생실습.”

 

  마치 밥 먹고 산책이나 나가자는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허나 이를 어디서 어떻게 하겠다는…….”

 

  이안이 순수하게 궁금증을 드러낸 것에 비해, 여옥은 튀어나오려는 욕설을 가까스로 참아낸 실정이었다.

 

  “장소는 저희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연지사 이곳, 마마의 내전 안이겠지요.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 인데…….”

 

  말을 흐리는 홍월에게 이안이 궁금하다는 듯 대답을 재촉했다.

 

  “작은 스승께서 생각해두신 게 있으니 말을 꺼낸 것 아닌가요?”

 

  “사실 뭐…… 실습이라곤 하지만 별 게 있나요. 기녀복 한 번 제대로 갖추어 입어보고, 술 한 잔 따라도 보고, 익숙지 않은 호칭들 입에 좀 붙여볼 겸…… 객 응대를 한 번 해보는 정도겠지요.”

 

  “……객 응대?”

 

  여옥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 이곳은 세자마마의 거처, 누구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누가 다른 사람 부른다고 했어요?”

 

  “……그럼?”

 

  “우리가 대신 하는 거죠.”

 

  “……?”

 

  여옥이 미간이 한층 더 찌푸려졌을 즈음이었다.

 

  “그냥 쉽게 생각해요. 역할극 한 번 하자구요.”

 

  “……역할극?”

 

  “역할극이라면?”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홍월이 대답했다.

 

  “우리가 손님하고 마마께서 기생하시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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