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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심장이 가출했다
작가 : 미애202
작품등록일 : 2019.10.2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제주로 날라온 한서준은 도착한 그날 미친여자 빙의도 서슴치 않는 똘끼 충만한 유하을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지지않고 따박따박 대꾸하는 계집애가 자꾸 생각이 난다. 또 시건방 제대로 장착한 놈이 자꾸 시비를 걸어대는 통에 미워 죽겠는데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렇게 야구의 이응도 모르는 여자와 한평생 야구만 하며 살아온 야구선수가 제대로 붙었다!! (lollolaemi@naver.com)

 
어린이 보호구역
작성일 : 19-10-02 11:11     조회 : 380     추천 : 0     분량 : 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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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이이익.

 

 고막을 찢는 듯 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렇게 하을이 철렁하고 내려 앉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때.

 

 “야!”

 

 곧이어 검은색 SUV벤츠의 운전석 창문이 내려감과 동시에 고함 소리가 들려나왔다.

 

 뭐, 야아?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 하을은 자신의 코 앞에 멈춰선 차를 신경질적으로 쳐다봤다.

 

 “왜?”

 

 이 또라이가 눈이 안보이나.

 

 기가 찬지 하을은 눈을 치켜뜨고 맞받아쳤다.

 

 뭐, 왜에? 아니, 뭘 잘했다고. 왜에?

 

 하을이 오히려 소리치며 되묻자 어이 상실한 서준은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렸다.

 

 “뭐? 왜에?”

 “그래, 왜?”

 

 서준이 기가 찬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묻자 하을은 표정 없이 반문했다.

 

 아놔, 이게 진짜.

 

 기가 찬지 하을을 뚫어지게 쏘아보던 서준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너, 여기가, 어디라고, 뛰어, 들어와?”

 

 하을에게 다가선 서준은 한글자씩 끊어 말하며 눈을 치켜뜨곤 목소리를 높였다.

 

 “너 눈이 어떻게 됐냐? 어린이보호구역인거. 30으로 달려야 되는 구간에 전속력으로 달려온 게 누군데?”

 

 그에 지지 않고 하을은 서준을 올려보며 따지고 들었다. 그제야 표지판을 본 서준이 할 말이 잃은 채 먼 산만 보다 한숨을 내쉬곤 미간을 찌푸렸다. 급한 맘에 표지판을 못 본 게 한이 됐다.

 

 “네가 초딩이냐?”

 “초딩? 초딩처럼 보이지?”

 “하참.”

 

 자신을 올려다보며 따박따박 대꾸하는 하을 때문에 말문이 막혀왔다.

 

 “고맙다! 얼굴이 동안이라 생각할게.”

 “하.”

 

 놀리는 건지 말문이 막힌 자신과는 다르게 하을은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받아쳤다.

 

 아진짜 이게…….

 

 말문이 막힌 것도 한계점에 이르자 서준은 하늘을 쳐다보며 숨을 들이 쉬곤 다시 하을을 내려 봤다. 그리고 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몇 살 먹었길래 반말을 지껄여?”

 

 초딩은 바뀌어야할 듯. 나이로 들이대기 시전.

 

 “네가 반말해대길래.”

 

 서준의 굳은 표정과는 다르게 하을이 약 올리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서준을 올려 봤다.

 

 “하. 이게 진짜. 야! 너, 나 누군지 몰라?”

 

 유치하다. 이번엔 인지도 들이대기 시전.

 

 화가 치밀어 오르는 자신과는 다르게 하을이 아무런 표정이 없이 받아치자 서준은 허리에 손을 짚은 채 허공을 쳐다보더니 이내 하을을 똑바로 쳐다보며 툭 내뱉었다.

 

 “그러는 네가 초딩이냐? 어디서 개수작이야?”

 

 뜬금없이 자신을 묻는 서준을 향해 코웃음을 치며 하을은 날이 선 표정으로 서준을 올려봤다.

 

 “뭐?”

 “하는 짓이 딱 초딩수준이구만.”

 

 서준의 물음에 하을은 들으라는 듯 눈을 내리깔고 중얼거렸다.

 

 “진짜 나 몰라?”

 

 서준은 자신을 모르는 하을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몰라. 내가 너따위 알아야해?”

 

 너따위위위위위.......

 

 정말 모르는 지 하을은 서준을 올려보며 다시 따지듯 빈정거렸다. 너따위란 말에 서준은 혈압이 올라왔다.

 

 “아진짜 이걸!”

 “얼굴 동안으로 생각해서 초딩 좋아했더니 그냥 너 해라.”

 

 하을이 한심한 표정으로 선심 쓰듯 줬다. 초딩을. 정확히 말하면 초딩호칭을.

 

 “뭐?”

 “초딩 너 하라고.”

 

 이 개나리가 말귀를 못 알아듣나. 너 다하라고.

 

 “하. 이게...”

 “나한테 개수작 거는 거면 사양할게.”

 “개수작?”

 

 인지도 들이대기를 개수작으로 받아치네.

 

 “난 바빠서 이 정도로 끝내고 간다.”

 

 서준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다시 한 번 얼굴을 삐딱하게 해서 내려 보자 하을은 표정 없는 얼굴로 이를 꽉 다물고 쏘아봤다. 그 와중에 배려심한번 좋다. 안 바쁘면 더하겠다는 뜻이다.

 

 뭐. 이 정도로?. 하 .저. 저걸.

 

 뭐 이런 머리에 꽃만 안 달았지 미친 진달래를 봤나 하는 표정으로 하을을 내려다보며 서준은 답답한지 긴 숨을 들이 쉬었다 내뱉었다.

 

 하을은 서준의 눈빛을 무시하듯 화이트 베스파 프리마베라 스쿠터의 브라운 시트위에 앉아 헬멧을 썼다. 하을의 머리에 씌워진 화이트 헬멧 밑으로 한올 삐져나온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하. 저 또라이를.

 

 스쿠터를 타고 멀리 사라지는 하을의 뒷모습을 보며 서준은 부들부들 떨었다. 첫날부터 또라이를 만나다니 아무래도 이 곳에서의 느낌이 좋지 않았다.

 

 * * *

 

 화이트 헬멧을 쓴 하을이 입구로 진입했다. 입구에 서있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하을을 보고 눈이 커졌다. 그들의 눈엔 추리닝을 입고 헬멧을 쓴 그야말로 머리에 꽃만 안 달았지 미쳐 보이는 여자가 입구로 아주 당당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헬멧은 그렇다 치자. 미친 여자가 그냥 썼다 치자. 추리닝에 화이트 헬멧을 쓰고 나이트라니.

 

 “이 복장으로는 입장 안 됩니다.”

 

 미친 여자의 등장에 놀란 눈을 뜨고 쳐다보던 검은 양복 중 한명이 입구를 막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미친 여자가 쭉 뻗은 다리의 밑단을 두어 번 발목이 보이게 접어 올렸다. 스타일리쉬하게 접어올린 바짓단 덕에 하을의 가녀린 발목이 드러났다.

 

 “아 이 복장으로는.”

 “일행 데리러 왔어요.”

 

 아무렇지 않게 방긋 웃으며 말하는 하을이 추리닝의 점퍼를 벗자 크롭티가 드러났고 살며시 보이는 잘록한 허리가 돋보였다.

 

 

 * * *

 

 

 “하을아~ 언니 술 챘다. 나 여기서 자고 갈련다!”

 

 한 시간 전, 전화기 너머로 술이 잔뜩 취한 혜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가 또 시작이구나 하며 하을은 미간을 잔뜩 좁힌 채 대꾸 없이 듣고 있었다. 그로부터 두어 시간 전의 일을 떠올리며.

 

 두어 시간 전, 혜지는 자신에게 간이며 쓸개를 다 빼줄 것 같았던 약 일 년간 사귄 그 놈에게 통보를 받았다.

 

 “나 곧 죽어. 얼마 못산대. 헤어지자.”

 

 라며 시답지 않은 개소리를 하던 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길바닥에서 심순애 빙의를 했었댔다. 어찌나 슬픈 표정으로 다 죽을 것 같은 연기를 잘도 하던지 이수일은 저리가라였다.

 

 <상준이 죽는대. 어떡해에에에.>

 

 전화기 너머로 곡을 하는 혜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사랑이라면 목을 매는 혜지였기에 이수일이 죽는다는 것에 곡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랑이 떠나감에 외로워서 곡을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쨌든 하을은 시작됐구나 하며 혀를 끌끌 찼다.

 

 “이런 미친! 그 소릴 믿냐? 미친놈! 헤어지자는 소리를 시한부 코스프레로 둔갑하네. 야! 그만 울고 집에 들어가!”

 

 하을의 조언을 언제나처럼 싹 무시한 채 한참을 울던 순애는 그렇게 말렸건만. 상준에 대한(바짓가랑이는 찢었나 모르겠다.) 배신감에 결국 나이트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술이 떡이 되서 용케 전화를 걸어왔다. 하필 절친인 하을에게로.

 

 

 * * *

 

 

 “그래도 추리닝 차림은.”

 

 미친 여자의 아우라에 기를 뺏긴 나이트 가드는 자신의 본분을 잃은 채 쭈뼛쭈뼛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을은 헬멧을 들어 올려 머리에서 벗겨냈다. 그러자 헬멧 속에 감춰져있던 긴 웨이브의 머리칼이 찰랑거리며 흩뿌려 내려졌다. 마치 슬로우모션으로 눈앞의 상황을 멍하니 쳐다본 검은 양복은 헬멧을 벗은 하을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자 검은 양복 중 한명이 뭐에 홀린 듯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우 언니는 얼굴 때문에 들여보내준다!”

 “대신 빨리 나와야 해요!”

 

 알겠다는 듯 대꾸 없이 손바닥을 착. 하고 맹세하듯 들어 올린 하을은 입 꼬리를 살며시 들어올렸다. 그리곤 헬멧을 옆구리 낀 채 당당하게 홀 안으로 입장했다. 추리닝에 헬멧이라 누가 봐도 미친 여자임에 틀림없으나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함께 흥에 취에 술에 취해 춤추며 즐기던 사람들은 하을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한손으로 휴대폰을 걸며 혜지를 찾아 나이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헬멧을 신주단지 모시듯 옆구리에 착 붙인 채.

 

 아씨. 어딨는거야. 전화는 왜 안 받아!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전화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 먼저 화장실을 뒤진 하을은 발 디딜 틈이 없는 무대를 비집고 다니며 혜지를 찾았다. 간간히 테이블에 몇몇 남자들이 하을을 쳐다보며 손을 잡아끌었지만 하을의 옆구리에 낀 헬멧을 보며 스르르 손을 놓아버렸다. 뭐하는 여잔가 싶어 하을을 취한 눈으로 멍하게 쳐다보면 하을의 눈빛이 헬맷으로 찍어내릴 기세였기도 했고. 술이 다 깰만큼.

 

 하을은 언제나처럼 제집인 냥 동선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차근차근 혜지를 찾아 다녔다. 친구들과 몇 번 온 적은 있지만 아마 혜지를 찾으러 온 것이 더 많았으리라. 그래도 평소엔 이런 복장은 아니었는데 오늘은 시한부 빙의까지 한 이수일에 꽂힌 순애의 곡소리가 유달리 더 크던 터라 학교 운동장에서 스케치를 하고 있던 하을은 뭔 사단이라도 날까 싶어 미친 여자 빙의까지 하며 달려왔다. 오다가 초딩 개나리를 만난 게 문제였지만.

 

 아이고, 내 팔자야.

 

 하을은 1층의 테이블이란 테이블은 모조리 찾아 훑고 다녔다. 그래도 보이지 않자 이 상황에 룸으로 부킹이라도 갔나 싶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섰다. 혹시나 하는 맘에 고개를 쭉 빼고 아래를 내려 보며 혜지를 찾고 있을 때 하을의 손을 누군가 잡아 당겼다.

 

 “....!....”

 “아우 누나 유명해. 유명한 사람들이야. 같이 가.”

 “놔요, 이거!”

 

 웨이터가 하을의 손을 잡아끌자 하을의 몸이 쏠리면서 2층으로 억지스럽게 올라가게 되었다.

 

 “어?”

 

 저 멀리 혜지의 얼굴이 보이는 듯 했는데 하을은 아래를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얼굴을 찾았다.

 

 “아유 좋으면서!”

 “놔요!”

 

 앞서가던 웨이터가 뒤를 돌더니 하을을 향해 미소 지었다. 부킹백퍼라는 명찰을 단 채. 그러더니 하을의 잡은 손을 꽉 쥐곤 3층으로 올라갔다. 부킹백퍼는 하을의 말 따윈 귀에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자신의 명찰답게 오늘도 기어이 부킹 백퍼를 달성시키고자하는 야망이 끓어오르는 얼굴이였다.

 

 똑똑.

 

 2층보다 더 조용한 3층의 복도를 지나 어느 룸 앞에 선 부킹백퍼가 심호흡을 하더니 문을 두드렸다. 대어를 낚아왔다는 자신감에 어깨를 펴고 등을 세우더니 자신 있게 문을 벌컥 열었다. 그 덕에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문 쪽으로 쏠렸다. 그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하을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놈이 앉아 있었다. 나리나리 초딩 개나리가.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형님들!”

 

 저 초딩 개나리가 왜?

 

 부킹백퍼는 재빨리 얼굴을 돌린 하을을 룸으로 억지로 밀어 넣은 뒤 90도 인사를 하곤 문을 닫았다.

 

 아씨. 아무래도 그냥 튀.... 아니 나가자.

 

 낯익은 그놈의 면상을 발견한 하을은 그 놈이 자신을 알아보기 전에 얼굴을 돌리며 얼른 뒤를 돌았다.

 

 짝.

 짝.

 짝.

 

 룸의 테이블 중간에 앉은 서준은 천천히 박수를 세 번 치더니 소파에 등을 기대며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한쪽 입 꼬리는 들어 올려져 있었다. 박수소리에 소름이 돋은 하을은 문고리를 잡은 채 멈춰 섰다.

 

 “일루와 일루와!”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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